기업 신입 채용 감소 이유의 본질은 단순히 경기 침체나 고금리 때문만이 아니라, 생성형 AI의 본격적인 도입과 확산에 따른 고용 구조의 근본적인 재편에 있다. 결론부터 짚자면, 기업들은 이제 신입사원을 채용해 육성하고 교육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는 대신, 챗GPT나 클로드 같은 고성능 생성형 AI를 활용해 주니어급의 일상적인 루틴 업무를 대체하고 즉시 현입이 가능한 경력직 위주로 채용 판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취업 시장을 둘러보면 "요즘 왜 이렇게 신입 공채가 씨가 말랐냐",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으라는 거냐"라는 청년들의 깊은 탄식이 쏟아진다. 대다수 경제 전문가나 기성세대들은 그저 고금리와 거시경제적 불황 탓을 하며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문이 열릴 것"이라는 안이한 위로를 건넨다.
하지만 실제 채용 시장의 기저에서 흐르는 숫자는 전혀 다른 진실을 가리키고 있다. 단순한 불황의 사이클이 아니라, 노동의 판도 자체가 뒤흔들리는 거대한 문명사적 단절이 시작된 것이다.

💡 요약해보면
- 국내 1,000만 건 채용공고 데이터 분석 결과, 2022년 생성형 AI 등장 이후 화이트칼라 신입 채용 비중이 뚜렷하게 붕괴되었다.
- IT 정보통신 업종의 29세 이하 청년 피보험자 수가 급감했으며,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일수록 기업의 요구 경력 기간이 비례해 급증했다.
- 저성능 무료 AI 경험자들의 안도감과 달리, 고성능 유료 AI를 실무에 쓰는 집단은 이미 경력 대체 위협을 뼈저리게 체감하며 사회적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채용공고 1천만 건이 폭로한 화이트칼라 고용 시장의 붕괴
거시경제 핑계 뒤에 숨겨진 생성형 AI 고용 시장의 실체
학계와 노동 시장 일각에서는 줄곧 신기술 도입에 따른 일자리 축소 논란을 두고 팽팽한 대립을 이어왔다. 한쪽에서는 생성형 AI(ChatGPT 등)가 등장한 지 3년이 넘어가면서 초급 인력을 광범위하게 대체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고용 감소가 AI 기술 때문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 거시경제적 요인에 불과하다고 일축해 왔다.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에 부합하는가? 이를 가려내기 위해 국내 가장 큰 채용 공고 플랫폼 중 한 곳의 최근 7년 치 데이터, 자그마치 약 1,000만 건에 달하는 방대한 구인 정보를 정밀하게 뜯어보았다.분석 대상은 공고가 게시된 시점부터 시작해 구체적인 공고 제목, 세부 직무 태그, 그리고 기업이 요구하는 경력 조건(신입 대상 여부, 경력 무관 여부, 최소 경력 요구 기간)을 망라했다. 이 데이터 분석의 본질적인 목적은 명료했다. 과연 2022년 말 ChatGPT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 신입 채용 비중의 변화와 기업들이 요구하는 경력 기간에 어떤 구조적 변곡점이 발생했는지를 추적하는 일이었다.
그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렇다, 더 이상 공채를 안 뽑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상당히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너무 많은 거죠."라는 언더스코어 강태영 대표의 뼈아픈 지적처럼, 신입 실종의 주범은 거시경제가 아니라 명백히 생성형 AI의 확산이었다. 전반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2022년까지는 플랫폼 내 신입 채용률이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2022년 말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점을 기점으로 신입 채용의 문이 전례 없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경기 변동의 파고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특정 직군에만 집중된 정밀 타격이었다.
직군별 신입 채용 비중 격차와 블루칼라와의 극명한 대조
채용공고 데이터에서 드러난 직군별 신입 채용 비중(2020년부터 2024년까지의 추이)을 살펴보면 위기의 본질이 한층 더 명징해진다. 대표적인 지식 노동 직군인 개발자의 경우 신입 채용 비중이 2020년 33.5%에서 2021년 35.8%, 2022년 37.1%까지 치솟았다가, 2023년 30.9%로 꺾이더니 2024년에는 26.8%까지 수직 낙하했다. IT 인프라 직군 역시 2020년 43.0%, 2021년 44.4%, 2022년 50.7%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45.4%, 2024년 36.9%로 주저앉았다. 기술의 세례를 가장 먼저 받은 디지털 IT 직무의 신입 문턱이 말 그대로 붕괴한 셈이다.이러한 충격은 비단 프로그래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멀티 디자인 직군은 2020년 39.1%에서 2022년 47.1%까지 올랐으나 2024년 34.4%로 폭락했고, 디지털 디자인 역시 2022년 51.8%에서 2024년 43.9%로 곤두박질쳤다. 마케팅 직군은 2022년 44.5%에서 2024년 39.9%로, 경리 회계는 2021년 50.2%에서 2024년 45.4%로, 영업 직군은 2022년 64.2%에서 2024년 54.5%로 일제히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22년을 분기점으로 이른바 화이트칼라 직군 전반에서 신입 채용 비중이 동시다발적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기이한 대조군이 등장한다. 바로 생성형 AI의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여겨지는 '블루칼라(대졸)' 직군이다. 블루칼라의 신입 채용 비중은 2020년 71.7%, 2021년 74.8%, 2022년 77.6%, 2023년 75.7%, 2024년 75.0%로 지난 5년 동안 유의미한 하락 없이 75% 안팎의 높은 수준을 굳건히 유지했다. 만약 청년 고용 한파가 정말 금리 인상이나 내수 부진 같은 거시경제적 위기 때문이었다면, 모든 산업군에서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를 가리지 않고 신입 비율이 고르게 감소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AI가 넘볼 수 없는 현장직의 신입 채용은 유지된 반면, 텍스트와 코드를 다루는 지식 노동의 입구만 철저히 봉쇄되었음을 숫자가 증명하고 있다.
📊 숫자로 보면
개발자 신입 비중: 37.1%(2022년) ➔ 26.8%(2024년)
IT 인프라 신입 비중: 50.7%(2022년) ➔ 36.9%(2024년)
블루칼라 대졸 신입 비중: 77.6%(2022년) ➔ 75.0%(2024년)
거시경제 위기라면 왜 블루칼라는 버티고 IT·사무직 신입만 붕괴했겠는가? 결국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일수록 신입의 입구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결정적 증거다.
고용보험 데이터가 증명하는 청년 일자리의 질적 붕괴
정보통신업 청년 고용의 단절과 제조업의 극명한 격차
채용 공고의 추세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객관적 지표는 바로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데이터다. 정보통신 업종 내의 연령별 고용 현황을 들여다보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정보통신업에 종사하는 29세 이하 청년 피보험자 비율은 2022년 말을 기점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멈추고 급격하게 꺾여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취업 준비생들의 체감 온도가 아니라, 이미 노동 시장에 진입해 사회보험 울타리 안에 있던 청년층의 유입 자체가 완전히 차단되었음을 보여준다.여기서도 강력한 대조군이 나타난다. 바로 제조업에 종사하는 29세 이하 청년들의 지표다. 같은 기간 제조업 청년 고용은 큰 부침 없이 일정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만약 29세 이하 청년 세대 전체가 경기 불황 탓에 다 같이 힘든 것이라면, 왜 제조업은 신입 채용과 고용이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오직 정보통신업만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가?"
더욱 결정적인 사실은 연령별 채용률의 극단적 분화다. 거시경제적 불황이 원인이라면 전 연령대의 채용 문풍지가 함께 닫혀야 마땅하다. 하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29세 이하의 신규 진입만 바닥을 칠 뿐, 30대 이상, 심지어 50대 이상의 고용과 채용률은 계속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불황이라서 사람을 안 뽑는 게 아니다. 기업들은 사람을 여전히 뽑고 있지만, 단지 '20대 신입'만을 골라내어 문전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불확실한 시장 상황 속에서 신입을 받아 가르치기보다, 실무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검증된 기성 인력을 AI와 결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노선을 굳혔음을 방증한다.
요구 경력 연수의 수직 상승과 경력직 선호 현상
취재팀이 1,800여 건의 세부 직무를 생성형 AI 노출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태깅하여 분석한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 즉 문서 작성, 데이터 정제, 기초 코딩, 고객 응대 등 텍스트와 규칙 기반의 지식 작업을 주로 수행하는 직무일수록 ChatGPT 등장 이후 기업이 채용 공고에 명시하는 '최소 요구 경력 기간'이 정확하게 비례하여 증가했다."AI 때문에 얼마나 사람들의 고용이 줄어들었느냐, 너무나 직관적으로 ChatGPT의 등장 이후 점점 요구하는 경력 기간이 비례해서 증가하는 걸 보실 수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데이터를 추출한 전문가의 이 한마디는 오늘날 청년 구직자들이 마주한 거대한 절벽의 실체를 압축한다. 과거에는 1~2년 차 주니어나 전공 지식을 갖춘 신입을 뽑아 사내 OJT(직무 교육)를 통해 육성하던 자리들이 이제는 모조리 "유관 경력 최소 3년~5년 이상자"를 요구하는 공고로 둔갑했다.
"AI의 노출도가 높은 직군일수록 점점 요구하는 경력 기간이 아주 그대로 비례해서 증가하는 거를 지금 보실 수가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도제식으로 신입을 키울 여유도, 의지도 없다. 주니어 사원이 몇날 며칠을 끙끙대며 작성하던 기초 기획안이나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는 이미 챗GPT가 단 몇 초 만에 쏟아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AI가 뱉어낸 결과물을 검수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숙련된 시니어만 몇 명 있으면 충분하다. 결국 AI는 고용의 양적 감소를 초래함과 동시에, 신입 채용의 사다리 자체를 걷어차 버리는 질적 진입 장벽을 공고히 쌓아 올리고 있다.
🔥 사다리가 끊어진 청년 노동 시장
신입을 뽑지 않으면서 모두가 3년 차, 5년 차 경력직만 원한다면 청년들은 도대체 어디서 그 첫 경력을 쌓아야 하는가? 기업들이 신입 육성 비용을 AI 구독료로 대체하면서, 사회적 재생산의 사다리가 완전히 끊어졌다.
이는 기업의 단기적 비용 절감이 국가적 차원의 청년 인재 파멸로 이어지는 잔인한 모순이다.
무료 AI의 착시와 세대별·직급별 위기감의 간극
전국 1,700명 여론조사로 드러난 '8% 유료 사용자'의 진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의 다수는 이러한 AI 발 고용 충격의 심각성을 즉각 체감하지 못하는 것일까? 많은 직장인과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아직 AI가 그 정도는 아니다", "심심이보다 조금 똑똑한 챗봇 서비스 수준 아니냐"라며 콧방귀를 뀐다. 이 기이한 인식의 간극을 해명하기 위해 전국 1,700명을 대상으로 연령, 성별, 지역 비율을 정밀하게 안배한 대표성 있는 설문조사를 단행했다.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약 절반에 달하는 46%가 "AI를 자주 쓰고 있다"고 답해 외형적으로는 AI 활용도가 매우 높아 보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매월 20~30달러의 비용을 지불하며 최신 모델을 활용하는 '유료 구독자'의 비율은 고작 8%에 불과했다. 즉, 대한민국 인구 100명 중 단 8명만이 OpenAI의 챗GPT 플래그십 모델이나 앤트로픽의 클로드, 구글의 제미나이 최상위 티어 모델을 실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AI를 써봤냐, 어디까지 경험해봤냐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나는 거죠." 바로 이 지점에서 엄청난 인식의 착시가 발생한다. 8%의 유료 사용자에게 AI는 이미 주니어 기획자나 프로그래머 여러 명 몫을 너끈히 해치우는 무시무시한 생산성 괴물이지만, 나머지 38%의 무료 사용자와 AI를 전혀 쓰지 않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AI는 그저 엉뚱한 대답이나 내놓는 신기한 장난감일 뿐이다. 실제로 "생성형 AI는 인간보다 더 정확하다", "일반적인 사무직보다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한 응답을 분석해 보면 매우 흥미로운 'U자형 곡선'이 나타났다. 놀랍게도 무료 저성능 AI를 써본 집단은 AI를 아예 경험해보지 않은 통제군 집단보다도 AI의 성능을 더 낮게 평가했다. 어설픈 무료 버전을 잠깐 써보고는 "에이, 인간보다 한참 못하네"라며 기술의 파괴력을 지독하게 과소평가하게 된 것이다.
직장 경력에 따른 체감 위협의 역설과 U자형 맹점
더욱 서늘한 대목은 직업별 임금 변화 예상과 경력 연수에 따른 위기감의 분포다. 의료 및 보건 종사자(의사, 약사), 법률 및 금융 전문가(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IT 및 소프트웨어 개발자, 제조업 엔지니어, 대학 교수 및 연구원, 경영 관리직, 일반 사무직, 공무원·교사,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 기능 및 생산직, 식품 종사자, 농림어업 종사자 등 12개 주요 직군을 망라해 5점 척도로 AI 시대의 임금 전망을 조사했다.그 결과, 아무런 AI 예제를 보지 않은 집단과 무료 저성능 AI를 사용해 본 집단은 직장 경력이 길어질수록 "내 일자리는 안전하다", "내 임금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안도감을 표출했다. 소위 산전수전 다 겪은 고연차 부장님들이 무료 AI의 어설픈 문장력을 보며 "역시 인간의 깊은 연륜과 직관은 기계가 못 따라온다"고 자위한 셈이다.
그러나 고성능 유료 AI를 심도 있게 경험해 본 집단의 반응은 정반대로 폭발했다. 이들은 연차가 높고 경력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내가 지금까지 수십 년간 피땀 흘려 쌓아왔던 전문성과 노하우가 AI한테 단숨에 대체되겠구나"라는 극심한 실존적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신입이나 1~2년 차 주니어 시절에는 무료 AI와 유료 AI의 생산성 차이를 온전히 체감하지 못하지만, 복잡한 프로젝트를 조율하고 의사결정을 내려본 고숙련자일수록 최첨단 AI가 자신의 고유 영역을 얼마나 무섭게 침범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의 의사결정권자가 여전히 무료 AI의 착시에 갇혀 있는 사이, 현장의 노동 생태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 개인적인 생각: 8%만 알고 있는 침묵의 공포
주변의 많은 선배나 관리자들을 만나보면 여전히 "AI가 그래봤자 짜깁기 수준이지, 사람 손을 타야 한다"는 말을 태연하게 내뱉는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월 20달러짜리 최신 모델을 결제해 복잡한 재무 분석이나 코드 리팩토링, 영문 계약서 검토를 직접 시연해 보여주면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린다.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최첨단의 기술에 값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유료 AI 성능이 한 달 뒤, 두 달 뒤의 무료 AI 성능이 된다"는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침묵 속에 다가오는 거대한 쓰나미를 보지 못하고 방파제 위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꼴이다.
기술 격차가 낳을 사회적 불평등과 노동의 미래
유료 AI 구독 격차가 빚어내는 교육과 출발선의 양극화
이러한 AI 경험의 격차는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의 차이를 넘어, 극단적인 계급 불평등의 재생산으로 직결된다. 고액의 구독료를 손쉽게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있고, 이미 고도화된 상위 직무에 종사하며 첨단 도구를 일상적으로 다루는 계층은 기술의 파괴력을 매일같이 체감한다. 이들은 AI의 한계와 강점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이러다 내 밥그릇이 위험해지겠구나"라는 위기의식 속에 기민하게 대응 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다.반면, 생계에 쫓기거나 값비싼 유료 모델에 접근할 기회조차 없는 평범한 청년 구직자들은 어떠한가? 매달 수십 달러에서 수백 달러에 달하는 고성능 AI 구독료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결코 가벼운 금액이 아니다. 결국 이들은 성능이 제한된 무료 AI의 한계를 보며 "아직 대학에서 가르쳐주는 기초 지식만으로도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겠지"라는 치명적인 착각에 빠진 채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불평등이 더 심한 불평등을 더 낳는 겁니다." 똑같은 대학교, 똑같은 학과를 다니더라도 부모의 경제력에 힘입어 수백 달러짜리 AI 플러그인과 최신 엔지니어링 툴을 자유자재로 굴려본 학생과, 도서관에서 토익 책과 전공 서적만 붙들고 있는 학생의 생산성 격차는 이미 대학 졸업 시점에 몇 광년 수준으로 벌어진다. 출발선부터 기술 자본의 격차가 구조화되고, 이는 고스란히 양질의 일자리를 독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되기는커녕, 기술 구독권의 유무가 신분 세습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비극적인 현실이다.
'자동화'와 '보완' 사이의 길목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국내외 연구 보고서들을 종합해 보면, AI의 확산이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단순한 대량 실업이라는 일차원적 결론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처럼 현재 국내 일자리의 38.8%가 이미 기술적으로 업무의 70% 이상을 자동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2030년 이후에는 거의 모든 직종에서 직무의 90% 이상이 자동화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가능성이 곧바로 전면적인 일자리 소멸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의 투입 비용, 법제도적 규제, 그리고 사회적 수용성이 완충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실제로 골드만삭스나 OECD의 노동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도 지적하듯, 단기적으로 전면적인 해고 사태가 발생하기보다는 업무의 효율화와 생산성 증대가 동시에 일어나는 '인력 보완'의 양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혜택이 고숙련 전문직에게만 편향되어 돌아간다는 점이다. 숙련된 전문가는 AI를 날개 삼아 과거 수십 명이 하던 프로젝트를 홀로 처리하며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직의 밑바닥을 채워주던 초급 일자리는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린다.
이제 국가는 "신입 채용을 늘리라"는 실효성 없는 공허한 구호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달라진 고용 환경에 걸맞은 사회적 대타협과 제도적 안전망을 설계해야 한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패러다임을 과거의 단순한 직업훈련이나 단기 알바성 직접 일자리 창출에서 벗어나, 모든 청년들이 공평하게 첨단 기술 인프라에 접근하고 이를 다룰 수 있는 보편적 디지털 교육 바우처 및 생존 소득 안전망으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 기술의 진보가 소수의 자본과 숙련자에게만 부를 몰아주고 대다수 청년들의 진입로를 틀어막는 잔인한 디스토피아를 방치한다면, 그 사회의 미래 성장 동력은 영원히 멈춰 설 수밖에 없다.
❓ 자주 묻는 질문
Q. 기업들이 요즘 신입 사원을 잘 안 뽑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요?
경기 침체 영향도 일부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생성형 AI의 도입으로 인해 과거 신입사원들이 담당하던 문서 작성, 기초 코딩, 리서치 등 루틴 업무가 자동화되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신입을 채용해 교육하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는 대신, AI를 능숙하게 활용해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 위주로 채용 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Q. 생성형 AI 도입이 실제 청년 취업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고용보험 피보험자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제조업 등 AI 노출도가 낮은 분야의 청년 고용은 유지된 반면 정보통신업의 29세 이하 청년 피보험자 수는 2022년 말부터 급격히 꺾였다. 반면 30대와 50대 이상의 채용률은 계속 상승하고 있어, AI 도입이 청년 신규 구직자들의 진입 문턱을 집중적으로 높이고 있음이 통계로 입증된다.
Q. 개발자 및 IT 직군 신입 채용 비중이 급감한 시기와 원인은 무엇인가요?
채용공고 1,000만 건 분석 결과 개발자 신입 채용 비중은 2022년 37.1%에서 2024년 26.8%로 급락했다. 이는 2022년 말 ChatGPT 등 고성능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보일러플레이트 코드 작성 등 기초 프로그래밍 업무가 자동화되어, 기업들이 주니어 개발자를 육성할 유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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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껏 "청년들이 눈을 낮추지 않는다"거나 "대학 교육이 현장과 괴리되어 있다"는 식의 게으른 진단으로 청년 실업 문제를 왜곡해 왔다. 그러나 1,000만 건의 채용 공고와 고용 통계가 가리키는 현실은 너무나 참혹하다.
문을 걸어 잠근 것은 청년들이 아니라, AI를 방패 삼아 신입 육성의 사회적 책임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기업과 기성 사회의 시스템이다.
경력직만 뽑는 사회에서 신입은 도대체 어디서 첫 발을 떼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국가는 청년들에게 침묵을 강요할 자격이 없다.
생성형 AI라는 거대한 기술 혁명의 파고가 모든 청년의 미래를 집어삼키기 전에, 노동과 분배의 룰을 근본부터 다시 써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과연 우리는 기술이 인간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이 기괴한 질주를 멈춰 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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