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국정감사는 매년 반복되지만, 때로는 그 안에서 오가는 말과 숫자들이 우리네 삶과 얼마나 직결되어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최근 2026년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경기도 2차 추경 예산 논란은 단순한 예산 싸움을 넘어, 우리 지방자치단체가 처한 현실적인 재정적 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지출 구조조정이라는 명목하에 단행된 감액 추경(감추경)이 도민들의 실생활과 맞닿은 복지 예산까지 건드리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기에 국감장까지 달아올랐던 것일까.

경기도 2차 추경, 감추경인가 구조조정인가
예산 삭감의 실체와 민생 예산의 후퇴
지난 국감 현장에서 가장 뼈아프게 지적된 대목은 2차 추경의 성격이었다. 1차 추경 당시 41.7조 원이었던 예산이 2차에서 42.2조 원으로 5,000억 원가량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국비 매칭 사업이 늘어난 것일 뿐, 기존 도비 5,000억 원은 오히려 삭감된 상태였다. "감추경을 하셨는데 맞죠? 그러니까 지출 구조조정을 하신 거죠."라는 날 선 질의는 이번 추경이 단순한 조정이 아닌 실질적인 긴축임을 시사한다. 이재명 전 지사와 김동연 전 지사가 추진했던 '확장 재정' 기조가 이번 추경을 기점으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 '삭감'의 화살이 가장 취약한 곳들을 향했다는 점이다. 아동 복지 예산이 대표적이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27억 원이 삭감되었고, 산모·신생아 관련 예산에서도 가족돌봄수당 25억 원, 산후조리비 80억 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예산 7.4억 원이 줄었다. 장애인 기회소득과 활동비까지 합치면 복지 현장의 타격은 상당하다. 국가 산업의 심장이라 불리는 경기도가 정작 민생의 심장인 복지 예산부터 깎아내고 있는 역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국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사회가 지탱해야 할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이를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가장 먼저 고통받는 것은 보육 현장의 교사들과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취약계층이다. 재정의 효율성을 따지는 것만큼이나, 그 효율성의 기준이 '사람'을 향해 있는지가 중요하다. 예산을 깎아 재정 건전성을 맞추는 게 우선인지, 시민의 삶을 지키는 게 우선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확장 재정 철학과의 괴리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가치는 분명 '확장 재정'을 통한 공공 시장의 역할 강화다.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을 공공이 개입해 메우겠다는 철학이다. 하지만 경기도의 현실은 이러한 중앙의 지향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복지가 늘어나면서 매칭해야 될 지방자치단체의 매칭 비율이 늘어나니까 당연히 복지 부담이 커집니다."라는 지사의 항변은 역설적으로 우리 지방재정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방증한다. 복지 예산 비중이 이미 49%에 달하는 상황에서, 인구가 많은 경기도의 특성상 복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앙 정부의 국정 과제와 발을 맞추려 해도, 정작 지방 정부가 짊어져야 할 매칭 부담이 재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추경은 단순히 재정 철학의 변화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생존형 긴축'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를 그저 '불가피한 선택'으로만 치부하기엔 삭감된 복지 항목들이 주는 무게감이 너무 무겁다. 지방 정부가 국가의 복지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재정적 자율성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옥죄는 국고보조금과 늘어나는 매칭 부담 사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비명을 지르는 구조다. 이대로 가다가는 '확장 재정'이라는 구호만 남고 실질적인 복지 전달 체계는 무너질지도 모른다. 정책과 예산의 불일치를 해소하지 못하는 국가는 국민에게 무책임하다.💡 요약해보면
- 경기도 2차 추경은 국비 매칭 증가에 따른 도비 5,000억 원 삭감, 사실상 긴축 정책임.
- 보육교사 처우개선, 산후조리비, 장애인 예산 등 민생 직결 항목이 대거 삭감됨.
- 복지 예산 비중이 49%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해야 할 매칭 부담이 임계점에 도달함.
구조적 재정 위기, 고름은 터져야 하는가
재정 상태와 권한의 불균형
경기도의 재정 상태를 두고 벌어지는 공방은 단순히 수치의 차이를 넘어선다. 한쪽에서는 경기도의 채무 비율이 전국 하위권으로 상당히 건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실무를 책임진 쪽은 이미 가용 재원이 고갈된 '재정 위기'를 경고한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5회 연속 지방채를 발행했고, 7.5조 원에 달하는 채무가 쌓여 있다. 올해 이자만 3.9조 원, 내년에는 4.9조 원이 발생할 예정이라니, 예산의 상당 부분이 이자 갚는 데 쓰일 판이다. 더욱 뼈아픈 지점은 도의 권한이 서울시나 광역시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법과 각종 도시계획 법률 속에서 도는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는 비용은 대지만, 그에 따른 영업이익이나 세입은 시·군이나 중앙으로 분산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산업의 심장 역할을 하지만 인프라 유지비만 부담하고 영업이익 환수는 안 되는 시스템"이라는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임 도정에서 늘려놓은 5.4조 원의 채무는 지금 현 도정이 마주한 가장 큰 고름 덩어리가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을 해결하려는 의지다. 국회에서 법을 고치지 않으면 경기도는 일을 못 한다는 논리는 자칫 정치적 책임 공방으로 흐르기 쉽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국회가 제대로 일을 안 해서 경기도 재정이 어렵다는 지적은, 결국 풀뿌리 지방자치와 중앙 정치의 유기적 결합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말해준다. 단순히 '정치인으로서 각광을 받기 위해' 하는 예산 운용이 아닌,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재정 정비가 절실하다.전임 도정의 유산과 재정 건전성
"확장 재정을 가장 활발하게 했던 전임 8기 도정에서는 무려 5조 4천억 원의 채무만 늘려놓고 전혀 환수가 되지 않는 시스템이기 때문에..."라는 발언은 이번 국감의 핵심을 관통한다. 확장 재정 그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확장된 재정이 생산적인 환수 시스템을 통해 다시 예산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위가 될 수 있다. 현재 경기도가 처한 상황은 비유하자면 '피부 밑에 고름 덩어리가 가득 찬' 상태다. 겉으로 드러나는 채무 비율만 보면 건전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 가용 재원은 1조 원도 남지 않은 빈 껍데기다. 15.1%라는 광역도 중 1위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경기도의 재정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이제는 감추경을 하느냐 마느냐의 차원을 넘어, 어떻게 지방자치법과 재정 구조를 개편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진정한 진보는 재정을 펑펑 쓰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느냐에 있다. 전임 도정의 공과를 따지는 것을 넘어, 지금 당장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고 인프라 유지 보수를 가능하게 할 법적·재정적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김영배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이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하나)
지방자치단체가 확장 재정을 운용할 때 가장 큰 모순은 '지출의 책임은 지자체에, 이익은 다른 곳에' 귀속되는 기형적 구조다. 이러한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채무만 늘리는 방식은 결국 파산으로 가는 고속도로와 같다. 이제는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산업 인프라 투자로부터 정당한 세입을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건전성 지표에 숨어 실질적인 재정 파탄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행정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복지 매칭 부담의 함정
인구 증가와 예산 압박의 상관관계
경기도는 전국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유일한 광역도라는 점이 재정 운용의 양날의 검이 된다. 인구가 늘면 복지 대상도 늘고, 그에 따른 국고 보조금 매칭 비용도 급증한다. 현재 복지 예산이 전체의 절반인 49%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복지 예산 증가는 곧 다른 민생 예산의 축소를 의미한다. 이는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안고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 최근 2년간 채무 증가 속도가 전국 평균의 3배에 달한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을 본다면 15.1%로 광역도 가운데 전국 1위"라는 지표는 더 이상 경기도가 '부자 도'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함을 보여준다. 인구 증가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전에, 당장 닥친 복지 비용 압박을 견디지 못하면 성장 잠재력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인구 절벽' 시대에 살고 있다. 노령 인구뿐만 아니라 아동 복지 수요까지 급증하는 상황에서, 중앙 정부는 지자체에 복지 책임을 떠넘기며 매칭 비율을 높여왔다. 결국 지자체는 빚을 내어 중앙 정부의 복지 정책을 수행하는 하청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인가. 이런 구조가 유지되는 한, 그 어떤 도지사가 와도 감액 추경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실질적인 민생 사수를 위한 제언
결국 해답은 '제도 개선'에 있다. 2026년 5월, 경기도가 「지방재정법」과 관련하여 재정 건전화 조례 개정을 검토한 것은 시의적절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조례 하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방 의회의 심의 기능을 강화하고, 무엇보다 지방채 발행의 투명성과 채무 관리 계획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무분별한 빚잔치가 아닌, 미래의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생산적 투자가 이루어지는지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필수적이다. 나아가 중앙과 지방의 재정권을 재설정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제47조에 명시된 지방의회의 예산 심의·확정권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려면, 국회 차원의 입법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이러한 지방 재정 구조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고성을 지르며 서로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예산 실무자들이 겪는 '고름'을 함께 도려내는 수술을 집도하는 것이다. 경기도의 2차 추경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과연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건전한 재정 구조를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눈앞의 위기를 돌려막기 급급한 정책을 펴고 있는가. 이번 국감에서의 논란이 단발성 이슈로 끝나지 않고, 대한민국 지방재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건강한 자극제가 되길 기대한다.📊 숫자로 보면
경기도의 채무 증가 속도는 전국 평균의 3배에 달하며,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5.1%로 전국 광역도 중 1위다. 올해 발생한 이자만 3.9조 원, 내년에는 4.9조 원으로 불어날 예정이다.
전체 예산의 절반인 49%가 복지 예산으로 소요되는 상황에서, 가용 재원은 이미 고갈 상태다. 이는 경기도가 단순한 '재정 흑자 도'가 아니라, 사실상 숨 막히는 재정 압박을 겪고 있는 구조적 위기 상태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정치적 공방을 넘어선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을 위하여
공감과 비판의 경계에서
개인적으로 이번 국감 사태를 지켜보며 느낀 점은, 우리 정치가 여전히 '과거의 유산'을 청산하는 데만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든 이전 도정이든, 모든 정책의 목표는 결국 '국민의 삶의 질'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누가 더 빚을 많이 늘렸나', '누가 더 예산을 깎았나'를 두고 윽박지르는 모습만이 부각된다. 물론 잘못된 부분을 따지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그 끝이 대안 없는 비난으로 흐를 때, 도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한다. 특히 복지 예산을 깎는 것을 두고 벌어지는 '확장 재정 vs 긴축 재정'의 이데올로기 싸움은 현장과 너무나 멀다.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고, 산후조리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부모들에게는 도지사의 재정 철학보다 당장 내일의 예산 집행 여부가 더 중요하다.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 말하는 지사나, "정치인으로서의 각광"을 운운하며 비판하는 의원이나, 정작 중요한 '도민의 삶'이 그들 사이에서 휘발되어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 진정한 정치는 사이다 발언 몇 마디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복잡하게 얽힌 재정 규정을 하나씩 풀고, 중앙 정부를 설득해 지방 교부세를 현실화하며, 불필요한 사업을 과감히 도려내되 복지는 지키는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2026년의 경기도는 지금 그 시험대에 서 있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얼마나 내실 있게 재정을 구조조정하고, 도민들의 실질적인 복지를 보장할 수 있을지가 차기 도정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투명하고 건전한 재정운용이다. 그러나 건전함이 복지의 빈곤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재정의 건전성은 더 많은 복지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경기도가 산업의 심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그 혜택이 도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번 국감에서 우리가 발견해야 할 진짜 숙제다. 고름을 짤 때 아픔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수술이 환자를 살리기 위한 것이어야지, 단순히 외형을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한 쇼라면 결코 도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우리는 지금 2026년의 경기도가 보여준 이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적으로 더 자립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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