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진영에서 나쁜 권력이 태어났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요즘 정치 시사 유튜브 판을 보면서 가장 뼈아프게 꽂히는 질문이다.
예전에는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명확한 선과 악의 싸움이 전부였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포장된 권력 내부에서 자행되는 모순을 마주할 때, 우리 안의 기준선은 순식간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윤석열 정권 당시 그토록 비판했던 제왕적 권력의 행태가 과연 지금의 이재명 정부에서는 깨끗하게 지워져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눈을 가리고 흐린 눈으로 넘어가기엔, 이미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이 너무나 적나라하다.

대외비 문건 유출 논란과 대통령의 품격
SNS에 올라온 대외비 문건, 과연 공무원이었다면 넘어갔을까
최근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던 이재명 대통령의 트윗(X) 대외비 문건 노출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준을 넘어섰다. 조성은 작가의 지적처럼, 만약 이 똑같은 짓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했다면 진보 진영은 나라가 무너져라 특검을 외치고 탄핵을 부르짖었을 것이다. 일반 공무원이 국가 대외비 자료를 SNS에 무심코 공개했다면 당장 법적 처벌을 받고 옷을 벗었을 사안이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이것이 무마되거나 대충 넘어갈 수 있다면, 법의 평등이라는 대원칙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추미애 전 장관이 과거 채널A 사건 관련 기사를 리포스팅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비밀누설죄로 고발당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그때 법의 엄격함을 부르짖었던 이들이 지금의 대통령 행보에 대해서는 왜 이토록 너른 자비를 베푸는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에서 과연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권력의 크기와 상관없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 무너질 때, 그 정권의 도덕적 정당성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기 마련이다.
대통령의 말과 글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나 감정 배설이 될 수 없다. 모든 기록이 역사로 남고 나중에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트럼프의 사례나 과거 역대 대통령들의 말로(末路)를 통해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목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중을 조롱하듯 악의적인 뉘앙스를 담아 글을 올리고, 이를 다시 수습하느라 주변 참모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국가 원수의 품격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존경받지 못하는 권력은 결국 위신을 잃고, 위신을 잃은 권력은 폭력적인 지배로 변질될 뿐이다.
위신을 잃은 권력과 주변을 둘러싼 호가호위의 무리들
대통령이 권위와 존경을 잃어버리면 그 주변은 자연스럽게 아첨꾼들과 얄팍한 이속을 챙기는 무리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송영길 대표가 박지영 아나운서의 진행 속에서 생방송 도중 급작스럽게 자리를 박차고 나간 해프닝은 이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 모시고 식사 중이라는 이유로 생방송 중인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마이크를 내려놓고 자리를 뜨는 모습은,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디에 가닿아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가 '국민 우선주의'가 아니라 '이재명 우선주의'로 재편되고 있다는 공포감은 비단 야권만의 목소리가 아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나 김민석 의원 같은 이들이 보여주는 거친 언행 속에는, 내가 이 정권을 만들었다는 거대한 보상 심리와 오만이 뼛속 깊이 박혀 있다.
"너 나 없으면 대통령 될 수 있었어?"라는 식의 감정이 권력의 핵심부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어차피 돌아서는 민심은 버리고 내 권력에 굴복할 이들만 챙기면 된다는 식의 선별적 정치를 구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가 누적될수록 국민들의 눈에는 결국 저쪽이나 이쪽이나 다를 바 없는 '트윈스' 같은 권력 집단으로 비칠 뿐이다.
큰 나무 밑에는 잔가지가 자라지 못하듯, 거대한 제왕적 일인 체제 아래에서 진정한 민주적 소통과 비판 세력은 숨을 쉬지 못하고 말라죽어가고 있다.
인사 참사와 권력의 실체에 대한 착각
비서실장 인사를 둘러싼 밀실 흥정과 취향의 정치
강기정 비서실장의 사표 파동 이후 뉴스토마토 등을 통해 한준호 의원 등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내렸지만, 당사자들의 부인과 거절로 결국 유임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날카롭게 파고들어야 할 지점은 과연 이 정권의 핵심 인사가 누구의 손에서 추천되고 누구의 낙점을 받아 이루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공식적인 인사 검증 라인과 비서실장을 거쳐야 할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아니면 비선 실세라 불리는 측근 보좌진들의 입김에 좌우되는지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게스트A가 정확히 짚어냈듯,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시스템 공정성에 기반하기보다는 철저한 개인적 취향과 충성도에 가깝다. 얄팍하거나 아첨에 능숙한 이들, 혹은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편안하게 맞춰주는 이들을 곁에 두는 방식이 오랜 기간 고착화되었다.
훈식이 형이니 현진우니 하는 이름들이 오르내리지만, 결국 그 모든 가림막 뒤에는 "내 마음에 드는 사람만 쓴다"는 확고한 일인 통치 구조가 버티고 서 있다.
대통령의 책임론을 단순히 실무진의 실수나 참모들의 보좌 실패로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국정의 최고 최종 책임자는 오직 대통령 한 사람뿐이며, 모든 권력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믿는다면 그에 따르는 정치적·도덕적 파국 역시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마땅하다.
인사의 공정성이 무너진 정권이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역사의 수많은 실패를 통해 이미 똑똑히 배워왔다.
권력의 허무함과 윤석열 정권 붕괴에서 얻어야 할 교훈
윤석열 정권이 검찰과 언론, 기득권의 막강한 힘을 총동원해 권력을 쥐어짜다 결국 3년도 채 되지 않아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우리는 현장에서 소름 끼치게 지켜보았다. 권력이란 것이 영원할 것 같지만 손에 쥔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참으로 허무하고 덧없는 것임을 그들은 보여주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 진보 진영 안에서 태어난 이 새로운 권력은 과연 그 과거의 실패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호가호위하며 호랑이 가죽을 빌려 쓰듯 권력을 휘두르는 주변 무리들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부 총질로 몰아세우며 입을 막기에 바쁘다.
진보 진영의 역사 속에서 독재와 맞서 싸우며 피 흘려 얻어낸 민주주의의 성과물이, 내부에서 자란 괴물 같은 사적 권력에 의해 조금씩 잠식당하고 있는 중이다.
이재명 정부는 결코 어느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고발 사주 당시 검찰 독재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수많은 시민들과, 재판 연기의 고통 속에서도 정권을 지켜내고자 뛰었던 평범한 유권자들의 땀방울이 모여 만든 공동의 성과다.
그럼에도 이를 다 제 것인 마냥 오만하게 휘둘렀을 때 돌아올 대중의 심판은 윤석열 정권이 맞았던 그것보다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진보 진영 내 첫 '나쁜 권력'을 마주한 우리의 태도
흐린 눈을 감고 방관할 것인가, 단호하게 제압할 것인가
방송을 준비하며 매번 딜레마에 부딪히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야권 지지자로서 총선과 대선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봉합하고 뭉쳐야 한다는 강박이 든다.
저쪽 보수 진영에 정권을 내어줄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매번 비판 방송을 하면서도 끝에 가서는 "그래도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바랍니다"라는 영혼 없는 면죄부를 덧붙이게 된다. 스스로가 혐오해 마지않던 기득권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이제는 솔직해져야 한다. 진보 진영 역사상 처음으로 태어난 '나쁜 권력'을 향해 우리는 어떤 칼을 겨누어야 하는가.
무조건적인 옹호와 방관은 결국 우리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독약일 뿐이다. 말을 듣지 않고 오만함에 취해 폭주하는 권력은 지지율의 무서움을 보여주며 단호하게 제압해야 마땅하다. 민주주의 안에서 건강한 권력을 어떻게 통제하고 교체할 것인가에 대한 첫 번째 거대한 시험대가 바로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소통을 거부하고 적대감을 드러내며 "아쉬우면 나한테 빌어봐라"라는 식의 태도를 고수한다면, 시민들은 더 이상 그를 보호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다. 권력은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며, 진정한 권력성은 거대한 권력의 횡포에 맞서 당당하게 "당신 틀렸소"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 있는 목소리에서 비롯된다.
김민석이나 송영길 같은 구태의연한 이름들이 아니라, 진정으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연대가 절실한 이유다.
새로운 권력의 탄생을 위한 조건과 담담한 다짐
조국, 추미애, 정청래 등 범진보 진영의 기라성 같은 정치인들이 각개격파당하며 쓰레기 취급을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중심의 일극 체제와 그 주변의 따가리들이 판을 치는 이 구조 속에서, 개별 정치인들이 고립되어 공격받는 동안 대중의 기억 속에는 나쁜 이미지들만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진정한 권력성을 회복하려면 이들이 거대한 연대의 본진을 꾸려 단단하게 뭉쳐야 한다.
수원의 그 현장처럼 추미애, 김용민, 박은정, 그리고 정청래와 유시민 같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선명한 대안의 메시지를 던질 때, 비로소 대중은 민주당 본진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한동훈이나 국민의힘이 무엇을 하든 간에, 우리 내부에서 단단하고 건강한 진보의 권력이 뿌리내릴 수 있다면 외부의 공격 따위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쪼개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단순한 진리를 지금의 정치 엘리트들만 모른 체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이 모든 혼란의 끝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이는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 자신이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 비판을 악으로 규정하는 오만함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흐린 눈을 뜨고 라식을 한 것처럼 선명하게 현실을 직시할 때다. 맹목적인 지지가 아니라 뼈를 깎는 비판과 견제만이, 우리가 바라는 진짜 진보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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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좋은 권력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권력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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