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퇴근길, 운전대를 잡은 차주는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중앙 스크린의 자율주행 메뉴를 터치했다. 904만 원이라는 거금을 선불로 지불한 지 어느덧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화면에는 여전히 ‘기능 준비 중’이라는 건조한 문구만 떠돌 뿐이었다.
차 안을 채운 것은 기대감이 아닌 깊은 침묵과 허탈함이었다. 지난 10월 8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은 바로 이러한 수십만 테슬라 오너들의 분통을 고스란히 소환해 낸 격전지였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보조기능인 FSD(Full Self-Driving)를 둘러싼 생산지 역차별 논란과 허술한 제도적 현실이 드디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테슬라 FSD 국내 도입 실태와 18만 명의 먹통 옵션
모델 Y 판매 대박의 이면에 감춰진 9.6%의 참담한 FSD 가동률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짧은 영상 하나를 먼저 띄웠다. 자율주행 차량이 직선 거리뿐만 아니라 도로 교통 상황을 인지해 장애물을 피해 가고 교차로를 수월하게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
영상을 본 뒤 서영득 테슬라코리아 대표이사를 발언대 앞으로 불러 세운 장종태 의원은 일문일답식으로 답변해 줄 것을 강하게 당부했다. 올해 9월 말까지 테슬라코리아가 판매한 총 8만 9천 대 가운데 약 90%가 모델 Y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전체 23만 대에 달하는 국내 테슬라 차량 중 실제로 FSD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하드웨어 3 고객을 포함하더라도 약 4만 5천 대 수준에 불과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의 통계를 살펴보면 이 모순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국내 운행 중인 테슬라 차량 22만 9,311대 가운데 FSD 사용 가능 차량은 불과 20.7%에 그쳤고, 나머지 79.3%는 기능을 쓰지 못하는 상태다.
특히 국내 테슬라의 70%를 차지호는 모델 Y 16만 450대 중 FSD 가능 차량은 1만 5,364대로 단 9.6%라는 참담한 비율을 기록했다. 모델 Y 10대 중 9대 이상이 1천만 원 가까운 돈을 주고도 자율주행 기능을 그림의 떡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은 기대를 안고 차를 샀지만 실제 활용도는 20% 수준에 머물며, 나머지 18만 명가량은 기능조차 써보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소프트웨어 배포 권한을 쥔 본사의 눈치만 보며 상투적인 답변으로 일관해 왔다. 지루한 기다림에 지친 차주들이 집단소송에 나서고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정당한 권리 찾기 운동이다.
생산지에 따라 가부가 갈리는 불합리한 규제의 모순
더 기막힌 대목은 동일한 돈을 주고 산 같은 모델이라도 생산된 국가에 따라 FSD 적용 여부가 극단적으로 갈린다는 점이다. 장종태 의원이 생산지에 따라 FSD 사용 가능 여부가 다르게 적용되는 이유를 추궁하자, 서영득 테슬라코리아 대표는 "우리나라는 확실히 생산지 별로 규정을 다르게 적용받고 있습니다"라고 시인했다.
미국산 차량은 한미 FTA 규정에 따른 안전기준 동등성 인정 덕분에 운행이 가능하지만, 국내 수입되는 테슬라의 99%를 차지호는 중국산 차량은 관련 기준이 없어 FSD를 쓸 수 없다.
동일한 차량 모델인데 어디에서 생산되었느냐에 따라 자율주행 기능 탑재 여부가 갈리는 현상은 명백한 소비자 역차별이다. 테슬라는 언제 구현될지도 모르는 중국산 차량을 대상으로도 여전히 고가의 FSD 옵션을 버젓이 판매하며 수익을 챙겨왔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방치하는 동안 현장에서는 극단적인 부작용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차주들은 지루한 기다림을 참지 못해 비공식 경로로 소프트웨어 락을 해제하려는 위험천만한 시도까지 감행하고 있다.
불법 하드웨어 칩을 장착해 북미형 자율주행 코드를 강제로 활성화하는 꼼수가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는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 범죄다.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한 채 방치된 공백 속에서 소비자들이 범법자로 내몰리는 기가 막힌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무능과 안전 기준 부재의 늪
누적 주행 거리 1억 km를 넘었어도 검증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장종태 의원이 국내에서 FSD로 얼마나 많은 차들이 달렸고 중대 사고가 있었는지를 묻자, 서영득 대표는 하드웨어 3와 4를 포함해 "현재 기준으로는 1억 km 이상의 주행을 했고 딱히 유의미한 중대 사고는 보고받은 바가 없지만 경미한 사고는..."이라고 답변을 흐렸다.
그러자 장종태 의원은 말을 끊고 날카롭게 질타했다. "국내에서는 9만 2천 km를 달렸고 달리는 동안 국토부의 안전성 기능 조사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테슬라 측이 협조하지 않은 겁니까?"
국토교통부는 FSD가 국내 안전 기준에 부적합하다며 선을 긋고 있으나, 정작 이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단 한 번도 실시한 적이 없다. 안전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 자체를 포기한 채 행정 편의주의적 침묵으로 일관해 온 것이다.
서영득 대표 역시 국토교통부나 환경공단에 FSD 테스트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실토했다. 기업은 검증을 요구한 적 없고 정부는 검증할 생각조차 없었으니, 지난 수년 동안 국내 도로 위를 달린 수만 킬로미터의 자율주행 데이터는 그야말로 무법지대 속에서 방치된 셈이다.
미국에서는 운전자 없는 무인 택시가 상용화되었고, 중국은 테슬라의 FSD를 일부 허용하며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두 손으로 꽉 잡고 있어도 보조 기능 하나 제대로 담을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국토부가 디카스(DCAS, 자율주행차 안전기준) 국제 기준을 도입하겠다고 떠들지만, 정작 FSD를 포용할 세부 기준이나 전담 연구 조직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다가는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2028년 도심 자율주행 양산을 예고했음에도 정작 담을 그릇이 없어 국내 기업의 신차마저 출시하지 못하는 대참사가 벌어질 판이다.
특례 조항이 눈앞에 있는데도 뒷장만 만지는 행정의 나태함
장종태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국토부의 변명을 정면으로 무너뜨렸다. 자동차 규칙 제114호의 2와 제114호 제15항에 따르면 이 조항을 활용해 정식으로 신청했다면 충분히 안전성 검증을 거칠 수 있었음에도, 국토부와 테슬라코리아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장종태 의원이 "지금이라도 정식 신청해서 FSD 검증을 받을 계획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서영득 대표는 마지못해 "창구와 제도가 마련할 계획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국토교통부와 협조해서 검증을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국제 기준 부재와 제작사 책임 원칙 운운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법에 분명한 특례 조항이 살아 숨 쉬고 있음에도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테슬라 본사의 안일한 영업 전략이 맞물려 대한민국 자율주행 생태계 전체가 멈춰 선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특정 외산 브랜드 하나를 봐주기 위한 특혜가 아니다. 연간 160조 원에 달하는 부품 산업과 114조 원 규모의 서비스 산업을 이끌어갈 미래 먹거리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되기로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정부는 더 이상 핑계를 대지 말고 즉각 실증 검증 트랙을 열어야 한다. 기준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은 곧 무능을 자백하는 고백에 지나지 않는다.
💡 국정감사로 드러난 테슬라 FSD 사태의 진실
- 국내 테슬라 23만 대 중 FSD 가동 가능 차량은 단 4만 5천 대에 불과하며, 모델 Y의 가동률은 9.6% 참담한 수준이다.
- 미국산은 FTA 특례로 가능하고 중국산은 기준이 없어 차단되는 명백한 생산지별 소비자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다.
- 누적 주행 거리 1억 km를 넘겼음에도 국토부의 안전성 검증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테슬라 역시 공식 테스트를 요청한 적이 없다.
소비자 권익을 외면하는 테슬라의 안하무인식 태도
임시번호판 미발급부터 비상탈출 구조 결함까지 터져 나온 민낯
이번 국정감사에서 터져 나온 테슬라코리아의 문제점은 FSD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모경종 의원은 테슬라가 정식 등록 전 10일간 차량을 운행하며 결함을 검수할 수 있는 임시번호판 발급 제도를 사실상 외면해 왔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최근 5년간 776만 대의 차량이 등록되는 동안 테슬라가 발급한 임시번호판은 단 1건에 불과했다. 탁송 과정에서 차량이 파손되거나 결함이 발견되어도 소비자가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가로막아 온 셈이다.
화재 사망 사고와 직결된 비상탈출 구조의 치명적인 결함도 도마에 올랐다. 2024년 10월 경기도 안성에서 발생한 테슬라 차량 화재 사망 사고 당시, 차량 전원이 끊기면서 내부와 외부 어디에서도 문을 열 수 없어 운전자가 탈출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서영득 대표는 차량 내부에 수동 개폐 장치가 있다고 해명했으나,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영석 주권자자동차소비자위원회 위원장은 "해당 차량은 앞좌석에만 수동 레버가 있고, 뒷좌석은 공구를 넣어 열거나 매트를 열고 노란 끈을 당겨야 하는 구조"라고 매섭게 반박했다.
중국은 이미 올해 8월 리콜 조치에 들어가 내년부터 안팎에서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장치를 의무화했고 미국도 법제화에 나섰는데, 한국 소비자의 안전은 철저히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은 테슬라코리아가 한국 시장을 얼마나 만만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차를 팔 때는 세상에 없는 첨단 기술을 다 줄 것처럼 화려한 마케팅으로 옵션 비용을 챙겨놓고, 막상 판매 이후의 안전 문제나 제도적 미비점에 대해서는 본사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하기 바쁘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과 다를 바 없는 후진적 규제와 기업의 태만
장종태 의원이 지적했듯, 지금의 상황은 마치 쇄국정책을 고집하던 흥선대원군 시대의 폐쇄성과 정확히 닮아 있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무인 자율주행의 시대로 질주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생산지가 어디니 기준이 없니 하며 수십만 명의 운전자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
테슬라 역시 자율주행의 사고 책임을 운전들에게 전가하는 옹졸한 정책을 고수하면서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환상 뒤에 숨어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기업이, 정작 현지 법규와 소비자의 안전 요구 앞에서는 권한이 없다는 무책임한 말로 도망치는 모습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 기술은 달리는데 행정과 기업은 공조하는 직무유기
수십만 명의 소비자가 거금을 내고도 기능을 쓰지 못해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고, 화재 사고에서는 비상문조차 열지 못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제 기준 운전하며 검증을 미루고, 테슬라는 본사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핑계 공조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위한 실효적 제언과 각성
국제 기준 핑계를 거두고 국내 실정에 맞는 독자적 안전 기준을 세워라
이제 국토교통부와 정부 당국은 '국제 기준이 없다'는 변명 뒤에 더 이상 숨을 수 없다. 자율주행 기술은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고, 국내 완성차 업계 역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심 자율주행 양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
담을 그릇이 없다는 이유로 국산차의 신차 출시마저 가로막히는 역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유엔의 디카스 기준 도입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내 도로의 고밀도 특성과 복잡한 신호체계를 반영한 주도적인 한국형 자율주행 안전 기준을 과감하게 설계해야 한다.
황운하 의원이 국감에서 주문한 세 가지 핵심 과제—전원이 끊겨도 열리는 비상탈출 손잡이 법제화, FSD 등 소프트웨어 안전성 검증 및 사고 책임 명확화, 그리고 신속한 보급 로드맵 수립—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정부가 제도를 정비하고 창구를 열어주어야 기업도 정정당당하게 심판을 받고 소비자도 안심하고 기술을 누릴 수 있다.
테슬라코리아 역시 한국 시장을 단순한 물량 밀어내기 창구로 여기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10만 원짜리 장난감이 아니라 1억 원에 육박하는 자동차를 파는 기업이라면, 최소한 소비자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투명한 일정과 로드맵을 공개해야 마땅하다.
임시번호판 발급 제도를 외면하고 소비자 권익을 침해했던 행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내 법규에 부합하는 철저한 안전 검증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 보호와 깨어 있는 연대의 힘
비공식 해킹 프로그램이나 꼼수 장치를 동원해 우회로를 찾는 위험한 행동은 스스로의 안전과 자산을 파괴하는 지름길일 뿐이다. 불법 개조로 인한 보험 거부와 보증 수리 배제는 물론이고, 대형 사고로 이어졌을 때의 법적 책임은 고스란히 차주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번 국정감사는 테슬라 FSD 사태의 민낯을 세상에 고스란히 드러낸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24만 명의 소비자가 던진 기대와 실망의 목소리는 단순한 기업 불만을 넘어, 우리 사회가 첨단 기술 혁신을 어떻게 수용하고 통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더 이상 방관과 침묵으로 소비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 없기를, 이번 국감을 계기로 근본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 에디터의 단상 : 기술의 속도에 법과 제도가 발맞추지 못할 때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삶에 스며드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빠르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할 행정과 법 제도는 여전히 과거의 낡은 틀에 갇혀 허우적거린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테슬라 FSD 사태는 단순히 수입차 브랜드 하나와 소비자들 간의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 사회가 미래 기술을 대하는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돈은 돈대로 받고 기능은 락이 걸려 쓰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분통은 당연한 것이며, 이를 수수방관해 온 정부의 태도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다.
기술이 도약할 때 제도가 함께 숨 쉬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을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비상탈출 장치 하나 제대로 규격화하지 못해 참사를 키우고, 생산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주들을 차별하는 후진적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혁신을 외치기 전에 기본을 다지는 일, 그리고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주는 단단한 법적 틀을 세우는 일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생각이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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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전환의 시대, 혁신의 허울 뒤에 가려진 제도적 공백을 채우지 않는다면 우리 앞에는 기술 선도국이 아니라 규제 미로 속의 낙오자라는 초라한 이름표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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