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라디오를 켜면 늘 흘러나오는 목소리들이 있다. 뉴스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요즘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소식들뿐이라 가끔은 채널을 돌리고 싶어질 때도 많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 냄새가 나고, 묵직한 시선으로 현안을 짚어주는 방송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2026년 9월 14일 월요일에 방송된 「다섯시, 이재석입니다」를 보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시사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가 마주한 정치적·사회적 모순이 얼마나 깊은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 시간이었다.

청취자와 함께 만드는 무대, 그리고 가슴 찡한 소통의 기록
라디오 스튜디오를 넘어 현장으로 향하는 이유
뉴스 프로그램의 생명은 정확한 정보 전달에 있지만, 때로는 그 딱딱함에 지쳐버리곤 한다. 이날 방송의 오프닝은 그런 긴장감을 싹 풀어주는 유쾌한 수다로 문을 열었다.
장슬기 기자가 나오는 월요일 방송 특유의 분위기 속에서 곽수산 방송인의 인사 멘트가 너무 딱딱하다며 농담을 던지는 모습은 여느 평범한 직장인의 퇴근길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이재석 앵커는 "오늘은 가슴을 쫙 펴따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옷이 얇아 구부정해진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지적했고, 곽수산은 "신분님 같기도 하고 중국 하카라(차이나카라) 최대안 구부정하게 있겠습니다"라며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이런 소소한 농담들이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 뉴스라는 게 맨날 싸우는 소식만 전해야 하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다재서 하이파이브’ 공개방송 후기였다. 지난주 금요일 현장 영상이 흘러나오는데, 화면 너머로도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제작진이 사전에 파워풀한 목소리로 안내를 도왔고, 등산이나 산행을 즐기는 '액티브'한 청취자들이 대거 참석해 분위기가 아주 후끈 달아올랐다고 한다. 단순히 스튜디오에 앉아 일방적으로 떠드는 방송이 아니라, 청취자들이 직접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인디 뮤지션들이 나와 기타를 치며 부르는 감미로운 노래는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였다.
이번 주 금요일(9월 18일) 공개방송을 앞두고 발표된 당첨자 명단에는 강*인, 김*주, 김*셀, 문*희, 박*선, 신*향, 유*진, 이*미, 임*탁, 주*재를 비롯해 수많은 청취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올랐다. 그중에서 사연을 보낸 SJ홍 님의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금요일에 갑니다! 저의 저녁 준비 친구였는데 그날은 현장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아요.
당첨되었다고 너무 좋아하니까 엄마의 껌딱지인 둘째가 쿨하게 그날은 보내주겠다면서 허락을 해주네요.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경기도 아줌마 간만에 서울 나들이 갑니다"라며 기뻐하는 모습에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또 세 번의 도전 끝에 당첨됐다며 "이번에도 안 되면은 열 번, 서른 번 될 때까지 해보려고요"라던 구링구링 님의 악바리 같은(?) 도전 정신도 기억에 남는다.
이런 열정적인 참여야말로 시사 프로그램이 지녀야 할 진짜 동력이 아닐까 싶다.
추석 연휴를 앞둔 공개방송 신청 경쟁과 현장의 뒷이야기
다음 주에는 추석 연휴가 겹쳐서 목요일과 금요일 공개방송이 쉬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주에 반드시 신청을 마쳐야 다음 다음 주 참여 기회를 잡을 수 있다. 10월 2일 금요일 오후 5시 20분에 예정된 이번 공개방송은 모집 인원이 50명으로 제한되어 있어 벌써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9월 14일 아침 7시부터 시작된 신청 기간은 9월 23일 오후 4시에 마감되고, 당첨자는 같은 날 저녁 6시에 발표된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이런 소소한 문화적 낙을 챙기려는 청취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출연진들은 라켓놀이 샤우팅에 얽힌 일화를 꺼내며 "모든 걸 쏟아붓고 가겠다는 주인의식이 느껴졌다"고 입을 모았다. 뉴스 백날 열심히 만들어봐야 현장에서 악을 쓰며 소리 지른 저 한 방이 제일 열심히 한 것처럼 보인다는 자조 섞인 농담 속에는, 매일 취재 현장을 누비는 언론인들의 씁쓸하면서도 애환 어린 현실이 담겨 있었다.
'요누 057' 님의 인기로 이봉오 씨가 강림한다는 소식이나, 패널로 자주 나오는 장성철 기자를 공개방송에 초대해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지를 두고 벌이는 농담 토론도 방송의 재미를 더했다. 박수를 유도하는 역할로 세우자는 둥, 언론 관련 토론을 시키자는 둥 낄낄거리며 웃는 그들의 모습 뒤로, 거칠고 무거운 시사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지닌 유연함이 돋보였다.
결국 뉴스라는 게 고고하게 시청자 가르치려 들면 생명력을 잃기 마련이다. 청취자와 함께 숨쉬고, 때로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울고 웃는 교감이 있을 때 비로소 대중의 사랑을 받는 법이다. '다섯시, 이재석입니다'가 퇴근길 직장인들에게 단순한 정보 전달 매체를 넘어 '저녁 준비를 함께하는 친구'로 자리 잡은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매일 쏟아지는 자극적인 뉴스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간인 셈이다.
💡 소통하는 뉴스의 힘을 다시 보다
- 딱딱한 시사 토크를 넘어 청취자가 직접 주인공이 되는 현장 소통 중심의 진행.
- 지방에서 올라오는 주부, 삼수 끝에 당첨된 청취자 등 평범한 이들의 진솔한 사연.
- 제작진과 출연진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유쾌한 오프닝과 뒷이야기들.
용예인 후보자 자퇴 사태와 기본소득당이 던진 뼈아픈 질문
신속한 수습 뒤에 가려진 여권의 복잡한 기류
지면을 돌려 무거운 시사 현안으로 들어가 보자. 어제(9월 13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었던 용예인 의원이 결국 자진 사퇴했다.
임명 전부터 예상되었던 논란들이 터져 나왔고, 여론이 악화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눈높이와 정서를 무겁게 받아들인 결단이라며 신속하게 선을 그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번 인사청문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검증에 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거 없는 허위 조작 공세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도, 첫 단추부터 삐걱거린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 사안을 바라보는 지방 자치 수장들의 시선도 미묘하게 갈렸다. 9월 14일 강원도 춘천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우상호 강원도지사는 "어제 용예인 후보자 사퇴 선언을 보면서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당이 빠르게 움직였구나. 그리고 많이 소통했구나. 그래서 문제를 해결했구나"라며 민주당의 대처를 치켜세웠다. 국민의 여론을 경청하고 문제를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감동적이었다는 평가였다. 정치적 위기가 닥쳤을 때 파열음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수습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포장한 셈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애초에 검증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인사 실패의 책임을 지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의 통계를 들여다보면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인사 검증의 부실함은 고질적인 병폐였다.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이 출범하며 투명성을 공언했지만, 실제 성적표는 참담했다.
인사청문회 대상 고위공직자 중 상당수가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이 강행되거나 자진 사퇴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번 용예인 후보자 사퇴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읽힌다.
야권과 시민사회는 정권이 바뀐 뒤에도 고위공직자 검증의 블랙박스가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으며, 실세들의 입김이나 안이한 검증 시스템이 화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속한 수습이라는 포장지 뒤에는 여전히 허술한 인사 검증의 민낯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국회의원 겸직 논란, 비례와 지역구의 갈라치기인가
용예인 후보자의 사퇴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당사자인 기본소득당이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는 9월 14일 최고위원회에서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용예인 의원과 기본소득당은 장관 한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민주 진보 진영의 신뢰와 연합 정싱의 조건을 지키기로 했습니다"라며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연합 정치를 책임 있는 자세로 대하라고 촉구했다.
핵심은 바로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 문제였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상호 견제라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장관직을 지역구 의원에게는 너그럽게 허용하면서 비례대표 의원에게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었다.
이 주장은 일견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한 채 장관직을 겸하는 것 자체가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본질적인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지역구 의원은 되고 비례대표는 안 된다는 논리는 맹점이 있다.
사실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임하면 본래의 입법 및 예산 심의 기능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게다가 의원에게 지급되는 세비나 의원실 자원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공백이 생기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당이 비례대표 신분이라는 약점 때문에 더 거세게 밀어붙이지 못한 채 꼬리를 내린 모양새가 된 것은 씁쓸한 대목이다. 위성정당 체제의 부산물로 의원 배지를 달았던 정치적 부채가 결국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은 셈이다.
결국 겸직 문제의 본질은 지역구냐 비례냐가 아니라, '입법부와 행정부의 엄격한 분립'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있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의원이 입각해서 행정부의 수장이 되는 순간, 삼권분립의 균형추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과거부터 반복되어 온 이 해묵은 관행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도려내야 마땅하다. 하지만 여야 모두 권력의 떡고물을 나눠 먹기 위해 이 문제를 슬그머니 덮어두고 넘어가는 모양새다.
기본소득당 오준호 대표의 지적대로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보지 않는 한, 제2, 제3의 용예인 사태는 언제든 다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장관 한 자리 얻겠다고 원칙을 내다 버린 정치권의 자화자찬식 수습극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할 노름이다.
🔥 부실한 인사 검증과 땜질 처방의 악순환
용예인 후보자 사퇴는 신속한 수습으로 포장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이 빚어낸 인재다. 여야를 막론하고 권력의 편의에 따라 제도를 입맛대로 재단하는 태도가 계속되는 한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장관 겸직 논란의 본질은 비례와 지역구의 차이가 아니라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낡은 관행 자체를 끊어내는 데 있어야 한다.
성평등가족부를 향한 복합적 공세와 디지털 성범죄 사태의 진실
출범 1년도 안 되어 불어닥친 흔들기 공작
용예인 후보자의 낙마와 맞물려 정치권과 언론 주변에서는 성평등가족부 자체를 공중분해하려는 듯한 찌라시와 음모론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 김행 전 후보자 사태까지 억지로 엮어내며 성평등가족부의 존재 자체를 흔들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출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부처를 향해 융단폭격을 가하는 모양새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여성 및 성평등 정책의 기틀을 다지기도 전에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너무나 빤히 보여 불쾌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공세는 단순히 한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그치지 않는다. 실질적인 정책 추진력을 꺾어놓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보고서에서 지적되었듯, 역대 정권들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주무 부처의 수장을 흔들거나 조직의 힘을 빼는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해 왔다. 성평등가족부가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이 난맥상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소수자 인권이나 성평등 이슈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장관 한 명 낙마했다고 부처 전체를 뒤흔드는 보도 행태는 언론이 스스로 공정성을 내다 버린 꼴밖에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정작 국가가 목숨을 걸고 해결해야 할 진짜 현안들이 시야에서 지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전 세계를 경악게 한 구글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삭제 요청 자료 유출 사태가 대표적이다.
불법 촬영물이나 성범죄 피해자들이 고통을 참아가며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던 절박한 기록들이 고스란히 다른 사이트에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는 물론이고, 어떤 끔찍한 범죄를 당했는지 적어 내려간 원문까지 낱낱이 까발려진 것이다.
이 참혹한 사건 앞에서 정치권은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국제 공조가 시급한 구글의 개인정보 유출 참사
이번 구글 자료 유출 사태는 피해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메가톤급 사건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8월 말쯤 이 사실이 인지되었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와 성평등가족부가 급하게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너무 높다. 피해자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삭제를 요구해야 하는데, 유출된 사이트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 서버를 두고 운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 기관이 직접 손을 쓰기 어렵고 국제 공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성평등가족부가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고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데, 장관 후보자 사태와 조직 흔들기 역풍에 밀려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자들이 두 번 죽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마지막 보루여야 할 삭제 요청 시스템이 빅테크 기업의 관리 부실로 인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가해자 처벌이나 재발 방지 대책보다는 정략적인 이해득실 따지기에만 골몰해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언론과 정치권이 찌라시를 받아쓰며 부처 흔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동안, 피해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고 있다. 성평등가족부의 존재 이유는 바로 이런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국가가 대신 싸워주는 데 있다.
장관 자리가 공석이라고 해서 행정 공백이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지금 당장 정부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와 긴밀히 공조하여 구글을 상대로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고, 해외 유출 사이트에 대한 차단 조치를 국제 사회와 손잡고 밀어붙여야 한다.
정치권도 더 이상 소모적인 정쟁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디지털 성범죄 사태와 국가의 책무
구글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정보 유출은 단순한 해킹 사고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인권에 직결된 중대 사안이다.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가 담긴 기록이 유출된 마당에, 부처 흔들기에만 매달리는 정치권의 태도는 직무유기에 가깝다.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와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의 경고
9일 만의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절차적 정당성의 실종
사법부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드는 장면은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이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상대로 질의한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의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논란은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쟁점이다.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수사 기록과 복잡하게 얽힌 쟁점들을 단 9일 만에 전원합의체에서 뒤집어엎고 파기환송을 결정했다는 것이 28년 재판 경험을 가진 법조인으로서 과연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강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절차적 진행이 다소 이례적이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재판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정치권의 해석은 아전인수 격으로 갈라졌다. 민주당 측은 9일 만에 결론을 내린 것은 명백한 졸속 재판이자 사법 농단에 가깝다며 절차적 이례성을 집중 공략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으니 사실상 유죄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공세를 폈다. 후보자 자신은 파기환송이라는 절차가 사실관계를 다시 따져보라는 의미일 뿐이므로 최종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성이 생명이어야 할 대법원이 정치적 외풍에 휘둘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판결을 뒤집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거기에 개인적인 도덕성 검증 마저 흠집을 남겼다. 후보자가 과거 천안에 거주할 당시 15억 원짜리 강남 전세 아파트에 들어가면서 본인은 고작 3억 5천만 원만 부담한 이른바 '헐값 전세' 의혹이 터져 나왔다.
가족끼리 다 같이 살기 위한 방였다는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15억 원짜리 전세에 3억 5천만 원만 넣고 나머지를 채워 넣은 구조는 명백한 증여세 회피 수단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뒤늦게 논란이 되자 일괄 지급했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고위 법관이라는 자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려 했다는 의혹을 지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법 정의를 세워야 할 대법관 후보자가 자격 미달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얼미터 지지율 33.8%, 정권에 보내는 매서운 경고등
이러한 일련의 인사 잡음과 사법부 논란은 고스란히 정권의 지지율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2026년 9월 2주차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3.8%에 그친 반면, 부정 평가는 63.3%를 기록했다. 7월 이후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이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져 부정 평가가 30%포인트 가까이 높게 나타나는 기형적인 형국이다. 정당 지지도 역시 심각하다.
국민의힘이 42.1%를 기록하며 36.1%에 머문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역전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이 기록한 최저 수준의 지지율이다.
전화면접 조사인 '꽃'의 결과와 비교해 봐도 ARS 조사에서는 부정 평가가 62.2%를 기록해 민심의 이반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ARS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60%를 넘는 것은 정부 여당에 매우 치명적인 경고 신호다.
경향신문과 언더스코어가 분석한 대통령비서실 인력 구성 변화를 보면 그 원인이 더 명확해진다. 집권 초기에 비해 '측근' 비율은 줄어들고 관료 출신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정당색은 옅어졌지만, 오히려 실무형 관료들에 의존하다 보니 민심의 맥을 짚지 못하고 불통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수위도 없이 곧바로 출범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지만, 잇따른 인사 실패와 오만함이 누적된 결과다.
여기에 미국이 요구하는 호르무즈 파병 문제까지 겹치면서 외교적 안보 리스크도 최고조에 달했다. 여론조사에서 파병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30% 초반에 불과한 반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반대 의견은 50% 중반을 훌쩍 넘겼다.
이란은 한국이 파병할 경우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전국 540개 시민단체가 주말마다 10회 이상의 대규모 행진 시위를 벌이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NSC 보고 절차를 밟으며 미국에는 시그널을 주는 척 시간 끌기 전략을 쓰고 있지만, 지지율이 30대 바닥을 치는 마당에 파병이라는 모험수를 던졌다가는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치명상을 입을 판이다.
민심을 외면한 권력은 결국 사막의 신기루처럼 무너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언제쯤 깨달을 것인가.
🔥 부정 평가 60%대의 경고, 민심을 두려워하라
대법관 후보자의 헐값 전세 논란과 9일 만의 졸속 파기환송은 사법부에 대한 마지막 신뢰마저 무너뜨렸다. 지지율 30%대 추락과 정당 지지도 역전은 정부 여당이 그간 보여준 오만과 불통에 대한 유권자들의 준엄한 심판이다.
민심을 거스르는 파병 강행이나 부실한 인사 검증은 결국 정권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부메랑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방송사들의 운명: MBC의 투명한 자율성과 YTN·EBS의 진통
유튜브 생중계로 증명한 MBC 사장 선임의 투명성
언론 환경의 격변 속에서 공영방송의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단연 MBC의 새 사장 선임 과정이다.
이성주 전임이 새로운 MBC 사장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1995년 MBC 기자로 입사해 보도국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위원장(2013~2015년), iMBC 경영이사를 거친 인물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장 선임 과정이 대단히 신선했던 이유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면접 과정이 유튜브 라이브로 전 세계에 싹 다 생중계되었다는 점이다.
이사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후보자 두 명이 그에 답변하는 전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이러한 투명성은 과거 권력의 입김에 휘둘리던 공영방송의 역사와 대비되며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냈다. 후보로 나선 이성주는 압도적으로 뛰어난 면접 능력을 보여주었다.
구성원들의 비판과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진정성 있는 답변이 돋보였다. 특히 그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노조위원장을 지낼 당시,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2014년 5월)가 터졌을 때 KBS와 SBS가 자살 리포트를 내며 사과할 때 유독 MBC만 침묵하자 "우리만 사과 안 해… 피눈물 난다"며 삭발하고 목숨 걸고 투쟁했던 이력이 재조명되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내부적으로 반발이 생길 수 있는 민감한 사안에도 정면으로 부딪히며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물론 다른 방송사들의 상황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KBS는 박장범 사장 체제를 유지한 채 새로운 사장 공모 절차(9월 17일~28일)를 밟고 있지만, 국민의힘 추천 이사들은 아예 추천을 거부하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장범 사장은 KBS 이사회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소송으로 버티기에 돌입했다. TBS(교통방송) 역시 서울시의회에서 여야 합의로 '정상화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섰지만, 행안부의 출연 기관 지정 승인이라는 행정적 관문이 남아 있다.
대표이사 공모에 변상욱, 최일구 같은 베테랑 언론인들을 추대하자는 농담이 나올 만큼 교통방송의 재건은 절실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 또 엎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YTN 민영화의 불법성과 EBS의 기형적 연임 사태
공영방송을 정권의 발아래 두려는 시도는 YTN과 EBS에서 더욱 노골적인 범죄 수준의 행태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발표한 YTN 민영화(지분 매각) 감사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산업부 차관에게 윤석열 정부 시절 YTN 지분 전량을 매각하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강경성 당시 차관은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두 사람을 곧바로 공수처에 수사 의뢰했다. 정권의 최고 수뇌부가 개입해 언론사를 민간 자본에 헐값으로 넘겨버린 명백한 국정농단 증거가 튀어나온 것이다.
YTN 노조와 기자들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검증 보도를 탄압하기 위해 정권이 지분 매각을 협박성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규탄하며, "원천 무효이며 유진그룹은 당장 손을 떼고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인 유진그룹은 사장 선임을 위한 사추위 가동을 거부하며 버티고 있고, 방통위는 재판 중이라는 핑계로 최대주주 변경 승인 취소를 미루며 보수적인 태도만 고수하고 있다.
언론의 공공성을 무참히 짓밟은 정권의 부역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이며, YTN의 정상화는 그 어떤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EBS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유열 사장의 임기는 이미 2024년 3월에 끝났어야 정상이지만, 이진숙 방통위 체제가 들어선 이후 후임 인선 파행으로 무려 1년 6개월째 연임이라는 기형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진숙이 아끼는 후배인 신동호 전 국장을 신임 EBS 사장으로 내꽂으려다 법원에서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임명이 무효화되어 날아갔기 때문이다. 당시 광화문 광장에서는 EBS 구성원들이 '삼보일배' 시위를 벌이며 "차라리 펭수를 사장 시켜라"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질 정도로 내부 반발이 극심했다.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방송 장악을 시도하다 사법부의 심판을 받는 정권의 추태는 대한민국 언론사가 겪는 치욕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 권력의 언론 장악 시도는 결국 심판받는다
YTN 민영화 과정에서 드러난 대통령실과 방통위원장의 직권 남용, 그리고 EBS 사장 임명 무효 사태는 정권이 언론을 어떻게 도구로 취급했는지 보여주는 부끄러운 상처다. 반면 유튜브로 면접을 생중계하며 투명성을 입증한 MBC의 사례는 공영방송이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를 명백하게 제시한다.
언론은 권력의 시녀가 아니라 국민의 눈과 귀여야 한다.
검찰 개혁의 요식행위와 김민석 대표의 ‘탄핵’ 발언이 남긴 후폭풍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논란과 끝나지 않는 검찰 공화국의 잔재
검찰 개혁의 칼끝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현 정부가 마주한 인사 검증의 또 다른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벌어진 첫 검찰 인사에서 좌천을 당했던 경력을 내세우며 "수사와 기소 분리에 적극 공감하며, 나 역시 윤석열 정부에서 피해를 본 사람"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야권과 시민사회는 그를 향해 "뼛속까지 친윤 검사 아니냐"며 날을 세우고 있다.
과거 검찰 조직의 일원으로 권력을 누리던 이들이 정권 교체기마다 카멜레온처럼 변신해 요직을 차지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결국 김지용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에 전격 착수했다. 이로 인해 국회에 제출해야 할 인사청문 요청안마저 줄줄이 지연될 판이다.
참여연대가 지적했듯, 윤석열 정부 시절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설치된 이후 고위공직자 검증은 블랙박스에 갇힌 채 밀실에서 이루어졌고,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현 정권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당장 폐지하고 인사혁신처로 검증 권한을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권을 잡은 이들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가졌던 막강한 권력의 맛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껍데기만 바뀐다고 해서 검찰 출신들이 장악한 권력 카르텔이 저절로 해체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민주당 TV에 출연해 던진 발언은 정치권 전체를 벌집 쑤셔놓듯 흔들어 놓았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회상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은 첫 1년 안착에 안팎의 세력들이 힘을 합쳐서 탄핵하려던 그런 식의 전조 비슷한 상황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설마설마하다가 현실이 되었던 것처럼, 지금 윤석열 정부 초기에도 내부에서 자꾸 정권을 흔드는 불순한 세력들의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취지였다. 나아가 추미애 경기지사가 "내란 세력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개혁 의지를 잃어버린 것 아니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던 대목을 언급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탄핵’이라는 금기어를 꺼내 든 민주당의 위태로운 도박
이 발언 직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엄청난 역풍이 불어닥쳤다. 당내에서는 "도대체 왜 이 시점에 '탄핵'이라는 단어를 꺼내 드느냐, 프레임이 자칫 이재명 대통령을 향하게 된다"며 거센 비판이 터져 나왔다.
야권과 보수 진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민주당이 또다시 탄핵 발목 잡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김민석 대표의 발언은 거대 야당의 오만함으로 비칠 위험성이 크고, 가뜩이나 30대 바닥을 치는 국정 지지율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정국을 수습하고 민생을 챙겨야 할 거대 여당의 대표가 원내 투쟁의 언어로 극단적인 '탄핵'을 소환한 것은 몹시 부적절하고 조급한 처사였다.
돌이켜보면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탄핵 역풍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지금 정권이 마주한 위기는 외부의 거대한 음모라기보다는, 앞서 살펴본 부실한 인사 검증, 사법부의 졸속 재판, 그리고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용주의의 한계 등 내부적인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감추기 위해 '탄핵'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를 소환해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려는 얄팍한 정치공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정권이 또 싸움박질만 하려고 작정했구나"라는 피로감만 안겨줄 뿐이다.
정치는 수사(修辭)가 아니라 결과로 말해야 한다.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외치면서도 낙하산 인사나 부실 검증 논란을 반복하고, 지지율이 떨어지니 과거의 망령을 불러내어 겁박하는 태도는 진보 진영이 가져야 할 품격이 아니다.
김민석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이 여전히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거대 권력의 오만함에 취해 있다는 뼈아픈 방증이다. 남 탓을 하기 전에 청와대와 여당 스스로 인사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성난 민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먼저다.
둑은 작은 구멍 하나로 무너지는 법이다.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입에 올린 '탄핵'의 부메랑은 결국 정권 자신을 향하게 될 것임을 뼈저리게 경고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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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마이크 너머로 들려오는 그들의 수다와 묵직한 비판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그늘과 희망을 동시에 목격한다. 요란한 수식어나 정략적인 계산을 거두어내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숨소리뿐이다.
정치가 그들의 삶을 지켜주지 못할망정 발목이나 잡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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