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동부연합 이재명 관계의 진실, 성남에서 민주당까지 🧐

경기동부연합 이재명 관계의 본질은 이념적 일체감이 아니라, 선거 승리를 위해 손을 잡았던 철저한 정치적 실리 연대와 그 이후 이어진 치열한 조직적 역학관계에 있다.

지방자치의 변방이었던 성남에서 출발해 더불어민주당의 당권을 거머쥐고 종국에는 국정의 최고 정점에 오르기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 역정 곳곳에는 늘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이름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30대로서 취업난과 살인적인 집값, 치솟는 물가를 겪으며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뼈저리게 느껴온 나로서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세 대통령이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민주주의의 가치와 절차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어떻게 흔들리고 변주되었는지를 똑똑히 지켜보게 된다.

지금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윤석열 씨 재임 시절의 총체적 국정 파탄과 무능을 목도하면서 공정과 상식이라는 단어에 숱하게 배신당했던 우리에게, 이 오랜 인연의 궤적을 짚어보는 일은 단순한 과거 들추기가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가 어디에 서 있는지 확인하는 묵직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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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의 기묘한 질문과 2006년의 선회

15대 총선 신한국당 출마 고민설, 신상진이 밝힌 그날의 통화

시간을 1996년으로 되돌려보면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일화 하나가 등장한다.

훗날 성남시장을 지낸 신상진 전 의원이 지난 2022년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털어놓았던 회고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신상진은 성남 중원구 상대원동에서 의사로 일하며 진보 성향의 시민운동에 몸담고 있었고, 이재명은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며 성남시민모임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던 막역한 사이였다.

그런데 15대 총선을 코앞에 둔 어느 날, 이재명에게서 불쑥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보수 정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국회의원 후보로 총선에 출마하면 어떻겠냐"는 뜻밖의 타진이었다.

신상진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자신이 펄쩍 뛰며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고 증언했다.

그 시절 두 사람은 신한국당의 노동·복지 정책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며 거리에서 싸우던 운동권 인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어이가 없어진 신상진이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느냐고 묻자, 이재명은 "내가 법조계에 있던 김영선 변호사와 가까운데 그가 출마를 권유하더라"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그 김영선 변호사 맞다. 실제로 그녀는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신상진이 단호하게 반대 의사를 표하자, 이재명은 수긍하며 "나한테 처음 묻는 것이라고도 했다"면서 "예예" 하더니 "다른 데엔 얘기하지 마세요"라고 입단속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운동권 진영 내부에서 보수 여당의 공천을 고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야말로 정치적 매장을 당할 일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이 일화를 단순한 야당 인사의 네거티브 공세로만 치부해 넘기기에는 뒷맛이 꽤나 쓰다.

물론 신상진 본인 역시 훗날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지내며 의약분업 투쟁을 거쳐 한나라당으로 말을 갈아탄 인물이기에 도덕적 우위를 주장할 처지는 못 된다.

그러나 진보의 기치를 내걸고 활동하던 촉망받는 청년 변호사가 제도권 권력에 진입하기 위해서라면 보수 정당의 문이라도 두드릴 수 있었다는 이 사실은, 그의 출발점이 이념적 순결주의가 아니라 철저한 현실주의적 실리 추구에 닿아 있었음을 보여준다.

권력을 얻기 위한 경로가 과연 올바른가보다는 권력 그 자체를 쥐는 것이 먼저였다는 조급함이었을까.

시민사회의 순수한 열망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평범한 이들에게는 씁쓸한 기시감을 남기는 장면이다.

💡 요약해보면

  • 1996년 15대 총선 직전, 신한국당 출마를 고민하며 신상진에게 조언을 구했던 막전막후의 일화.
  • 김영선 전 의원의 권유와 함께 진보 진영 내부에서 보수 정당행을 저울질했던 초기 정치 궤적.
  • 이념적 지향점보다는 권력 획득이라는 현실적 목표를 우선시했던 냉혹한 정치적 실리주의의 단초.

2006년 블로그 선언, 노무현 정부를 향한 직격탄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 처음 출마하기 전 이재명이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남긴 글은 또 한 번 세간을 놀라게 했다.

그는 자신이 이제까지 습관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으나, 이제는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비교했을 때 그 어떤 차별성도 느낄 수 없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에 투표하겠다고 선언했다.

단순히 소수 정당을 지지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넘어,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참여정부를 향해 퍼부은 비판의 수위는 대단히 거칠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는 현실을 회피하고 정면 승부하지 않는 비겁한 정부"라며 날 선 공격을 주저하지 않았다.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 자가 우리 세대에게 어떤 의미인가.

지역주의의 벽을 깨부수기 위해 바보처럼 자신을 내던졌고, 기득권의 거센 저항 속에서도 원칙과 상식을 지키려 몸부림치다 끝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던 우리들의 아픈 손가락이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비겁한 정부'라는 낙인을 찍으며 진보의 가장 왼쪽 끝자락에 서 있던 민주노동당을 대안으로 치켜세웠던 이가 바로 이재명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훗날 그는 새해 벽두 대통령실 신년 인사회에는 불참하면서도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정치적 고비마다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외치는 오늘의 모습과 2006년의 거친 비난 사이에는 메우기 힘든 괴리감이 존재한다.

결국 이 선언은 민주당이라는 정통 진영에 안주하지 않고 독자적인 정치적 세력권을 형성하겠다는 야심 찬 포석이었다.

민주당 주류 세력이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여 주지 않자, 지역 내에서 강력한 조직력을 보유하고 있던 민주노동당과 그 배후의 경기동부연합 세력을 포섭하기 위해 던진 일종의 러브콜이었던 셈이다.

필요하다면 보수 정당의 문을 노크하기도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민주당의 뿌리인 노무현 정부를 거칠게 들이받으며 진보 진영의 가장 비타협적인 세력과 손을 잡는 모습.

정치적 생존과 체급 확장을 위해 진영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그의 유연함은, 지지자들에게는 과감한 결단력으로 보였을지 모르나 원칙을 중시하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깊은 의구심을 남겼다.

2010년 성남시장 야권연대와 경기동부연합의 시정 진입

단일화의 대가와 성남시 인수위원회 점령

2010년 치러진 지방선거는 경기동부연합 이재명 관계를 규명하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분기점이다.

당시 성남시장 선거에 나선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민주노동당 김미희 후보는 치열한 물밑 협상 끝에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선언했다.

수도권 격전지였던 성남에서 야권 표심을 하나로 묶어낸 이 단일화는 마침내 이재명을 성남시장의 자리에 올려놓는 일등 공신이 되었다.

그러나 정치판에서 공짜 점심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단일화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편에서는 시정 권력을 분점하기 위한 은밀하고도 정교한 지분 나누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선거 승리 직후 꾸려진 성남시장직 인수위원회의 면면을 살펴보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야권 단일화의 파트너였던 민노당 후보 김미희가 당당히 인수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1991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에서 출발해 NL 자주파의 핵심 조직으로 자리 잡았던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대거 인수위에 둥지를 틀었다.

민노당 경기도당 위원장을 지낸 정형주, 경기동부연합 공동의장 경력을 가진 한용진 같은 굵직한 인물들이 인수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시정 설계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의 풀뿌리 행정을 담당해야 할 자리에, 특정 정파와 이념으로 무장한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브레인들이 공식적인 완장을 차고 들어선 것이다.

이를 두고 단순한 야권 연대의 아름다운 협치라고 포장할 수 있을까.

김대중 대통령이 목숨을 걸고 쟁취해 냈고 노무현 대통령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으로 피워내려 했던 지방자치가, 특정 이념 서클의 조직적 교두보로 변질되는 순간이었다.

선거에서 표를 몰아주고 그 대가로 시정의 핵심 요직을 넘겨받는 식의 거래는, 시민들이 위임한 신성한 공권력을 사적인 전리품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로써 경기동부연합은 지하의 운동권 조직에서 벗어나 성남시라는 거대 기초지자체의 예산과 행정력을 움직일 수 있는 제도권의 그늘막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은 그렇게 강력한 야합의 토대 위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 연대의 탈을 쓴 권력 분점의 맹점

선거 승리를 명분으로 내세운 야권 단일화가 특정 이념 집단의 제도권 침투를 용인하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민사회의 공공성이 특정 정파의 사적 이익과 결탁하는 순간,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는 완전히 오염되고 만다.

행정 권력은 결코 선거 연대의 대가로 지불하는 정치적 화폐가 아니다.

이석기의 CNP 전략그룹과 나눔환경 특혜 논란

경기동부연합의 그림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선거 기획과 공공 용역이라는 구체적인 이권의 영역으로 뻗어 나갔다.

그 중심에는 훗날 내란선동 사건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이석기와 그가 세운 'CNP 전략그룹'이 있었다.

CNP 전략그룹은 민노당의 선거 홍보와 기획을 도맡아 하던 기획사였는데, 놀랍게도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의 공약집과 명함, 공보물 제작을 직접 도맡아 진행했다.

단일화 과정의 물밑 조율을 넘어 선거 캠페인의 핵심적인 실무 작업까지 이석기의 회사가 깊숙이 관여했던 것이다.

이석기와 이재명을 잇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선거 홍보물이라는 명확한 물증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대목이다.

시장에 당선된 이후에는 성남시 청소 용역 업체를 둘러싼 거센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성남시의 청소 대행업체로 신생 사회적 기업인 '나눔환경'이 선정되었는데, 이 회사의 대표가 다름 아닌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물이자 인수위에 참여했던 한용진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역 정가와 언론에서는 야권 연대에 대한 보은성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시장은 "적격 심사를 거쳐 투명하게 선정된 것이며 특혜는 전혀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실제로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나 법적인 혐의점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종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법적인 처벌을 피했다고 해서 도덕적·정치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를 도왔던 특정 정파의 핵심 간부가 설립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기업에 수십억 원대의 공공 용역을 안겨준 행위가 과연 시민의 눈높이에서 공정해 보였겠는가.

선거 연대를 맺었으니 이 정도 몫은 나눠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해묵은 관행은, 공정한 기회를 박탈당한 다른 영세 청소 노동자들에게는 통곡할 일이었다.

적법이라는 제도적 껍데기 뒤에 숨겨진 정파적 나눠먹기의 민낯을 목격하면서, 풀뿌리 행정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공공성이 어디까지 훼손될 수 있는지 깊은 회의가 밀려온다.

📊 사회적 기업 육성과 특혜 시비의 경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5조의2 등에 따르면 지자체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적 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공공의 재정이 투입되는 용역 사업이 특정 정파의 자금줄이나 활동가들의 생계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이는 제도의 숭고한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적격 심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이 시민사회로부터 온전히 신뢰받지 못하는 협치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조직의 확장과 민주당 당권 장악의 메커니즘

"민주당을 접수하자", 성남에서 중앙으로 번진 권리당원 동원

성남이라는 든든한 진지를 구축한 이재명 세력과 경기동부연합의 시선은 곧바로 여의도 중앙 정치 무대로 향했다.

그 서막은 2017년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 후보 경선이었다.

당시 문재인 후보와 맞붙었던 이재명 캠프 주변에서는 섬뜩하리만치 노골적인 구호들이 터져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곽 지지 세력들이 외쳤던 구호는 바로 "이재명과 함께 민주당을 접수하자"였다.

민주당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며 그 안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조직적 화력을 동원해 당의 깃발을 통째로 탈취하겠다는 정복자적 발상이었다.

20대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이들의 움직임은 한층 더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전개되었다.

성남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리틀 이재명'을 자처했던 이헌욱은 "이재명 지지하는 권리당원이 10만 명이면 민주당 지형을 바꿀 수 있습니다"라며 대대적인 권리당원 입당 운동을 주도했다.

여기에 이재명의 성남 시절 최측근으로 꼽히던 정종삼은 "민주당에 가입하라 문빠들과 맞장 떠보자"라는 선동적인 구호를 서슴지 않고 외쳤다.

문재인 정부를 지탱해 왔던 당원들과 정면으로 대결을 벌여 당의 주류를 갈아엎겠다는 노골적인 선전포고였다.

이것은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라기보다는, 잘 훈련된 조직이 특정 목표를 위해 대규모로 침투하는 일사불란한 진지전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주사파 계열 조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특정 집단에 침투하여 내부 규율과 단결력을 바탕으로 조직 전체를 장악하는 데 탁월하다는 점이다.

과거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이 어떻게 이들에게 순식간에 장악당하고 몰락의 길을 걸었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들이 구사했던 조직 침투와 당원 배가 운동의 노하우가 이번에는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을 겨냥해 작동한 것이다.

결국 10만, 20만 권리당원의 파도 속에서 이재명은 압도적인 지지로 당권을 거머쥐었다.

대권 도전은 비록 다음 기회로 미뤄졌을지언정, 경기동부연합과 이재명 연합군이 민주당의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만큼은 완벽하게 성공을 거둔 셈이다.

STI의 등장과 노무현·문재인 지우기의 그림자

당권을 장악한 이후 벌어진 일련의 흐름은 더욱 정교한 이념적·여론적 재편 작업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법인이 바로 'STI'다.

STI는 과거 이석기가 설립했던 '사회동양연구소'가 2015년에 상호를 변경한 여론조사 기관이다.

비록 이석기는 2012년에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고 하지만, 경기동부연합의 사상적·전략적 모태였던 연구소의 맥을 잇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STI가 한겨레 유권자 패널 조사를 주도하며 언론에 '뉴이재명'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의 실체를 부각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더욱 의미심장했던 장면은 이언주 의원이 주최했던 이른바 '뉴이재명 토론회'였다.

이 토론회에 바로 STI의 핵심 관계자가 주요 출연자이자 토론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등장했다.

토론회의 전반적인 기류는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민주당의 뿌리이자 정체성 그 자체인 노무현과 문재인이라는 두 전직 대통령의 유산을 지워내고, 그 빈자리를 이재명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논리가 공공연하게 개진되었다.

이재명은 민주당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하므로 필요하다면 과거의 친노·친문 헤게모니와 완전히 단절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여론조사라는 과학의 가면을 쓰고, 외곽의 토론회를 통해 당의 역사성을 해체하려는 시도는 너무나 잘 짜인 시나리오처럼 흘러갔다.

김대중의 평화와 인권, 노무현의 탈권위와 반특권, 문재인의 포용과 촛불 혁명이라는 도도한 민주당의 역사적 맥락이 하루아침에 구시대의 잔재로 밀려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민주당을 접수하겠다던 2017년의 구호는 단순한 호기가 아니라, 당의 뿌리를 뽑아내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성채를 쌓아 올리겠다는 치밀한 역사 교체 작업이었음이 명백해졌다.

정당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밀어붙이는 인물 중심의 재편을 지켜보는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팽당했다"는 분노와 풀뿌리 거버넌스의 현실적 과제

술자리에서 마주한 민낯, "이재명은 사람이 아니다"

경기동부연합과 이재명의 관계를 단편적인 혈맹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독한 애증과 배신감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노사모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던 한 지인을 통해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과 우연히 술자리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와 지인을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은 경기동부연합의 골수 활동가들이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내가 "나도 어디 가서 빨갱이 소리 듣는 사람인데, 진짜 빨갱이들을 만났다"며 농담을 던졌고, 다들 껄껄 웃으며 유쾌하게 잔을 부딪쳤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고 술잔이 여러 차례 돌자, 자리는 순식간에 살얼음판으로 변했다.

조금 전까지 이재명의 추진력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그들이 돌연 낯빛을 바꾸며 거친 욕설과 원망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들이 성남시장을 만들어줬는데 입을 닦았다", "철저하게 팽당했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들이 쏟아낸 수많은 비난 중에서도 귓전을 때리며 잊히지 않는 서늘한 한마디가 있었다.

"기억에 딱 남는 단어는 '이재명은 사람이 아니다'였다."

그것은 단순한 정책적 이견에서 나오는 불만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로 이용당하고 버려졌다는 배신자의 피맺힌 절규처럼 들렸다.

성남시청사 전경

당시에는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의 넋두리 정도로 치부하며 불쾌감을 느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술자리는 거대한 정치적 진실의 한 단면을 보여준 셈이었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은 결코 누군가에게 순순히 휘둘리거나 조직의 하수인으로 남을 인물이 아니다.

자신의 정치적 도약을 위해 경기동부연합의 조직력이 절실했던 성남시장 초기에는 기꺼이 손을 잡고 지분을 나누었지만, 중앙 무대로 진출하며 사법 리스크와 종북 논란이 부담스러워지자 가차 없이 거리를 두며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

경기동부연합의 시각에서 보면 목숨 걸고 시장을 만들어줬더니 단물을 다 빼먹고 내팽개친 배은망덕한 인물일 것이고, 이재명의 시각에서 보면 시대착오적인 낡은 이념 집단과의 위험한 동거를 현실적으로 정리한 것일 터이다.

결국 이들의 인연은 신뢰로 맺어진 동지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결합하고 필요가 다하면 언제든 서로를 칼로 찌를 수 있는 살벌한 이해관계의 산물이었을 뿐이다.

💭 개인적인 생각

30대의 눈으로 바라보는 정치는 참으로 비정하고 차갑다.

우리가 믿고 의지했던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권력 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얼마나 쉽게 도구화되는지를 목격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이재명과 경기동부연합의 기묘한 공생과 파탄은 한국 현대 정치사의 축소판이다.

이념적 극단주의에 기댄 조직은 결코 대중의 보편적 지지를 얻을 수 없으며, 권력만을 좇아 원칙 없는 야합을 일삼는 정치 역시 끝내 지독한 후과를 치르게 된다는 진리를 배운다.

노무현이 바보 소리를 들으면서도 지키려 했던 가치, 문재인이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지켜내려 했던 품격과 절차가 새삼 그립고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성남 시민사회의 12대 정책 제안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과제

그렇다면 이재명과 경기동부연합이 휩쓸고 지나간 성남의 풀뿌리 자치는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최근 성남 지역 시민사회가 보여준 행보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성남사회단체연대회의(김용진 선임대표)를 비롯해 사회대개혁·지방자치혁신성남시민행동, 성남시민회의, 성남평화연대 등 성남 지역의 14개 전문 시민단체들은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남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과거의 정파적 갈등과 일방통행식 불통 행정을 강하게 질타하며 '성남미래 12대 핵심정책'을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공식 제안했다.

지난 시기 성남의 시정이 시민과의 소통이 무너지고 협치 기반이 파괴된 비정상의 연속이었다는 뼈아픈 반성이었다.

이들이 제시한 정책 과제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실질적인 권한을 갖춘 '성남시 지속가능발전 협치위원회' 구성, 주민자치회의 50개 동 전면 확대, 성남시의료원의 100% 공공 운영 및 정상화, 탄천과 공원을 잇는 녹색도시 조성 등이다.

김용진 선임대표는 "시정은 일방적인 독재 행정이 아니라 시민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것이야말로 특정 정파의 이익이나 선거 뒷거래로 얼룩진 가짜 협치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 바닥에서부터 치열하게 길어 올린 진짜 풀뿌리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과거 특정 이념 조직이 시정의 이권을 챙겨가는 동안 정작 지역 주민들의 보편적 복지와 공공 거버넌스는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남의 사례는 우리에게 풀뿌리 지방자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히 일깨워준다.

지방자치는 정치 거물들의 대권 교두보나 특정 정파의 전리품 창고가 아니다.

시민사회가 정치 권력의 하수인이나 동원 부대로 전락하지 않고, 권력을 엄격히 감시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독립적인 주체로 바로 설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전진한다.

경기동부연합과의 야합과 갈등이라는 기나긴 질곡을 통과해 온 성남이 이제는 상식과 공공성의 토대 위에서 진정한 시민 중심의 거버넌스를 꽃피우기를 바란다.

그것이 지난 수십 년간 굴곡진 현대사를 온몸으로 견뎌온 성남 시민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 자주 묻는 질문

Q. 이재명 대통령와 경기동부연합은 어떤 관계인가요?

두 세력의 관계는 이념적 일체감보다는 선거 승리와 세력 확장을 위해 손을 잡았던 철저한 정치적 실리 연대다. 성남시장 선거 단일화와 당권 장악 과정에서 공생했으나, 이후 권력 배분과 정치적 부담을 둘러싸고 깊은 애증과 갈등을 겪었다.

Q. 성남시장 시절 경기동부연합이 시정에 개입했나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권 단일화 이후 민노당 김미희 후보가 성남시장 인수위원장을 맡았고, 한용진 등 경기동부연합 핵심 인사들이 인수위에 대거 참여했다. 또한 이석기가 세운 CNP 전략그룹이 선거 공보물을 제작하고 사회적 기업 나눔환경이 청소 용역에 선정되는 등 시정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

Q. 경기동부연합이 민주당을 장악했다는 주장의 근거는?

2017년 대선 경선과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을 접수하자"는 구호 아래 대규모 권리당원 모집 운동이 전개되었고, 이 과정에서 경기동부연합 특유의 조직 침투와 동원 방식이 결합해 당의 주류 세력을 친문에서 친명으로 단기간에 재편했다는 점이 주된 근거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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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결국 사람과 권력의 기록이며, 그 길에서 남겨진 족적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과 경기동부연합의 인연을 되짚어보는 일은 과거의 흠집을 파헤치는 것을 넘어, 우리 민주주의가 권력 획득이라는 효율성 앞에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원칙 없는 승리는 언제나 깊은 상처와 분열을 낳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평범한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곤 했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피워 올렸던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금 가슴에 새기며, 이제는 정파적 야합이 아닌 원칙과 공공성이 승리하는 정치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가 마주한 역사의 무게 앞에서, 과연 다음 세대에게 어떤 민주주의를 물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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