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청문회 윤건영 질의에 진땀… 결재 사실 결국 실토

인사청문회 생중계를 지켜보는 내내 가슴 한구석이 턱 막혀오는 답답함을 지울 수 없었다.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 자리에 오른 김지용 후보자를 둘러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는 그야말로 지난 검찰 권력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한 편의 서글픈 기록화였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을 해체하기 위해 출범한 중수청의 초대 수장이 되겠다는 인물이, 과거 정치검찰의 가장 부끄러운 과오들 한가운데 서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크나큰 모순처럼 다가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송곳 같은 기습 질문에 흔들리던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의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불과 몇 해 전 자신이 결재 라인에 서서 처리했던 핵심 사건을 두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발을 빼려다 끝내 "사실 결재했다"고 실토하는 장면에서는 헛웃음마저 터져 나왔다.

우리가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혹한을 견디며 외쳤던 검찰 개혁의 결과물이 고작 이런 비겁한 침묵과 책임 회피를 마주하기 위함이었을까 씁쓸한 자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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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과 말바꾸기 사이, 독직폭행 결재의 민낯

"결재했을 개연성"에서 "사실 결재했다"로 번복된 말

청문회장에서 윤건영 의원이 던진 첫 번째 직구는 이른바 정진웅 전 부장검사의 독직폭행 기소 사건이었다.
당시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기소 지휘라인의 핵심에 앉아 있었던 김지용 후보자는 결재 여부를 묻는 질의에 믿기 힘든 태도로 일관했다.
처음에는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결재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더니, "저도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법무부와 검찰에 관련 공판 카드 등을 확인 중"이라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에 급급했다.

이에 윤건영 의원이 "십수 년 된 사건도 아니고 불과 몇 해 전 사건인데 결재 사실 자체를 기억 안 난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며 거세게 몰아붙이자, 김 후보자는 그제야 꼬리를 내리며 "결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을 바꿨다.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채널A 사건과 연관된 중대 사건을, 지휘라인에 있던 고위 검사가 결재했는지조차 가물가물했다는 말을 대체 어느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는가.
이는 단순한 기억의 착오가 아니라, 자신에게 쏟아질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든 피해 가려 했던 비겁한 계산의 흔적일 뿐이다.

결국 불리하면 기억을 지우고, 압박이 들어오면 마지못해 시인하는 전형적인 엘리트 검사의 처세술이 고스란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자신이 행사한 공권력의 무게를 알면서도 정작 인사청문회 칼날 앞에서는 개연성이라는 애매한 단어 뒤로 숨어버리는 태도에서, 중수청이라는 거대한 사법 기구를 이끌어갈 자격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책임을 질 줄 모르는 권력자만큼 시민에게 위험한 존재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다시금 뼈아프게 와닿았다.

명정식 감찰부장의 불기소 의견을 뭉갠 내부 저항

사건의 본질을 파고들면 당시 검찰 내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당시 서울고검 명정식 감찰부장은 법리와 증거관계를 꼼꼼히 검토한 뒤 독직폭행 혐의에 대해 명확한 '불기소 처분' 의견을 개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 차장검사였던 김지용 후보자를 비롯한 지휘라인은 이에 강력히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끝끝내 기소를 밀어붙였다.
감찰부서의 정당한 법적 판단을 짓밟고 무리한 기소로 이어진 과정은 조직적인 외압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어떻게 보면 둘 다 말이 맞다고 볼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대며, 당시 감찰부장의 의견은 기소 여부의 문제였고 자신들은 기소하면 무죄가 난다고 판단했다는 황당한 부연 설명을 내놓았다.
기소하면 무죄가 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기소를 강행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불기소 의견이 옳았다는 뜻인가.
윤건영 의원이 즉각 "정말 궤변입니다. 중수청장은 국민 앞에 당당해야 되고 누구보다도 엄정하게 권력을 행사해야 됩니다"라고 쏘아붙인 것은 지극히 온당한 일갈이었다.

내부의 합리적인 제동 장치였던 감찰부장의 불기소 보고서를 뭉개버리고 무리수를 둔 대가는 결국 정진웅 전 부장검사의 대법원 최종 무죄 판결로 귀결되었다.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그 기소가 얼마나 억지스럽고 정치적이었는지가 만천하에 증명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둘 다 맞다"는 식의 양비론 뒤에 숨어 자기 합리화를 시도하는 모습은 깊은 환멸을 자아낸다.

🔥 기소 편의주의가 남긴 참담한 흔적

기소권을 손에 쥔 검사가 법과 원칙 대신 조직의 정무적 판단을 앞세울 때 어떤 비극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뼈저리게 목격해 왔다.

결재 서명 하나에 누군가의 인생과 공직 생명이 짓밟히는 동안, 그 결재판을 넘긴 자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웃어넘기고 있다.

불의 앞의 침묵, 대검 진상조사단과 조직 이기주의

요구가 없어 안 냈다는 무책임한 진상조사 협조

독직폭행 기소 사건 직후 대검 감찰부가 진상조사에 착수했을 당시의 행적 역시 김지용 후보자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윤건영 의원은 후보자가 기소에 반대 의견을 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대검 진상조사단에는 그 반대 의사를 입증할 자료를 제출했는지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기소 과정의 부당함을 알고 반대했던 소신 있는 검사라면, 감찰 조사가 시작되었을 때 당연히 자신의 반대 의견서와 관련 근거를 제출해 진실을 밝혔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협조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자료 제출에 대해서는 "반대했다는 근거 자료를 내려면 당연히 냈을 것인데, 그때 그러한 요구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발을 뺐다.
요구가 없어서 침묵했다는 그의 답변은, 검찰 조직 내부의 불의와 부당한 권력 행사 앞에서는 철저히 눈을 감고 순응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조직의 심기를 거스를 일에는 '요구가 없었다'는 핑계로 입을 닫아버리는 전형적인 복지부동의 태도다.

윤건영 의원이 "대검에서 감찰하는데 불의를 못 본 척하고 지나간 겁니다. 당당하게 이야기하셔야죠, 왜 벙어리가 됩니까?"라고 질타한 대목은 많은 국민들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했다.
수사기관의 수장이 되려는 자가 거대한 부정의를 목격하고도 요구가 없었다는 이유로 침묵했다면, 향후 살아있는 권력이나 거악을 척결할 때 과연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그것은 중립이 아니라 비겁함이며, 절제가 아니라 공모에 가깝다.

한동훈 비호 카르텔이라는 지울 수 없는 그림자

이 사건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민들의 뇌리에는 결국 '한동훈 지키기'라는 짙은 카르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채널A 사건 압수수색 과정에서 불거진 몸싸움을 굳이 독직폭행이라는 무거운 죄목으로 엮어 기소한 것은, 당시 검찰 요직을 장악하고 있던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실세 한동훈을 비호하기 위한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정치검찰이 한 몸처럼 뭉쳐 특정 인물을 방어하고, 그 과정에서 정상적인 수사를 진행하던 일선 검사를 탄압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던 이유다.

청문회 질의 과정에서도 이 대목은 집중적으로 부각되었다.
무리한 기소 강행을 통해 한동훈을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수사의 칼날을 무력화하려 했던 일련의 과정에 김 후보자가 결재권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치명적인 결격 사유다.
검찰이라는 조직이 동료이자 실세를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법과 제도를 자의적으로 악용하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에 그가 깊숙이 연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후보자는 행안부의 해명을 빌려 "기소에는 반대했다"거나 "휴대전화 압수 환부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선을 긋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차장검사라는 고위 직책에서 결재를 완료해 놓고 이제 와서 마음속으로는 반대했다는 내심의 의사만을 내세우는 것은 공직자의 책임 윤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공문서에 찍힌 직인과 결재 서명이 갖는 법적 책임을 한낱 개인적 소회로 뭉갤 수는 없는 노릇이다.

📊 독직폭행 기소 사건의 진실

한동훈 비호 의혹을 낳았던 정진웅 전 부장검사 독직폭행 사건은 1심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2심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되었다.

무리한 정치적 기소였음이 사법부 판단으로 입증되었음에도, 당시 결재 라인에 있던 이들은 아무런 사과나 반성 없이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김학의 출국금지와 선택적 정의의 잣대

이광철 기소 관여와 공소장 속 윤대진의 존재

김지용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독직폭행 사건에 그치지 않고, 별장 성접대 의혹의 당사자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 출국금지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검찰은 과거사 진상 규명을 위해 야간에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던 차규근 전 출입국관리본부장과 이규원 검사를 전격 기소하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에 정면으로 저항했다.
이후 대검 형사부장으로 부임한 김 후보자는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기소 처분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윤건영 의원은 당시 공소장에 적시된 중대한 사실관계를 파고들었다.
공소장에는 이른바 '소윤'으로 불리던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조국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김학의의 출국을 막아야 한다고 언급한 정황이 버젓이 기재되어 있었다.
만약 출국금지 과정이 범죄라면 전화를 걸어 사태를 촉발하고 논의했던 윤대진 역시 당연히 엄정한 수사와 기소의 대상이 되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형사부장이었던 김 후보자는 공소장의 범죄 사실을 확인했으면서도 윤대진에 대해서는 "범죄가 성립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가볍게 치부해 버렸다.
같은 사안을 두고 정권 인사였던 이광철 비서관은 법정에 세우면서, 검찰 내부의 핵심 요직이었던 윤대진에게는 너그러운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검찰 특유의 선택적 수사이자 제 식구 감싸기의 전형적인 민낯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법원 무죄로 입증된 무리한 표적 기소의 상처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의 결말 역시 사필귀정이었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청문회에서 강하게 짚었듯, 차규근과 이규원 검사 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으며 파국을 맞이했다.
온 사회를 경악하게 만들었던 성범죄 혐의자가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뤄진 긴급 조치를, 정권 타격용 표적 기소로 엮어 5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당사자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검찰의 횡포가 사법적으로 단죄된 것이다.

정춘생 의원이 "조작 기소, 무리한 기소에 의해 5년간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에게 사과하십시오"라고 직격하자, 김 후보자는 "저에게 일부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사과드릴 용의가 충분히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사과가 얼마나 진정성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 사람의 공직자와 법률가들이 무도한 기소권 남용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재판정에 불려 다니는 동안, 그 칼을 쥐고 휘둘렀던 검찰 간부는 승승장구를 거듭해 마침내 새로운 사법 기구의 수장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윤석열 씨가 검찰총장 직에서 파면당하고 급기야 헌정사 초유의 내란 혐의로 탄핵되어 지금 차디찬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이 시점에도, 그 시절 검찰 권력이 자행했던 과오들은 여전히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채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정춘생 의원의 지적대로, 김 후보자 역시 검찰 흑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 장식했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역사의 물줄기를 거꾸로 돌리려 했던 표적 기소에 가담했던 인물이 어떻게 새로운 개혁 기구의 도덕적 정당성을 세울 수 있단 말인가.

💡 청문회 핵심 쟁점 한눈에 보기

  • 기억 번복의 민낯: 정진웅 독직폭행 결재 여부에 대해 "개연성" 운운하다 윤건영 의원의 질타 끝에 결재 사실 실토.
  • 내부 제동 무력화: 명정식 감찰부장의 불기소 처분 의견을 묵살하고 한동훈 비호 기소를 강행한 지휘라인 책임.
  • 선택적 잣대: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에서 이광철은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적시된 윤대진에 대해서는 불입건 면죄부 부여.
  • 무리한 기소의 파산: 독직폭행 사건과 김학의 출금 사건 모두 사법부에서 대법원 무죄로 최종 결론.

검수완박과 중수청 출범, 개혁의 시험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시대적 과제

중대범죄수사청의 탄생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검찰이 독점해 온 무소불위의 권력을 정상화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물이다.
검찰청법 폐지와 공소청 설치, 그리고 행정안전부 소속의 중수청 신설로 이어지는 사법개혁 법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한 기관이 직접 수사를 개시하고, 영장을 청구하고, 기소까지 독점함으로써 발생하는 무제한의 권력 남용과 표적 수사, 별건 수사의 악순환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국민적 명령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안타까운 서거를 지켜보아야 했던 30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의 집요한 개혁 저항을 온몸으로 목격했던 세대로서 중수청 출범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역사적 과제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사법 정의가 더 이상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지 않도록 만드는 불가역적인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등 국가의 명운을 흔드는 중대범죄를 전담 수사하게 될 중수청은 그 어떤 국가기관보다도 높은 독립성과 도덕적 순결성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행안부 설명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과거 이른바 검수완박 국면에서 수사 공백을 핑계로 우려를 표명했고,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직무정지와 징계 청구에 반대하는 집단 성명에도 버젓이 이름을 올렸다.
제도 자체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불신하고 반대 성명서에 서명했던 인물이 이제 와서 중수청을 이끌겠다며 "검찰 개혁의 취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역설을 넘어 기만에 가깝게 느껴진다.
자리와 권력에 따라 신념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관료적 유연함이 개혁의 동력이 될 수는 없다.

윤석열 검찰 흑역사 청산과 중수청장의 엄중한 자격

청문회장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후보자의 자격을 엄격하게 검증하는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되었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권의 집안싸움"이라며 비아냥거렸지만, 이는 집안싸움이 아니라 권력의 타성을 경계하는 건강한 자정 작용으로 보아야 한다.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검찰 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있는 만큼, 초대 중수청장의 도덕성과 역사관은 그 누구보다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정치검사 1호를 꼽아보라"고 채근했을 때, 김 후보자는 마지못해 윤석열 씨를 꼽았고 한동훈의 이름이 거론되자 "부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말끝을 흐렸다.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수괴이자 비리의 몸통이었던 자들을 향해 여전히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 태도는 그가 여전히 검찰 조직의 침묵 카르텔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방증한다.
윤석열 씨가 불법적인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를 획책하다 탄핵되어 교도소에 갇혀 있는 지금, 우리는 검찰 권력의 사유화가 국가를 얼마나 파멸적인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 똑똑히 목도했다.

그 뼈아픈 역사를 청산하고 새 시대를 열어야 할 중수청장 자리에, 과거의 과오를 은폐하고 불의 앞에서 요구가 없었다며 입을 닫았던 인물을 앉힐 수는 없다.
국민이 원하는 수장의 모습은 조직의 눈치를 보며 알리바이를 만드는 관료가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통렬히 끊어내고 권력 앞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결기 있는 인물이다.
김 후보자가 보여준 모호한 태도와 기억의 선택적 복원은 그가 과연 새 시대를 이끌 선장이 될 자격이 있는지 무거운 물음표를 던지게 만든다.

💭 기록을 돌아보며 남는 생각

취업과 내 집 마련, 치솟는 물가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사법 정의는 멀리 있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내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아주 기본적인 믿음에 관한 문제다.

그러나 청문회에 선 후보자의 답변 태도는 그 소박한 믿음을 배신하고 있었다. 십수 년 전 일도 아닌 불과 몇 해 전의 중요한 결재 기록조차 불리하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둘러대는 사람에게 국가의 중대범죄 수사권을 통째로 맡길 수 있을까.

검찰 개혁은 단순히 간판을 바꾸고 청사를 새로 짓는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그 기구의 수장에 어떤 철학과 도덕성을 가진 사람을 앉히느냐가 개혁의 성패를 가른다.

불의를 보고도 '요구가 없어서 침묵했다'는 비겁한 변명을 우리는 언제까지 너그럽게 보아 넘겨야 하는가. 이제는 사법 권력의 꼭대기에 선 자들의 당당한 책임 윤리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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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김지용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우리 사법 체계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웅변해 준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말바꾸기와 궤변, 그리고 불리한 진실 앞에서의 영혼 없는 침묵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검찰의 독점적 권력을 해체하고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진정한 시민의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 출발점에 서는 자의 발걸음부터 한 치의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과거의 흑역사를 얼버무린 채 출범하는 개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위정자들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억을 잃었다던 결재판 위에 새겨진 이름 석 자는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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