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FSD 국내 도입, 과연 언제쯤 가능할까?

테슬라 FSD(Full Self-Driving)가 국내 도로 위를 당당하게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많은 이들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현실은 우리를 다소 허탈하게 만든다.

테슬라의 기술적 진보와는 별개로, 정작 한국에서의 FSD 도입을 둘러싼 행정적 절차는 마치 멈춰 선 차처럼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 정부와 테슬라코리아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왜 3만 대가 넘는 차량이 FSD 기능을 탑재하고도, 그 본질적인 성능은 제대로 된 시험대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그 속사정을 짚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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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D 국내 도입을 둘러싼 국정감사 현장의 민낯

테슬라코리아와 국토교통부의 평행선 달리기

지난 8월 8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서영득 테슬라코리아 대표는 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쟁점은 명확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국내에서 정식으로 허용되지 못하는 이유가 정말 정부의 규제 때문인가, 아니면 테슬라 측의 신청 부재 때문인가 하는 점이었다.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은 테슬라가 공식적인 테스트 신청을 한 적이 없다고 못 박았고, 서영득 대표는 창구가 마련되지 않아 협조할 방법이 없었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맞섰다. 이는 마치 건축허가를 받으러 온 사람이 정식 접수 서류는 내지 않고 "도면 한번 봐주실래요"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어진다. 현행 국제 기준인 UN R171 DCAS(운전자 제어 보조 시스템)는 테슬라 FSD의 도심 주행 기능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시스템이 스스로 운전하는 ADS(상위층)를 지향하면서도, 사고 책임은 운전자가 지는 정책을 고수하는 테슬라의 특성상 현재의 DCAS 법체계와는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 박준형 국장은 "자율주행이라면 운전자 개입을 최소화하는 대신 제작사가 사고 책임을 져야 하는데, 테슬라는 운전자가 책임지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술은 21세기를 달리는데 법적인 책임 소재는 20세기의 틀에 갇혀 있는 셈이다. 결국 이 공방의 핵심은 '공식 신청'과 '비공식 협의' 사이의 간극이다. 테슬라코리아는 두 차례에 걸쳐 검증 협력과 시험 차량 제공을 제안했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법적 행정력을 갖춘 정식 절차가 아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리는 것은 테슬라코리아가 국토교통부나 교통안전공단에 어떤 테스트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는 없습니다."라는 지적은 뼈아프다. 소비자들은 이미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FSD 기능을 구매했지만, 정작 그 기술을 검증하고 승인할 과정 자체가 공중에 붕 떠 있는 형국이다.

국내 3만 대의 테슬라, 방치된 소프트웨어의 실상

국정감사에서 더욱 충격적인 것은 FSD가 국내에서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왔다는 점이다. 국토교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FSD 기능을 탑재한 테슬라 차량은 약 3만 대에 달하며, 이들이 누적 주행한 거리만 9,200만 km를 넘는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FSD가 허용되지 않은 국내 환경을 틈타 일부 사용자들이 불법 장치를 동원해 기능을 강제 활성화한 사례가 93대나 확인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도를 정비하는 동안, 기술은 이미 탈법적인 경로를 통해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의 대응 역시 안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FSD를 보완할 후속 기준에 대한 정책 연구나 전담 조직이 전무하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님을 방증한다. 기술이 법을 앞서 나갈 때 발생하는 혼란은 고스란히 운전자와 보행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정부는 "현행법으로는 불가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테슬라 측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했다. 테슬라코리아 역시 "창구가 없어서 못 했다"는 변명만 늘어놓기엔 책임이 가볍지 않다. 소비자에게 903만 3천 원 혹은 월 15만 원의 구독료를 받으면서, 정작 그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환경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과연 얼마나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재명 정부 체제 아래에서 추진되는 자율주행 기술 정책이 단순히 규제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투명한 검증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기술 혁신은 법규라는 댐 뒤에 쌓여만 가는가

문제의 핵심은 '신청'과 '제안'이라는 행정적 단어 속에 숨겨진 책임 회피에 있다. 테슬라는 혁신을 내세우며 법규의 예외를 요구하지만, 정작 검증을 위한 서류 절차는 뒷전이다.

정부는 규제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 법과 기술의 괴리가 커질수록 피해를 입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을 기다려온 대중이다.

이제는 더 이상 '제도가 없어서'라는 핑계로 시간을 끌 때가 아니다.

기존 법체계로 풀 수 있는 열쇠, 특례 조항

자동차 규칙 제114조의2와 제114조의3 제15항의 가능성

그렇다면 정말 손쓸 방법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는 이미 마련된 특례 조항들이 존재한다. 2019년 3월에 신설된 자동차 규칙 제114조의2는 기존 기준보다 우수하거나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장치에 대해 국토부 장관이 규칙 예외를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길을 열어두었다. 이는 FSD와 같이 기존의 운전자 보조 장치와 작동 방식이 확연히 다른 새로운 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법적 토대다. 물론 단순히 기능이 많다고 특례를 승인해 줄 수는 없다. 핸즈온 원칙의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실내 카메라로 운전자를 완벽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시스템이 판단하는 차로 변경이 안전하다는 기술적 입증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테슬라가 진정으로 한국 시장에 FSD를 정식 도입하고 싶다면, 그저 "창구를 만들어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이 조항을 근거로 구체적인 예외 사유와 안전성 데이터를 제출했어야 했다. 또한 제114조의3 제15항은 '친환경·첨단 미래형 자동차'에 외국 안전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산 차량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산 테슬라에도 적용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즉, 테슬라코리아가 적극적으로 이 조항을 활용해 정부의 공식 판단을 요구했다면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지도 모른다. 정부가 반려를 하더라도 그 사유가 문서로 남는 것 자체가 기술 검증의 한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아티클 3구 사례와 우리에게 남은 숙제

유럽에서는 테슬라가 이미 '아티클 3구'라는 경로를 통해 기존 규정이 다루지 못하는 신기술에 대한 예외 승인을 받아내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제114조의2 조항과 그 정신이 맞닿아 있다. 유럽에서는 테슬라가 먼저 규제 당국을 두드려 결과를 만들어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정부가 준비해주면 협조하겠다"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소비자는 이미 돈을 냈는데, 정작 제조사는 행정적 창구 뒤에 숨어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꼴이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면, 테슬라코리아는 그간 국내에서 기술적 검증보다는 판매량 확대에만 몰두해 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장종태 의원을 비롯한 국정감사 위원들이 테슬라의 소극적인 행보를 질타한 것은 단순히 윽박지르기가 아니다. "우리 기술이 뛰어나다"라고 주장하는 만큼, 그것을 확인할 자료를 내놓고 공식적인 검증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당연한 요구다. 혁신은 규제 밖에서 혼자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제도라는 그릇 안에 담겨야 비로소 안전하게 꽃필 수 있다.

📊 3만 대의 방치된 기술, 그 너머의 숫자들

현재 국내 등록 테슬라 약 24만 대 중 77% 이상이 FSD 기능을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반면 사용 가능한 차량들은 검증되지 않은 채 9,000만 km를 달렸다.

이는 법규가 기술 속도를 얼마나 따라가지 못하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수치다. 이제는 데이터 기반의 안전성 검증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안전성 데이터 논란과 게임화의 그림자

무개입 카운터가 불러온 잘못된 인센티브

테슬라가 최근 도입한 FSD V14.3.3의 '무개입 카운터' 기능은 기술의 안전성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마지막 개입 이후 개입 없이 주행한 거리를 소수점 단위까지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최고 기록을 앱에 저장하는 이 시스템은 사실상 운전자에게 '개입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게임화된 장치다. 베테랑 테스터 척 쿡(Chuck Cook)은 이를 두고 "필요한 순간에도 해제하지 않도록 부추기는 잘못된 인센티브"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록을 깨고 싶은 인간의 심리는 위험한 순간까지 브레이크를 밟지 않게 만드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운전자가 FSD를 해제하는 행위가 기록의 0점 처리로 이어진다면, 안전을 위해 시스템을 넘겨받아야 할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가 내세우는 "무개입 주행 거리"라는 통계는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입증하는 수치가 될 수는 있어도, 그것이 곧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카운터는 인간의 주의력을 잠식하는 도구가 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일부 옹호론자들은 이를 시스템 역량의 척도라 주장하지만, 안전은 데이터의 수치로만 정의될 수 없다. 실제 도로 위에서의 상황은 수학적인 모델링을 완벽하게 벗어나는 돌발 변수로 가득하다. 테슬라 스스로 이 기능을 '게임화 요소'라고 명명한 것은, 그들이 기술적 완벽함만큼이나 사용자의 행동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트릭(streak)을 쌓아가는 것은 게임에서나 환영받을 일이지, 사람의 생명이 오가는 도로 위에서는 결코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

NHTSA의 조사와 우리가 나아갈 방향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조사는 테슬라 FSD가 맹신할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신호 위반, 비정상적 주행, 충돌 사고 데이터는 시스템이 여전히 베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의 강화와 특정 상황에서의 기능 제한 권고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역시 이러한 국제적 조사 결과를 참고하여 독자적인 안전 가이드라인을 정립해야 한다. 국정감사를 계기로 국토교통부가 비로소 FSD 안전성 검증 착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종합 감사 때 정부가 내놓을 결과물은 단순히 테슬라의 FSD 승인 여부를 넘어, 한국이 자율주행 시대를 어떤 태도로 맞이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현행 기준으로는 안 된다는 방어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기술을 수용하되 안전의 기준을 높이는 정교한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 요약해보면

  • 테슬라 FSD 국내 도입은 정부의 불분명한 기준과 테슬라의 소극적인 공식 신청 부재로 장기간 정체되어 왔다.
  • 현행법 내의 '특례 조항'을 활용하면 충분히 안전성을 검토할 법적 경로가 열려 있음에도 양측 모두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 무개입 주행 거리 카운터 등 테슬라의 게임화 전략은 운전자의 주의력을 떨어뜨리고 안전 의무를 약화시킬 위험이 크다.
  • 정부는 10월 종합 감사를 계기로 구체적인 검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자율주행 정책의 실질적인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 단상: 기술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 개인적인 생각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나 역시 언젠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이동하는 편리함을 누리길 기대한다.

그러나 그 편리함은 기술의 안전함이 검증되었을 때 비로소 누릴 가치가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며 든 생각은,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인간의 판단력은 오히려 더 예리해져야 한다는 역설이다.

시스템을 맹신하는 순간 기술은 무기가 된다. 테슬라가 스스로 말하는 '완전 자율주행'이라는 이름표 뒤에 숨은 안전의 책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 또한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10월 종합 감사 이후 국토교통부가 내놓을 답변이, 단순한 통과 의례가 아닌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실질적인 안전 가이드라인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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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기술의 속도와 제도의 속도가 부딪히는 지점에 서 있다. 정식 승인을 향한 첫걸음을 떼기 위해 필요한 것은 테슬라의 투명한 자료 공개와 정부의 책임 있는 검증뿐이다.

과연 내년 봄, 우리의 도로는 더 안전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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