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시장 시황: 5거래일 -13.8% 폭락의 진실

10월 14일 수요일 장마감 화면을 바라보며 깊은 탄식이 절로 터져 나왔다. 어제 겪었던 처참한 폭락에 이어 오늘 장세마저 지지부진한 하락세로 마감했기 때문이다.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서늘한 한기를 느꼈을 법한 하루였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을 뜨겁게 달구었던 거대한 대상승의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이제는 살을 에는 듯한 하락의 뒷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문제는 이 소나기가 과연 여기서 멈출 것인가 하는 점이다. 냉정하게 짚어보자면 지수 상으로 완벽하게 편안한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암초들이 너무나 많다.

증시가 곤두박질치고 나면 여의도 증권가와 언론에서는 온갖 현학적인 수식어를 붙여가며 사후 약방문식 밸류에이션 분석을 쏟아낸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번 하락장은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의 결함 때문에 터진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시장 내부의 유동성과 수급이 말라붙으면서 발생한 수급 붕괴 장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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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해보면

  • 코스피가 5거래일 만에 -13.8% 폭락하며 6,000선을 위협받는 국면은 실적 훼손이 아닌 외국인의 천문학적 매도세와 극단적인 유동성 고갈이 빚어낸 참사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본진'에 묶인 신용융자 잔고와 1조 원을 넘어선 미수 거래는 기술적 반등 시마다 거대한 매물 벽으로 작용하여 5,000~7,000 박스권을 강제할 것이다.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6대 진단이 시사하듯, 금융 불균형과 과도한 레버리지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치명적 붕괴를 부를 수 있기에 시장의 안일한 낙관론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무너져 내린 지수와 수급의 민낯: 왜 밸류에이션은 작동하지 않는가

5거래일 만에 마이너스 13.8%, 공포의 6,000선 공방전

이번 하락의 궤적을 찬찬히 복기해보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시작점이었던 7,000포인트 고지에서 불과 단숨에 1,000포인트가 증발해 버렸다. 5거래일 동안 기록한 -13.8%라는 하락률은 과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 충격이나, 2011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사태 당시 겪었던 15%대 급락세에 필적하는 수치다.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통상적인 조정의 범주가 아니다.
오늘 하루만 놓고 보면 500개 종목이 상승하고 369개 종목이 하락했으니 언뜻 체감상 방어가 된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착시에 불과하다. 시가총액의 절대다수를 지탱하는 대형주 본진이 외국인의 무차별적인 매도 폭격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 역시 전일 대비 13포인트(1.57%) 미끄러진 823포인트로 마감하며 처참한 흐름을 같이했다. 잘 버텨주던 반도체 장비주들이 일제히 곤두박질치며 지수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린 탓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 종목의 실적이 탄탄하니 언젠가 제자리를 찾겠지"라는 안일한 믿음은 독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시장 전체의 지반이 가라앉고 있는 형국이다. "내 잘못 아니다. 그냥 시장이 주저앉은 거다"라는 탄식이 시장 참여자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대한 유동성의 썰물이 밀려 나갈 때는 가장 튼튼해 보이던 바위조차 바닥을 드러내며 균열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200조 원을 쏟아낸 외국인, 한국 증시는 그들의 현금 인출기인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태를 뜯어보면 분노를 넘어 참담한 심경이 든다. 어제 하루에만 약 5조 원에 달하는 매도 폭탄을 쏟아붓더니, 오늘은 매도세가 다소 진정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1조 2천억 원 규모를 팔아치웠다. 시장 일각에서는 1조 2천억 원 수준이면 전일 대비 선방한 것이 아니냐고 자위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지금 1조 2천억 원이면 별로 많은 거 아닌데요, 잘 못 받아내네요."라는 진단이 정곡을 찌른다. 시장의 하부 기초 체력이 완전히 바닥났음을 적나라하게 증명하기 때문이다.
올해 누적된 외국인의 매도 규모를 들여다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지난 13일까지 유가증권시장(거래소)에서만 외국인이 던진 주식이 무려 203조 원을 넘어섰다. 대만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약 68조 원 수준에 그친 것과 비교해 보면, 한국 시장에서만 무려 세 배가 넘는 자금을 회수해 간 셈이다. 한국 시장이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외국계 펀드들의 손쉬운 '주요 현금 인출기'로 전락해 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기타 법인을 통해 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자금 6조 8천억 원이 유입되며 방어벽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상반기 6월까지만 해도 연초 대비 116%라는 경이적인 상승률을 구가하며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던 코스피였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연초 대비 상승률은 43%대로 곤두박질쳤다. 외국인들은 미국의 금리 경로와 지정학적 위기,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 이미 불어날 대로 불어난 주머니 사정을 냉정하게 계산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익을 챙겨 떠나고 있다.

밸류 트랩의 함정과 장부상 저평가의 진실

통상적으로 주가가 이렇게 급락하면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의 후행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들고나와 '바겐세일'을 외쳐댄다. 역사적으로 코스피 PER 밴드가 8~20배, PBR이 0.8~1.5배 사이에서 등락해 온 점을 근거로 삼는다. 특히 PBR이 1배 미만으로 떨어져 상장사 장부 가치조차 밑돌게 되면 "더 이상 빠질 자리가 없다"는 기술적 저평가 논리가 득세한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수급 구조를 무시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한국거래소(KRX)의 공식 통계와 한국은행 ECOS 데이터를 대조해 보아도, 2008년 금융위기나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코스피 PER은 7~8배 수준까지 가차 없이 짓눌렸다. 기업의 장부상 자산이 아무리 탄탄하고 순이익이 견조해도, 사줄 주체가 사라진 시장에서는 저PBR이 안전마진이 아니라 자금이 묶여버리는 '밸류 트랩(Value Trap)'으로 작용한다. 특히 반도체와 중후장대 제조업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 증시의 특성상, 미래 이익 컨센서스가 꺾이는 순간 장부상 가치는 순식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주당순이익(EPS)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같은 수익성 지표는 자본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유동성이 순환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와 달러화의 흐름, 그리고 급변하는 대외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외국인이 일방적으로 자금을 인출하는 국면에서는 그 어떤 가치 평가 모델도 지지선이 되어주지 못한다. 숫자가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섣불리 바닥을 예단하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도박인지를 이번 폭락장이 가혹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 짚고 넘어가야 할 수급의 모순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주식을 사줄 주체가 없다면 가격은 떨어진다. 지금의 하락은 기업의 펀더멘털 문제가 아니라, 유동성의 붕괴와 외국인의 일방적인 차익 실현이 만들어낸 인위적 공동화 현상이다.

외국인의 현금 인출 창구로 전락한 구조적 모순을 외면한 채, 단순히 PER·PBR이 낮다는 이유로 낙관론을 설파하는 것은 투자자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기만이다.

본진에 걸린 헛된 희망: 빚투와 미수금이 가로막는 진바닥

삼전닉스 신용융자 잔고가 말해주는 뼈아픈 현실

시장의 하락보다 더 뼈아프고 두려운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속에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다. 주식 시장의 오랜 격언처럼, 진정한 바닥은 모든 희망과 기대감이 남김없이 꺾여 나갔을 때 비로소 찾아온다. 아무도 주식을 거들떠보지 않고 매수세의 숨소리마저 멎어버렸던 2024년 후반부의 처절한 침체를 지나서야, 2025년의 경쾌한 대상승이 태동했던 역사를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증시의 심장부이자 '본진'이라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즉 '삼전닉스'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실망을 금치 못하게 된다. 어제 자 기준으로 집계된 이 두 종목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수가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 3월 전쟁 위기로 6,000선이 깨지며 5,000대에서 출발해 9,000까지 직행했던 당시의 신용 물량이 여전히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셈이다.
지수가 6,000 언저리까지 밀려 내려왔다면 신용 잔고 역시 대거 청산되어 가벼워졌어야 마땅하다. 만약 그 데이터가 확인되었다면 마음 편하게 "이제 안심하십시오, 과도한 하락이니 매수에 동참하셔도 좋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찍힌 차가운 데이터는 "아직 시장에 미련과 기대감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는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위안을 주는 달콤한 마사지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가리키는 현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1조 원 돌파한 위태로운 미수금과 반대매매의 악순환

더욱 심각한 뇌관은 단기 차익을 노리고 레버리지를 극대화한 위탁매매 미수금이다. 현재 증시 주변의 미수금 규모는 1조 원을 훌쩍 넘어서며 위험 수위를 돌파했다. 미수 거래는 통상 30~40%의 증거금만 있으면 보유 현금의 2.5배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초단기 외상 거래다. D+2일 결제 제도라는 시간의 덫 속에서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면 사흘째 되는 날 아침 가차 없이 반대매매로 청산된다.
주가가 크게 빠지자 이를 단기 반등의 기회로 착각하고 빚을 내어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1조 원 넘게 묶여 있다는 것은 참담한 비극이다. 5거래일 동안 13.8%가 밀려버리는 장세에서는 버틸 재간이 없다. 증권사들이 쏟아내는 기계적인 반대매매 하한가 매도 물량이 개장과 동시에 쏟아지며 지수의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실패를 넘어 시장 전체의 지반을 흔드는 독소 조항으로 작용한다. 탐욕에 눈이 멀어 무리하게 당겨 쓴 레버리지는 결국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시장에 환류되며, 건전하게 자산을 지키려던 일반 투자자들까지 함께 낭떠러지로 끌고 내려간다. 빚으로 쌓아 올린 모래성은 결코 하락장의 거센 파도를 막아낼 수 없다.

📊 숫자로 보면

현재 위탁매매 미수금 1조 원 돌파와 줄어들지 않는 신용융자 잔고는 시장의 잠재적 매도 대기 물량이 여전히 막대함을 의미한다. 단기 레버리지 거래의 결제 시한(D+2)이 도래할 때마다 쏟아지는 반대매매 폭탄은 기술적 반등의 싹을 무자비하게 잘라버린다.

상방이 닫혀버린 5,000~7,000 박스권 장세의 생존법

이러한 수급 꼬임과 심리적 잔재를 종합해 볼 때, 당분간 우리 증시는 V자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수가 일정 수준 올라오려 할 때마다 물려있던 신용 매물과 본전 심리의 악성 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천장을 짓누를 것이기 때문이다. 상방이 단단히 가로막힌 채, 우리는 향후 꽤 오랜 시간 동안 5,000에서 7,000포인트 사이의 거친 박스권에 갇혀 지내야 하는 가혹한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박스권 장세에서는 지수 전체를 추종하는 인덱스 투자나 막연한 장기 보유 전략은 극심한 피로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본진인 반도체 대형주들이 외국인의 수급 공방 속에서 갇혀 있는 동안, 뒷단에 위치한 개별 종목과 가치주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미 중소형 가치주들의 주가 수준은 지수가 3,000포인트대에 머물던 2024~2025년 상반기의 참담한 가격대까지 주저앉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소외된 중소형주들이 당장 지수를 제치고 급등세로 돌아설 것이냐 하면 그것 또한 회의적이다. 시장 전체의 거래 대금이 급감하고 매기가 실종된 국면에서는 소외주는 소외된 채 방치되는 양극화가 심화되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공격적인 베팅이 아니라, 철저하게 현금 비중을 조절하며 박스권 하단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어적 자산 배분 전략이다.

전쟁의 포화 속 질주하는 해운주와 ASML의 압도적 성적표

중동발 운임 폭등이 쏘아 올린 해운 섹터의 고공행진

지수 전체가 시퍼렇게 멍들어가는 아비규환의 장세 속에서도 기이할 정도로 독야청청 솟구치는 섹터가 있다. 바로 중동의 지정학적 화약고가 터지면서 유조선 피격 사건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해운 업종이다. 글로벌 물류의 대동맥이라 할 수 있는 주요 해협의 통행이 차단되고 위험 프리미엄이 치솟자, 해상 운임 지수가 통제 불능의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운임 급등은 곧바로 해운사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실적 모멘텀으로 직결되며 주가를 수직 상승시켰다. 펀드 내에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테스트용으로 살짝 담아두었던 해운주 종목마저 최근 단기간에 30% 가까운 급등세를 연출했다. "어, 이거 너무 싼데 이러면서 잠깐 담아볼까 했는데 훅 하고 올라버렸습니다."라는 고백이 결코 과장이 아닐 만큼, 시장의 자금은 명확한 실적 개선이 눈에 보이는 극소수의 피난처로 극단적인 쏠림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테마성·수혜성 급등을 마냥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해운주의 화려한 불꽃놀이는 그 이면에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유가 급등, 그리고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이라는 거대한 디플레이션·인플레이션 복합 위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 섹터의 깜짝 수익률에 취해 시장 전체를 뒤덮고 있는 거시경제의 먹구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ASML 3분기 서프라이즈와 202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한편, 바다 건너 들려온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3분기 실적 발표는 국내 반도체 투자자들에게 복잡미묘한 감정을 안겨주었다. ASML은 이번 분기 매출 116억 6,200만 유로, 주당순이익(EPS) 12.95유로, 매출총이익률 57.5%, 순이익 50억 유로를 기록하며 시장의 모든 컨센서스를 가뿐히 뛰어넘는 압도적인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의 주주환원 태도였다. 50억 유로를 벌어들인 뒤 무려 41억 유로를 자사주 매입에 쏟아붓고 중간 배당까지 두둑하게 챙겨주었다. "얘네는 다 하네, 다 해. 이거 보고 좀 많이 놀랐어요."라는 반응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번 돈을 고스란히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핵심 장비에 대한 수요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절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한 수준의 확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경영 판단이다.
ASML의 CEO가 직접 밝혔듯, AI 가속기와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및 심자외선(DUV) 장비 수요는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객사들의 생산 능력 확대에 발맞춰 2028년 이후 장비 공급을 30% 이상 증설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은, 비록 지금 한국의 반도체 주가가 수급 꼬임으로 얻어맞고 있을지언정 AI가 촉발한 산업 혁명의 패러다임 자체는 여전히 확고부동함을 웅변하고 있다.

최태원의 3% 룰 묘수와 신현송 총재의 서늘한 경고

SK(주) 지분 2.28% 매각과 감사의 독립성을 둘러싼 방정식

시장이 곤두박질치는 와중에도 대기업 지배구조의 막후에서는 정교한 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 중이던 SK(주) 보통주 165만 3,924주(지분율 2.28%), 총 9,440억 원 규모의 블록딜 매각 계약을 체결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시장의 이목은 그 천문학적인 매각 대금이 어디로 향하는가보다, 주식을 넘겨받은 매수 주체의 면면에 쏠렸다.
최 회장은 이 지분을 통으로 넘기지 않고 정교하게 쪼갰다. 미국의 거대 IT 기업 델(Dell) 가문의 패밀리오피스인 DFO 매니지먼트에 97만 2,493주(지분율 1.34%, 5,440억 원)를 넘기고, 나머지 68만 1,431주(지분율 0.94%, 4,000억 원)는 한국투자증권에 매각했다. 이 절묘한 쪼개기 매각의 이면에는 상법상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합산 3% 룰)'이라는 제도가 똬리를 틀고 있다.
상법은 대주주가 수족 같은 인물을 감사로 앉혀 경영 감시를 무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무리 많은 지분을 가졌어도 감사 선임 시에는 특수관계인 합산 의결권을 최대 3%로 묶어둔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어차피 의결권이 제한되어 사표가 될 지분을 우호적인 글로벌 패밀리오피스와 금융기관에 분산 매각함으로써, 지배력의 실질적 누수를 방어함과 동시에 막대한 현금을 확보하는 고도의 전략적 수를 둔 셈이다. 재벌 총수들의 치밀한 지분 방정식 속에서 개미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지배구조의 씁쓸한 단면을 목도하게 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6대 진단: 과도한 레버리지에 대한 선제 타격

국내외 거시경제의 수장들이 던지는 메시지 역시 지극히 서늘하다. 현송신(Hyun Song Shin), 즉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내놓은 6가지 거시경제 진단은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신 총재는 한국 경제가 산업 간, 계층 간 극단적인 'K자형 양극화'를 겪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의 고통이 저소득 취약계층에 가장 가혹하게 전가되고 있음을 준엄하게 경고했다.
특히 한국은 AI 대규모 투자 호황이라는 강력한 성장 동력과,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 및 공급망 위기라는 두 거대한 해일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교차점에 서 있다. 신 총재의 발언 중 가장 심장부를 찌르는 대목은 바로 금융 불균형에 대한 일갈이다. "회복력을 견고하게 발전시키려면 문제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지기 전에 예방해야 하며 금융 불균형이 심화된 뒤에 대응을 하면 즉 불균형이 심한데 금리 올려봐야 그러면 패닉 난다."라는 지적이다.
"과도한 레버리지가 누적되기 전에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는 발언의 행간을 뜯어보면 답은 명확하다. "이 얘기만 딱 보면 무슨 얘기냐면요, 금리 올리겠다는 얘깁니다. 인플레이션 안 나게." 과거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나 미국의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모두 뒤늦은 금리 인상이 방아쇠를 당겨 시스템 전체를 파멸로 몰고 갔다. 이미 금리를 인상한 이후에도 이러한 강경 발언이 재차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은, 중앙은행이 시장의 유동성 파티를 용인할 생각이 추호도 없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국민연금 130조 증발 논란과 정치권의 개입주의 비판

이처럼 대외 파고가 거칠어지는 와중에,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둘러싸고 한심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말 285조 원에 달했던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은 최근 지수 급락을 정면으로 얻어맞으며 158조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몇 달 만에 130조 원에 가까운 국민의 노후 자산이 증발해 버린 셈이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여야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더 사서 방어했어야 하느니, 해외 투자를 줄여야 하느니 왈가왈부하며 전문가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기금 운용의 철칙은 정치적 입김이 아니라 철저한 수익률과 리스크 분산에 있어야 한다. "잘하는 애들 건드리지 마라. 전문가들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냽더라. 잘하는 애들 잘하게 내버두고 알아서 하게 해라."라는 지적이 백번 옳다.
더욱 뼈아픈 실책은 유연하지 못한 기금 운용 가이드라인 때문에 "제일 큰 문제는 일반 투자자들한테 얘네들이 못 사주는 거야, 이렇게 떨어졌을 때. 떨어졌을 때 사주면 되잖아. 많이 팔아 놨으면 사줬을 거 아니야."라는 구조적 한계다. 일반 국민들이 이미 서학개미가 되어 해외 자산을 대거 축적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역시 국가 전체의 대외 균형을 고려하여 독립적이고 유연하게 재설계되어야 마땅하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개입은 기금의 건전성을 갉아먹을 뿐이다.

💭 개인적인 생각

지난 세월 동안 취업과 자산 시장의 가혹한 파도를 온몸으로 맞아온 30대의 시선으로 보건대, 시장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언제나 원칙 없는 규제 완화와 사후약방문식 정치 개입이었다. 빚을 내어 집을 사고 주식을 사라고 부추기며 금융의 둑을 무너뜨렸던 윤석열 씨 재임 시절의 무책임한 경제 운용이 낳은 거대한 레버리지의 청구서가, 지금 우리 세대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행히 국정의 혼란을 딛고 들어선 이재명 정부 체제에서 한국은행과 금융 당국이 금융 불균형 해소와 물가 안정이라는 정공법을 택하고 있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단기적으로는 유동성이 줄어들고 주식 시장이 5,000~7,000의 지루한 박스권에 갇히는 고통을 겪겠지만, 썩은 살을 도려내지 않고는 건강한 새살이 돋아날 수 없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국민의 노후 자금인 연기금을 쌈짓돈처럼 흔들려는 시도를 엄단하고, 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통제하는 것만이 우리가 1997년과 2008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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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거래일 동안 코스피 지수가 13.8% 급락하고 6,000포인트 지지선을 두고 살얼음판 승부가 이어지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근거 없는 낙관론에 취하지 않는 냉정함이다. 외국인의 천문학적인 자금 유출과 줄어들지 않는 신용융자 잔고, 그리고 1조 원을 웃도는 위태로운 미수 거래는 아직 진정한 바닥이 도래하지 않았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는 바다로 배를 띄우는 것이 아니라 닻을 내리고 선체를 결속해야 한다. 상방이 막힌 박스권 장세 속에서 무리한 레버리지를 털어내고, 숫자의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리스크를 꿰뚫어 보는 자만이 다가올 새로운 사이클의 과실을 누릴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모두가 바닥을 외치며 탐욕을 부릴 때, 데이터 뒤에 도사린 침묵의 균열을 먼저 응시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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