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를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는 수많은 선배 부모들로부터 무시무시한 경고를 듣는다. 1년만 지나면, 아니 3년만 지나면, 혹은 아이가 학교에 가면 편해진다는 말들 말이다.
하지만 막상 그 시기에 도달해 보면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고통의 소멸이 아니라 고통의 형태 변환뿐이다. "힘듦의 종류가 달라질 뿐이지 힘듦 총량 보존의 법칙은 똑같은 것 같아"라는 출연자들의 회고는 신생아부터 돌까지 이어지는 1년의 기간이 얼마나 혹독한 퀘스트 연속체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퀘스트를 하나씩 깨면 그다음에는 좀 수월해질 줄 알았으나, 오히려 레벨이 올라갈수록 부모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변수들이 산더미처럼 불어난다. 과연 이 기나긴 0~12개월의 터널 속에서 우리는 어떤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들은 어떻게 무너지고 또 버텨내는지 낱낱이 들여다보려 한다.
신생아 시기 0에서 3개월: 먹고 자고 싸기의 무한 루프와 새벽 수유의 지옥
신생아기 수면 호르몬 부재와 수면 교육의 환상
아기가 태어나서 맞이하는 최초의 100일은 그야말로 '먹고 자고 싸기'의 무한 반복 루프다. "먹잠먹잠먹잠, 썀썀 먹잠썀"이라는 표현처럼, 부모의 하루는 시계 바늘이 아니라 아기의 배변과 수유 주기에 완전히 저당 잡힌다.
특히 새벽 수유는 초보 부모들의 영혼을 탈색시키는 주범이다. 첫째보다 둘째가 덜 힘들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나, 혹은 순한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는 믿음은 육아 세계의 거대한 금기 사항 중 하나다.
육아 커뮤니티에서 "우리 애는 밤에 잘 자요"라고 입방정을 떠는 순간, 그날 저녁부터 아이는 돌변하여 부모를 시험에 들게 만든다.
이 시기 아기들이 밤낮없이 울고 보채는 것은 부모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의학적으로 생후 2~3개월 전까지는 아기의 몸에서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아예 분비되지 않는다.
낮과 밤의 개념을 머릿속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생물학적 한계가 명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육아 서적들은 이 시기에 강도 높은 수면 교육을 시도하라고 권장하며 부모들을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든다.
하지만 멜라토닌이 나오지 않는 아이에게 수면 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를 타고 내리막길을 달리는 것과 같다. 수면 교육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빠르게 인정하고, 부모가 아이의 불규칙한 패턴에 완전히 몸을 맞추며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이 초반 100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극심한 고통의 시기가 지나간 후, 아이가 훌쩍 자라고 나면 부모의 기억 속에는 놀라운 왜곡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기가 너무 조그마하고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했던 생생한 내가 있나 싶으면서 내가 새벽 수유했던 게 약간 미화가 된 거야"라는 발언처럼, 살을 에는 듯한 피로와 추위 속에서 치르던 새벽 수유의 공기와 향기가 훗날에는 눈물겹도록 그리운 노스탤지어로 변모한다.
물론 이 미화는 어디까지나 아이가 살아남아 조금 더 자란 이후의 일이며, 당사자들에게 이 시기는 매 순간이 생존 투쟁의 연속이다.
100일의 기적을 꿈꾸다 마주하는 100일의 기절 현실
대한민국 부모들이 가장 갈망하는 단어는 단연 '100일의 기적'이다. 100일만 지나면 아이가 통잠을 자고 육아의 질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캘린더의 날짜를 세어간다.
실제로 첫째가 생후 70일 만에 통잠을 자서 남편이 출장 후 돌아왔을 때 "하니가 아직도 자~!"라며 감격의 지각을 맛보았다는 일화는 수많은 맘카페의 전설처럼 떠돌곤 한다. 그러나 현실은 '기적'보다는 '기절'이라는 단어에 훨씬 더 가깝다는 것이 다수의 냉정한 증언이다.
통잠의 기준인 8시간 이상을 내리 자주는 유니콘 같은 아기는 통계적으로 드물며, 100일이 훌쩍 넘어도 밤마다 두세 번씩 깨서 부모를 찾는 아이들이 대다수다.
유니콘 육아기 체크리스트를 살펴보면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다. 100일 이전에 평균 밤잠이 6시간을 넘고, 쪽쪽이나 손 빠는 버릇이 없으며, 분태기나 밥태기 없이 카시트에서도 의젓하게 잠드는 아이를 찾는 것은 마치 현실 속에서 유니콘을 포착하는 것만큼이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특히 첫째가 있는 집과 첫째가 없는 집의 수면 환경은 천차만별이다. 아이가 하나뿐인 집은 낮에도 집안이 고요하여 아기가 원할 때 잠들 수 있지만, 첫째가 뛰어노는 집은 낮부터 온갖 소음이 난무하여 밤낮 구분은 뚜렷해지지만 아기의 수면 패턴은 오히려 더 엉키기 쉽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영유아 수면 교육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보육 및 아동학계 연구에 따르면, 영유아의 수면 양상은 아이의 기질과 발달 속도에 따라 천차만별임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일률적인 수면 교육 지침이 부모들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심어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공공 보육 현장이나 육아 지원 센터를 찾는 부모들의 상당수는 "내 아이만 수면 교육에 실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자책감에 빠져 있다. 하지만 국책 연구기관의 보육 실태 조사 자료나 영유아 가구 양육비용 지출 실태 조사를 살펴보더라도, 수면은 교육의 기술이라기보다는 아이의 신경계 발달과 기질에 좌우되는 생리적 현상에 가깝다.
이재명 정부가 초보 부모들에게 불안을 조장하는 완벽한 육아 매뉴얼을 강요하기보다, 부모의 멘탈을 지켜주는 현실적인 지원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 육아를 개인의 기술 문제로 환원하는 사회적 폭력
우리는 언제부터 아이가 잘 자지 못하는 것을 엄마의 양육 스킬 부족으로 치부하는 문화 속에 살게 되었을까. 100일의 기적이라는 허황된 프레임은 밤잠을 설치며 고통받는 부모들에게 '너희가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은근한 낙인을 찍는다.
육아의 고단함은 개인의 성취나 실패로 측정될 수 없는 거대한 사회적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가정과 개인에게 전가하는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다.
4개월에서 7개월 시기: 구강기의 습격과 뒤집기 지옥의 개막
구강기 아기의 위험천만한 물건 삼키기 경계령
목을 조금씩 가누기 시작하며 감격스러워하던 것도 잠시, 생후 4~5개월에 접어들면 아기들은 세상의 모든 사물을 입으로 확인하려는 공포의 구강기에 진입한다. 이 시기 아기들은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하며, 침 분비가 엄청나게 왕성해져 턱받이가 마를 새가 없다.
맘카페나 육아 커뮤니티에서 필수품으로 통하는 '비판텐' 연고를 온몸과 입가에 수시로 발라주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난감은 물론이고 거실 바닥에 나뒹구는 전선, 스마트폰, 멀티탭 플러그, 텔레비전 리모컨 등 살인적인 위험 물건들이 아기의 사정거리에 들어온다.
가장 아찔한 순간은 장난감용 모형 리모컨과 진짜 리모컨을 귀신같이 구분해 내는 아기들의 비범한 촉각에서 벌어진다. "진짜 리모컨을 쥐여주면 귀신같이 알고 진짜 리모컨을 빨고 있어요. 진짜 조심하셔야 돼요!"라는 출연자의 증언은 전국의 모든 부모들이 공감하는 블랙유머다.
생후 2개월 무렵부터 이미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기 시작하고 주변 상황을 누워서도 예민하게 인지하던 아기들이었기에, 움직일 수 있는 자유가 생기자마자 가장 자극적이고 위험한 전자기기로 직행하는 것이다.
부모들은 거실 구석구석을 소독하고 위험한 물건들을 높은 곳으로 치우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허리가 휘어지는 고통을 겪는다.
이 시기에는 단순히 물건을 빠는 것뿐만 아니라, 침대에 누워 있다가 예고도 없이 몸을 뒤집는 '뒤집기 지옥'이 본격적으로 개막한다. 4개월 무렵부터 빠른 아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뒤집기를 시도하는데, 부모들은 새벽 내내 스마트폰에 연결된 홈캠 화면을 노려보며 아이가 숨은 제대로 쉬고 있는지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아기가 뒤집어 놓으면 숨소리 체크를 해놓았어도 불안해서 다시 똑바로 누여놓아야 하고, 잠결에 뒤집은 아이는 스스로 되집기를 하지 못해 악을 쓰며 울부짖는다. 수유 직후 트림을 시켰어도 아기가 뒹굴다 토하기 일쑤여서, 이 시기야말로 부모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상시 대기조 상태가 된다.
배밀이와 낯가림의 이중고, 그리고 냉장고 속 쪽쪽이 작전
뒤집기를 넘어 6~7개월에 접어들면 아기들은 배로 바닥을 기어 다니는 배밀이를 시작한다. 이 시기부터는 집안 전체에 두꺼운 매트를 깔아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어가다가 의자 다리나 바닥의 미세한 턱에 걸려 얼굴을 바닥에 '쿵' 하고 부딪히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얼굴이 바닥에 쿵 해요. 그러면 이 입이 바닥에 부딪혀서 엄청 울고 그랬던 적 있어요"라는 일화처럼, 입 주위와 인중 부근이 시퍼렇게 멍들거나 쓸리는 일이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아이의 신체 발달은 기쁨이지만, 그 발달 속도에 비례하여 부모의 응급실 방문 확률도 급격히 올라간다.
신체적 사고의 위험과 동시에 부모들을 정신적으로 무너뜨리는 또 다른 거대한 장벽은 바로 '낯가림'과 '이앓이'의 협공이다. 평소에 싱글벙글 잘 놀아주던 할아버지나 삼촌, 혹은 낯선 사람만 보면 아기는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뜨린다.
아기가 오직 엄마 아빠에게만 매달리고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부부만의 오붓한 시간은 완전히 사치품이 되어버린다. 육아 선배들이 입을 모아 "낯가림이 본격적으로 오기 전에 부부끼리 단둘이 여행도 가고 시간을 많이 보내라"고 경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 랫니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이앓이까지 겹치면 밤잠은 완전히 붕괴된다. 밤마다 영문도 모른 채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부모들은 냉장고에 쪽쪽이를 넣어 차갑게 얼리거나 식혀서 입에 물려주는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다. 이 시기의 고통은 단순한 육체 노동을 넘어, 내 삶의 주도권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데서 오는 깊은 무력감과 맞닿아 있다.
💡 4~7개월 육아 위기 탈출 핵심 체크포인트
- 구강기 안전사고 대비: 전선, 멀티탭, 실제 리모컨 등 위험 물건은 아이 손이 닿지 않는 상부 수납장으로 전면 격리할 것.
- 뒤집기와 배밀이 방어선: 거실과 방 전체에 충격 흡수 매트를 시공하고, 침대 난간을 낮추거나 바닥 요로 수면 환경을 변경할 것.
- 이앓이 완화 팁: 아랫니가 올라오는 시기에는 쪽쪽이를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만든 뒤 물려주면 통증 완화에 일시적 도움을 줌.
8개월에서 11개월 시기: 네발 기기의 최상급 난이도와 소통의 싹틈
네발 기기 시기의 뜨거운 밥솥과 모서리 방어 전쟁
배밀이 단계를 지나 마침내 네발로 기기 시작하는 8~9개월은 육아 역사상 난이도 최상위권으로 꼽히는 시기다. 아이의 이동 반경이 거실 한복판을 넘어 집안 구석구석으로 확장되면서, 부모들의 눈은 사방으로 분열되기 시작한다.
가스레인지 부근이나 뜨거운 밥솥 코드를 잡고 일어서려고 발버둥 치는 아이를 막아내느라 1분 1초가 전쟁 같다. "맨날 타이니모빌만 틀어줬는데, 애가 다 알고 있었구나 싶더라고요"라는 감탄처럼, 가만히 누워 모빌이나 보던 순둥이가 갑자기 야생마처럼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괴력을 발휘한다.
이 시기 부모들의 가장 큰 숙제는 집안 모든 가구의 모서리를 감싸는 일이다. 실리콘 모서리 보호대를 두르고, 이마 쿵 방지 쿠션을 아기 머리에 씌워보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기들은 앞뒤 양옆으로 예측 불허의 방향으로 넘어지기 때문에 쿠션이 보호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부딪혀 피를 보기가 일쑤다. 심지어 일부 부모들은 누드 속옷 패드를 아기 앞뒤로 기괴하게 붙여가며 충격을 흡수하 눈물겨운 자구책을 쓰기도 한다.
아이가 잡고 일어서다 미끄러져 가구 모서리에 이마를 깊게 박기라도 하면, 근육과 살이 엉겨 붙어 평생 남을 자국이 되거나 성형외과 시술을 고민해야 하는 참사로 이어진다.
이러한 안전사고의 위험은 비단 가정 내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영유아 가정의 주거 환경과 양육 여건을 면밀히 살펴보면, 안전가이트나 방지 매트 설치 비용조차 가구별 소득 격차나 주거 형태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전세나 월세 거주로 인해 벽지에 손상을 주지 못해 안전 펜스를 제대로 설치하지 못하는 가정들은 매 순간 가슴을 졸이며 아이를 키운다. 보육 환경의 안전망이 국가적 차원에서 더욱 촘촘하게 지원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가 마음껏 기어 다녀도 다치지 않는 물리적 환경은 부모의 주의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안전의 문제다.
꼬마 아인슈타인 시기: 인지 발달과 개인기의 대폭발
지옥 같은 네발 기기 시기를 지나 10~11개월에 진입하면, 비로소 아기와 말이 통한다는 기적 같은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정확히 발음하기 시작하고, "코 어디 있어?"라고 물으면 자신의 코를 짚거나 "주세요"라는 지시에 맞춰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건네는 등 놀라운 인지 발달을 보여준다.
이 시기 아기들은 마치 '꼬마 아인슈타인'처럼 부모의 행동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미술 수업이나 방문 교구 놀이 등 본격적인 교육적 자극에 폭발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책을 읽어주면 눈을 반짝이며 페이지를 넘기고, 특정 장난감의 용도를 이해하고 조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들은 그간의 고생을 눈 녹듯 잊어버린다. 아기가 단순히 먹고 싸는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 감정을 교류하고 소통하는 인격체로 진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희열은 이 시기가 주는 가장 강력한 보상이다.
개인기가 늘어날 때마다 양가 부모님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고, 집안 분위기에는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달콤한 소통의 시기도 잠시, 10개월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자아 형성의 서막이 오른다. 아기가 자신의 의지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흔히 말하는 '고집'이라는 거대한 벽과 부딪힌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바닥에 드러눕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동들이 빈번해지며, 부모들은 인지 발달의 기쁨과 동시에 한 단계 더 진화한 정신적 스트레스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 영유아 가정의 주거 안전 격차, 누구의 책임인가
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때 집안의 모든 모서리를 뜯어고치고 안전 펜스를 두르는 비용은 고스란히 부모의 몫이다. 하지만 월세나 전세 전전하며 사는 청년 및 신혼부부 가구에게 대대적인 인테리어 수정은 그림의 떡이다.
벽에 구멍을 뚫을 수 없어 안전문을 설치하지 못하고, 얇은 장판 위에서 아기가 넘어질까 매일 발을 구르는 현실은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할 수 없는 주거 불평등의 단면이다.
돌 시기의 도래: 두 발로 걷기의 시작과 자아 형성의 진통
돌잔치 비용의 허와 실 그리고 실속형 패키지의 대세
마침내 아기가 생후 1주년을 맞이하는 '돌' 시기가 도래하면 부모들은 감격과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신생아 때부터 시작된 수많은 퀘스트를 온몸으로 돌파해 낸 부모들에게 돌잔치는 한 해 동안 고생한 자신들을 위로하는 거대한 축제이자 관문이다.
하지만 2026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돌잔치를 치르는 것은 육체적 피로를 넘어 경제적 압박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수도권 기준 50인 규모의 전문 연회장에서 잔치를 치를 경우, 식대와 돌상 차림, 스냅 촬영, 의상 대여를 포함한 전체 예산은 평균 300만 원에서 500만 원대에 달한다.
과거처럼 온 동네 사람을 부르던 대규모 잔치는 사라졌지만, 아이의 첫 출발을 특별하게 기록하려는 부모들의 욕구는 여전하다. 이 때문에 2026년 현재는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호텔 돌잔치보다는 실속과 의미를 모두 챙긴 연회장 중심의 'B형 실속형 돌잔치'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식대를 절약하기 위해 일요일 오후 시간대를 공략하거나, 대여 돌상 키트를 활용해 직접 소품을 차리는 셀프 돌상을 선택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는 마음으로 예약하는 돌잔치 스냅과 1분 내외의 숏폼 영상 제작은 이제 필수 코스가 되었으며, 유명 작가의 경우 최소 6개월 전부터 '광클' 전쟁을 치러야 겨우 예약이 성사된다.
돌잔치 답례품의 트렌드 역시 수건에서 핸드워시, 소금, 수제 쿠키 등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예상 인원보다 10~20% 넉넉하게 답례품을 준비해 참석하지 못한 지인들에게까지 마음을 전하는 세심함도 초보 부모들의 필수 덕목이 되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축제의 이면에는 치솟는 물가와 육아 휴직으로 쪼그라든 가계 경제 속에서 수백만 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부모들의 깊은 한숨이 서려 있다. 국가가 지급하는 첫돌 관련 지원금이나 출산 장려금이 실제 육아 가구의 거대한 체감 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걷기 시작하는 순간 찾아오는 무한 추격전과 아니야 병의 서막
돌을 전후로 아이들이 두 발로 아르릉거리며 걷기 시작하면, 부모들의 육아 난이도는 새로운 차원으로 폭발한다. 배밀이나 기어 다니던 시기는 그나마 시야 내에 아이가 머물렀지만, 직립보행을 마스터한 아이들은 장애물을 전혀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진하는 거침없는 전차로 변모한다.
백화점이나 공원 등 탁 트인 공간에서 아이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면 부모들은 샌들을 신은 발로 전력 질주하며 온종일 아이를 쫓아다녀야 한다. "언제 편해지는 거냐 이런 생각 많이 하시잖아요. 답은 있습니다. 10년이 지나서 편해집니다"라는 선배 부모의 자조 섞인 농담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걷기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려 아이들은 18개월을 향해 치달으며 강력한 자아 형성의 시기를 맞이한다. 이른바 '아니야 병'과 '엄마가 병'이 동시에 폭발하는 마법 같은 구간이다. "18개월 근접하면 자아가 생겨서 다 '아니'라고 해요. 엄마가 병, 아니야 병이 같이 옵니다"라는 발언처럼, 아침에 옷을 입히는 것부터 밥을 먹이는 것까지 모든 과정이 거부와 고함으로 가득 찬다.
아이가 등원을 거부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을 때 부모들은 겉으로는 인자한 미소를 지어야 하지만, 속으로는 수십 번도 더 분노하고 좌절하며 밤마다 깊은 자책감에 빠진다.
💭 에디터의 단상 : 끝없는 퀘스트의 길목에서 부모가 찾아야 할 구원
신생아실의 희미한 백열등 아래서 뜬눈으로 지새우던 밤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아기가 아르릉거리며 거실을 뛰어다니는 돌을 맞이했다. 돌잔치의 화려한 조명과 스냅 사진의 웃음 뒤에는, 매 순간 자신의 삶을 갈아 넣어 아이의 퀘스트를 깨 나간 부모들의 지친 눈빛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육아는 흔히 축복이라는 단어로 미화되지만, 그 실체는 한 인간이 완전히 새로운 생명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가혹한 노동의 연속이다.
우리는 아이가 100일이 되면, 걸으면, 말을 하면 편해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기만하며 버텨온다. 하지만 편해지는 날은 오지 않는다.
다만 부모의 근육이 그 고통을 견디도록 단단해지고, 아이와 눈을 맞추며 웃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 나갈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힘듦이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인간이 부모로 거듭나는 불가피한 통과의례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완벽한 육아를 꿈꾸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보다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남은 우리 자신을 진심으로 격려하는 것. 그것이 이 거대한 1년의 퀘스트를 끝낸 부모들이 진정으로 품어야 할 유일한 해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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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의 숨소리에 가슴 졸이던 100일의 기절부터, 리모컨을 빨아대던 구강기를 지나, 온 집안을 헤집는 네발 기기와 두 발로 뛰어다니는 돌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육아의 길은 단 한 순간도 평탄하지 않았다.
힘듦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그 형태를 바꿀 뿐이라는 진리는, 우리에게 역설적으로 매 순간의 고통을 덤덤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 애쓰다 지치기보다, 조금은 서툴고 무너져도 아이와 함께 자라나는 그 길목에서 우리만의 속도를 찾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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