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정감사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민생을 챙기고 정책을 검증해야 할 엄숙한 자리에서, 어째 날선 공방은 뚱딴지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대중문화 교류를 위한 대형 행사를 두고 정부 예산 투입의 적정성을 따지거나, 십 수년 전 발생한 사건을 다룬 영화 한 편을 두고 색깔론을 들이미는 모습을 보면 정치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감이 밀려온다. 📉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와 '페노메논' 행사 논란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의 '페노메논' 예산 집중 질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주도하는 '페노메논' 행사를 정조준했다. 순수 민간 행사를 표방하면서 어째서 정부 업무보고에 등장하고 문체부가 주도적으로 보고를 올리느냐는 지적이었다.
내년도 예산에 잡힌 30억 원을 포함해 국가에서 지원하는 금액이 총 61억 원에 달해, 거의 100억 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돈이 왜 이 행사에 투입되는지 거칠게 따져 물었다. 👀
이러한 질의는 표면적으로 보면 국민 혈세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감시하는 야당의 당연한 책무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차분히 뜯어보면, K컬처의 전 세계적 확산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문화 예술과 산업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 자체를 흠집 내기 위한 정략적 공세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정부가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의 활력을 이끌어내려는 정책적 변화를 굳이 예산 트집 잡기로 깎아내리려는 태도야말로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국정감사는 행정의 과오를 바로잡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야당의 질의는 대안 제시보다는 어떻게든 정부와 관련 단체를 엮어 흠을 잡겠다는 의도가 너무도 뻔히 들여다보였다.
매번 문화 예술계 예산만 나오면 '특혜'니 '낭비'니 하며 가위질을 먼저 하려는 태도는, 우리 문화 산업이 세계 무대에서 거두고 있는 성장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애써 눈감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박진영 공동위원장의 해명과 패널들의 날 선 비판
이러한 공세에 대해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행사의 취지와 구조를 소상히 설명하며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행사의 전체적인 기획은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주도하고, 그 기획안에 맞춰 실제 시행을 맡는 구조라고 밝혔다.
특히 관광객들을 한데 모아놓고 그 주변에서 게임, 패션, 라이프스타일, 뷰티 등 다양한 분야의 중소 K컬처 기업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뽐낼 수 있는 전시회 참여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가 직접 거금을 투입하는 행사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진영 위원장은 페노메논이라는 대형 이벤트로 모여드는 수많은 방문객들의 흐름을 활용해, 평소 기회를 잡기 힘든 중소 기획사들과 연관 산업체들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지원금은 바로 이 중소기업들의 전시 지원에 쓰이는 것이지, 행사를 위한 쌈지돈으로 쓰이는 게 아니라는 해명이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패널들은 이러한 설명에 대해 논리가 허황되고 터무니없다며 맹렬하게 비판을 가했다. 💡
패널들의 시각은 결국 이 행사가 보수 세력을 결집하거나 특정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는 그저 그런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냐는 의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화 예술계의 자율성과 상업적 확장성을 지원하겠다는 순수한 의도를 곧이곧대로 믿어주지 않는 것이다.
물론 대형 행사가 늘 지니는 전시행정의 위험성이나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엄격하게 감시해야 한다는 지적 자체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무조건 '정치적 행사' 낙인을 찍어 매도하는 것은, 치열하게 현장을 뛰며 K컬처의 저변을 넓히려는 민간 전문가들의 노력에 찬물을 潑(발)인 격밖에 되지 않는다.
문화 예산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낡은 행태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곳마다 꼬리표를 달고 색깔론을 들이미는 모습은 언제쯤 사라질 것인가. K컬처가 세계를 강타하는 지금, 정부와 민간이 손을 잡고 시너지를 내려는 시도조차 정치적 잣대로 재단하려는 태도는 우리 문화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와 영화 '암살자들' 공방
주진우 의원의 색깔론 공세와 북한 맹종 타령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은 또 다른 차원의 소모전으로 얼룩졌다. 주진우 의원은 영화 '암살자들'을 느닷없이 소환해 거칠게 밀어붙였다. 북한의 김정일이 직접 배후라고 자백하고 사과까지 했는데, 북한의 소행임을 은폐하라는 지령이라도 받은 것이냐며 '북한 맹종도 적당히 하라'는 원색적인 주장을 펼쳤다. 😡
과거의 사건을 다룬 영화 한 편을 두고 국정감사장에서 색깔론을 꺼내드는 모습은, 민생을 돌봐야 할 국회의원의 본분을 망각한 구시대적 망령 그 자체였다.
이러한 발언의 저의는 불 보듯 뻔하다. 어떻게든 상대 진영에 '종북'이라는 굴레를 씌워 정치적 타격을 입히겠다는 얄팍한 셈법이다.
이미 역사적 사실로 판명 나거나 기록으로 남은 사안조차 왜곡하여 정치적 선동의 재료로 쓰는 행태는 민주주의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다. 국회가 공론의 장이 아니라 철 지난 이념 대결의 각축장으로 전락하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주진우 의원의 발언은 팩트에 기반한 합리적 비판이라기보다는,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자극적인 수사학에 불과했다. 북한과의 관계를 다루는 민감한 사안일수록 더욱 냉철하고 객관적인 역사 인식이 뒷받침되어야 함에도, 감정적인 핏발을 세우며 상대를 공격하는 데만 골몰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국정감사가 무슨 폭로전이나 마녀사냥의 장소인가. 이런 저급한 공방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은 이미 한계에 달해 있다.
서영교 위원장의 날카로운 반박과 자서전 인용
이 터무니없는 공세에 가만히 있을 이 아니었다. 서영교 위원장은 즉각 반격에 나서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서전인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의 내용을 직접 인용해 주진우 의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박살 냈다. 되어 있다는 사실을 낱낱이 까발렸다. 📚
상대 진영의 정치인이 쓴 자서전의 기록까지 소환해 가며 거짓 주장의 허점을 짚어낸 것은 그야말로 통쾌한 일갈이었다. 사실관계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를 일삼는 태도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지 명백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정치가 최소한의 팩트조차 외면한 채 감정적 선동으로만 흘러갈 때 얼마나 볼썽사나워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서영교 위원장은 국회의원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버젓이 떠들어대며 민간인이나 상대 진영을 해롭게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이러한 발언이 공식적인 국정감사장을 넘어 일반 장소에서까지 이어졌다면 반드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벼르는 모습을 보였다. 는 그 한마디는, 지금 대한민국 정치판 전체가 가장 깊이 새겨들어어야 할 묵직한 경고였다.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정치
보수 진영에서 신성시 여기는 인물의 자서전조차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눈감아 버리는 이중성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팩트는 눈에 뵈지 않고 오직 정쟁만 남은 국감장의 풍경은 씁쓸함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국정감사 본질의 실종과 민생의 부재
무엇을 위한 국정감사인가, 껍데기만 남은 공방
두 건의 논란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분모는 바로 '본질의 상실'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든 법제사법위원회든, 지금 국민들이 진짜로 궁금해하고 해결을 바라는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물가는 치솟고 민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사회 곳곳에서 구조적 불평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 자리에 앉아 수백억 원의 문화 예산을 두고 억지 트집을 잡거나, 몇십 년 전 북한과의 사건을 끌어와 색깔론 싸움이나 벌이고 있으니 한숨이 나올 밖에. 📉
국정감사는 정부가 지난 한 해 동안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매섭게 감시하라고 국민이 준 소중한 권한이다. 하지만 그 권한을 손에 쥔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거나 상대방을 흠집 내기 위한 무기로만 국감을 소모하고 있다.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묵살당하고, 자극적인 멘트 한 줄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는 얄팍한 계산만 가득하다.
이런 식의 구태의연한 정치가 반복되는 한, 대한민국 정치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국민들은 더 이상 의원들의 고성방가나 저급한 색깔론 공방에 속아 넘 넘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습을 보며 차가운 외면을 보낼 뿐이다. 국회가 스스로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 거대 양당의 소모적 싸움터로 전락해 버린 현실이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한 가장 심각한 위기인지 모른다.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여의도의 씁쓸한 자화상
사안의 진실이 무엇이든, 팩트가 어떻게 적혀 있든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는 정치를 더욱 혐오스럽게 만든다. 영화 '암살자들' 공방에서 보듯, 명백한 역사적 기록과 자서전의 문구마저 자기 입맛대로 왜곡하거나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은 정치인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국감이 아니라, 거짓을 진실처럼 포장하기 위한 연기력 대결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
상대방을 향해 쏟아내는 거친 말 속에는 공감도, 고민도, 미래에 대한 비전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저놈을 어떻게든 꺾어야 한다'는 핏발 선 적개심만이 국감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무슨 창의적인 정책이 나오고, 어떤 민생 대책이 마련될 수 있겠는가.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깎아내리고 역사의 기록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는 정치는 이제 그 수명을 다해야 마땅하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누가 진짜로 나라를 걱정하며 뛰고 있고, 누가 정권의 이익이나 당리당략을 위해 핏대를 세우고 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다.
낡은 이념의 칼을 휘두르며 진실을 왜곡하는 정치가 계속되는 한, 그들이 서 있는 자리엔 매서운 심판의 칼날만이 돌아오게 될 것이다. 국정감사가 진정한 '감사'의 의미를 되찾고, 국민의 삶을 보듬는 자리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것은 과연 지나친 욕심인가.
에디터의 단상 : 정치가 국민의 짐이 되지 않으려면
국감장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텁텁해졌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고,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고 있는데, 여의도의 시계는 여전히 낡은 이념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양새다.
문화 예술인들이 어렵사리 판을 깔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예산 꼬투리를 잡고, 지나간 역사적 사실마저 정쟁의 소모품으로 쓰는 작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정치가 국민의 희망이 되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삶의 짐이 되어서는 안 되는 노릇이다. 진실 앞에 겸손하고 팩트 앞에 정직한 정치가 아쉽고 또 아쉬운 요즘이다. 🍃
국정감사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진 지금, 남는 것은 씁쓸함뿐이다. 진실과 팩트는 사라지고 앙숙처럼 싸우는 모습만이 여의도를 채우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씁쓸한 공방 속에서도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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