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도 예멘 후티 반군과의 전쟁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잃을 것이 없는 상대를 향한 지상군 투입의 한계와 미국의 중동 에너지 의존도 하락에 따른 전략적 방치 때문이다. 사우디 후티 반군 전쟁은 단순한 내전을 넘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우디의 심장부인 리야드 공항까지 마비시키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
현대 전쟁은 화력의 크기보다 '누가 더 절실한가'와 '배후의 형님들이 여전히 나를 지켜주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이번 중동 사태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백조 원을 들인 첨단 무기체계가 슬리퍼를 신고 드론을 날리는 반군에게 무력화되는 현실은, 우리가 알던 기존의 국제 질서가 얼마나 빠르게 붕괴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이 글에서는 박현도 교수의 통찰을 바탕으로 사우디가 처한 진퇴양난의 위기와 그 이면에 숨겨진 미국의 차가운 계산법을 집요하게 파헤쳐 보겠다.

💡 요약해보면
- 사우디 후티 반군 전쟁의 핵심은 잃을 게 없는 'Nothing to lose' 전략에 사우디의 첨단 무기가 무력화된 것이다.
- 미국의 셰일 가스 혁명으로 중동 석유 의존도가 급감하며 45년 전통의 '카터 독트린'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 재정 적자 100조 원에 직면한 사우디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축소하고 스포츠 투자를 철회하는 등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반군, 압도적 군사력이 무색한 이유
Nothing to lose, 잃을 게 없는 자들의 무서운 반격
예멘의 후티 반군은 그야말로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다. 박현도 교수는 "예멘의 후티는 잃을 게 없어요. 사우디가 이길 수 없는 전쟁을 하고 있어요"라고 단언한다. 이는 군사적 수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대칭 전쟁의 본질을 꿰뚫는 지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제 무기로 무장하고 있지만,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피격되어 12명이 숨지고 309명이 다치는 참사를 막지 못했다. 피해는 잃을 게 많은 쪽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후티 반군이 쏜 저가형 드론과 탄도미사일이 사우디의 주요 공항과 석유 시설, 진지를 타격할 때마다 사우디가 입는 경제적, 정치적 타격은 어마어마하다. 항공 운항이 전면 중단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을 빼는 상황은 사우디에게 치명적이지만, 이미 폐허가 된 예멘의 산악지대에서 활동하는 반군에게는 잃을 시설조차 마땅치 않다. 결국 이 전쟁은 '이란과 미국의 축소판'이다. 미국이 압도적인 전력에도 불구하고 이란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것처럼, 사우디 역시 지형적 특성과 후티의 결사항전 의지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지상군을 투입해 깃발을 꽂지 않는 이상 공습만으로는 반군을 섬멸할 수 없다는 교훈을 사우디는 10년째 피의 대가로 배우고 있는 셈이다.2025년 12일 전쟁과 연쇄적인 중동 발 충격파
최근 중동 정세는 2025년 6월 13일 발발한 '12일 전쟁'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공격하며 시작된 이 전쟁은 짧았지만, 그 여파는 2026년 2월 28일 미·이란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박현도 교수는 이 전쟁이 상식적으로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 수는 있지만, 지하 깊숙이 위치한 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려면 막대한 희생이 따르는 지상군 투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전쟁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내 중대 전투가 시작됐다"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정작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에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카드로 미국의 목줄을 죄기 시작했고, 이에 동조하는 후티 반군은 사우디 국경을 넘나들며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26년 7월 4일 하메네이 장례식 조문 비행기를 막기 위해 사우디가 사나 국제공항 활주로를 폭격한 사건은 갈등의 정점을 찍었다. "항공을 너희들이 제어한다면 똑같이 너희들도 못 한다"는 후티의 보복 선언은 빈말이 아니었다. 사우디의 동부 담맘 공항까지 공격 범위에 들어가면서, 이제 중동의 하늘길은 거대한 화약고가 되어버렸다.무하마드 빈 살만의 오판과 10년 전쟁의 늪
사우디의 실권자 무하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는 2015년 국방장관 시절 예멘 공습을 결정하며 이 전쟁이 2~3주면 끝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웬걸, 그 전쟁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독재 권력 특유의 오만함이 불러온 전략적 참사다. 후티 반군을 단순한 소수 무장 단체로 치부했던 것부터가 패착이었다. 사실 후티 반군은 예멘 전체 인구 약 4,300만 명 중 2,800만 명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거대 세력이다. 나라의 절반 이상, 특히 핵심 요충지를 장악한 이들을 공습만으로 몰아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 빈 살만은 이란의 영향력이 사우디 국경 밑까지 내려오는 것을 막으려 했으나, 오히려 전쟁이 길어지면서 후티는 이란의 무기 체계와 전술을 흡수하며 더욱 강력한 '알라의 조력자(안사룰라)'로 거듭났다. 정치가 종교를 압박할 때 어떤 반작용이 일어나는지 사우디는 간과했다. 북부 산악지대의 자이디파(시아파 일종) 신앙인들은 사우디의 지원을 받은 수니파의 침투에 맞서 신앙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뭉쳤다. "이 사람들은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 일어난 거고 그러면서 일종의 이슬람 운동을 시작한 것"이라는 박 교수의 설명은 이 전쟁이 단순한 권력 다툼이 아닌 생존을 건 성전(聖戰)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빈 살만의 뼈아픈 실책
2015년 단호한 폭풍 작전을 시작할 당시, 빈 살만은 사우디의 첨단 무기면 후티를 금방 제압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은 10년을 끌었고, 이제 사우디는 매년 수조 원의 국방비를 쏟아붓고도 수도 공항이 피격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습니다.
(압도적 무기보다 중요한 것은 지형적 이해와 상대의 항전 의지다)
사우디가 미국에게 통수 맞은 결정적 이유, 에너지 안보의 변화
카터 독트린의 종말과 미국의 차가운 뒤돌아서기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선포한 '카터 독트린'은 중동 안보의 성전과 같았다. 외부 세력이 페르시아만을 장악하려 하면 무력을 써서라도 막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이 약속은 2019년 9월, 후티 반군이 사우디 유전 시설 두 곳을 타격해 하루 생산량의 절반인 500만 배럴을 날려버렸을 때 깨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 그거 우리 미국 공격한 거 아닌데?" 이 한마디는 사우디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미국이 이토록 냉정해진 이유는 데이터에 있다. 2001년 미국은 중동에서 필요한 석유의 17%(하루 260만 배럴)를 가져왔으나, 2025년 현재 그 수치는 3%(49만 배럴)로 쪼그라들었다.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자립을 이룬 미국에게 중동은 더 이상 '사활적 이익'을 걸고 피를 흘릴 땅이 아니게 된 것이다. 미국의 국익이 중동의 석유에서 자국의 셰일 가스로 이동하면서, 사우디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이제 미국은 중동에서 손을 털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박현도 교수는 "에너지 때문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중동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자유를 외치면서도 정작 군사적 자산 투입에는 인색한 미국의 모습은 철저한 국익 중심주의의 발현이다. 사우디로서는 수십 년간 맹방이라 믿었던 형님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트럼프의 비즈니스 외교와 신사협정의 배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는 철저히 '가성비'에 맞춰져 있다. 사우디가 후티 반군을 공습해달라고 요청해도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공습만으로는 답이 안 나오고, 지상군을 넣자니 미국의 젊은이들이 피를 흘려야 하는데 그럴 명분이 없다. 대신 미국은 오만에서 후티 반군과 만나 묘한 '신사협정'을 맺었다. 서로 공격하지 말자는 것이다. 후티가 점령한 땅을 미국이 뺏지 않을 테니, 미국의 선박만은 건드리지 말라는 거래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의 입지는 철저히 무시되었다. 사우디는 미국의 배신에 치를 떨며 2026년 8월 튀르키예, 파키스탄과 '메카 공동 방위 협약'을 체결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파키스탄은 이란의 눈치를 보느라 지상군 투입을 꺼리고 있으며, 실제로 이란은 파키스탄으로 가는 LNG 수송을 막아 대규모 정전 사태를 일으키며 사우디의 동맹 전선을 흔들어버렸다. 더 기막힌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유가를 잡기 위해 푸틴과 손잡고 러시아산 경유 300만 톤을 들여오기로 한 결정이다. '경유 딜'을 통해 자국 물가는 잡았을지언정, 이는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깨뜨리고 중동 우방국들에게 "미국은 언제든 너희를 버릴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두고 "푸틴의 생일 선물"이라 비판했지만,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는 새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맞받아치는 냉혹함을 보였다.호르무즈 해협, 미국의 몰락인가 전략적 후퇴인가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떠날 때"라는 기사를 통해 중동 패권의 종말을 예고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에너지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중국(38.7%)이고, 그다음이 인도(15%), 대한민국(12%), 일본(11%) 순이다. 동북아 3개국이 전체 물동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미국은 고작 2.5%에 불과하다. 호르무즈가 막혀서 가장 피눈물을 흘릴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해협을 지킬 이유는 사라졌다. 박현도 교수는 지금의 상황을 1956년 수에즈 전쟁에 비유한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수에즈 운하 통제권을 뺏기며 패권의 몰락을 맞이했듯,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이 이란이나 지역 세력에게 넘어가는 것은 미국의 중동 패권이 공식적으로 종료됨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미 마음을 정한 듯 보인다.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 아래 중동의 불길이 번지는 것을 지켜보며, 오히려 유가 상승을 이용해 자국 셰일 기업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사우디가 아무리 안보 위기를 호소해도 미국은 "그건 너희들의 전쟁"이라며 선을 긋는다. 이는 우리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안보 우산이 언제든 국익에 따라 접힐 수 있다는 공포는 이제 현실이 되었다.📊 숫자로 보는 에너지 종속의 변화
2001년 미국 중동 석유 수입 비중 17% → 2025년 3%로 급감. 반면 동북아(한·중·일)의 호르무즈 의존도는 60% 상회.
미국이 중동에서 손을 떼도 자국 경제에 타격이 거의 없는 구조적 배경입니다.
멈춰버린 미래, 네옴시티의 비극과 사우디의 재정 위기
재정균형유가의 딜레마와 100조 원의 적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야심 찬 미래 비전 '2030'의 핵심인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중단 위기에 처했다. '새로운 미래'라는 뜻의 네오(Neo) 프로젝트가 멈춘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부자 나라라는 것은 옛말이다.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국가를 운영하려면 최소한의 유가가 받쳐줘야 하는데, 이를 '재정균형유가'라고 한다. 현재 사우디의 경제 규모에서 적자를 내지 않으려면 유가가 배럴당 90~110달러 수준은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유가는 불안정하고, 무엇보다 전쟁 비용이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 작년 사우디의 재정 적자는 약 100조 원에 달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50조 원을 넘어섰다. 박현도 교수는 "네오 프로젝트는 실질적으로 문을 닫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한다. 170km를 일직선으로 잇는 거대 도시 '더 라인'은 이제 2.5km 수준으로 대폭 축소되었고, 그마저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전쟁 중인 나라에 누가 공장을 짓고 투자를 하겠는가. 후티 반군이 석유 시설을 때리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사우디의 미래는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스포츠 투자 철회와 마중물 없는 경제 개혁
사우디는 석유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 관광과 엔터테인먼트, 스포츠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호날두를 영입해 GDP를 1% 올렸다는 자신감으로 리브(LIV) 골프를 후원하고 2034년 월드컵 유치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곳간이 비어가자 가장 먼저 칼을 댄 곳도 여기다.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권을 반납하고, 월드컵 상징 경기장 건설 계획도 포기했다. 경제를 일으키려면 투자가 들어와야 하고, 투자가 들어오려면 최소한의 안보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사우디는 비행기가 뜨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사막의 다보스"라 불리는 대규모 투자 행사조차 항공 마비로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마중물을 부어야 할 석유 시설이 후티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으니, 경제 개혁의 엔진 자체가 꺼져버린 셈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네옴시티 수주에 열을 올렸지만, 지금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박준용 전 사우디 대사는 "투자는 하지 말고 수주만 하라"는 현명한 조언을 남겼다. 투입된 자본이 회수되지 못할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공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수주 물량도 그림의 떡이다. 중동 특수를 기대했던 한국 경제에게도 사우디의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후티의 물류 봉쇄와 유럽의 혹독한 겨울
사우디의 위기는 곧 전 세계 물류의 재앙으로 이어진다. 후티 반군이 아덴만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공격하면서 수에즈 운하로 향하는 길목이 막혔다. 이 라인은 아시아의 에너지가 유럽으로 가고, 유럽의 물자가 아시아로 오는 핵심 통로다. 여기가 막히면 배들은 희망봉을 돌아 멀리 우회해야 하며, 이는 곧 운송비 폭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특히 겨울을 앞둔 유럽에게는 치명적이다. 사우디가 동쪽의 유전에서 서쪽의 얀부 항구로 석유를 빼내려 해도, 후티는 이미 그 항구까지 공격 범위에 넣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의 먹구름으로 온다"는 박 교수의 경고가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결국 사우디 후티 반군 전쟁은 에너지 패권의 이동과 지정학적 갈등이 얽힌 복합 위기다. 미국이 빠져나간 자리를 이란과 후티가 채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국가들이 뒤집어쓰는 구조다. 이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세계 경제는 저성장과 고물가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다.💭 에디터의 단상
사우디의 네옴시티를 보며 권력자가 꿈꾸는 '미래'가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금 느낍니다. 빈 살만은 30대의 젊은 감각으로 나라를 바꾸려 했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인 '안보'와 '외교'에서 구멍이 났습니다.
미국만 믿고 판을 벌렸다가 뒤통수를 맞은 꼴이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윤석열 씨 재임 시절의 '이념 중심 외교'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떠올려 보십시오. 다행히 현 이재명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 선회하며 중동 리스크에 차분히 대응하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거대한 도전입니다.
국제 사회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이 차가운 진리를 사우디의 사례를 통해 뼈저리게 배웁니다.
미국-이란 전쟁의 늪, 제2의 베트남이 시작되는가
트럼프의 전략 부족과 이란의 끈질긴 생존력
박현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을 "전략 부족"이라고 비판한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체포 작전이 성공하자 기고만장해진 트럼프는 이란 정권도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폭탄이 떨어질 때는 집 밖에 나오지 마시고, 끝난 뒤에 나와서 시위하라"는 트럼프의 메시지는 이란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해외로 나갔던 예술가들이 전쟁을 계기로 귀국하며 결속력을 다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미국이 이 전쟁을 끝내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딜레마 때문이다. 장기전으로 가면 이란을 무너뜨릴 수는 있겠지만, 미국 경제가 먼저 거덜 난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가 120달러까지 치솟으면 트럼프는 필패한다. 이미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4달러, 경유는 6달러를 넘어섰다. 푸틴에게 고개를 숙여가며 경유를 구걸해야 할 정도로 트럼프의 처지는 다급해졌다. 이란은 이를 정확히 알고 있다. 이란의 승리 공식은 미국을 군사적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손 털고 나가게 만드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 때처럼 미국이 스스로 지쳐서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미국은 이란 정권을 교체하지도,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하지도 못한 채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이 묶여버렸다. 얻은 것 없이 피만 흘리는 양상이 1970년대의 악몽을 재현하고 있다.경제 제재의 한계와 중국이라는 우회로
미 재무부는 9월 27일 "2주 안에 이란 경제가 무너진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이란 경제는 건재하다. 미국의 제재를 비웃듯 이란과 중국의 육상 무역은 개전 이후 10배나 늘었다. 중국은 미국의 경제 제재에 동참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저렴해진 이란산 석유를 사들이며 이란의 생명줄을 이어주고 있다. 해상로가 막히면 육상으로라도 뺀다는 이란의 의지는 집요하다. 이라크를 통해 하루 1만 5천 대의 트럭으로 100만 배럴의 석유를 시리아로 빼돌리는 현장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유가가 80달러를 넘는 상황에서는 트럭 운송 비용을 감당하고도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경제 제재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구멍 때문에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내부에서도 "뚜렷한 수가 안 보인다"는 탄식이 나온다. 리언 파네타 전 국방장관조차 이 전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란은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긴다고 해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 본다. 과거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들도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란은 차라리 트럼프 임기 내에 어떤 식으로든 결판을 내고 싶어 하지만, 트럼프는 이기지도 지지도 못한 채 늪에 빠져 있다.최악의 시나리오: 주변국으로의 확전과 세계 경제의 몰락
이란은 미국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전쟁이 주변 지역으로 퍼질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이는 빈말이 아니다. 이란 정규군이 직접 움직이지 않더라도 이라크의 민병대나 후티 같은 대리 세력들이 쿠웨이트, 바레인, UAE 등을 지상 점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전쟁의 차원은 완전히 달라진다. 세계 석유 공급의 중심지인 걸프 지역 전체가 전장(戰場)이 된다면,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파멸이다. 이란은 이미 다 잃었기에 무서울 게 없다. "Nothing to lose"의 정신으로 "끝까지 가보자"는 이란의 태도는 미국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다.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공멸할 것인가. 이란은 이 잔혹한 선택지를 미국 앞에 들이밀고 있다. 박현도 교수는 지금의 상황이 제2의 베트남 전쟁의 서막이라고 본다. 미국이 명분 없는 전쟁에 발을 담갔다가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해 비참하게 물러났던 역사가 중동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예멘을 통한 물류 마비와 유가 폭등은 전 세계 가계에 이미 수천 달러의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 이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난타전의 끝에 누가 승자로 남을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사우디가 예멘 후티 반군에게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후티 반군은 'Nothing to lose(잃을 게 없는)' 전략으로 사우디의 잃을 게 많은 인프라(공항, 유전)를 정밀 타격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멘의 험준한 산악 지형 때문에 사우디가 강점인 공습만으로는 승기를 잡기 어렵고, 지상군 투입에 따른 막대한 희생을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Q. 예멘 후티 반군은 어떻게 정권을 잡고 사우디와 전쟁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살레 독재 정권이 무너진 틈을 타, 종교적 정체성을 지키려던 북부의 후티 세력이 결집했습니다. 이들은 2014년 수도 사나를 장악했고, 이에 위협을 느낀 사우디가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2015년 개입하면서 10년째 이어지는 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Q. 사우디와 후티 반군의 충돌 뒤에 있는 이란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후티 반군은 이란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대리 세력' 역할을 합니다. 사우디는 후티가 국경 근처에서 이란의 무기와 기술을 받아 자신들을 압박하는 것에 극심한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격화되자 후티가 이란을 돕기 위해 사우디 공항을 타격하는 등 갈등이 더 증폭되고 있습니다.
사우디 후티 반군 전쟁은 결국 미국이라는 절대 패권이 국익에 따라 우방을 어떻게 버릴 수 있는지, 그리고 절실함으로 무장한 비대칭 세력이 어떻게 첨단 군사력을 무력화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빈 살만의 야심 찬 미래가 멈춰 서고 리야드 공항이 검은 연기에 휩싸이는 현실은, 평화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인지 상기시킨다.
우리는 이제 미국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던 시대가 끝났음을 인정해야 한다. 중동의 불길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동북아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념에 매몰된 외교가 아니라 철저하게 국익을 계산하는 영리한 생존 전략이다.
사우디가 맞은 통수는 어쩌면 국제 사회의 냉혹한 본질을 우리에게 미리 알려주는 경고장일지도 모른다.
세계는 지금, 잃을 것이 없는 자들이 던진 드론 하나에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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