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100층 개발, 진짜 이대로 괜찮을까

용산 개발 계획이 다시 선거판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안)」에 따르면, 이 일대에는 최대 용적률 1,700%, 높이 100층 내외의 랜드마크와 함께 허드슨야드의 4.4배에 달하는 거대한 수직 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다.

2025년 하반기 기반시설 착공을 시작으로 2030년대 초반 입주를 목표로 삼고 있다. 14.6만 명의 고용과 32.6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기대하며 서울을 글로벌 탑5 도시로 이끌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이다.

하지만 세상은 지난 10년 동안 완전히 달라졌다. AI 혁명과 팬데믹이 남긴 상흔 속에서 100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빽빽하게 채우겠다는 구상은 이제 위험천만한 외통수에 가깝다. 용산 개발 계획이 시대착오적인 외통수에 걸린 진짜 이유를 하나씩 짚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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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해보면

  • 팬데믹 이후 정착된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워크로 인해 전 세계 대형 오피스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AI 도입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오피스 공간의 필요성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 과거의 하드웨어 중심, 대규모 오피스 채우기식 개발을 고집하면 종로와 을지로 등 기존 도심 상권까지 동반 몰락하는 국가적 재앙을 맞이할 수 있다.

변화된 업무 환경과 오피스 수요의 종말

AI 발전과 코로나19가 바꾼 일하는 방식

용산 개발 계획은 10년 전에도 존재했던 낡은 뼈대를 그대로 들고 나왔다. 명지대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이자 전) KDI 전문연구원인 박정호 교수는 영상에서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이거 지금 원하는 대로 하면 절대 안 되는 이유가 생겼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과거와 현재의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뜻이다. 지난 세월 동안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작업은 거쳤을지 모르지만, 지금 이 시점에 원안대로 오피스를 밀어붙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 배경에는 첫째로 AI의 급격한 발전이 있고, 둘째로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재편된 직장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전 세계 직장인들은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줌(Zoom) 같은 비대면 회의와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었고, 이는 글로벌 오피스 시장의 지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이미 25%를 넘어섰다. 프랑스 파리 외곽의 대표적인 업무 지구인 라데팡스 역시 일부 지자체의 오피스 공실률이 25%를 웃돌고 있다.

박정호 교수가 미국 직장인들 중에서 29%가 여전히 재택근무를 해. 그리고 재택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생겨버렸어라고 지적한 것처럼, 갤럽의 미국 조사에서도 직장인의 59%가 주 2~3회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워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도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당근책으로 재택근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에게 급여 외에도 재택근무라는 강력한 고용 조건을 내세우는 판국이다.

물론 일부 기업이 부작용을 겪으며 다시 출근을 강제하기도 하지만, 유능한 인재를 포섭하기 위한 유연 근무 트렌드는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마당에 용산에 50층, 100층짜리 대규모 오피스를 지어 올린다면 그 많은 빈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과거 다국적 기업들이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며 들어오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아마존의 60만 명 감축과 오피스 공실의 공포

AI의 도입은 오피스 수요 감소에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 사무직 업무의 자동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업들은 고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을 대폭 감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33년부터 2034년까지 총무팀과 인사팀을 제외한 전 직원의 60만 명 해고를 목표로 삼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

박정호 교수가 아마존의 아시아 헤드쿼터를 용산에 유치하겠다고 해봤자 5명 오나?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들은 매달 지불해야 하는 임대료, 인건비, R&D 비용, 서버 이용료 같은 고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AI를 도입하고 있다. 사내 결재 시스템이 클릭 한 번으로 끝나고, 고객 관리나 영상 DB 관리까지 서버를 통해 이루어지는 시대다.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서버 솔루션 기업들은 앞으로 고객사들에게 아직도 사람이 재무와 생산 관리를 하고 있냐며 AI 도입을 세일즈할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 관계자들이 설명회에서 저희 모르세요? 전 직원 다 내보냈고 인사팀하고 총무팀하고밖에 없어요. 뉴스도 안 보셨구나. 저희는 60만 명이 다 나갔는데요, 이걸 하겠다는 거야라고 반문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자들 중에는 한국처럼 신규 기술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나라일수록 2030년이 되면 오피스 공급 공실률이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RSQUARE의 2026년 오피스 마켓 리포트를 보더라도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신규 공급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종로구의 대형 신축 오피스인 G1 SEOUL의 경우 공실률이 86%에 달해 임대율이 14%에 머무는 등 임차인들이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대규모 오피스를 공급했다가 공실이 속출한다면, 그것은 국가적인 경제 재앙이 될 수 밖에 없다.

서울의 부동산 현실과 PF 자금조달의 압박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토지 가격이 워낙 높은 데다 초고층 복합개발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공사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조달 환경도 녹록치 않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불안해지면서 프라임 오피스 선순위 대출금리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의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분양가와 임대료가 치솟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금융투자업계와 상업용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도심권역에 이미 신규 오피스가 잇달아 완공되는 마당에 용산까지 가세하면 중장기적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르네스퀘어, 을지타워 등 신축 오피스가 시장에 풀리면서 임차인들의 선택지는 넓어졌지만, 높은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은 선뜻 계약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경고를 외면한 채 수십 년 전의 개발 청사진을 고집하는 것은 행정적 고집일 뿐이다.

과거 정권에서 입안했던 계획이라는 이유로, 또는 오랫동안 이 사업을 지지해 온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방향을 틀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시민들과 국가 경제가 떠안게 된다.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간 되돌릴 수 없는 상처만 남게 될 판국이다.

🔥 10년 전 청사진에 매몰된 행정의 맹점

세계 주요 도시들은 이미 오피스 공실 대란에 대응해 용도 변경과 주거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뉴욕은 금융 지구의 오피스 건물을 주거용 아파트로 개조하고 있고, 프랑스는 오피스의 주거 전환 촉진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여전히 100층짜리 랜드마크와 거대한 업무 지구를 채우겠다는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용산의 독보적 입지와 새로운 도시 공간 문법

21세기 신산업 인큐베이팅과 대면 교류의 가치

그렇다면 용산이라는 땅이 가진 가치를 완전히 부정해야 하는가 하면 결코 아니다. 박정호 교수는 용산은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기회야라며 서울이 가진 공간적 경쟁력의 핵심으로 용산을 지목했다.

전 세계 글로벌 빅텐 안에 드는 서울은 아시아권에서 상하이, 도쿄, 싱가포르와 함께 1등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이는 최상급 도시 도시다. 그중에서도 서울이 더 높은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새로운 산업을 담을 거대한 그릇이 도시 한복판에 비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글로벌 도시들의 수도 중심부를 살펴보면 이미 빌딩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새로운 산업이 잉태될 빈땅을 찾기 어렵다. 뉴욕이나 도쿄의 중심부 항공사진을 보면 산처럼 높은 빌딩들이 밀집해 있어 새로운 대규모 인프라를 실험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반면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은 기묘한 역사적 과정, 즉 청나라 군대와 일본 군인을 거쳐 미군 기지가 주둔했던 아픈 역사 덕분에 오히려 거대한 부지가 텅 비어버리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이했다.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이 갑자기 어마어마한 부지가 생긴 거야. 접근성이 너무 좋아요라는 평처럼 이 부지의 입지적 가치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독보적인 것이다.

21세기 산업을 이끄는 핵심 경쟁력은 바로 '속도'다. 자율주행, 로봇, 피지컬 AI, 스마트시티 같은 공간 기반형 AI 산업은 변두리 지방의 산업단지에서 실험하는 것과 도심 한복판에서 인큐베이팅하는 것의 결이 완전히 다르다.

일부 사람들은 요즘 시대에 줌으로 회의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지만, 박정호 교수는 아니요, 요즘 때가 어느 때인데 줌 회의하면 되겠죠. 아닙니다. 그거 진짜 비즈니스 모르는 분들이 하는 소리예요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실제로 사업을 해보면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아이디어를 쥐어짜는 페이스 투 페이스 교류와 속도감을 이길 방법은 없다.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네이티브의 과도기적 통찰

물론 후세 세대인 알파 세대나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는 화상회의와 대면 미팅이 하등 다를 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를 거쳐온 세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사람을 직접 만나 눈을 보고, 가끔은 술잔을 기울이며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하는 것, 골프장을 함께 누비며 농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생기는 신뢰와 비즈니스의 결은 분명 다르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던 시대에서 전자 서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때 사람들이 겪었던 불안감처럼, 지금 우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거대한 문명적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2026년 이후의 산업 물줄기는 웹이나 앱 속에 갇힌 챗GPT나 제미나이를 넘어 공간 속에서 구현되는 스마트빌딩, 자율주행 버스, 스마트 물류 같은 공간 기반형 AI가 주도하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도시 인프라에 녹여내고 실증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밀집한 도심 한복판의 거점이 필수적이다. 천안이나 대전에 연구소를 두는 것과 서울 한복판에서 실시간으로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은 도시의 성장 속도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차이를 만든다.

문제는 이 소중한 공간을 또다시 예전 방식대로 꽉 찬 오피스 빌딩들로만 채우려 한다는 점이다. 10년 전에 그려놓았던 낡은 조감도 속 초고층 빌딩들을 그대로 올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 이 마지막 기회를 영원히 날려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공간 기반형 AI와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들어와서 도시를 실험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도시 문법이 필요하다.

도심 균형 발전을 위한 과감한 결단

용산에 대규모 오피스를 무작정 밀어 넣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은 비단 용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용산에 강남이나 여의도를 압도하는 최신예 대초고층 빌딩들이 빽빽하게 들어선다면, 바로 옆에 있는 종로와 을지로 일대의 구시가지 상권은 순식간에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

을지로의 30년 넘은 빌딩들을 리모델링해서 겨우 명맥을 유지 중이던 중견기업들과 다국적 기업들이 최신 시설을 갖춘 용산으로 대거 이탈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외국계 다국적 기업 재직자들이 한강 조망이 가능한 용산 신축 빌딩으로 출근하고 아침마다 한강변을 조깅하는 풍경은 그들만의 리그일지 모르나, 기존 도심권의 상권과 오피스 생태계에는 거대한 타격을 준다.

이쪽 수요를 빼내어 저쪽으로 집어넣는 제로섬 게임을 반복하다 보면 서울 전체의 도시 균형 발전은 깨지고 만다. 처음에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곧바로 단추를 다시 풀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권이나 지자체 수장들이 과거 선거 공약이나 10수년 동안 밀어붙여 온 관성에 얽매여 정책을 바꾸지 못하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오랫동안 이 사업에 기대어 있던 건설사나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두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면 10년이 걸렸지만 바꿀 수밖에 없는 게 미래 지향적인 거 아니겠습니까?라는 지적처럼,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난 과감한 결단이다. 공직에 있는 책임자들이 용기를 내어 원안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 데이터로 보는 서울 오피스 시장의 경고등

RSQUARE 오피스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신규 공급 물량의 유입으로 점차 상승 압력을 받고 있으며, 초대형 오피스를 중심으로 공실률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도심권역(CBD)은 대형 신축 빌딩의 완공과 맞물려 임차인들의 이동이 활발해지는 동시에, 일부 자산에서는 공실 해소가 지연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거시적 수급 불안 속에서 용산에 추가로 대규모 오피스 물량이 쏟아질 경우, 임대 시장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오피스 과잉 공급 시대의 대안과 주거 전환

### 뉴욕과 프랑스의 파격적인 오피스 주거 전환 사례

전 세계 주요 대도시들은 이미 오피스 공실률 급증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아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오피스 건물을 억지로 채우려고 고군분투하는 대신, 건물의 용도를 과감하게 주거 시설로 바꾸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 뉴욕의 금융 지구에 위치한 '25-25 워터 스트리트'다. 뉴욕시는 오피스 수요 감소를 직시하고 기획을 수정해, 대형 오피스 건물을 무려 1,320가구가 들어갈 수 있는 주거용 건물로 탈바꿈시켰다.

도시 중심부에 살고 싶은 수요는 넘쳐나는데 오피스 공실은 늘어나니, 주택난을 해소하고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낸 것이다. 비단 뉴욕뿐만이 아니다.

프랑스 의회는 아예 오피스의 주거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01개의 프로젝트를 공모해 그중 61개를 선정하고 대규모 주택과 사회형 주택을 짓는 방식으로 도심 공간을 혁신하고 있다.

서울 역시 부동산 가격 폭등과 극심한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주거 공간을 지을 수 있는 땅은 부족한데, 수도 한복판에 거대한 부지를 확보해 놓고 오로지 업무용 빌딩만 채우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오피스 중심의 단일 용도 개발에서 벗어나 주거와 업무, 여가가 공존하는 복합적 공간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비로소 도시의 생존 가능성이 열린다.

### 건축 설계로 증명된 주거와 상업의 공존 가능성

오피스 빌딩과 주거 공간이 한 건물 안에 공존하는 것이 설계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편견에 불과하다. 이미 국내외에는 이를 훌륭하게 구현해 낸 성공적인 선례들이 존재한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메리어트 호텔 부지가 대표적이다. 이 건물의 저층부는 호텔로 쓰이고 상층부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건물을 이용하는 동선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장을 보고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가 이용하는 주거용 전용 입구와 엘리베이터는 호텔 투숙객들이 이용하는 메인 로비나 엘리베이터와 완전히 나뉘어 있다. 호텔 이용객들은 캐리어를 끌고 전용 구역만 오가며, 거주자들은 완벽하게 독립된 프라이버시를 누리며 생활한다.

이처럼 현대 건축 설계 기술은 상업 공간과 주거 공간을 하나의 건물 안에서도 완벽하게 공존하게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100층 높이의 랜드마크를 고수해야 한다면, 그 내부를 전부 오피스로 채우는 어리석음을 범할 게 아니라 주거와 업무, 문화가 어우러진 주상복합 형태나 고밀도 주거 복합 공간으로 설계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

공실률이 치솟을 것이 자명한 대형 오피스를 억지로 밀어 넣느니, 서울 시민들이 실제로 살고 싶어 하는 최고급 주거 시설과 혁신적인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결합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 도시의 부가가치를 시민에게 환원하는 생태계

도시 중심부의 공공 용지나 핵심 입지의 공간 권한을 민간 사업자나 특정 기업에 내주었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부가가치는 고스란히 도시민과 국민들에게 나누어져야 마땅하다. 외국계 다국적 기업들이 들어와 세제 혜택을 누리며 빌딩을 채우는 과거의 개발 방식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10년 동안 공들여온 계획이라는 미련 때문에 변화된 미래를 외면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의 몫으로 돌아간다.

공공기관인 코레일과 SH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만큼, 과도한 개발 이익이 특정 세력에게 치우치지 않고 공공에 적절히 배분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수요'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채워지지 않을 오피스 빌딩을 지어 올리며 허황된 조감도만 들이밀 것이 아니라, 인구 감소와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쓰나미 속에서 도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실질적인 공간 전략을 짜야 한다.

도쿄나 뉴욕의 도시 전문가들이 부러워할 만한 서울만의 잠재력을 살리려면, 용산이라는 백지에 낡은 그림을 덧칠할 게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문법을 써내려가야 한다. 10년이 걸렸든 20년이 걸렸든 잘못된 방향임을 깨달은 순간 멈추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 에디터의 단상 : 멈출 수 있는 용기가 진짜 실력이다

우리는 흔히 거대한 프로젝트가 오랜 시간 동안 추진되어 왔다는 이유로, 혹은 이미 투입된 비용과 행정적 관성 때문에 잘못된 방향임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용산 개발 계획 역시 마찬가지다.

10년 전 종이 위에 그려진 청사진이 오늘날의 AI 혁명과 팬데믹 이후의 오피스 공실 대란이라는 현실과 맞지 않음은 이미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약속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100층짜리 오피스 숲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서울의 미래를 담보로 한 무모한 도박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의 공간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 뉴욕과 프랑스가 과감하게 오피스를 주거로 전환하듯,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인 용산 역시 낡은 개발의 틀을 깨부수고 새로운 생태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잘못된 단추를 낄 때보다, 지금이라도 다시 풀 줄 아는 용기가 진정으로 도시를 살리는 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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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대규모 개발은 결국 거대한 공실과 경제적 손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10년 전의 낡은 청사진을 내려놓고, AI 시대와 주거 불안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유연한 도시 계획만이 용산의 진짜 가치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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