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는 과연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만능 통행로일까, 아니면 최고 권력자의 날 선 단면을 그대로 노출하는 부메랑일까. 이재명 대통령의 SNS 정치가 최근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직접 소통의 명분을 내세워 거침없이 글을 쏟아내는 사이, 정작 정치적 타격을 입히는 결정적인 순간들이 연달아 터져 나오는 중이다. 대구에서 38명이 다치는 붕괴 사고가 발생했던 바로 그날, 태릉 골프장을 찾았던 사실이 청와대에 의해 이례적으로 시인되면서 파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남을 향해 던졌던 날카로운 비판이 고스란히 자신을 겨누는 아이러니한 현국을 보면서, 우리는 권력자의 언어가 가지는 무게와 그 이면에 숨겨진 자기모순을 다시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SNS 정치의 명암과 칼끝의 방향
직접 소통이라는 이름의 양날의 검
이재명 대통령은 X 계정을 통해 “저와 국민들을 연결시켜 진실을 알리고 저를 살려준 것도, 저를 지금의 이 자리까지 이끌어준 것도 에스엔에스”라며 소셜미디어 중심의 직접 소통 기조를 거듭 강조해 왔다.
기존 언론이나 정치적 매개체를 거치지 않고 대중과 곧바로 호흡하겠다는 의도 자체는 신선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미국·멕시코 5박 7일 순방 기간 동안 올린 게시물만 30건에 달했고, 추석 인사를 제외하면 국내 현안 관련 메시지만 12건을 넘겼다. 출국길에 DMZ 지뢰 폭발 사고 부상 장병을 언급하는가 하면, 해외 도착 직후에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견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하지만 이러한 ‘무필터’에 가까운 난사식 소통은 종종 예기치 못한 외교적 마찰이나 불필요한 논란을 낳았다. 지난 4월 이스라엘군 관련 영상을 공유하며 유대인 학살을 언급했다가 이스라엘 외무부의 공개 반발을 샀고, 1월에는 캄보디아 범죄조직을 겨냥해 “한국인을 건들면 패가망신”이라는 크메르어 메시지를 올렸다가 철회하는 해프닝도 겪었다.
국무회의와 부처 검토, 공식 외교 채널을 가볍게 뛰어넘어 국정을 앞질러 가는 모양새다. 게시물은 먼저 올리고 반발에 부딪히면 슬그머니 거두어들이는 ‘선 게시 후 유턴’ 패턴이 반복되는 이유다.
급기야 보이스피싱 대응 성과를 알린답시고 ‘일일 종합상황 보고’ 사진을 올렸다가 ‘대외비’ 표시와 ‘선관위 특검’ 관련 문구 일부까지 노출되는 보안 사고까지 벌어졌다. 청와대 디지털소통비서관실과 국정기록비서관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개인 계정의 게시 전 검수와 보좌진의 역할은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권력자가 생각 없이 휘두르는 칼끝에 보지도 듣지도 못한 수많은 삶이 베어질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할 시점이다. 대통령이 직접 쥐고 있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도구가 바로 자신의 SNS라는 사실은, 그만큼 정교하고 무거운 책임이 따라야 함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노무현과 박원순을 소환한 방어막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질수록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의 정치인들을 적극적으로 소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댓글로 국민과 소통하다가 조롱을 받았던 일화를 꺼내 들며, 자신 역시 권위가 없다는 비난을 듣더라도 직접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역설했다.
심지어 “정치와 권력은 낮은 곳으로 향해야 합니다”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다음 날에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의 대화를 언급하며 악성 댓글과 허위사실 유포 계정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두고 “노무현 팔이에 이어 범죄자들의 대통령이 되려 하는가”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나경원 의원 등 야당 인사들은 새벽이나 해외 순방 중에도 내부분열을 부추기는 언어로 지지자들에게 좌표를 찍어주고, 정당한 비판에는 남 탓과 변명만 늘어놓는다고 지적한다.
갈등을 극대화함으로써 대통령 스스로를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아니라 단순한 싸움꾼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비판을 돌파하겠다는 명목으로 과거의 상징적 인물들을 방패막이 삼는 모습은, 진정성 있는 소통이라기보다는 지지율 방어를 위한 임시방편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정치의 본질은 더 많은 주권자의 공감과 동의를 얻는 데 있다. 그러나 상대를 향해 날 선 비난을 쏟아내고 지지층만을 향해 ‘좌아하게’ 메시지를 발신하는 태도는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과 거리가 멀다.
전투에서는 이길지 몰라도 결국 대한민국 전체의 신뢰라는 거대한 전쟁에서는 패배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소통의 폭은 넓어졌을지 모르나, 그 깊이와 품격은 오히려 곤두박질치는 아이러니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할 따름이다.
🔥 소통의 과잉이 낳은 국정의 사유화 우려
대통령의 손가락 끝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곧바로 국가의 공식 입장이 되고 외교적 파문으로 번지는 현실은 심각한 경종을 울린다. 시스템을 거치지 않는 무필터 소통은 투명성의 환상을 심어주지만, 실상은 참모진의 검증 부재와 국정 운영의 난맥상을 가리는 허울 좋은 도구로 변질되기 쉽다.
태릉 골프장 논란과 드러난 내로남불
청와대의 이례적 시인과 황제 골프 의혹
지난 10일 오후, 대구에서 상가 천장이 붕괴하여 38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전 국민이 안타까움 속에 뉴스를 주시하던 바로 그 시간에 이재명 대통령은 가족과 함께 태릉 골프장을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증거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하자, 마지못해 이 사실을 선제적으로 시인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공지를 통해 “대통령은 현장에서 사고를 보고받았고,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통화해 신속한 수습을 지시했다”며 골프장에서도 국정을 챙기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권의 공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주진우 의원은 대통령 전용 클럽하우스 이용 의혹과 함께, 골프 비용이 특수활동비 등으로 처리된 것은 아닌지 낱낱이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대구 사고의 1차 구조 작업이 오전 10시 40분에 완료되었음에도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무려 두 시간이 지난 낮 12시 30분이 되어서야 나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분 단위, 초 단위의 행적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국정자원 화재나 해군 장병 실종 사건 때마다 골프 논란이 불거졌던 전례를 떠올리면, 재난에 임하는 최고 지도자의 태도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을 촬영해 공개한 것에 대해 보안업무규정 위반이나 초상권 침해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또한 다가오는 12월 마이애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골프 라운딩을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번 연습은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참사 현장의 아픔에 공감해야 할 지도자가 휴일에 가족과 여유롭게 골프채를 휘둘렀다는 사실 자체는 어떤 명분으로도 국민적 상실감을 메우기 어렵다. 외교적 필요성을 항변하기 전에 국민이 느낄 허탈함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남을 향한 잣대와 자신을 향한 관대함
이번 골프 논란이 유독 뼈아픈 이유는 불과 몇 시간 전 대통령 자신이 세상에 던졌던 거친 비판과 정확하게 겹쳐지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어려움 없이 부모 덕에 호의호식하며 고관대작으로 평생 살아온 사람.
그리고 서민들의 혈세로 온갖 호사는 다 누리면서, 심지어 소외계층 서민 복지예산을 거리낌 없이 삭감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국민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라며 극언에 가까운 표현으로 고위공직자들을 맹비난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서민의 아픔을 알아야 하고 세금으로 호사를 누려서는 안 된다는 철학은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그런데 그 글이 올라온 지 불과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 본인이 태릉 골프장에서 휴일을 즐겼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공적 비용의 사용과 특권을 비판하는 잣대가 타인에게는 서슬 퍼렇게 적용되면서, 정작 자신을 향했을 때는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방패막이로 변모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극치다.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정의로운 투사처럼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에게 불리한 의혹이 제기될 때는 법적 대응을 운운하며 방어막을 치는 행태는 신뢰를 갉아먹을 뿐이다. 정치인의 말은 언젠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남을 심판하는 날카로운 칼날로 쓰라고 권력을 준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기준 삼으라고 주권자가 그 자리를 맡겼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지도자의 품격
순방 기간 30건이 넘는 SNS 게시물과 9월 들어 월 100건을 돌파한 소통의 양은 얼핏 보면 부지런한 지도자의 표상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수많은 글 속에서 참사의 아픔을 위로하고 시스템의 허점을 점검하는 차분한 메시지보다, 정치적 공방에 대응하거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낱말들이 더 많이 채워졌다는 점이 뼈아프다.
추미애 저격 논란과 민주진영의 내부 총질
관사 논란과 복지예산 삭감의 교묘한 타이밍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올린 “서민들의 혈세로 온갖 호사는 다 누리면서 소외계층 서민 복지예산을 거리낌 없이 삭감하는 사람들”이라는 문구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을 넘어 강력한 정치적 파장을 낳았다.
당사자의 이름을 직접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언론은 일제히 최근 거센 논란에 휩싸인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당시 추미애 지사는 12억 2000만 원 규모의 고가 전세 관사 유지 문제와 경기도 복지예산 조정 건으로 야권과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두고 대통령과 추미애 지사 측이 공개적으로 의견 마찰을 빚고 있던 예민한 시기였다. 이처럼 미묘한 권력 갈등의 맥락 속에서 최고 권력자가 ‘고관대작’, ‘서민 혈세’, ‘호사’, ‘복지예산 삭감’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들을 한꺼번에 꺼내 들었으니, 이를 내부를 향한 저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었다.
실제로 대통령의 게시글 아래에는 추미애 지사를 직접 거론하며 반성해야 한다는 지지자들의 비판 댓글이 폭발적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의 SNS는 사적인 감정을 토로하는 익명 커뮤니티가 아니다. 최고 지도자가 특정 인물을 연상시키는 거친 표현으로 내부 인사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모습은, 집권 세력 내부의 건강한 토론 문화를 질식시키고 줄서기 경쟁을 부추길 뿐이다.
정치가 상대를 향해 칼을 겨누는 것도 모자라 같은 편 내부를 향해 총구를 돌리기 시작할 때, 그 조직이 맞이할 결말은 자명하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진영 전체의 분열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참모진은 심각하게 직시해야 한다.
동지에서 과녁으로 변해버린 내부 총질
정권 창출 과정에서 손을 맞잡았던 동지들이 정책적 이견이나 자리 다툼을 이유로 대통령의 SNS를 통해 공개 저격당하는 풍경은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성숙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책의 타당성을 따지고 제도의 미비를 보완하는 합리적인 토론의 장이 사라진 자리에, 대통령의 짧은 트윗 하나로 사람을 매장하거나 굴복시키려는 권력의 사유화만이 횡행하고 있다.
대통령이 SNS에서 아무리 멋진 철학을 설파하고 도덕적 우위를 주장해도, 그 언행이 실제 국정 운영의 현장에서 실천되지 않고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도구로 전락할 때 국민은 실망을 넘어 냉소를 보낸다.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아군에게까지 총알을 난사하는 태도는 결국 더 큰 전쟁에서 고립되는 패배로 이어진다. 스스로 세운 품격의 기준을 먼저 지키는 것, 그것이 지금 이재명 대통령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정치적 덕목이다.
💭 말의 무게를 잃어버린 권력의 초상
우리가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매일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재치 있는 글이나 일침을 날리는 인플루언서의 모습이 아니다. 참사가 발생한 주말에도 백만 불짜리 해명 뒤에 숨지 않고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의 아픔에 진심으로 동참하는 지도자의 묵직한 뒷모습이다.
SNS의 좋아요 숫자에 취해 자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아군마저 과녁으로 삼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그 끝에 남는 것은 공감 없는 메아리와 깊게 갈라진 상처뿐일 것이다. 진정한 권력은 낮은 곳으로 임한다고 스스로 말했듯, 이제는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스스로의 삶과 행보로 증명해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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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문장과 수많은 팔로워 숫자 뒤에 숨겨진 민낯이 이토록 허술하다면, 우리가 기대했던 더 나은 세상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지 씁쓸하게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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