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순방 중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 X(구 트위터) 타임라인을 새로고침하며 분노의 글을 쏟아내는 최고 권력자의 뒷모습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SNS 정치는 단순한 소통의 범주를 한참 넘어선 지 오래다. 굳이 지구 반대편 외교 무대까지 날아가서 현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대통령의 시선은 온통 자신을 향하는 비판 여론과 유튜브 채널의 댓글 창에 꽂혀 있었다. "참여와 작은 실천이 개혁 세상을 만듭니다"라는 제목으로 포장된 글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시민과의 따뜻한 교감 대신 지지층을 향한 아슬아슬한 동원령과 경계심만이 가득하다.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통치자가 오히려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유튜브 채널이 알려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하지 맙시다"라며 지지자들의 서운함을 자극하고, 이를 일종의 행동 지령으로 탈바꿈시키는 기이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SNS와 동원령의 경계
참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지지층 결집
이 대통령의 X 계정은 언제부터인가 정책 설명을 위한 공론장이 아니라, 지지자들에게 사실상의 행동 가이드를 하달하는 확성기처럼 작동하고 있다. "악의를 가졌대 훈련되고 조직되어 행동하는 소수가 설량하나 분산된 다수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는 문장에는 자신을 비판하는 대중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과 적개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비판하는 세력을 합리적인 견제 세력이 아니라 음해를 일삼는 조직적 세력으로 규정해 버리는 순간,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은 완전히 사라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라는 무거운 명제를 끌어와 일상적인 댓글 달기와 좋아요 누르기에 갖다 붙이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12월 3일의 위기 상황 속에서 거리로 나섰던 시민들의 자발적 분노를, 국정 운영에 불만을 품은 이들을 향한 여론전의 무기로 치환하려 드는 셈이다.
이러한 방식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이 가져야 할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단순한 개인의 의견 표명이 아니라 국가 권력의 향방을 가르는 거대한 무게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선의가 누군가의 돈벌이에 이용되고 내 뜻을 거스르는 세상을 만드는데 악용되지 않게 하려면 스스로 정보를 취득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데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고 훈수 두듯 강조하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대중을 스스로 판단하는 주권자가 아니라 자신의 선의를 추종해야 할 객체로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낸다. 지지자들에게 밤샘방에 고함을 지르듯 댓글과 메시지로 진실을 알리라고 독려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정책적 오류나 소통의 부재를 대중의 여론전으로 덮으려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 정권에서 대통령의 연설문 하나를 두고도 수많은 참모들이 집단 독회를 거치며 단어 하나의 무게를 저울질했던 이유는 바로 그 권력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SNS 정치는 그러한 정제된 절차를 완전히 생략한 채, 스마트폰 화면 너머의 즉각적인 반응에만 매몰되어 있다.
하루에 1.8건꼴로 쏟아지는 대통령의 글들은 속도와 직설성을 얻었을지 모르나,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절제와 여백은 완전히 상실어 버렸다. 질문의 형식을 빌려오면서도 그 안에 이미 "이상하지 않습니까"라는 답정너 식의 결론을 박아두고,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는 모두 기득권의 옹호로 몰아붙이는 태도는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일 뿐이다.
통치의 확성기로 전락한 소셜미디어
대통령의 손가락 끝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행정부 전체의 방향타를 어떻게 뒤흔드는지는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된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백만장자 2400명 탈한국' 논란 당시, 대통령이 해당 발표를 가짜뉴스로 규정하자마자 국세청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경제부총리까지 일사불란하게 SNS로 달려와 반박하고 나섰던 풍경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가짜뉴스를 바로잡는다는 명목 아래 국가 행정 권력이 대통령 개인의 SNS 계정 하나에 즉각 반응하여 움직이는 모습은, 삼권분립과 부처 간 자율성이 작동해야 할 민주주의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준다. 대통령의 개인 계정이 곧 국가의 법이자 지침이 되는 순간, 합리적인 정책 비판은 설 자리를 잃고 만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행정부와 여당은 스스로 성과를 증명하고 오류를 교정하는 정치적 유기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국민이 정부에 대해 불만을 품거나 투덜거릴 때,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그 불만의 실체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권력은 국민이 왜 힘들어하는지 귀를 닫은 채, 그저 투덜거리는 입김 자체를 꼴 보기 싫어하며 지지층을 동원해 입을 막으려 드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까지 나서서 X 계정 관련 전수 조사를 언급하며 리트윗 자제를 요구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최소한의 충언조차 거부감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정권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나 다름없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SNS 정치는 참여 민주주의의 확장이라는 당초의 긍정적 취지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나 임대사업자 제도, 증세 논란처럼 이해관계가 예민하게 엇갈리는 사안일수록 대통령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거칠고 날 선 언어로 지지층의 감정을 자극하고, 반대파를 악의 세력으로 매도하는 방식이 고착화되면 사회적 갈등은 봉합될 수 없다. 대통령의 SNS는 여론 동원의 무기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품어 안는 거울이어야 한다. 그 본질을 망각한 채 지지자들의 방패막이 뒤에 숨어 벌이는 소모적 여론전은 결국 정권 전체의 도덕성과 정당성을 갉아먹는 독이 될 뿐이다.
위태로운 심리 상태와 외교의 실종
해외 순방 중에도 멈추지 않는 분노의 타임라인
국가를 대표하여 외교 무대에 나선 정상의 자리는 한 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고도의 전략적 공간이다. 그러나 이번 해외 순방 기간 동안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는 참담할 지경이다.
멕시코를 비롯한 순방 현장에서 어떤 경제적 성과가 있었고 무슨 전략적 대화를 나누었는지 기억하는 국민은 드물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오직 국내의 비판 여론을 참지 못하고 쉴 새 없이 스마트폰 두드리며 X에 글을 올렸던 대통령의 모습뿐이다.
'농지 전수 조사' 같은 뜬금없는 국내 현안을 해외에서 꺼내 들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계정의 글까지 리트윗하는 모습은 도저히 정상적인 국정 운영자의 태도로 읽히기 어렵다.
대통령의 심리 상태가 진심으로 치료가 필요한 수준까지 망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신을 향한 비판과 조롱을 단 하루도 견뎌내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반격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강박은, 리더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무게중심마저 무너뜨렸다. 중요한 외교 일정 속에서도 관심이 온통 자신을 비판하는 유튜버들과 댓글 창에 가 있다면, 그 외교 성과가 제대로 나올 리 만반의 준비가 되었을 리 만무하다. 국민은 세금을 들여 국익을 챙기라고 대통령을 해외로 보냈지, 사이버 공간에서 악플과 싸우라고 순방을 보낸 것이 아니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대통령 스스로가 권력의 품격을 포기하고 진흙탕 싸움의 당사자로 내려앉는 격이다. 지지자들조차 "우리 대통령이 왜 저러나" 하며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게 만드는 리더십은 이미 온전한 권력 행사의 범주를 벗어났다.
비판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정치가 사라진 자리에, 오직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분열의 언어만 가득 차오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외교의 본질은 상대방과의 기싸움이자 국익을 위한 냉정한 계산인데, 국내 커뮤니티의 여론에 휘둘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최고 통수권자의 모습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전체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고 있다.
파병이라는 시한폭탄과 정권의 명운
외교 안보 라인에서 흘러나오는 잠재적 위협 중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단연 파병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속에서 파병 압박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거나, 혹은 물밑 조율을 이유로 침묵하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만약에라도 이 정권이 국익의 허울을 쓰고 실제 파병을 강행하는 날에는, 그것이 곧 이재명 정부의 사망선고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촛불 혁명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탄생한 민주 정부가 제국주의적 전쟁의 용병으로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린다면, 그 배신감은 이전 정권들이 겪었던 어떤 저항보다 강력하게 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다.
트럼프가 불이익을 준다 한들, 대한민국 국민은 그 경제적·외교적 타격을 함께 견뎌낼 준비가 되어 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처럼 미국의 눈치를 보며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거래를 트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파병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역사적 과오이며, 일단 군대를 보내는 순간 이 정권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의 계곡으로 미끄러질 것이다. 대통령이 지금 골몰해야 할 것은 유튜브 댓글 창에서 자신을 옹호할 '빛의 전사'를 모으는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위를 지키고 불필요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을 결연한 외교적 결단을 내리는 일이다.
국민은 굳이 대통령의 사병이나 방패막이가 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거리에 나섰던 시민들은 특정 개인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식과 민주주의라는 공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고귀한 희생과 참여의 에너지를, 자신을 향한 비판을 틀어막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정략적 도구로 소모하는 것은 주권자에 대한 모독이다. 파병이라는 중대한 기로 앞에서 대통령이 또다시 SNS 여론전에 기대어 오판을 내린다면, 그 대가는 정권의 몰락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안보적 재앙으로 돌아올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주권자의 자성
통치의 품격을 잃어버린 시대의 자화상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대통령의 말은 곧 시대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나침반이 아니라 방향을 잃고 폭주하는 난기류 속의 조종간이다. 대통령의 SNS 정치는 참여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파편화된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여 권력을 유지하려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외치며 집권한 세력이, 자신들을 향한 작은 비판조차 견디지 못해 지지층을 동원하여 여론을 재단하려 드는 이중성은 뼈아픈 배신감을 안겨준다. 검찰 개혁이나 권력 기관의 정상화 같은 시대적 과제들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고 헛도는 이유 역시, 개혁의 동력을 냉정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감정적 지지 동원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권력자의 오만이 아니라, 그 오만에 길들여져 비판적 사고를 포기하는 대중의 무기력함이다. "나의 선의가 누군가의 돈벌이에 이용되지 않게 하라"던 대통령의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지지층을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정치 유튜버들의 후원금 장사와 극단적 진영 논리의 실상을 가장 잘 요약해 준다.
대통령의 글 한 줄에 일희일비하며 좌표를 찍고 몰려가 댓글을 다는 행위가 과연 진정한 의미의 정치적 참여인가, 아니면 거대한 알고리즘과 정치 권력의 공조 속에 소모되는 부속품에 불과한가. 주권자 스스로가 멈춰 서서 이 씁쓸한 풍경의 본질을 직시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통령은 시민의 홍보부장도 아니고,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사병이 아니다. 잘한 일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되, 잘못된 방향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회초리를 들 수 있는 건강한 긴장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꿈꾸던 대동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 지푸라기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
권력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으며,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다.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더 자극적인 단어로 지지층을 선동하는 X 타임라인의 도배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고요한 침묵 속에서 국민의 진짜 목소리를 듣는 뼈아픈 성찰의 시간이다.
💡 요약해보면
- 이재명 대통령의 과도한 SNS 소통은 단순한 참여 민주주의를 넘어 지지층을 향한 사실상의 동원령이자 선동으로 변질되고 있다.
- 자신을 향한 정당한 비판마저 악의적 세력의 공작으로 규정하는 태도는 리더의 위태로운 심리 상태와 현실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 해외 순방 중에도 국정 대신 댓글 창에 매몰되는 모습은 외교의 실종을 불러왔으며, 자칫 파병 같은 중대 사안에서 치명적 오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 비판받아 마땅한 권력의 사유화
대통령의 말과 글은 곧 국가의 법도이자 무게를 지닌 공적 자산이다. 이를 사적 감정의 배출구이자 지지층 결집용 확성기로 전락시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명백한 권력의 사유화다.
비판을 견디지 못하는 권력은 스스로 고립되며, 그 끝은 언제나 비극적인 몰락뿐임을 역사는 증명해 왔다.
📊 숫자로 읽는 소통의 이면
취임 후 1년간 649건이라는 압도적인 SNS 게시물 숫자는 그 자체로 소통의 밀도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국가 최고 통수권자가 제도화된 브리핑과 참모진의 조율을 건너뛰고 개인기 중심의 여론전에 얼마나 깊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설적 지표다.
💭 에디터의 단상
우리가 바란 정권의 모습은 스마트폰 화면 너머에서 지지자들과 하트 뿅뿅을 날리며 댓글 부대를 지휘하는 최고 사령관의 모습이 아니었다. 거친 야당 시절의 전투적 언주를 대통령이 되어서까지 버리지 못하고, 세상 모든 비판을 악의로 치부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지지자들에게도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다.
진정한 개혁은 요란한 트윗 한 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단단한 제도의 개선과 다른 목소리까지 품어 안는 품격에서 완성된다. 대통령이 그 당연한 진리를 깨닫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인지, 오늘도 타임라인을 새로고침하는 그 손길이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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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품격을 잃고 스마트폰 화면 속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할 때, 가장 큰 상처를 입는 것은 언제나 그토록 보호받아야 할 평범한 주권자들의 일상이다. 씁쓸함을 뒤로하고, 오늘 밤만큼은 타임라인의 알림을 잠시 꺼두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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