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 시간에 이 과장이 밥을 쏜다. 커피숍에 가면 이 대리가 고마우니까 아메리카노를 쏜다.
퇴근길 회식 자리에서는 신난 부장이 기분 좋게 카드를 쏜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듣고 쓰는 말이 바로 이 '쏜다'라는 동사다.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일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건네거나 베풀 때 유독 총을 쏘듯 강렬한 단어를 일상적으로 쓴다.
총, 활, 포를 다루며 살아온 민족적 DNA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혀끝에 배어 있는 셈이다. 😅
그런데 이 가벼운 농담 같은 문화가 현실 세계와 만나면 대단히 무섭고도 흥미로운 결과물로 이어진다. 전 세계에서 쏘는 것에 가장 진심인 나라가 만든 군사 무기가 어찌 평범할 수 있겠는가. 이미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자주포 군단과 빽빽한 포탄 재고를 쥐고 있으면서도, 한국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뭔가를 가만히 두지 못하고 계속해서 성능을 개량해 대형 사고를 치고야 마는 특유의 병(?)이 또 도진 것이다. 최근 전 세계 방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탄도수정신관 개발 소식은 바로 그 집착의 산물이다. 👀
한국인의 쏘는 집착과 탄도수정신관의 탄생
일상의 쏘기 문화가 세계 최고 자주포를 낳았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내뱉는 "내가 쏜다"라는 말 속에는 사실 상대를 향한 통 큰 호의와 더불어 타오르는 추진력이 담겨 있다. 남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내 몫을 시원하게 내지르면 직성이 풀리는 이 기묘한 정서는 국방력에도 그대로 투영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쏘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압도적인 화력을 가진 무기 체계를 쥐는 것은 역사적으로 너무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하지만 성능이 좋아질수록 사람들의 욕심은 끝없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미 세계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K9 자주포를 두고도, 국내 연구진과 방산 기업들은 "여기서 더 정확할 수는 없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냥 많이 때리는 것을 넘어, 단 한 발을 쏴도 오차 없이 완벽하게 급소를 맞히는 경지를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 욕심이 마침내 대한민국을 방산 선진국의 반열에 확실하게 올려놓았다. 💡
돌이켜보면 한국의 무기 개발사는 언제나 이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빠르고 강하다고 여겨지는 지점에서도, 우리는 "조금만 더 만지면 완벽해질 텐데"라며 밤을 지새우곤 했다.
이번에 등장한 신기술 역시 그런 유전자 속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났다. 뚝심 하나로 버텨온 수십 년의 세월이 마침내 꽃을 피우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한 번 떠난 포탄은 되돌릴 수 없다는 상식을 깨다
포탄이라는 물건은 참 무심하다. 한 번 포신을 떠나면 마치 한밤중에 혼자 소주를 마시다가 감정이 복받쳐 짝사랑하던 사람에게 보낸 민망한 고백 문자처럼, 내 손을 떠난 순간부터는 하느님께 빌어도 되돌릴 수 없는 운명이다. 50km가 넘는 먼 거리를 날아가는 동안 바람이 불기도 하고, 옆길로 살짝 새기도 하며, 목표물이 이동할 수도 있어서 정밀 타격이란 사실상 모험에 가까웠다.
그래서 과거에는 자주포 수십 대를 동시에 갈겨 사방 2~3km를 거대한 포탄 카펫으로 덮어버리는 무식하면서도 확실한 방식을 썼다. 하지만 탄도수정신관이 개발되면서 이 오랜 상식이 완전히 박살 났다. 신관은 포탄 맨 앞자리에 달리는 작은 부품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최신형 스마트폰을 능가하는 고도의 첨단 기술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날아가던 포탄이 중간에 궤도를 스스로 수정해 꽂히는 놀라운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신기술의 진짜 매력은 포탄 전체를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이 이미 피땀 흘려 쌓아둔 수백만 발의 기존 포탄 재고에 이 대가리 부분만 갈아끼우면, 순식간에 최신형 스마트 유도탄으로 환골탈태한다. 최소한의 돈을 들여서 최대치의 효과를 뽑아내는, 가장 한국인답고 넘사벽인 가성비의 승리라 부를 만하다.
미국의 유도탄 실패와 비교되는 우리의 저력
포탄이 날아가다 스스로 궤도를 바꾼다는 아이디어는 비단 우리만 품었던 게 아니다. 미국의 노스롭그루만이 연구한 PGK-E5나 BAE 시스템즈의 LR-PGK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도 포탄 앞에 날개를 달아 오차를 줄이려는 시도를 했고, 실제로 오거리를 50미터 수준까지 줄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거기서 치명적인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 비싼 스마트 포탄을 제대로 쏘아 올릴 '포'가 미국에는 없었던 것이다. 미군은 무려 30년 동안 52구경장 장사정포를 개발하겠다고 덤벼들었지만, 매번 포신이 고장 나기 일쑤였고 결국 이 사업을 공식적으로 포기하고 말았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성을 자랑하는 K9 자주포라는 든든한 발사 플랫폼을 이미 완성해 둔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54km를 넘는 거리를 날아가면서도 궤도를 스스로 교정하는 스마트 포탄과, 그것을 고장 없이 안정적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명품 자주포 조합을 동시에 거머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남들이 30년 동안 헤매다 포기한 길을 우린 묵묵히 걸어서 정답을 맞혀낸 셈이다.
이 정도면 방산계의 메시가 따로 없다.
탄도수정신관이 바꿀 미래 전장의 판도
탄 한 발에 3천만 원, 과연 비싼가 싼가
미국의 대표적인 유도 포탄인 M982 엑스칼리버는 탄 한 발당 가격이 무려 11만 달러, 한화로 약 1억 5천만 원에 달한다. 성능은 좋지만 실전에 대량으로 쓰기에는 지갑이 버텨내기 힘든 가격이다.
반면 한화가 개발한 한국형 탄도수정신관을 적용한 포탄은 1발당 약 3천만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겉보기엔 포탄 한 발에 3천만 원이라니 소리가 절로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어 보자. 50km가 넘는 아득한 거리를 날아가 스스로 궤도를 미세하게 수정하며 적의 급소를 정확히 꿰뚫는다면, 그것은 이미 평범한 포탄이 아니라 자주포에서 발사하는 고성능 단거리 미니 미사일이나 다름없다. 그런 고성능 무기가 고작 3천만 원이라니, 이건 사실상 거저 주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지금 우리 군의 유도무기 체계는 주문이 폭주해도 생산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이 탄도수정신관 방식은 이미 창고에 가득 쌓여 있는 기존 155mm 포탄의 머리만 톡 따서 바꿔끼우면 그만이다.
생산 효율성 면에서 이보다 더 압도적인 대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재밍 공격을 무력화하는 항재밍의 기술적 승부수
현대 전장은 전파를 이용해 적의 무기를 바보로 만드는 재밍(Jamming) 공격의 각축장이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2023년에 폭로하고 이듬해 미 하원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 유도 포탄인 엑스칼리버는 평상시 70%에 달하던 명중률이 재밍 공격에 노출되자마자 6%대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전파 교란 하나에 억소리 나는 스마트 무기가 철저한 고철덩어리로 전락한 것이다.
이 뼈아픈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대한민국 연구진은 신관 설계 단계부터 항재밍(Anti-Jamming) 기술을 악착같이 밀어 넣었다. 적이 아무리 전파를 흔들어대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목표물을 향해 꽂힐 수 있도록 방어벽을 친 것이다. 당장 눈앞의 성과보다 실전에서 살아남는 법을 먼저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이러다 보니 개발 과정이 지루하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2002년부터 시작된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연구를 필두로 한화와 풍산이 수많은 특허를 주고받으며 30년 가까운 세월을 갈아 넣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어두운 실험실에서 수백 번의 실패를 견뎌낸 끝에야 비로소 완성된, 그야말로 피와 땀의 집합체다.
🔥 첨단 무기의 허와 실, 그리고 우리의 진짜 실력
기술이 아무리 화려해도 실전에서 전파 방해 한 방에 먹통이 된다면 그건 값비싼 장난감에 불과하다. 미국이 수많은 예산을 쏟아붓고도 실전 검증에서 씁쓸한 실패를 맛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겉보기의 스펙만 쫓는 게 아니라 진짜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어력을 갖추느냐 마느냐가 진짜 실력의 척도다.
우리가 개발한 항재밍 탑재 탄도수정신관은 화려한 겉포장보다 내실을 택한 한국 방산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350만 발의 재고가 무서운 이유
대한민국이 보유한 155mm 포탄 재고는 어림잡아 350만 발이 넘는다. 전 세계를 통틀어 이 정도 규모의 포탄을 비축하고 있는 나라는 손에 꼽힌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이 거대한 재고가 단순한 유지비 덩어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유사시에는 나라를 지키는 가장 묵직한 방패가 된다.
여기에 탄도수정신관이라는 날개를 달아준다는 것은, 대한민국 육군이 보유한 350만 발의 일반 포탄이 하루아침에 정밀 타격이 가능한 스마트 미사일로 리필된다는 뜻과 같다. 포탄 한 발의 오차가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니, 적을 제압하는 데 필요한 탄약 소모량도 급격히 줄어든다. 포신이 닳아 없어질 걱정을 덜고, 군수 지원의 부담까지 획기적으로 낮추는 일석삼조의 효과다.
적은 노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려는 실용주의적 집념이 마침내 국가 안보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 남들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거대한 인프라 위에 독보적인 소프트웨어 기술을 얹었으니, 이 판에서 한국을 이길 자가 과연 누구겠는가.
세계 시장을 뒤흔드는 K-방산의 거침없는 진격
미국 육군과 스페인을 사로잡은 K9의 저력
말만 앞서는 방산 세일즈가 아니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산 무기체계 역사상 최초로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 본토에 진입하는 대형 사고를 쳤다.
미 육군이 추진하는 기동 전술포(MTC) 프로그램 시제품 개발 사업에서 K9 차륜형 자주포가 단독으로 선정된 것이다. 계약 규모만 수천억 원에 달하며, 향후 양산으로 이어지면 사업비가 무려 10조 원 규모로 불어날 잠재력을 품고 있다.
미국 진출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탱크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서유럽의 빗장마저 열어젖혔다. 스페인 방산기업인 인드라시스템즈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11번째 수출국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최소 6675억 원에서 최대 7조 7000억 원에 이르는 스페인 포병 현대화 사업의 중심에 국산 무기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
이미 글로벌 자주포 수출 시장의 약 48%를 점유하며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여기서 만족할 기세가 전혀 아니다. 동유럽과 북미를 넘어 서유럽의 까다로운 방산 장벽까지 차례로 무너뜨린 원동력은 결국 성능, 가격, 납기의 완벽한 삼박자 덕분이다.
📊 데이터로 증명된 글로벌 1위의 품격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집계에 따르면 K9은 이미 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독점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육군 시제품 단독 선정과 스페인 서유럽 첫 진출이라는 굵직한 실적이 더해지면서, 2033년까지 100조 원 규모로 커질 글로벌 곡사포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영향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정부와 기업이 만든 완벽한 원팀 플레이
이 거대한 성과가 민간 기업의 힘만으로 이뤄졌을 리 만만무하다. 이번 미국 및 스페인 수주 과정은 방위사업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부터 끝까지 손발을 맞춘 전형적인 '원팀' 협력의 결실이었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정부 차원의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험난한 글로벌 방산 장벽을 무사히 넘을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201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방산은 국가 기간산업이며 글로벌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북미 전시회에 발을 디딘 지 무려 9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회장의 뚝심 있는 철학과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치밀한 글로벌 전략, 그리고 현장 연구원들의 땀방울이 정확히 맞물려 돌아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날로 커지는 살벌한 국제 정세 속에서 무기를 제때 만들고 약속한 날짜에 납품하는 능력은 그 어떤 외교사절단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가 만든 스마트 포탄과 자주포가 전 세계 평화 유지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는 과정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쾌감을 안겨준다.
에디터의 단상 : 우리가 쏘는 것에 진심인 이유
💭 쏘는 것에 진심인 민족이 그려갈 미래
처음 이 취재 노트를 접했을 때, "한국인은 쏘는 것에 진심이다"라는 유머러스한 문구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점심값 계산할 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할 때도, 회식 자리를 주도할 때도 우리는 언제나 시원하게 "쏜다"고 외치는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그 일상적인 농담이 무기 체계 이야기로 이어지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묘한 전율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가 일상에서 배운 그 화끈한 추진력과 남들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승부근성이 결국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방산 강국으로 이끌어낸 진짜 원동력이 아닐까 싶었다.
탄도수정신관이라는 이름 마저 생소한 이 작은 부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연구실에서 30년을 보낸 이들이 있다. 남들이 보기엔 이미 충분히 강한 군대인데도, "여기서 더 정확해야 한다"며 오차를 줄이려고 밤을 지새운 이들의 집념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선 예술의 영역에 가깝다. 350만 발의 묵은 포탄 재고를 가장 스마트한 미사일로 탈바꿈시키는 미친 가성비는,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 효율을 짜내야 했던 우리 세대의 DNA를 고스란히 빼닮아 있다.
미국이 30년 동안 공을 들이다 포기한 길을 묵묵히 걸어 나와 기어이 성과를 증명해 낸 지금, 세계 각국의 군사 전문가들이 왜 한국을 주목하는지 이제는 너무도 명확하게 이해가 된다. 우리는 단지 물건을 잘 팔기 위해 무기를 만드는 게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을 온전히 지켜내겠다는 집요한 의지와, 기왕 시작한 일이라면 끝장을 보고야 만다는 특유의 기질이 결합해 만들어낸 시대의 걸작이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 속에서, 쏘는 것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 나라가 창고마다 이 멋진 스마트 포탄을 천만 발쯤 가득 채워두는 상상을 해본다. 그 든든한 방패가 있는 한, 우리가 일상에서 외치는 "내가 쏜다!"라는 가벼운 농담조차 어쩐지 더 유쾌하고 당당하게 들릴 것만 같다. 🎯
먼 미래의 어느 날, 전 세계의 포병들이 가장 다루고 싶어 하는 무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태극기가 박힌 K9과 그 앞머리에 달린 정밀 신관을 꼽게 될지도 모른다. 세상의 비웃음 속에서도 지루한 실험실을 지켜낸 이들의 뚝심이 앞으로도 오롯이 빛을 발하길 바라본다.
누군가의 묵은 땀방울이 모여 마침내 하늘을 가르는 정밀한 궤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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