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구청장 지정권 통과, 내 집 앞 부동산에 미칠 영향은?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추진되는 재개발 구청장 지정권 이양 안건은 3만 제곱미터 이하 중소규모 사업지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서울시장에서 25개 자치구청장에게 넘겨 사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결단이다.

결론부터 명확히 짚자면, 이 제도가 시행되면 막연히 수년을 대기하던 소규모 정비사업 후보지들이 6개월에서 1년 안팎으로 구역 지정을 받아내는 길이 열리지만, 반대로 섣부른 구역 쪼개기와 자치구의 역량 부족으로 인한 난개발 위험이라는 치명적인 함정도 공존한다.

내 집 앞 골목길과 낡은 빌라촌이 하루아침에 천지개벽할 기회를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도전이라는 화려한 구호 이면에는 서울시와 자치구, 그리고 정비사업 현장 조합원들 간의 첨예한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이 단순한 시장 문제를 넘어 국가적인 위기로 치닫는 오늘날, 이 거대한 권한 이동이 과연 서민 주거 안정의 마중물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기획 부동산의 먹잇감으로 전락할지 냉정하게 뜯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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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해보면

  • 서울시 25개 자치구 구청장 협의회가 3만㎡ 이하(약 800세대 미만)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로 넘기는 재개발 구청장 지정권 안건을 가결했다.
  • 사업 절차가 구청 단일 창구로 일원화되어 지정 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으나,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용 쪼개기와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부작용이 크다.
  • 소규모 정비사업은 고비용·저수익 구조를 띠므로, 입지와 조망권이 확실한 내실 있는 핵심지만이 살아남는다.

서울 정비사업의 지각변동, 구청장의 손으로 넘어간 칼자루

3만 제곱미터 이하 구역의 재개발 구청장 지정권 추진 배경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재개발 구청장 지정권 안건이 서울시구청장협의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의 날벼락과도 같은 충격을 안겼다.
현재 서울 시내 모든 재개발과 재건축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은 서울시장이 독점하고 있으며, 이는 도시 전체의 마스터플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택 공급 부족 사태가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나라의 운명이 달렸다"며 과감한 공급 대책을 연일 주문하고 나섰다.
이러한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정부와 국회, 서울시 모두가 모아타운이나 신속통합기획 등을 통해 인허가 기간을 압축하는 '속도전'에 사활을 걸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25개 구청장이 뜻을 모아 의결한 사안은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해 3만 제곱미터 이하, 세대수로 따지면 약 800세대 이하의 중소규모 구역 지정권을 자치구청장에게 전면 이양해 달라는 요구다.
표면적으로는 서울시의 복잡한 심의 절차를 건너뛰어 주민들의 숙원인 소규모 재개발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여러분들, 지금 재개발 관심 있는 분들은 잘 들어보세요. 엄청난 사건 하나가 터졌습니다."라는 정비업계 관계자들의 격앙된 외침이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다.
막연히 세월을 낚으며 몇 년씩 걸리던 구역 지정 절차가 자치구의 결단에 따라 단 6개월이나 1년 만에 끝날 수도 있는 판이 깔린 셈이다.

하지만 권한이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견제 장치의 실종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앙 권력이 지방 분권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뒤에 숨어 자치구의 개발 욕망을 부추길 때, 그 결과가 과연 서민을 위한 질 좋은 주택으로 돌아올지는 의문이다.
국토교통부 검토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시행령 개정 절차를 밟게 된다면,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의 강력한 공급 드라이브와 맞물려 실현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구청장들이 이 강력한 칼자루를 쥐려는 진짜 목적은 지역 민원을 신속하게 털어내고, 재개발의 주도권을 직접 통제해 차기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정치적 셈법과 닿아 있다.

동작구발 TF와 16개 자치구의 연대, 현실화되는 이양 작업

이 거대한 권한 이양의 파도는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자치구들의 치밀한 물밑 작업 끝에 수면 위로 드러났다.
동작구가 앞장서서 구성한 '정비구역 지정 권한 이양 자치구 태스크포스(TF)'는 강북, 강동, 강서, 구로, 금천, 노원, 서대문, 서초, 성동, 성북, 용산, 은평, 중구, 중랑구 등 서울 시내 15개에서 16개에 달하는 자치구 실무진을 규합해 2차에 걸친 릴레이 회의를 이어갔다.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도출해 낸 합의안은 당초 정부와 여당이 논의하던 '500가구 미만'이라는 가구수 기준을 걷어치우고, 객관적인 면적인 '3만 제곱미터 이하'로 법령을 개정하자는 안이었다.
가구 수는 사업시행인가나 설계 변경 과정에서 언제든 고무줄처럼 변할 수 있으니 면적으로 딱 잘라 자치구의 재량권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여기에 더해 자치구들은 정비계획의 '경미한 변경' 범위를 기존 10% 미만에서 20% 미만으로 두 배나 늘려달라는 파격적인 요구안을 구청장협의회에 올렸다.
정비구역 면적과 정비기반시설 규모는 물론, 건폐율과 용적률까지 20% 안에서는 서울시의 간섭 없이 구청장이 알아서 주무르겠다는 뜻이다.
심지어 공공시설 건축물의 용도나 규모 변경까지 경미한 변경 항목에 쑤셔 넣음으로써, 자치구 현장의 민원에 따라 도시계획을 손쉽게 뜯어고칠 수 있는 길을 열어젖혔다.
일선 구청의 입장에서는 서울시라는 거대한 시어머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 내 집 앞 마당을 내 마음대로 뜯어고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16개 자치구의 일사불란한 연대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방자치라는 미명 아래 서울이라는 단일 생활권의 도시계획이 25개 자치구별로 갈가리 찢어질 위험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속도전을 끌어올리겠다라고 한마디로 경쟁적으로 지금 이걸 하고 있어요."라는 평가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권한을 가져오겠다는 자치구 실무진들의 열망은 뜨겁지만, 그 권한을 제대로 감당할 시스템과 전문 인력이 갖춰져 있는지는 누구도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속도전이라는 달콤한 유혹과 소규모 재개발의 양날의 검

구청장 지정권이 가져올 네 가지 장점과 행정 간소화

행정적인 효율성 측면만 냉정하게 떼어놓고 본다면 재개발 구청장 지정권 이양은 분명 매력적인 구석이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장점은 소규모 재개발의 폭발적인 활성화다.
선출직 공직자인 구청장에게 관내 노후 주거지의 정비사업 성과는 곧 다음 지방선거를 좌우할 핵심 성적표가 된다.
"앞으로 구청장들이 권한을 갖게 되면 결국엔 재개발 성과가 본인들의 성적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성과로 치적을 쌓을 수밖에 없겠죠."라는 지적처럼, 구청장들은 재임 기간 내에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다.

둘째는 지긋지긋한 행정 핑퐁 게임의 종결이다.
지금의 서울시 재개발 구조는 구청에서 주민 입안 제안을 검토해 서울시로 올리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나 심의 부서가 퇴짜를 놓거나 보완을 요구해 다시 구청으로 내려보내는 구조다.
서류 하나가 서울시와 구청 사이를 오가는 데만 기본 6주 이상이 허비되는데, 이 짓을 7~8단계의 인허가 관문마다 서너 번씩 반복하다 보면 2~3년은 우습게 날아간다.
하지만 지정 절차가 구청에서 시작해 구청장의 직인 하나로 끝난다면 이러한 불필요한 공회전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사업 속도는 일사천리로 붙게 된다.

셋째는 지리적 특성을 꿰뚫고 있는 자치구만의 초밀착 맞춤형 도시계획이다.
시청의 고위 관료들은 특정 동네의 막다른 골목이나 소방차 진입 불가 구역, 인근 공원과 주차장의 결핍 상태를 서류와 도면으로만 파악한다.
반면 관내 구석구석을 샅샅이 파악하고 있는 구청 실무진은 어느 골목을 넓혀야 하고 어디에 도로를 뚫어야 하는지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다.
따라서 거시적인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정밀 타격식 정비계획을 짜는 데는 구청이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 짚고 넘어가야 할 권한 남용의 함정

구청장이 구역 지정권을 쥐게 되면 행정 속도는 빨라질지 몰라도,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른 '구역 쪼개기 난개발'과 극심한 주민 분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도시의 백년대계를 무시한 채 선거용 치적 쌓기에만 매몰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반시설 부족이라는 재앙으로 미래 세대에게 전가된다.

난개발과 쪼개기 우려, 5가지 아킬레스건의 경고

그러나 장점이 명확한 만큼, 이 제도가 품고 있는 5가지 구조적 결함은 섬뜩할 정도로 위험하다.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바로 인위적인 '구역 쪼개기'다.
예컨대 5만 제곱미터 규모로 묶어서 하나의 온전한 대단지로 개발해야 학교나 넓은 도로, 대형 공원 같은 필수 인프라가 들어설 수 있는 노후 주거지가 있다고 치자.
구청은 서울시의 까다로운 간섭을 피하고 자기 임기 내에 사업을 빠르게 성사시키기 위해 이 땅을 2만 제곱미터와 3만 제곱미터짜리 소규모 구역 두 개로 억지로 쪼갤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게 여러분들 무서운 거예요. 큰 것도 작은 걸로만 쪼갤 수 있는 게 아니라 또 작은 거를 갖다가 크게도 만들 수 있다라는 거."라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둘째는 구청장 교체에 따른 사업의 연속성 단절이다.
지방선거를 통해 단체장이 바뀌거나 구청 내부의 담당 국·과장이 교체될 때마다 전임자의 치적 사업은 표적이 되어 표류하기 십상이다.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뉴타운이 해제되고 도시재생으로 급선회하며 수많은 정비구역이 피눈물을 흘렸던 역사가 이제는 25개 구청 단위로 잘게 쪼개져 무한 반복될 수 있다.
공격적인 성향의 구청장이 밀어붙이다가 법적 하자로 소송에 휘말려 사업이 수년간 멈춰 서거나, 반대로 보존을 중시하는 구청장이 들어서면 이미 시작된 소규모 재개발조차 인허가를 차일피일 미루며 고사시키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셋째와 넷째는 전문 인력의 절대적 결핍과 주민 간의 극심한 이해관계 충돌이다.
소규모라 속도가 빠를 것 같지만, 실무를 다뤄본 적 없는 구청 공무원들이 복잡한 도시정비법의 법리적 쟁점을 처리하지 못해 오히려 거대한 병목 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3만 제곱미터라는 인위적인 선을 긋는 과정에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구역에 포함된 쪽과 제외된 쪽 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살인적인 수준으로 치닫게 된다.
구청은 주민들과 너무 밀접하게 붙어 있어 표를 쥔 주민들의 악성 민원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소송전과 사업 좌초라는 최악의 결말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서울시의 거센 반발과 현장이 폭로하는 진짜 병목 현상

서울시의 반격, 9개 인허가 권한 중 시의 몫은 단 2개뿐이다

자치구들의 이러한 권한 이양 요구에 대해 서울시는 즉각 거센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정면충돌에 나섰다.
서울시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김동구 건축기획관은 공식 브리핑을 열고 자치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울시의 입장은 명확하다. 정비사업 전체 9개 인허가 권한 중에서 추진위원회 승인,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 핵심적인 7개 권한은 이미 자치구청장이 틀어쥐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행사하는 권한은 기껏해야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와 사업시행을 위한 통합심의 딱 2개에 불과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기간에 대한 데이터다.
정비사업이 첫 삽을 뜰 때까지 평균 12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리는데, 이 중 서울시가 관여하는 두 가지 심의에 소요되는 기간은 고작 4개월 안팎, 전체 사업 기간의 2.7%에 불과하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평균 처리기간은 84일, 가결률은 무려 90%에 달했다.
심지어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9개 분야 통합심의는 평균 32일 만에 일사천리로 처리되었고 가결률은 97%를 기록했다.
서울시가 심의를 붙잡고 늘어져서 사업이 늦어진다는 구청장들의 주장은 현상을 왜곡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항변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시의회 본회의에서 "정비사업 권한 자치구 이양은 실제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정치적 목적의 주장"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뉴타운처럼 구역이 넓어야 학교와 마트, 도로 같은 기반시설을 체계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데, 이를 500세대나 3만 제곱미터 이하로 쪼개놓으면 동네마다 인프라 과잉이나 결핍이 발생하는 기형적인 난개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광역 도시계획이라는 큰 틀의 컨트롤타워가 무너진 채 25개 자치구가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다면,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도로망은 회복 불가능한 누더기가 될 것이라는 경고다.

📊 숫자로 보면 드러나는 진실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500가구 미만 정비사업 193개소 중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 머물러 있는 곳은 단 31개소(16%)에 불과하다.

나머지 84%의 사업장은 이미 자치구의 인허가 절차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진짜 병목은 서울시가 아닌 구청 내부의 복지부동과 심의 역량 부족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치구의 전문성 부재와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의 호소

서울시의 반박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바로 일선 자치구의 행정 역량에 대한 폭로다.
서울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중 정비사업 도시계획위원회나 통합심의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전문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자치구가 무려 17곳에 달했다.
순환보직으로 돌아가는 구청 공무원 사회에서 도시계획 심의라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를 맡길 인적 인프라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법적 요건을 완벽하게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치구 단계에서 사업시행자 지정 승인을 수개월째 보류하거나, '갈등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쓸데없는 민관 합동 TF를 꾸려 시간을 질질 끄는 창신9·10구역 같은 사례가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목격된다.

이러한 현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는 현장의 정비사업 조합장들은 오히려 구청장에게 권한을 넘기는 것에 격렬히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 시내 약 65개 정비구역의 조합장과 추진위원장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서정연)는 서울시청 앞에서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고 권한 이양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신속통합기획 도입 이후 구역 지정 기간이 기존 5년에서 2년 안팎으로 대폭 단축되었는데, 실제 공사가 멈춰 서는 병목 현상은 추진위 승인과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등 구청이 틀어쥔 단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자치구마다 서로 다른 심의 기준과 주먹구구식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서울 안에서도 '어느 구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갈리는 극단적인 불공정이 발생한다.
구청장이 지역 토착 세력이나 특정 비대위의 입김에 흔들릴 경우, 조합 내부 분열은 더욱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장의 목소리는 명확하다. 행정 속도를 올리려면 알량한 지정 권한을 구청장에게 쥐여줄 것이 아니라, 공사비 갈등 중재와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유예, 용적률 완화 같은 실질적인 규제 완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극단적 양극화 시장, 프리미엄 10억을 가를 옥석 가리기

자양4동과 원효로1가의 교훈, 이미 오른 곳과 될 자리의 차이

제도적 격변과 정치적 공방 속에서도 투자자들의 시선은 냉정하게 돈의 흐름을 쫓고 있다.
재개발 시장에서 성공하는 투자의 공식은 언제나 단순하고 명료했다.
"재개발 투자는 이 둘 중 하나입니다. 된 곳에 P를 많이 주고 들어가든지, 안 그러면 될 자리 미리 보고서 P 없이 들어가는 투자입니다."라는 분석은 지금 같은 전환기에 더할 나위 없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미 정비구역으로 확정 고시되어 깃발을 꽂은 서울 도심의 핵심 사업장들은 이미 천문학적인 프리미엄이 붙어 진입 장벽이 너무나 높아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양역 바로 위쪽에 위치한 자양 4동 A구역이다.
이곳은 현재 방 두 개짜리 노후 빌라를 기준으로 초기 투자금 외에 붙어 있는 순수 웃돈, 즉 프리미엄만 무려 12억 원에서 14억 원 수준에 육박한다.
용산구의 핵심지로 꼽히는 원효로 1가 역세권 재개발 구역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의 프리미엄은 최소 6억 원에서 최대 10억 원 선을 가볍게 형성하고 있어 웬만한 서민이나 청년층은 쳐다보지도 못할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다.
이처럼 이미 소문이 다 나고 구역 지정이 완료된 곳은 안전하지만, 높은 금융 비용과 공사비 인상 리스크를 감안하면 기대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앞으로 펼쳐질 재개발 구청장 지정권 시대의 핵심 생존 전략은 '될 자리'를 선점하는 것이다.
지정 절차가 구청 단위로 압축되면서 구역 지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 프리미엄 없이 진입했다가, 구역 지정 직후 웃돈이 붙었을 때 털고 나오는 단기 출구 전략에 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여기서 절대 착각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될 자리에 미리 찾아 들어가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야, 그냥 묻지마식으로 뭐라도 잡으면 되겠지? 그거는 아닙니다."라는 일침을 뼈에 새겨야 한다.
소규모 재개발은 대단지 아파트에 비해 공사비 단가가 높고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태생적으로 저수익 구조라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 청파와 광진 구의동 모아타운, 영구 조망권이 만드는 차이

저수익 구조라는 소규모 재개발의 한계를 깨부수고 시세 차익 10억 원 이상을 안겨줄 수 있는 입지는 서울 안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척박한 구조를 뚫어낼 수 있는 내실 있는 핵심지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용산 청파 역세권과 광진구 구의동 일대의 모아타운 후보지들이다.
용산 청파 역세권의 경우 서울역 배후지이자 청파동과 후암동을 끼고 있는 최상급 입지로, 사업 구역 면적은 19,772㎡로 3만 제곱미터에 한참 못 미치는 아담한 크기다.
하지만 이곳은 역세권 고밀개발 혜택을 받아 용적률 400% 이상을 확보할 수 있어, 좁은 면적에서도 무려 700세대에 달하는 고효율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땅의 크기는 작아도 용적률을 극대화해 일반분양 수익을 끌어올림으로써 소규모 정비사업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전형적인 모델이다.

광진구 구의동 모아타운 구역 역시 22,427㎡ 규모로 3만 제곱미터 이하 요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면서 600세대 규모의 고밀 복합 개발이 점쳐지는 알짜배기 땅이다.
남쪽으로 건국대학교 캠퍼스가 넓게 자리 잡고 있어 영구적으로 높은 건물이 들어설 수 없으며, 강남까지 지하철 단 세 정거장이라는 압도적인 직주근접성을 자랑한다.
여기에 더해 한강이나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을 내려다보는 영구 조망권 라인을 끼고 있는 입지들은 소규모 단지의 디스카운트를 단숨에 프리미엄으로 뒤집어엎는다.
날씨가 맑은 날 여의도의 마천루가 한눈에 들어오고 도심과 강남 접근성을 동시에 쥐고 있는 희소한 입지는, 향후 신축으로 거듭났을 때 20억에서 30억 원대의 하방 지지선을 단단하게 형성한다.

결국 소규모 재개발 시장이 열릴수록 무차별적인 갭투자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될 뿐이다.
남들과 똑같은 빌라 숲에 들어가 지분 쪼개기 매물에 물려버리면 추가분담금 폭탄을 맞고 프리미엄 1억 원도 건지지 못할 위험이 태반이다.
구청장이 권한을 쥐든 서울시가 쥐든, 변하지 않는 부동산의 절대 법칙은 독보적인 입지와 대체 불가능한 조망권, 그리고 압도적인 용적률 인센티브를 뽑아낼 수 있는 사업성이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낡은 골목 중에서 이러한 고수익의 조건을 조용히 품고 있는 보석 같은 원석을 가려내는 안목만이 격변하는 시장에서 자산을 지키는 유일한 방패다.

💭 개인적인 생각

정치권과 행정이 공급 부족이라는 위기 앞에서 조급증에 걸린 듯 규제 완화 카드를 마구잡이로 꺼내 드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절차를 무시한 무분별한 속도전이 도시에 어떤 흉터를 남기는지 뼈아프게 목격해 왔다.

윤석열 씨 재임 시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방치하고 무리하게 띄워 올린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수많은 청년과 서민들이 전세 사기와 고금리의 늪에서 신음했다.

집값 폭등과 취업난을 온몸으로 겪어온 30대의 한 사람으로서, 주택 공급은 반드시 확대되어야 한다고 믿지만 그 방식이 '선거용 쪼개기 개발'이나 '토건 기득권의 배 불리기'여서는 결코 안 된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가 지향했던 국토 균형 발전과 문재인 정부가 지키려 했던 원주민의 주거권 및 절차적 민주주의의 가치는 결코 시대에 뒤떨어진 이상이 아니다.

25개 구청장들에게 칼자루를 넘겨 작은 구역들을 마구잡이로 지정하게 만든다면, 그 동네에 평생을 살아온 세입자와 고령의 원주민들은 턱없이 높은 추가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변두리로 쫓겨나게 될 것이다.

학교도 없고 공원도 없이 빌라를 헐고 우후죽순 들어선 나홀로 아파트들이 과연 우리가 꿈꾸는 서울의 미래 주거 형태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라는 미명 아래 안전핀을 뽑아 던지는 행정 폭주가 아니라, 공공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면서도 세밀하게 원주민을 보호하는 성숙한 도시계획이다.

정치인들의 반짝 치적을 위해 서울의 도시 구조 전체를 누더기로 만드는 도박은 여기서 멈춰야 마땅하다.

❓ 자주 묻는 질문

Q. 재개발 구청장 지정권 이양 안건이 무엇인가요?

서울시 25개 구청장협의회에서 통과된 안건으로, 현행 서울시장이 독점하고 있는 정비구역 지정 권한 중 3만㎡ 이하(약 800세대 미만) 중소규모 구역의 지정권을 자치구청장에게 이양하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하자는 요구다.

국토교통부 검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실제 시행 절차를 밟게 된다.

Q. 구청장에게 정비구역 지정권이 넘어가면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장점으로는 서울시와의 지루한 심의 줄다리기가 생략되어 6개월~1년 만에 지정이 완료될 정도로 속도가 빨라지고 지역 밀착형 맞춤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이 꼽힌다. 반면 단점으로는 구청장의 선거 치적용 구역 쪼개기 난개발, 자치구의 전문 인력 결핍으로 인한 인허가 병목, 단체장 교체 시 사업 연속성 단절 및 극심한 주민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

Q. 3만 제곱미터 이하 재개발 구역은 어떻게 바뀌나요?

기존에 수년씩 걸리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건너뛰고 구청 주도로 신속하게 구역 지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소규모 구역은 공사비가 높고 일반분양 수입이 적어 사업성이 취약하므로, 용적률 400% 이상을 받는 역세권 고밀개발지나 영구 조망권을 갖춘 알짜 입지가 아니면 높은 추가분담금으로 사업이 좌초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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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의 시급성을 빌미로 서울시의 거시적 도시계획 시스템을 허물고 자치구 단위의 각자도생을 유도하는 행태는 심각한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단기 프리미엄을 노릴 수 있는 기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내실 없는 묻지마식 쪼개기 구역에 발을 들였다가는 끝없는 공사비 증액과 조합 갈등의 수렁에 빠져 패가망신할 수 있다.

결국 권한이 누구에게 가든 도시의 본질적인 입지 가치와 원주민의 재정착률, 그리고 사업성의 건전성을 엄격하게 따져보는 자만이 이 혼돈의 재개발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누더기가 된 도시계획 위에 지어 올린 아파트가 과연 누구의 안식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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