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 유튜브나 뉴스 채널을 틀면 귀를 의심케 하는 소들이 연이어 들려온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그렇게 핏대를 세우며 만들었던 중대범죄수사청, 이른바 중수청의 초대 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자기가 생기지 말아야 된다고 얘기했던 기관에 어떻게 초대 수장으로 가게 되느냐"는 비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검찰개혁의 시계추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한 지금, 우리는 과연 무엇을 목도하고 있는가.

공소청과 중수청, 뼈대만 남은 개혁의 모순
사라지지 않는 인원과 과거 체제로의 회귀 위험
이번에 공개된 공소청 직제안을 뜯어보면 참담함마저 느껴진다. 공소청 구성 현황을 보면 검사는 2,292명으로 현행과 전혀 다를 바 없이 그대로 유지된다. 일반직은 6,120명으로 21.4%가량 축소되어 총합 8,412명이 된다고 하지만, 핵심인 검사 정원이 유지된다는 것은 뼈아픈 지점이다. "어떤 정부가 들어오면 다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뼈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정권이 바뀌고 기조가 흔들리면 언제든 과거의 비대한 검찰 체제로 회귀할 수 있는 허술한 빗장을 채워둔 셈이다.
공소청과 중수청은 명백히 서로 협력하면서도 견제해야 하는 독립된 기관이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의 설계대로라면 공소청이 중수청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권을 우회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많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해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애초의 취지가, 실무적인 직제 개편 과정에서 검찰 출신들의 입김에 의해 무력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제도를 만들어놓고도 옛날 체제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또다시 반복될 조짐을 보인다.
해외 주요국들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OECD 다수 국가나 대륙법계 국가들을 보면 검사가 수사 관여를 하더라도 자체적인 직접수사 인력을 거대하게 거느리거나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처럼 수사권을 통째로 쥐어주고 영장청구권까지 헌법에 못 박은 사례는 이례적이다. 헌법재판소가 2023년 권한쟁의심판에서 검사의 영장신청권은 수사권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며 입법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무 개편 안에는 여전히 검찰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흔적이 짙게 배어 있다. 권한을 내려놓지 않는 조직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릴 뿐이다.
사법통제부라는 이름의 또 다른 지휘 통로
공소청 직제안 속에서 가장 눈에 거슬리는 대목은 단연 '사법통제부'의 신설이다. 경찰이나 중수청이 수사를 진행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와 시정조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이를 사법통제부로 재배당하겠다는 구상이다. 이후 보완수사 적정 이행 여부를 검토해 징계까지 내릴 수 있다는 방침인데, 이는 명백히 "사실상 공소청이 중수청을 지휘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검사가 수사 과정에 직접 개입해 이리저리 흔드는 권한을 끊어내는 데 핵심이 있다. 그런데 사법통제부라는 거대한 옥상옥을 만들어놓고 중수청을 통제하려 든다면, 이는 이름만 바꾸었지 과거 검찰의 직접 수사 지휘 체제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수사한 사람과 기소를 결정하는 사람이 분리되어 서로를 견제해야 시민의 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는데, 공소청이 여전히 상전 노릇을 하려 든다면 중수청의 독립성은 생기자마자 사망 선고를 받는 격이다.
보완수사권의 존폐를 두고 벌어지는 공방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검찰이 쥐고 있던 무소불위의 권한 속에는 직접수사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에 대한 광범위한 지휘권이 포함되어 있었다. 보완수사권이 남겨지면 검찰은 이름만 바꾸어 달았을 뿐 여전히 수사 기관의 본성을 유지하게 된다. 물론 피의자가 출석에 불응할 때의 강제력 공백이나 구속 기간의 촉박함 같은 현실적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백을 핑계로 비대한 권한을 유지하려 들기보다는, 제도의 취지에 맞게 경찰과 중수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절차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순리다.
중수청장 후보 김지용 논란, 개혁의 배신
검찰개혁의 최전선에서 반대하던 이가 수장이 된다면
이번 사태의 정점을 찍는 것은 단연 초대 중수청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지용 전 대검 형사부장의 행보와 그에 대한 인사 검증 논란이다. 그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와 징계 청구를 비판하는 검사장 성명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21대 국회 말 검찰수사권 박탈 법안이 추진될 당시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브리핑을 맡아 거세게 반발했던 전력도 생생하다. 온 동네에 전화해 단체행동을 촉구하던 연락책 중 한 명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런 전력을 가진 이가 수사·기소 분리의 결과물인 중수청의 초대 수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것 자체가 거대한 블랙 코미디다. "기관의 어떤 탄생 배경이 되는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수장이, 그것도 초대 수장이 됩니까?"라는 박주민 의원의 비판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비유하자면 "이준석이 여가부 장관 하는..." 수준의 모순이라는 평가가 전혀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과거 제도가 바뀔 때 공무원들이 소극적으로 저항하거나 실효성을 떨어뜨려 결국 옛날 제도로 회귀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패턴이 이번에도 재현될 판이다.
더구나 법무부 검사 출신들이 대거 파견되어 안을 만들고, 청문회 준비단조차 대검찰청에 꾸려졌다는 사실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방위사업청장 후보 검증을 경찰청에 가서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기괴한 일이다. 장관 권한대행도 검사, 검찰총장 권한대행도 검사, 민정수석도 검사 출신인 구조 속에서 모든 요직을 검사 출신들이 독점한 채 검찰 개혁안을 주무르고 있으니, 검사의 이해관계에 딱 맞는 기형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데자뷔처럼 반복되는 인사 참사와 권력의 안일함
문재인 정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했던 과오가 이토록 뼈아프게 회자되는 이유는, 그가 수사·기소 분리와 공수처 강화를 외치다가 정권의 칼이 되어 돌아온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인사는 그 아픈 기억을 정확히 복사해 붙여넣은 판박이 데자뷔다. 공수처장 후보부터 중수청장 후보까지 수사·기소 분리를 뼈속까지 반대해 온 검찰 출신들이 줄줄이 기용되는 모양새는 개혁을 바랐던 이들에게 깊은 자괴감을 안겨준다.
정치권,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초기 대응은 또 어떠한가. 공수처 직제안이 발표되고 논란이 터져 나오는 동안 당내에서는 침묵이 흘렀고, 여론은 "또 개혁 얘기냐, 지겹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나서야 법사위원장과 당대표가 검토 입장을 내놓는 등 마지못해 움직이는 모양새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는 밀실 인사 추진 과정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깃발을 들고 싸워야 할 정치권이 눈치를 보는 사이, 개혁의 동력은 눈 녹듯 사라지고 있다.
초대 중수청장은 조직의 문화와 뼈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자리다. 이곳에 과거 개혁의 발목을 잡던 인물이 안착한다면, 검찰개혁은 하기 전보다 오히려 더 위험천만한 괴물로 변질될 수 있다. 후보 본인이 직접 과거 발언과 행적에 대해 해명하고,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청문회 이전부터 당당하게 증명해 보이지 않는다면 이 인사는 정권 전체의 치명적인 발목을 잡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 요약해보면
- 공소청 직제안은 검사 인원을 그대로 유지하여 과거 체제로 회귀할 위험을 안고 있다.
- 사법통제부 신설은 공수청이 중수청을 다시 지휘하려는 옥상옥 구조의 모순을 드러낸다.
- 중수청 설립에 반대하던 전직 검사들을 초대 수장으로 앉히려는 인사는 명백한 개혁의 배신이다.
정치적 파장과 뼈아픈 성찰의 시간
정치인 출신 수사기관장 논란과 엇갈리는 이해관계
수사기관의 수장에 정치인 출신이 가는 모양새가 과연 올바른가에 대한 자성도 필요하다. 공정성과 중립성의 측면에서 볼 때, 만약 정치인이 수사기관장으로 기용되었다면 거센 비판을 받았을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의 상황, 즉 개혁의 대상이었던 검찰 출신들이 개혁 기관의 감투를 쓰겠다고 나서는 더 심각한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이 반대하던 기관의 장이 되겠다고 나서는 이들의 염치 없는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후보 추천 과정부터가 밀실에서 이루어졌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인사검증에 동의해 후보군에 포함되는 순간부터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온갖 구설과 정치적 타격이 예상되는 바다. 만약 유력 후보가 낙마하면 야당은 정권이 무리하게 사람을 심으려 했다고 공세를 펼칠 것이고, 반대로 임명이 강행되면 조직 내부의 반발과 정당성 상실이라는 거대한 후폭풍을 맞이하게 된다. 어느 쪽으로 가든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자충수인 셈이다.
화자가 토로했듯, 대중의 관심과 인지도 싸움에서 검찰 출신 인사들보다 못한 처지가 된 현실을 자조하는 목소리는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김지용보다 인기가 없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진짜. 너무해 진짜."라는 탄식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개혁의 주도권을 쥐어야 할 진보 진영이 여론전에서 얼마나 무력하게 밀려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엉뚱한 인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그들이 오히려 체제의 개혁을 가로막는 방패막이가 되는 현 기류는 대단히 이상하고 위험하다.
검찰개혁의 본질을 다시 바로 세우기 위하여
우리가 다시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지점은 명확하다. 검찰개혁은 특정 정권을 방어하기 위한 도구나 어느 한 집단을 징벌하기 위한 정치 보복의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수십 년간 한 기관에 기이하게 집중되어 온 권한을 분산시키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을 국가의 폭력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민주적 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대구지검 특수부 시절 담합 혐의로 건설사들을 기소하던 이력을 가진 특수통 검사가 과연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를 생명으로 하는 중수청의 안착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과거의 경험과 경력이 보여주는 바는 그가 개혁의 선봉장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려는 조직의 안정을 대변할 적임자일 수 있다는 씁쓸한 예감뿐이다. 권한을 내려놓아야 할 자리에 권한을 쥐어보았던 이들을 앉히는 일은 실험이 아니라 실패의 예약이다.
이제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더 이상 침묵하거나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청문회는 단순히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 기관이 왜 태어났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철학을 검증하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 탄생을 반대했던 기관의 수장이 되겠다는 모순에 대해, 후보자 본인이 직접 국민 앞에 떳떳하게 해명하고 답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중수청 출범은 검찰개혁의 완성판이 아니라, 검찰 권력이 이름만 바꾸어 부활하는 거대한 사기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 개혁의 판을 흔드는 검찰 출신 인사의 그늘
수사·기소 분리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부해 온 인물이 새로운 수사기관의 수장으로 거론되는 현실은 검찰개혁의 역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
(조직의 철학에 반하는 인물을 요직에 앉히는 것은 개혁의 포기이자 자가당착이다.)
📊 숫자와 제도가 말해주는 권력의 속성
공소청 검사 정원 2,292명이 그대로 유지되고 요직이 모두 검사 출신으로 채워지는 구조는, 권한 분산이라는 이름 뒤에서 실질적인 기득권을 지켜내려는 검찰 조직의 질긴 생명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 에디터의 단상
우리가 바란 것은 제도의 간판만 갈아 끼우는 눈눈이 아프고 피곤한 요식행위가 아니었다. 거대하게 비대해진 권력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할 때 시민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우리는 지난 세월 동안 뼈저리게 겪어왔다. 그럼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인사 실패와 '제 식구 감싸기'식 요직 기용을 마주할 때마다, 과연 이 나라의 개혁은 정말 가능한 것인가 하는 깊은 무력감이 찾아온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똑바로 지적하고, 권력이 스스로 초심을 잃지 않도록 매섭게 매를 드는 것만이 우리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책임일 것이다.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판을 바로잡아야 한다.
권한을 쥐어주면 놓으려 하지 않는 것이 모든 권력 기관의 속성이다. 그 속성을 제어하라고 만든 제도가 다시 그들의 손에 의해 형해화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곤혹스럽다. 그러나 감시의 눈을 거두는 순간, 개혁은 언제나 뒷걸음질 쳤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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