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와 강훈식 비서실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 소식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어수선하다. 📉 여론조사 결과의 엇갈린 명암부터 핵심 인사의 거취, 그리고 미국 순방길에 오른 정부가 마주한 거칠디거친 통상 압박까지 얽혀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여론조사의 두 얼굴, 금요일 기자회견은 과연 선방했을까
전화 면접과 ARS 조사 결과의 미묘한 온도 차
지상파나 언론사에서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마다 매번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지점이 있다. 바로 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이번 금요일 기자회견 직후 발표된 지표 역시 전화 면접과 ARS 조사 결과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전화 면접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50.5%로 부정 평가(45.3%)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질렀지만, ARS 자동응답 조사에서는 오히려 부정 평가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 차이를 두고 단순히 어느 한쪽이 틀렸다고 치부하기엔 각 방식이 잡아내는 민심의 결이 너무나 다르다. 전화 면접은 응답자와 직접 대화하며 진행되기에 어느 정도 정제된 응답이 나오는 반면, ARS는 기계음에 직접 감정을 실어 즉각적인 반감을 투표하듯 쏟아내기 쉽다. 이봉우 게스트의 분석처럼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는 여전히 앙금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유튜브와 SNS 공간을 조금만 둘러봐도 지지층의 실망감과 매서운 비판이 실시간으로 확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급으로 폭락하던 시기에 비하면 긍정 평가가 버텨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주말에 실시된 '꽃'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전화 면접에서는 긍정 평가가 2%포인트 가량, ARS에서는 1%포인트 정도 높게 나타나면서 적어도 이번 기자회견이 참패로 끝나지는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야당의 공세와 당내 불협화음 속에서도 이 정도면 일단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지지율 숫자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민심의 진짜 바닥을 읽어내야 할 시점이다.이탈한 표심의 정체와 대통령 SNS 해프닝이 남긴 씁쓸함
그렇다면 현재 민심의 주소는 정확히 어디쯤일까. 이택수 대표의 분석을 들어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지방선거 직전 60%대를 구가하던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현재 상당히 내려앉은 상태다.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진보층에서 30%, 중도층에서 20%, 보수층에서 10%가량이 이탈했다. 특히 핵심 지지 기반이었던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들의 이탈이 뼈아프다. 다행히 지난주 김승원 후보자 청문회 이후 목요일부터 지지율이 반등 기미를 보인 것은 아세안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이라는 대외적 이벤트 덕분이 컸다. 하지만 완전히 돌아서기엔 아직 모자란 불씨였다. 결정적으로 대통령의 SNS 활동(리트윗 및 삭제 논란)이 주말 정치 뉴스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진보층의 이탈을 완전히 메우지 못했다. 약간의 회복 모멘텀을 마련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치는 결국 세심한 신뢰 회복의 과정이다. SNS 버튼 하나, 단어 하나가 몇 주 동안 공들인 국정운영의 성과를 단숨에 갉아먹을 수 있음을 이번 해프닝은 뼈저리게 보여주었다. 겉으로 드러난 지지율 2%포인트의 상승에 안도할 게 아니라, 왜 핵심 지지층이 여전히 의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강훈식 비서실장의 퇴장, 인사 실패가 남긴 무거운 짐
15개월 만의 사의 표명, 에이스의 씁쓸한 퇴장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강훈식 비서실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 소식이 날아들었다. 임명된 지 불과 15개월 만이다. 용혜인, 김승원 장관 후보자들의 연이은 낙마와 지지율 하락 등 뼈아픈 인사 실패에 대해 포괄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모양새다. 그동안 강훈식 실장은 역대 비서실장들과는 결이 달랐다. 단순한 의전용 참모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 발표나 국정 운영 전반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마치 '에이스'처럼 활약해 온 인물이다. 그런 참모가 정권의 위기 국면에서 결국 인사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되었으니 청와대 내부의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좋은 성과를 안고 박수칠 때 떠나는 모양새가 아니라, 연이은 악재와 인사 참패의 방패막이처럼 퇴장하는 모습이라 더욱 씁쓸하다.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 에이스 참모를 쉽게 내치자니 타격이 크고, 그렇다고 감싸 안고 가기엔 여론의 역풍이 거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결국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비서실장을 포함해 국정을 지탱하던 참모들이 긴 기간 동안 누적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권 중반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인적 쇄신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지만, 그 첫 단추가 하필 '책임론'에 떠밀린 사퇴라는 점이 정권의 동력을 얼마나 갉아먹을지 걱정스럽다.대통령의 묘한 발언과 미국 순방 이후 닥쳐올 인사 태풍
대통령은 어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강훈식 비서실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접 입을 열었다. "우리 비서실장께서 오늘 이제 드디어 졸업을 한번 해 보시겠다고 하신 거 같아요. 아직은 제가 어떻게 할지는 결정을 못 하겠는데, 비서실장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그 긴 기간 동안 고생들을 많이 하셨다는 말씀드립니다"라는 발언을 남겼다. 예전 같으면 농담을 섞어가며 가볍게 넘겼을 분위기였겠지만, 이번에는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사표를 수리할지 반려할지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공개 석상에서 이 발언을 던진 저의를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끝났다, 아니다를 단호하게 말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참모의 고충을 위로하는 동시에,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간 벌기용 화법일지도 모른다. 현재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 순방을 위해 출국한 상태다. 따라서 사표 수리 여부와 후임 비서실장을 비롯한 본격적인 인사 논의는 27일 귀국한 이후에야 전격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맞닥뜨릴 인사 개편 태풍은 아마 이번 정권 들어 가장 매서운 바람이 될 것이다. 쇄신의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그리고 그 공백을 메울 새로운 인물이 판을 어떻게 바꿀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트럼프와의 담판, 그리고 억지스러운 대미 투자 압박
미국 순방의 최대 시험대, 트럼프와의 만남과 기대
국내의 복잡한 정치 지형을 뒤로하고 대통령은 지금 태평양을 건너 미국과 멕시코 순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번 순방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단독 만남이 성사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부터 민감한 대미 투자 협상, 그리고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까지 양국 사이에 놓인 현안은 산더미 같다. 어제 위성락 실장의 순방 브리핑에 따르면 미국, 호주 등 주요국 정상들과의 별도 접촉이 예고되면서 트럼프와의 면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미묘하다.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고 현안을 일괄 타결할 기회라는 기대가 있는가 하면, 트럼프 특유의 즉흥적이고 일방적인 통상 압박 스타일에 휘말려 또 한 번 큰 '사고'를 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만만찮다. 외교는 실리다. 악수를 나누며 웃는 사진 한 장 건지는 것으로 만족할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한국 경제의 명운이 걸린 굵직한 사안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만큼, 상대의 돌출 행동에 밀리지 않고 우리 국익을 철저하게 방어해 내는 외교적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텍사스 가스화력부터 웨스팅하우스까지, 미국의 무리한 요구
지금 워싱턴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대미 투자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에도 미국 측의 억지가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패트시트로 이미 합의했던 조건들조차 미국은 손바닥 뒤집듯 무시하고 있다. 당시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에서 간신히 얻어낸 안전장치가 바로 '상업적 합리성' 조건이었다. 최소한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겠다는 방어막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안전마저 허물려고 안달이다. 가령 텍사스 가스화력발전소의 경우 이미 1년 투자액 상한인 200억 달러를 훌쩍 넘어 223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핵심 고객 기업조차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부실한 조건 속에서 투자를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떠안으라는 압박까지 가해지고 있다. 우리는 정 돈을 투자해야 한다면 차라리 지분을 20% 확실하게 인수해서 경영 의결권이라도 행사하겠다고 버티고 있지만, 미국의 태도는 고압적이기 그지없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역시 상업적 타당성이 턱없이 부족해 일본 같은 나라는 일찌감치 대미 투자 대상에서 빼버렸는데, 우리에게만 유독 가혹한 칼을 겨누고 있다.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국부를 일방적으로 갈취해 가려는 이 불합리한 통상 압박에 단호하게 쐐기를 박아야 한다.경제와 안보는 별개라던 스티븐 비건의 발언, 그 진심은 무엇인가
스티븐 비건의 방한과 JTBC 인터뷰가 던진 메시지
이런 살얼음판 같은 통상·외교 전선에 스티븐 비건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이자 대북 특별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남긴 발언은 눈여겨볼 대목이 많다. 영상 속에서 비건은 "경제와 안보는 패키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와 국가안보는 공통의 관심사지만 서로 다른 성격입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온 배경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최근 한국 내에서는 미국이 안보 사안인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핵추진 잠수함 도입 같은 민감한 이슈들을 대미 투자 압박과 교묘하게 엮어서 우리를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협상력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미국 측에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자국 인사들을 동원해 선을 그어준 모양새다. 경제와 안보를 따로 떼어놓고 보겠다는 이 원론적인 수사는 냉전 이후 외교가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전통적인 접근법이다. 미국이 한국을 다독이기 위해 가장 모범적이고 정석적인 답변을 꺼내 들었다는 뜻이다. 과연 이 발언을 그대로 믿고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할까, 아니면 또 다른 외교적 수사로 경계해야 할까.말 따로 행동 따로, 미국의 전통적 화법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티븐 비건의 그 말을 곧이곧대로 신뢰하기란 쉽지 않다. 그들이 말로는 경제와 안보가 별개라고 선을 긋지만, 실제 외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정확히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쉬울 때는 안보 동맹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경제적 양보를 쥐어짜고, 반대로 우리가 경제적 대가를 요구할 때는 안보와는 무관하다며 발을 빼는 양면적 태도를 반복해 왔다. 이미 원만하게 합의가 끝난 사안조차 판을 뒤엎고 재협상을 요구할 때, 그들은 어김없이 안보적 필요성이나 동맹의 의무라는 카드를 스리슬쩍 꺼내 든다. 국방이든 안바이든, 대미 투자 이슈든 간에 결국 미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을 재편하기 위해 이분법적 논리를 입맛에 맞게 가져다 쓰는 것이다. 동맹이라는 단어가 언제나 호구의 다른 이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비건의 입에서 나온 부드러운 유화 발언에 취해 우리가 먼저 방심한다면, 저 워싱턴의 협상 테이블 뒤편에서 칼을 갈고 있는 이들에게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을 게 뻔하다. 국익 앞에서는 철저하게 냉정해져야 하고, 그들의 달콤한 수사 이면에 숨겨진 진짜 발톱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이 글이랑 같이 보면 좋은 글
민심의 파고와 참모의 사퇴, 그리고 거친 외교적 압박 속에서 정부가 택해야 할 길은 결국 원칙과 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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