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과 ADHD 급증, 서울대 김붕년 교수가 말하는 진짜 원인 💡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 아이가 혹시 남들보다 조금 늦되는 건 아닌가 불안해하는 부모들을 너무 쉽게 만날 수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ADHD 같은 발달 및 신경 다양성 이슈는 이제 일부 특정한 가정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거대한 현실이 되었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가 방송에 나와 털어놓은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무지했고 또 얼마나 편협한 잣대로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과거에는 200명 중 1명꼴이라던 진단이 이제는 100명 중 2~3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통계를 보더라도 8세 아동 31명 중 1명이 자폐 스펙트럼에 해당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 가파른 증가세를 두고 단순히 아이들이 이상해졌다고 탄식할 게 아니다. 진단 기준이 넓어지고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탓도 크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맥락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엉뚱한 곳에서 범인을 찾으며 불안에 떨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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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실체와 진단의 이면

건강한 발달의 결여와 없어야 할 강박적 행동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을 가만히 살펴보면 명확한 특징이 드러난다. 건강하게 발달해야 할 두 가지 능력이 결여되는 것이 첫 번째다.

타인과 건강하게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 사회적 관계 형성 능력이 떨어지고, 말을 표현하거나 듣고 이해하는 언어 능력의 발달도 크게 지연된다. "두 가지 있어야 할 것이 없고 한 가지 없어야 할 것이 있다."는 말처럼, 반대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강박적 행동들이 자리를 잡는다.

제자리에서 이유 없이 빙빙 돌거나 펄쩍펄쩍 뛰는 행동, 장난감을 일정한 규칙에 맞춰 끝없이 일렬로 줄 세우는 모습들이 대표적이다. 특정 행동이나 관심사에만 과도하게 몰입하는 반복 행동도 동반된다.

주변에서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단순한 고집이나 버릇 정도로 치부하기 쉽지만, 아이의 뇌 안에서는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가 막혀버린 채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행동들은 아이가 의도적으로 부모를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니라, 세상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방어기제에 가깝다. 이 맥락을 읽어내지 못하고 억지로 행동을 교정하려 든다면 아이는 더욱 깊은 고립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진단 기준의 확대와 환경적 요인이 부르는 오해

지난 10년 동안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3~4배 이상 폭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우타 프리트 명예교수가 지적했듯이, 과거에는 심각한 발달 장애 아동에게만 국한되던 정의가 언어장애나 학습장애가 없는 경미한 특성의 아이들까지 포괄하도록 지나치게 넓어진 탓이 크다.

즉, 질병 자체가 늘었다기보다는 진단 기준의 변화와 인식의 향상이 만들어낸 통계적 현상에 가깝다.

하지만 진단명 뒤에 숨겨진 환경적 요인도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플라스틱 제품 등에 광범위하게 포함된 비스페놀A나 프탈레이트 같은 환경 호르몬은 아동의 신경 발달, 특히 사회성 발달 영역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생활용품들이 아이들의 뇌 발달 트랙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경고는 결코 가볍게 들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증가세를 환경 오염이나 질병의 확산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위험하다. 객관적인 생물학적 검사법이 부재한 상태에서 임상의의 주관적 판단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자가진단이 겹치면서,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자원이 집중되지 못하는 부작용까지 생기고 있다.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고 개별 아이의 특성에 맞춘 지원 체계를 세우는 일이 시급한 이유다.

📊 통계로 드러나는 발달 장애의 현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조사에 따르면 8세 아동의 자폐 스펙트럼 유병률은 3.2%에 달한다. 2000년과 비교하면 무려 4.8배나 폭증한 수치다.

이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발달 장애를 남의 일처럼 여길 수 없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지표다.

수치의 증가를 곧바로 재앙으로 해석하기보다, 보이지 않던 아이들을 제도 안으로 품어내는 과정으로 읽어내야 한다.

아이의 고유한 시간표와 상호작용의 기적

말을 잃었던 30개월 아이에게 찾아온 변화

현장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는 전문가들의 접근법은 그래서 남달라야 한다. 30개월 된 아이가 말을 전혀 하지 못해 절망에 빠진 보호자의 사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아이는 언어 표현력이 바닥이었지만, 유독 음악에 커다란 반응을 보이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치료진은 그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동요를 활용하고 엄마와 함께하는 놀이 치료를 꾸준히 진행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노는 경험이 쌓이면서 상호작용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엄마의 눈을 맞추고, 안기고 싶어 하며, 안아주는 것을 온몸으로 반기기 시작했다.

이 단계에 도달한 이후에야 비로소 엄마가 놀이 도중에 가볍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고, 그것이 아이의 실제 언어적 표현으로 연결되었다. 아이의 고유한 발달 특성과 시간표를 존중해주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자 유일한 정답임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조급함을 버리고 아이의 속도에 맞추기

우리는 흔히 아이가 또래보다 조금만 늦어도 불안감에 사로잡혀 이리저리 흔들리곤 한다. 빨리 말을 트게 해야 하고, 빨리 글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부모의 조급함은 결국 아이의 뇌를 옥죄는 족쇄가 된다.

아이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발달 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부모는 드물다.

김붕년 교수가 강조하듯 치료는 아이를 부모의 입맛에 맞게 개조하는 작업이 아니다. 아이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하도록 마음의 문을 두드려주는 인내의 과정이다.

음악이든 장난감이든 아이가 마음을 여는 작은 틈새를 찾아내고,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결국 부모가 내려놓아야 할 것은 '남들과의 비교'다. 내 아이가 가진 독특한 리듬을 존중하고 기다려줄 때, 아이는 비로소 비뚤어진 방어벽을 거두고 세상과 손을 잡을 용기를 얻게 된다.

💭 에디터의 단상 : 기다림의 무게에 대하여

우리는 너무나 쉽게 아이들에게 '빨리빨리'를 강요하며 살아왔다. 조금만 행동이 산만하거나 또래와 다르면 곧바로 문제아라는 낙인을 찍고 교정소로 밀어 넣으려 바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른인 우리 자신도 완벽하지 못하고 매일 흔들리며 살아가지 않는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매서운 훈육이나 빠른 교정이 아니라, 네가 어떤 모습이든 괜찮다는 무조건적인 수용과 기다림일지도 모른다.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어른들의 조급함이 만들어낸 거대한 지옥에 불과하다.

ADHD에 대한 오해와 성인 ADHD의 진실

활발한 기질을 ADHD로 낙인찍는 폭력성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는 편견과 무지가 가득하다. 조절 능력이란 뇌 발달 트랙에 따라 60~72개월, 그리고 84개월 사이에 발달하기 마련이다.

전 세계적으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7세로 정한 것도 이 시기가 되어야 비로소 조절 능력을 바탕으로 한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경험적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도 너무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진 아이들의 활발한 기질을 견디지 못하고 ADHD가 아닐까 전전긍긍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 "활발한 기질을 가졌을 뿐인데 ADHD로 의심받아 소외당하고, 그러니까 또 더 ADHD스럽다고 얘기 듣는 이런 악순환을 저는 빨리 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의 이 탄식은 우리 교육 현장의 폭력성을 그대로 고발한다.

실제로 전체 ADHD 중 아주 이른 시기에 발병하는 경우는 1%도 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생기발랄한 에너지를 통제하기 편한 상태로 짓누르기 위해 약물이나 낙인을 먼저 떠올리는 어른들의 태도는 반성받아 마땅하다. 아이는 고유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자라나는 존재이지, 관리 대상의 부품이 아니다.

성인 ADHD가 건네는 뒤늦은 안도감과 해방감

초등학생 시기 5~10%에 이르던 ADHD 판정은 성인기로 접어들면서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하지만 나머지 50%는 성인 ADHD로 이어져 시간 관리의 어려움, 잦은 지각, 욱하는 분노 조절 문제, 그리고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 기복으로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주목할 점은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이들이 병원에서 보이는 반응이다. 그들은 치료 과정에서 "아하! 내가 게으르고 나태해서 그런 게 아니라 진짜 ADHD였구나!"라며 거대한 해방감을 느낀다.

평생 동안 주변으로부터 받아왔던 비난과 자책의 화살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 진단은 단순한 질병의 확인을 넘어, 자신의 지난 삶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해석하게 만드는 '자아 프레임의 대전환'을 이끌어낸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훈련과 교육을 통해 스스로를 관리하는 방식을 익히고 새로운 자아상을 구축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성인 ADHD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접근은 더 넓어져야 마땅하다.

💡 성인 ADHD 주요 체크포인트

  • 마감 기한을 고치려 해도 반복해서 지키지 못하고 지각이 잦은가
  • 작은 일에도 쉽게 욱하며 대인관계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는가
  • 스스로 감정을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롤러코스터 같은 기복을 느끼는가
  •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닐까 의심해본 적이 있는가

청소년기 사춘기의 맥락과 부모의 자세

전두엽의 가지치기와 편도핵 폭풍이 만드는 혼란

중학생 아이들을 앞에 두고 강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던 에피소드는 10대를 키워낸 부모라면 누구나 쓴웃음을 지을 만한 광경이다. "김붕년?

야, 이거 진짜"라며 장난기가 발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버릇없음의 발동이 아니라 뇌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생물학적 지각변동의 결과다.

청소년기에는 두 가지 강력한 뇌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난다. 첫째는 인식과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가지치기 현상이다.

여아는 초등 6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남아는 중학교 1부터 고등학교 2학년 시기에 조절 능력이 가장 극심하게 흔들린다. 둘째는 남성 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분노, 불안, 공포가 뒤섞인 감정을 폭발시키는 편도핵의 과활성장이다.

위에서는 조절하는 브레이크가 고장 나고, 아래에서는 엑셀을 밟아대는 예민성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여기에 또래 집단의 영향력까지 더해지니 가족을 벗어나 친구들 중심으로 뭉치려는 청소년들의 반항은 생물학적으로 피할 수 없는 수순인 셈이다.

귀한 손님처럼 자녀를 대하는 법

아이가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릴 때 문을 확 열어젖히며 화를 내는 부모의 태도는 관계를 완전히 파탄 내는 지름길이다. "네가 감정의 파도 속에서 여기저기서 많이 힘들어하고, 가족들한테 네가 이렇게 불손하게 대하는 거, 태도. 그런 맥락에서 생긴 거구나"라는 맥락을 이해할 때 비로소 분노는 연민으로 바뀐다.

우리가 품어야 할 가장 완벽한 부모의 자세는 김 교수가 전한 경구 속에 담겨 있다. "당신 자녀를 나와 아내에게 온 귀한 손님처럼 여겨라." 귀한 손님이 오면 우리가 그 사람의 취향을 존중하고 극진히 대접하듯, 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는 영원히 내 품에 머무를 소유물이 아니라 언젠가 떠나갈 독립된 개별자라는 사실이다. 올 때 정말 귀하게 찾아온 감사한 존재이기에, 머무는 동안 충분히 사랑해주고 떠나고 싶어 할 때 언제든 온전한 독립을 축복하며 떠나보내는 것.

그것이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물이다.

🔥 지배하려는 부모가 아이를 망친다

부모의 불안과 욕심을 아이에게 투사하며 쥐고 흔들려는 시도는 교육이 아니라 폭력에 가깝다. 사춘기 아이의 불손한 태도를 참지 못하고 윽박지르는 순간, 부모와 자식 사이의 마지막 다리는 무너져 내린다.

아이를 내 소유물로 여기는 착각을 버리지 않는 한, 좋은 부모라는 타이틀은 영원히 허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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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장애부터 성인 ADHD,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뇌 과학까지 김붕년 교수가 풀어낸 이야기들의 기저에는 단 하나의 진실이 흐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연민'의 힘이다.

눈에 보이는 겉모습과 불손한 태도 뒤에서 두려움에 떨며 흔들리는 아이들의 맥락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영원히 서로를 치유하지 못한 채 상처만 주고받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고유한 시간표를 믿고, 그들이 언제든 머물렀다 떠날 수 있는 단단하고 따뜻한 품을 내어주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시대의 어른들이 해야 할 유일한 숙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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