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훈쑈] 국민을 뭘로 보고...ㅣ박규환X정필승X이광철ㅣ2026년 9월 8일 화요일

어지러운 뉴스 속에서도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검찰 개혁'이다. 77년 동안 대한민국 사법 체계의 정점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검찰청이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 다가오는 9월 25일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우리는 진짜로 '검찰'이라는 이름이 법 본문에서 지워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 참이다. 📉

정부와 여당은 이를 두고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거대한 역사적 결단이라 치켜세웠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겠다는 구상 자체는 분명 오랜 민주주의의 열망이 닿아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그 화려한 수사학의 이면을 들추어보면, 입이 딱 벌어질 만큼 허탈한 실체가 고개를 든다. 간판만 바꿔 달면 그만이라는 식의 졸속 설계가 과연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뭘로 보고 이런 식의 껍데기만 남긴 개프를 던지는가 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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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만 바뀐 대검 직제, 검찰의 수사 기득권은 그대로 살아 있다

수사부서의 완벽한 부활, 형사부는 왜 줄어들지 않았나

이번에 발표된 공소청 직제 개편안을 받아 들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말 사람 갖고 장난치나"라는 허탈함이었다. 대검 조직표를 세밀히 뜯어보면 개편 전과 달라진 점을 찾기가 더 어렵다. 수사를 안 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마땅할 공소청 산하에 과거 수사를 주도하던 대검 수사부서들이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대검 검사장급 8개 자리 중 무려 5개가 수사부서의 몫으로 남겨졌다. 형사부, 반부패부, 공공수사부라는 이름들은 어쩜 그렇게 끈질기게 살아남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마약조직범죄부 하나가 겨우 눈에 띄지 않게 사라졌을 뿐이다. 과학수사부는 '법과학기획관'으로 직급만 한 단계 살짝 낮추어 이름을 바꾸었을 뿐, 그 방대한 수사의 틀은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다.

공판송무부의 경우 앞으로 공소유지가 핵심 업무가 될 테니 마땅히 2~3개 정도로 확대·세분화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조직의 구성은 예전 그대로 방치됐다. 이름만 슬쩍 '공판송무'에서 '형사공판부'나 '공공수사공판부' 같은 전문성 있는 명칭으로 바꾸어야 마땅함에도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진짜로 간판 갈만 하고 우리 기다리자, 한동훈이가 대통령 될 때까지 이런 거밖에 없는 거예요, 지금"이라는 뼈 있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수사 인력, 즉 수사관들은 단 한 명도 제대로 빼내지 않았다. 언제든 다시 칼을 겨눌 수 있도록 최소한의 행정 인력이라는 핑계 뒤에 숨겨 언제든 수사부서로 복귀할 수 있는 비상구를 열어둔 셈이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이 과정을 세밀하게 통제하고 밑그림을 그렸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흘렀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민정수석실을 장악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꼼수를 하위 법령 곳곳에 심어두는 동안, 정치권은 이를 제대로 제어하기는커녕 방관에 가까운 태도를 취했다. 법 개정 조문 하나, 독소조항 하나를 두고 수개월 동안 피 터지게 싸웠어야 할 이들이 "그래 그것 갖고 싸워라 우리는 이렇게 해가지고 그대로 가면 된다"는 안일한 프레임에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말려든 꼴이다. 우리가 또 당했다는 무력감이 밀려오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

과학수사와 디지털포렌식, 누구를 위한 칼날인가

대검찰청의 과학수사부와 디지털포렌식 조직이 공소청 산하로 그대로 이관된 대목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기존의 '법과학분석과', '디지털수사과', '사이버·기술범죄수사과', 'DNA·화학분석과'가 이름만 '법과학감정과', '디지털포렌식시스템', '첨단심리분석과'로 살짝 옷을 갈아입었을 뿐이다. 행안부 산하 경찰에도 이미 고도화된 포렌식 전문 기관이 버젓이 존재한다. 대통령 공약 사항이었다면 부서 간 협업을 통해 국무총리 직속 TF 등을 꾸려 경찰 쪽으로 인력과 노하우를 신속하게 이관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검찰은 포렌식을 자기네 손에 꽉 쥔 채 경찰이 올려보낸 자료를 다시 뜯어보겠다는 기괴한 구조를 완성했다.

과학수사가 가진 본래의 목적은 국민 세금을 아끼며 객관적이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학수사부가 지닌 증거 분석 능력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바로 '조작 능력'이다. 과거 수많은 사건에서 검찰은 자신들이 원하는 수사 방향으로 사건을 유도하기 위해 이 막강한 무기를 오용해 온 전력이 있다. 백재형 행정관이 울산 사건과 관련해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을 당시, 그의 아이폰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청와대 관련자들의 비밀을 캐거나 정적을 공격하는 용도로 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들이 어떻게 동원되었는가. 경찰 수사 결과 아무런 혐의가 나오지 않아 불송치 결정을 내리고 끝내야 할 사안임에도, 어떻게든 트집을 잡기 위해 검찰의 포렌식 결과를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 활용하려는 속내가 뻔히 보인다.

"열었으면, 국민 세금을 열었잖아... 그러면은 여기서 수사기관 간의 협조 요청이 왔으면은 그대로 주면 되잖아요. 그걸 잠궈서... 경찰에다... 네가 무슨 짓거리를 하는 놈들이었어요. 이런 짓거리를 하는 놈들이었어."라는 자조 섞인 지적처럼, 이들은 여전히 국민 세금으로 구축된 막대한 인프라를 자신들만의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 교차 검증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증거 분석 능력을 갖춘 핵심 기관은 제3의 독립 부처나 총리실 산하로 과감하게 빼냈어야 했다. 공소청에 그대로 쥐어준 것은 결국 수사 기득권을 영구히 보존하겠다는 선언에 다름없다. 🔥

🔥 무늬만 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사기극

검찰청이라는 간판을 내리고 공소청이라는 새로운 명패를 달았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권력의 속성이 저절로 정화되지는 않는다. 수사관들의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디지털포렌식과 과학수사라는 막강한 정보 조작 무기를 고스란히 쥐어준 채 '개혁 완성'을 외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다. 조직의 이름만 바꾸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 믿는가.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도 아깝다. 진정한 개혁은 기득권의 손에서 칼을 완전히 빼앗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권한이 사라졌으면 조직의 크기와 인력 구조도 마땅히 쪼그라들어야 하는 것이 원리원칙의 기본이다.

검사 정원은 단 한 명도 줄지 않았다, 8,412명 거대 공소청의 모순

검사 2,292명은 그대로, 줄어든 것은 무고한 일반직뿐

공소청 직제안의 구체적인 숫자들을 들여다보면 허탈함을 넘어 실소가 나온다. 법무부가 발표한 공소청 총인력은 8,412명으로 현행 10,706명에서 2,294명이 감축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감축된 숫자의 실체를 파고들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검사 인력은 2,292명으로 현행과 정확히 똑같다. 단 한 명도 줄어들지 않았다. 줄어든 2,294명은 전부 일선에서 행정과 실무를 담당하던 일반직 및 수사관 인력들이다. 수사권이 사라졌으면 당연히 수사를 전담하던 조직의 규모가 축소되고 검사들의 정원 역시 대폭 재조정되어야 마땅한데, 검사들은 터럭 하나 다치지 않은 것이다.

정부 초기 정부 조직법 개정의 핵심은 직무 변화에 따른 명확한 인력 증감이었다. 중수청 지원을 철회했던 수사 인력 약 600명이 왜 지원을 거두었겠는가. 조직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검찰 조직에서 검사 숫자를 단 한 명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들고 간다는 것은, 애초에 수사권 분리에 대한 의지 자체가 없었음을 방증한다. 법무부는 "민생 사건의 신속하고 충실한 처리를 위해서는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민다. 검사는 변동이 없고 수사관 인력만 일부 남겨두어 기존 검찰의 수사력과 인프라를 교묘하게 우회 보존하려는 꼼수다.

중앙지검의 구조를 보라. 1차장부터 4차장까지 포진한 실들 아래 형사부들이 강남서 같은 주요 일선 경찰서를 카운터파트로 거느리고 있다. 2021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지휘권이 형식적으로는 사라졌다고 하지만, 체계와 시스템적으로는 검찰이 민생 협력을 핑계로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너무나도 많이 열려 있다. 검찰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비겁한 명분에 불과하다. 상식적인 개혁이라면 권한이 축소된 만큼 정원이 줄어드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거대한 2,292명의 검사 왕국은 여전히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사법통제부라는 이름의 또 다른 옥상옥

이번 직제안에서 새롭게 눈에 띄는 대목은 단연 '사법통제부'와 '특사경 협력' 조직의 신설이다. 불송치 사건을 송치 사건과 같은 수준으로 엄격하게 검토하고, 부실하거나 위법한 수사가 확인되면 재수사를 요구하거나 책임을 묻겠다는 역할을 부여했다. 언뜻 들으면 경찰의 수사를 적절하게 견제하고 통제하는 정의로운 기관처럼 들린다. 경찰이 최근 여러 사건으로 신뢰를 잃어버린 마당에 이런 통제 장치가 국민 눈에는 꼭 필요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법통제부의 실체를 한 겹만 벗겨보면 그 모순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수사라는 것은 애초에 개시 단계부터 상호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짜여 있다. 일선 지검의 형사부가 각 수사기관을 카운터파트로 두는 구조의 연장선일 뿐이다. 불송치 사건을 따로 떼어내어 사법통제부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것은, 결국 기존 검찰의 수사 통제 권한을 다른 명패로 포장하여 영구히 유지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행정부 산하의 기관이 사법 작용을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법체계상 맞지 않는다.

진정한 사법통제부가 되려면 자신들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들을 기소 사건과 동일한 잣대로 엄정하게 검토하여 부실이나 위법이 없었는지 스스로를 감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 그런 투명한 시스템은 찾아볼 수 없다. 검찰이 경찰을 통제하겠다는 명분으로 또 하나의 거대한 권력 부서를 만드는 것은, 검찰 개혁을 빌미로 경찰 개혁의 주도권까지 쥐겠다는 욕심의 발로일 뿐이다.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명백한 권력의 사유화다.

💡 공소청 인력 구조의 불편한 진실

  • 공소청 총인력은 8,412명으로 줄었으나, 검사 정원 2,292명은 단 한 명도 감축되지 않음
  • 민생 사건 신속 처리를 핑계로 수사관 및 일반직 인력을 남겨 기존 검찰의 수사 인프라 보존
  • 신설된 '사법통제부'는 실질적 통제가 아닌 기존 검찰의 수사 지휘 권한을 우회적으로 유지하는 꼼수

세계에 유례없는 3단 구조, 고검과 중경단의 방만한 잉여 인력

고등검찰청과 중경단, 그들은 거기서 무엇을 하는가

검찰 조직 안에서 가장 심각한 인사 적체의 온보드는 단연 '고검(고등검찰청)'이다. 검사장 승진 기수인 사법연수원 35기 이상의 고위 검사들이 승진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자리가 부족하면 모조리 고검으로 향한다. 이들을 통칭해 '고검 검사'라 부른다. 일반 행정부나 군, 경찰처럼 계급 정년이라는 제도가 없다 보니, 변호사 업계가 불황이라는 이유로 이들은 퇴직을 거부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결과적으로 고검은 일이 없어서 출근해 바둑이나 두며 소싯적 세월을 보낸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거대한 '유휴 인력 저장고'가 되었다.

이 인사 적체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급조된 조직이 바로 '중경단(중대범죄조사단)'이다. 2026년 기준 서울중앙지검 인사 배치표를 확인해 보면 중경단 소속 검사 16명이 전원 부장검사급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이 고검에 가서 중대 경제범죄에 대해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는가.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정권 시절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검찰 개혁을 추진할 때 가장 먼저 칼을 대었어야 할 대상이 바로 이 비효율적인 고검 조직이었다. 법원처럼 3단 구조(대검-고검-지검)를 흉내 내어 준사법기관인 양 권위만 내세울 뿐, 실질적인 기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전 세계 어디를 찾아봐도 지방 검찰청 조직이 있고 그 위를 지휘하는 거대한 고검, 또 그 위를 군림하는 대검까지 거느린 이런 기형적인 3단 구조를 가진 검찰청은 존재하지 않는다. 검사 동일체 원칙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 전체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만든 유물일 뿐이다. 판사와 똑같이 대우해 달라는 특권의식이 낳은 산물에 불과하다. 이 잉여 조직을 그대로 둔 채 2,292명이라는 검사 정원을 꽉 채워 유지하겠다고 하니, 혈세로 이들의 배를 불려주는 꼴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

재판 속도와 검사 수, 국민을 속이는 새빨간 거짓말

법무부와 검찰은 민생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가 검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뻔뻔한 논리를 되풀이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OECD 국가 중에서 사법 처리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에 속한다.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결정적 원인은 검사 숫자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법원 재판 단계에서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이 지나치게 길기 때문이다. 검사가 2명 더 투입된다고 해서 판사가 재판을 3배 빨리 처리할 수 있는가. 초등학생도 웃을 궤변이다.

실제 통계를 들여다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 10년간 재판부 수는 2015년 439개에서 2025년 581개로 무려 32%나 급증했다. 반면 공판 검사 수는 같은 기간 249명에서 300명으로 겨우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2,292명에 달하는 거대한 검사 조직 중 정작 법정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공판 검사는 고작 300명뿐이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직접 수사나 파견이라는 명목으로 엉뚱한 곳에 쏠려 있거나 조직 내에서 할 일 없이 머물고 있다.

법무부가 파견 나간 검사만 100명이 넘는다. 이들을 전부 본업으로 불러들여 공소유지와 민생 사건 처리로 돌리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검사가 부족하다며 281명을 오히려 더 늘려주겠다는 보도자료를 버젓이 배포하고 있다. 수사도 하지 않는 검찰 조직이 왜 그토록 많은 인력을 유지해야 하는가. 조선일보 등 언론 보도에 의하더라도 2,000명이 넘는 검사들이 현장에서 일이 없어 놀고 있을 판국이라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국민 세금이 얼마인가. 세금 낭비에 그렇게 엄격했던 이들이 왜 검찰 조직의 방만함에는 이토록 침묵하는가. 📊

📊 방만한 검찰 조직의 현실과 세금 낭비

지방검찰청, 고등검찰청, 대검찰청으로 이어지는 세계 유례없는 3단 구조 속에서 고검과 중경단에 소속된 수많은 고위 검사들이 실질적 업무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2,292명의 검사 중 정작 재판을 담당하는 공판 검사는 300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인력은 파견과 수사 조직에 편중되어 있다. 인력 부족은 핑계일 뿐, 실상은 거대한 특권 조직의 기득권 방어와 국민 혈세 낭비의 현주소다.

정치권의 안일함과 민주당의 방관, 개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검사정원법을 고치지 못한 입법의 공백과 민주당의 책임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신설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가장 뼈아프게 지적해야 할 대목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안일한 대응이다.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뒤따르는 하위 법령과 관련 법 정비가 180개가 넘는다는 사실은 전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핵심적인 후속 작업을 안이하게 방치한 결과가 바로 이번 '무늬만 개혁' 직제안이다. "우리가 또 당했어. 또 검찰 프레임에 말려들었어"라며 허탈해하는 목소리는 결국 스스로의 준비 부족을 자인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검사정원법'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사전에 깨부수지 못한 것은 치명적인 실책이다. 검사 정원에 관한 규정은 법률로 묶여 있어 시행령이나 하위 규정만으로는 숫자를 줄일 수 없다. 그렇다면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에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검사정원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하고, 검사 정원을 과감하게 1,200명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는 법 개정을 밀어붙였어야 했다. 국회가 그렇게 법으로 못을 박았다면 청와대나 법무부가 아무리 꼼수를 부리고 싶어도 못 했을 일이다.

민주당 의원들과 과거 정부에서 요직을 거쳤던 이들이 야인이 아니라 당의 중심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음에도 왜 이런 참담한 결과가 나왔는지 국민들 앞에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 "법무부 잘했네, 저렇게 가면 되겠네, 이게 국민들이 원하던 거 아니었어?"라며 내부에서부터 안일하게 상황을 낙관했던 분위기가 있었다면, 그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구조적인 모순을 바로잡지 못한 채 추석 전 입법 완료라는 시간표에만 쫓겨 알맹이 없는 껍데기 개혁을 방조한 책임에서 민주당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

역사적 심판 앞에 선 검찰 개혁, 이제는 본질을 직시할 때

1948년 정부조직법 제정 이후 77년 동안 대한민국을 지배해 온 검찰 제도가 막을 내리는 것은 분명 거대한 전환점이다. 하지만 그 전환점이 또 다른 특권 카르텔의 탄생으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형사소송법 개정 등 수많은 피땀 어린 시도가 있었음에도, 윤석열 정권 시절 검수원복 시행령 하나로 모든 개혁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던 악몽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이번 이재명 정부의 공소청·중수청 신설 구상 역시 철저한 사후 통제와 세밀한 입법 보완이 따르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검찰 출신 인사들의 반격에 무력화될 수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되는 '범정부 검찰제도개혁 추진단'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소청 검사가 보완 수사라는 명목으로 슬그머니 직접 수사의 칼을 다시 집어 들게 하거나, 중수청이 어느 부처 산하에 들어가든 권력의 입맛에 맞게 오용되는 부작용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검찰이 기소를 자의적으로 포기함으로써 사건을 암장하는 '기소 편의주의'와 '제 식구 감싸기'를 막아설 실질적이고 강력한 사법 통제 장치가 법 조문 마다마다 피처럼 새겨져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검찰 개혁은 세련된 레토릭이나 화려한 보도자료로 포장할 수 있는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무너진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고, 국가의 권력이 온전히 국민을 위해 작동하도록 만드는 뼈를 깎는 생살 찢기 작업이다. 77년의 낡은 적폐를 씻어내는 이 역사적 과업에서 또다시 타협과 양보라는 미명 아래 기득권의 손을 들어준다면, 그 대가는 비단 정권의 실패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 전체의 치명적인 상처로 남게 될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껍데기 개혁에 속아 넘어갈 만큼 어리숙하지 않다. ✊

💭 에디터의 단상 : 껍데기를 부수지 않으면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개혁이라는 이름의 포장지가 아무리 화려해도 그 속에 썩은 알맹이가 그대로 담겨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검찰청이라는 간판을 떼어내고 공소청이라는 새 판을 짜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진정한 개혁은 조직의 이름 바꾸기가 아니라 그 조직이 누려왔던 특권의 크기를 강제로 줄이는 데서 완성된다. 검사 2,292명의 정원을 한 명도 줄이지 않고, 수사관들의 인프라를 고스란히 보존해 준 채 수사가 분리되었다고 강변하는 것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기만행위다.

정치권이 눈치를 보고, 관료들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는 동안 피해를 보는 것은 오롯이 평범한 국민들뿐이다. 세금을 낭비하며 소파에 앉아 헛된 권력을 탐하는 잉여 조직들을 과감하게 도려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외쳐온 개혁은 또 다른 이름의 특권 연장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는 더 물러날 곳도, 속아 넘어갈 시간도 없다. 뼈를 깎는 각오로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실질적인 권력 분산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번 시도 역시 역사 속 또 하나의 부끄러운 미완으로 기록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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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년의 세월 동안 대한민국을 짓눌러온 거대한 사법 권력의 성벽이 비로소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성벽의 페인트를 다시 칠한다고 해서 그 안의 권력 구조가 민주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이름뿐인 직제 개편 뒤에 숨은 기득권의 민낯을 똑바로 응시하고 남김없이 도려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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