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을 켜고 정치 시사 콘텐츠를 보다 보면, 가끔은 화면 속 인물의 말보다 그 이면에 깔린 모순이 더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검찰개혁을 안해? 하게 만들면 됩니다"라는 장담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참다못한 최강욱의 긴급 폭로와 유시민 작가의 쓴소리가 교차하는 현장은 지금 우리 정치가 마주한 가장 민낯 그대로를 보여준다. 다수 의석을 가지고도 머뭇거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뒤에서 여전히 권력의 뼈대를 움켜쥐고 있는 세력이 누구인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의 기이한 동거, 그리고 위선의 얼굴들
조국 전 장관이 지적했듯, 지금 미디어 생태계는 기묘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과거 레거시 미디어가 운영하는 채널들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를 지독하게 공격하고 조롱했던 이들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뉴이재명'을 자처하고 나섰다. 사석에서는 그렇게 독하게 비난하던 이들이 이제 와서 본인이 마치 이재명의 수호자라도 된 마냥 행동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 세력을 향해 칼을 겨누는 모습은 그야말로 기이한 자기모순이다.
김어준 진행자의 꼬집음처럼, 이재명 대통령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했던 이들은 졸지에 '반명' 소리를 듣고 있고, 정작 과거에 그를 물어뜯던 이들이 수호자 노릇을 하는 이 판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재래식 언론과 그 뒤에 도사린 결정권자들의 특정한 의도가 깔려 있지 않고서야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라고 포장하기엔, 그들이 남긴 상처와 발언의 기록이 너무나 선명하다.
정치 공학적으로 볼 때도 이런 식의 이합집산은 결국 운동장의 논리를 흐릴 뿐이다. 진보 진영 내부를 갈라치고 특정 그룹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중도층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은, 단순 산수만 해봐도 결코 성립할 수 없는 방정식이다. 이재명 정부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쪼개지고, 오른쪽에 다가왔던 이들은 또다시 떨어져 나가면서 결국 양쪽을 다 잃어버리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중도 확장이라는 이름의 착시와 실패한 전략
💡 요약해보면
- 과거 이재명 후보를 극렬히 공격하던 이들이 '뉴이재명'을 자처하며 진영 내 분열을 주도하고 있다.
- 중도 확장을 핑계로 전통적 지지층을 갈라치는 전략은 결국 양쪽 지지층을 모두 이탈시키는 패착으로 이어졌다.
- 선거 공학적 접근에만 매몰되어 시대정신과 유권자의 진짜 욕망을 읽어내지 못하면 정권의 동력은 순식간에 소모된다.
중도 확장이란 단순히 '좌클릭'을 하거나 무조건 반대 진영의 인물을 영입하는 쇼가 아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의 분석처럼, 중도는 시기와 상황에 가장 적합한 '시중(時中)'과 '적중(的中)'을 찾아가는 실용적 확장이어야 한다. 그러나 보수든 진보든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여론 조사 숫자나 쫓아다니며 껍데기만 흉내 내다 보니, 대중의 진짜 욕망을 읽지 못하고 폭망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선두를 달릴 때 작용했던 외연 확장 역시 철저한 실용성과 시대정신에 기반했을 때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이후의 행보에서는 그 유연함이 사라지고 오히려 내부 결속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역주행했다. 지지층을 소외시키면서까지 중도란 이름의 환상을 좇는 것은, 결국 고립을 자초하는 자해행위일 뿐이다.
검찰 개혁의 후퇴와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변심
유시민 작가가 지적한 지점은 이 지점에서 뼈를 때린다. 정성호 의원이 장관일 때는 조용하던 레거시 미디어들이, 김승원 의원이 장관이 되려 하자 발작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검찰 개혁의 칼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검찰 출신들이 검찰 개혁의 끝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용민 의원의 지적처럼, 정권이 다시 바뀐다고 해도 절대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공소청 직제안이 검사와 수사관을 그대로 유지하는 형태로 나온 것은, 언제든 정치 검찰이 부활할 수 있는 뒷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피해자로서 검찰 권력의 독점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인이 가장 잘 알 헌법기관 출신의 대통령이, 왜 이 시점에서 개혁의 속도를 늦추고 주저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 언급된 '구조적 다수'라는 발상에 대해서도 유시민은 날카롭게 비판했다. 5년마다 대통령을 뽑고 4년마다 국회의원을 뽑는 민주주의 선거 판에서 영구적인 '다수가 되는 구조'를 인위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망상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거대 민자당을 만들었으나 다음 총선에서 곧바로 심판받았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시행령 통치와 윤석열 정부와의 데칼코마니
🔥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하나)
법안이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을 통해 권한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과거 윤석열 정권이 보여주던 통치 방식과 무엇이 다른가.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검찰의 폭주를 막기 위해 싸워왔건만, 정작 정권을 잡은 이들이 시행령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검찰의 손발을 남겨두려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에 있든, 참모들의 기획 수준이 바닥을 치든 간에, 이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미온적 태도는 결국 지지율 하락이라는 정직한 성적표로 돌아오고 있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민주적 시스템을 무시하고 권력을 사사롭게 운용하려는 낌새를 눈치채는 순간, 지지표는 무섭게 이탈한다.
작년 9월 국회에서 검찰청 폐지 법안을 처리하고도 12월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미스터리를 넘어 직무유기에 가까웠다.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 행안부 장관이 TF를 이끌며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대통령의 결재 없이는 불가능한 입법 예고가 흘러나왔다. 정성호 장관이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며 변명했지만, 대선 공약의 핵심인 사안을 장관이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어폐가 있다.
결국 3월 초 당정 협의를 통해 대통령이 직접 바로잡았다고는 하나, 처음부터 패키지로 묶지 않고 이런 혼선을 자초한 것 자체가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권력을 쥐었다고 해서 절차를 무시하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착각은, 결국 정권 전체를 나락으로 밀어 넣는 방관이 된다.
과학수사부의 간판갈이와 '사법통제부'라는 폭력적 인식
검찰은 포기하는 척하면서도 챙길 것은 알차게 챙겼다. 수사권을 넘겨준다는 명분 뒤로 '과학수사부'를 '법·과학기획관'으로 슬그머니 간판만 바꿔 달았다. DNA 감시, 디지털 포렌식, 문서 감시 등 자체 증거분석 기능을 그대로 남겨둔 이유는 뻔하다. 수사기관이 증거를 가져오면 2차 검증을 한다는 핑계로, 사건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무를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겠다는 속셈이다.
여기에 이번 직제안에서 가장 기가 막힌 대목은 바로 '사법통제부'의 신설이다. 검찰은 태생적으로 행정 공무원이며, 사법부가 아닌 준사법기관이라는 타이틀조차 스스로 과분해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판사인 양 경찰 위에 군림하며 "너희들 꼼짝 마"라는 식의 통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그 인식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잘 보여준다.
경찰을 대등한 파트너가 아니라 자신들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하바리 조직으로 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범죄자들이 숨겨둔 돈, 즉 '돈=권력'을 건드릴 수 있는 범죄수익 환수 기능까지 공소청이 쥐겠다고 나서는 판국에, 검찰의 손발은 잘렸을지언정 눈과 귀는 더 매섭게 번뜩이고 있는 셈이다.
지방선거와 전당대회에 투영된 민주주의의 위기
📊 숫자로 보면
최근 각종 지표에서 나타나는 지지율 하락은 단순한 정무적 실수의 결과가 아니다. 국민들이 피 흘려 지켜낸 민주주의 시스템을 정권이 사사롭게 흔들고 있다는 집단적 판단의 수치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내리꽂는 방식이나 전당대회에 권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정황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쓰던 방식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민형배 의원이 최고위원 선거 과정에서 겪었던 예상 밖의 판세나, 온라인 팬덤과 직접 참여하는 시민 정치가 대세를 이루는 흐름은 이미 엘리트 중심의 정치 시대가 끝났음을 말해준다. 당원과 시민들은 더 이상 위에서 내려꽂는 '명심'에 맹종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의도 기득권과 청와대 참모들만 이 흐름을 읽지 못하고 옛날식 기획에 매달리고 있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대한민국이 여기저기서 삐그덕거리며 망가지고 있어도 그나마 버티는 것은 바닥에 깔린 구조와 뼈대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뼈대마저 권력의 사유화로 인해 금이 가기 시작하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영원한 권력은 없으며, 개혁의 칼날을 무디게 만드는 자는 결국 그 칼에 베이기 마련이다.
에디터의 단상: 개혁의 주체가 개혁의 대상이 될 때
💭 개인적인 생각
정치가 신뢰를 잃는 순간은 언제나 거대한 음모가 터질 때가 아니라, 소소한 약속들을 스스로 뒤집을 때 찾아온다. 검찰 개혁은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시민들이 목이 터지게 외쳐온 시대정신이었다. 그 개혁을 완수하라고 권력을 몰아주었더니, 막상 정권을 잡은 이들은 검찰의 눈과 귀를 남겨두기 위해 간판을 바꾸고 시행령으로 우회로를 뚫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지지율 하락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초심을 잃어버렸다는 실망감, 그리고 민주적 절차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있다. 개혁의 주체가 어느새 기득권의 수호자가 되어버린다면, 그 정권의 미래는 볼 것도 없다. 국민은 참아줄 만큼 참아주었지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태도에 더 이상 속아 넘어가진 않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눈치를 보며 계산기를 두드릴 시간에, 처음 그들이 외쳤던 원칙과 상식의 자리로 돌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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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잠시 맡겨진 도구일 뿐, 그것을 사사롭게 휘두르는 순간 역사와 시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검찰 개혁의 판을 뒤흔드는 이 충격적인 대반전 속에서, 과연 진정으로 웃는 자가 누구일지 역사는 똑같이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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