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에서 나온 실뭉치와 6시간 반의 기록: 홍어의 위내시경 당일 일기

홍어 뱃속에서 꺼낸 것을 처음 본 순간 말을 잃었습니다. 그건 제 바지끈 두 개, 그리고 어디서 났는지 출처조차 가늠하기 힘든 길고 엉킨 끈 뭉치였습니다. 5살, 6.5kg에 달하는 묵직한 홍어의 작은 위장 속에 이런 것들이 한가득 들어앉아 있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위내시경으로 제거한 바지끈 두 개와 긴 끈 뭉치

위내시경으로 제거한 바지끈 두 개와 긴 끈 뭉치

매일 반복되던 5초의 신호, 증상이 시작된 날들

일의 시작은 홍어가 약 2주간 다른 집에서 지내다 돌아온 직후부터였습니다. 평소 털을 뱉어내는 헤어볼 토도 거의 하지 않던 아이였는데, 이상한 낌새가 포착되기 시작했습니다.

  • 매일 목을 앞으로 빼며 5~10초가량 짧게 컥컥거리는 헛구역질
  • 토요일과 월요일, 밥을 먹고 약 4시간쯤 지나 소화된 사료를 게워냄
  • 구토의 양은 고작 한두 숟가락 정도로 매우 적었음
  • 평소와 완전히 똑같은 밥 먹는 속도, 놀이 반응, 활력

식욕도 넘치고 거실을 뛰어다니며 애교를 부렸기에 처음에는 단순한 소화 불량이나 털 뭉치 문제라고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매일 규칙적으로 이어지는 헛구역질은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었습니다. 겉보기에 아무리 활기차도 평소에 없던 행동이 되풀이된다면 몸속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었습니다.

넥카라를 하고 회복 중인 홍어

넥카라를 하고 회복 중인 홍어

병원에서 보낸 6시간 반: 오후 1시부터 7시 30분까지

더 지체하지 않고 수원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로 향했습니다. 병원에 머문 6시간 반 동안 마음을 졸이며 기록했던 시각별 흐름입니다.

수원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대기 공간 — 검사와 치료를 기다리던 곳

수원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대기 공간 — 검사와 치료를 기다리던 곳

  • 오후 1:00 (도착 및 영상 검사): 접수 후 곧바로 엑스레이를 촬영했습니다. 위 안에 이물질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지만, 부드러운 끈 종류는 엑스레이상으로 뚜렷하게 잡히지 않아 곧바로 복부 초음파 검사를 이어갔습니다. 초음파 모니터를 통해 위 속에 무언가 뭉쳐 있는 것을 확인했고, 다행스럽게도 장 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상태는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 검사 후 (치료 계획): 위 속에 머물러 있는 만큼 우선 전신마취 후 위내시경으로 꺼내보는 시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끈의 엉킴 상태나 걸려 있는 위치에 따라 안전하게 빠져나오지 않는다면 개복수술로 전환할 수 있다는 안내를 들었습니다.
  • 마취와 내시경 시술: 마취에 들어간 뒤 긴장되는 기다림이 이어졌습니다. 원장님께서 내시경으로 엉켜 있던 바지끈들과 긴 끈 타래를 개복 없이 모두 꺼내 주셨습니다.
  • 마취 회복: 시술을 마치고 입원실에서 수액을 맞으며 마취에서 깨어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 오후 7:30 (퇴원): 정신을 차린 홍어의 상태를 최종 확인하고, 든든한 마음으로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퇴원 전 입원실에서 수액을 맞으며 회복 중인 홍어

퇴원 전 입원실에서 수액을 맞으며 회복 중인 홍어

집에 돌아온 밤, 덜 풀린 마취와 남겨진 숙제

무사히 집으로 홍어를 데려왔지만 안심하기에는 일렀습니다. 아직 마취 기운이 남아 있는 듯 완전히 기운을 차리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마취에서 깨어나 입원실 담요 속에서 쉬는 홍어

마취에서 깨어나 입원실 담요 속에서 쉬는 홍어

걷는 모습을 보니 왼쪽 뒷다리를 살짝 절뚝거리는 동작이 보였습니다. 딛기는 하지만 한쪽 다리에만 힘이 온전히 들어가지 않는 모양새라, 단순히 덜 깬 마취 탓인지 아니면 다른 불편함이 있는지 병원에 추가로 문의해 확인해 보아야겠다고 메모해 두었습니다.

배가 텅 비었는지 홍어는 계속 밥을 달라고 울며 보챘습니다. 하지만 시술을 거친 위 점막을 보호하기 위해 평소 먹던 양의 3분의 1 정도만 주라는 병원의 지침을 엄격히 지켜 아주 소량만 급여했습니다. 아이의 성화에 마음이 약해지더라도, 퇴원 후 식사량은 반드시 담당 수의사의 안내에 따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고생한 홍어를 쓰다듬어 주는 시간

고생한 홍어를 쓰다듬어 주는 시간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번 일을 겪으며 제 관리 습관을 깊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전으로 되돌아간다면 저는 다음 두 가지를 즉시 바꿀 것입니다.

1. 집 안의 모든 조임끈과 스트링 완벽 차단: 트레이닝 바지끈, 후드 끈, 쇼핑백 손잡이 등 길쭉한 선 형태는 고양이가 언제든 장난감처럼 씹어 삼킬 수 있습니다. 보이는 즉시 매듭을 안으로 숨기거나 잘라내어 닿지 않는 곳에 넣어두겠습니다.

2. '잘 먹으니 괜찮겠지'라는 방심 버리기: 뱃속에 이물질을 가득 품고도 평소처럼 사료를 먹고 장난감을 쫓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헛구역질을 가벼운 헤어볼 증상으로 치부해 며칠을 지켜보기보다는, 이상 행동이 반복되는 즉시 병원을 찾아 초음파를 보았을 것입니다.

위험한 개복수술로 넘어가지 않도록 섬세한 내시경 시술로 긴 끈들을 말끔하게 꺼내주신 원장님, 그리고 검사 결과부터 수술 가능성까지 보호자가 당황하지 않게 짚어주신 김민성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수원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로 91 미소찬빌딩 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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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반려묘의 진료 과정을 바탕으로 작성된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고양이의 건강 상태, 이물의 종류와 위치에 따라 필요한 검사 및 치료 방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상 증상이 있다면 즉시 담당 수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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