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순방과 미·중 정상회담 외교 지형

요즘 국제 뉴스를 보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유엔총회 연설 단상에 올라와서 이란을 향해 "완전한 파멸이냐, 아니면 새로운 거래냐" 양자택일을 하라고 압박을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와중에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물밑에서 3시간이나 회담을 가졌다고 하니, 거친 말 폭탄 뒤로 실리 챙기기가 바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

이런 급박한 글로벌 판도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순방 일정을 소화하며 대한민국 외교의 지형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뉴욕 타임즈 인터뷰부터 호주 앤서니 엘버리지 총과의 양자 회담, 그리고 16년 만의 멕시코 국빈 방문까지 빡빡한 스케줄이 이어지는 중이다. 하지만 국내 정치 지형을 돌아보면 한가하게 박수만 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제청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임명권자의 뜻에 반해 제청 자체를 거부하는 해괴망측한 결과가 대법원장의 손에서 버젓이 연출되고 있다. 사법부가 행정부를 향해 칼을 겨누는 이 난맥상 속에서, 대한민국이 마주한 외교적 시험대는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차근차근 짚어보려 한다.

대통령의 뉴욕 연설과 건설적 기여국 연대 구상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담긴 대북 포용과 평화 공존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오랜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멈춰 있던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 축소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로 나아가겠다는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

눈여겨볼 대목은 앞서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소신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매년 10개에서 20개 정도의 핵무기를 추가로 만들어내고 있는데, 기존의 제재 방식은 이미 그 실효성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추가적인 핵무기 중단 조치와 대북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을 추켜세운 것도, 거세지는 대미 투자 및 파병 압박 속에서 실리적인 돌파구를 찾으려는 외교적 제스처로 읽힌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대북 강경책과 퍼붓기식 제재가 과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는가?

아니오, 오히려 북러 밀착과 핵무기 고도화라는 최악의 부작용만 낳았다. 이재명 정부의 현실론은 지루한 이념 싸움에서 벗어나 이제는 정말 '밥 먹고 살 수 있는 평화'로 노선을 틀어야 한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북한과의 포용적 평화 공존을 말하면 주체사상 추종자라 몰아세우는 낡은 태도야말로 대한민국 외교의 발목을 잡는 진짜 앙금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건설적 기여국 연대의 현실성

대북 문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연대에 대한 언급도 상당히 묵직했다.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상 봉쇄 사태를 직접 거론하며, 세계 경제의 핵심 통로가 무기화되었을 때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이 얼마나 큰 타격을 입는지 낱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꺼내 든 카드가 바로 '건설적 기여국 연대'다.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떠받칠 역량과 의지가 있는 국가들끼리 손을 맞잡고 협력의 지평을 넓혀가자는 제안이다.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중심주의를 내세우며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압박을 가하고, 공급망을 제 편대로 갈라치는 마당에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막은 연대의 다변화다. 트럼프와의 직접 만남이 불발된 것은 아쉽지만, 청와대가 돌발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 호주 앤서니 엘버리지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 집중하고 김혜경 여사가 멜라니아 여사의 배우자 오찬에 참석한 것은 차분하고 실속 있는 행보였다.

내일 이어질 한미 경제 금융계 인사 대상 투자 서밋과, 곧바로 이어지는 16년 만의 멕시코 국빈 방문 및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까지 일정이 촘촘하다.

우리는 그간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에 줄을 서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겁박당해 왔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나 글로벌 공급망 붕괴 앞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특정 패권국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우리처럼 평화와 실리를 추구하는 중견국들과의 연대를 단단히 다지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그려나가는 건설적 기여국 연대는 단순한 수사학을 넘어, 무한 경쟁의 각자도생 시대를 헤쳐 나갈 매우 현실적인 생존 지도가 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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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양자택일 화법과 이란 회담의 이면

파멸이냐 거래냐, 트럼프식 협박 외교의 민낯

대서양 건너 미국 본토의 사정은 또 얼마나 살벌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란을 향해 섬뜩한 경고를 날렸다.

이란이 국가를 재건할 수 있는 대단한 거래를 맺을 것인가, 아니면 이슬람 공화국을 신속하게 완전히 파멸시켜 버릴 것인가 선택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을 죽이고 파괴할 기회를 영원히 주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얽히고설킨 중동의 정세를 단칼에 두부 자르듯 양자택일의 외줄 타기로 몰아넣는 트럼프 특유의 화법이다.

하지만 거친 말의 성찬 뒤편에서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 포착됐다. 트럼프의 유엔 연설 직후, 미국과 이란의 고위 당국자들이 만나서 무려 3시간 동안 종전 관련 회담을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의 특사인 위트코프와 사위인 쿠슈너가 나섰고, 이란 측에서는 아락치 외무장관이 직접 테이블에 앉았다.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스스로 이 만남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트럼프가 던지는 거친 메시지는 철저하게 계산된 정치적 쇼에 가깝다. 당초 중간선거 이전에 빠르게 이란과의 판을 정리하고 성과를 과시하려 했으나, 오히려 중동 전쟁의 장기화로 미국의 경제적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책임을 두고 국내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다급해진 트럼프가 시점을 중간선거 직후로 살짝 미루면서도 어떻게든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벼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겉으로는 핵폭탄을 던질 것처럼 소리를 지르지만, 실상은 유가를 잡지 못하면 선거에서 참패한다는 절박함이 그를 협상장으로 끌어낸 셈이다.

당국자간 회담과 외교 무대의 냉혹한 현실

이봉우 연구원과 진행자 이재석의 분석처럼, 트럼프가 시점을 슬쩍 뒤로 미룬 것은 그의 전략이 수정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란을 상대로 전멸 아니면 합의라는 이분법을 들이밀고 있지만, 실무 선상에서는 치밀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출구 전략을 모색 중이다.

국제정치가 말로 하는 협박이 아니라 철저한 이해관계의 저울질 위에서 움직인다는 진리를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

이 지점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이 마주한 외교적 초라함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라는 적성국과도 물밑에서 3시간씩 마주 앉아 실리를 챙기는 동안, 우리 정부는 한미일 삼각협력이라는 낡은 틀에 갇혀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불필요한 각을 세워왔다.

트럼프는 당장 유가를 안정시키고 선거를 이기는 게 급선무이지, 한반도의 평화 체제나 비핵화 세부 스케줄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을 수 있다. 그저 우리를 향해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라 다그치고 대미 투자를 강요할 뿐이다.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입에만 운명을 걸기에는 대한민국의 국운이 너무나 무겁다. 이란과의 물밑 회담에서 보듯, 진정한 외교는 명분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실리를 위해 적과도 손을 잡는 유연함에서 나온다.

한미일 동맹이 중요하다고 해서 중국이라는 거대한 이웃을 척지고 무작정 밀실에 들어앉는 것은 외교가 아니라 자해다. 트럼프의 계산기를 탓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우리의 국익을 지켜낼 주체적인 바둑판을 짜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중 정상회담 앞둔 한반도 외교의 딜레마

비핵화와 평화 체제, 어느 것을 먼저 잡아야 하는가

김희교 광운대 교수와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참여한 토론은 현재 대한민국 외교가 처한 딜레마의 본질을 정확하게 후벼팠다. UN 무대에서 오가는 수많은 언어들 속에서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는 지점은 바로 '비핵화'와 '평화 체제' 중 무엇을 앞에 놓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재명 정부는 그간 비핵화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매달리기보다, 먼저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3단계론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의 '핵 동결과 제재 완화 맞교환' 제안과 AP통신 인터뷰에서의 '단계론과 비핵화 방점' 사이에는 묘한 결의 차이가 존재한다. 김희교 교수의 지적처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미국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결국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세 달에 세 번 꼴로 바쁘게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대니,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대체 왜 저러는지 의아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역대 진보 정권들이라 할지라도 미국의 파병 요구와 한미동맹의 틀을 완전히 거부한 적은 드물다. 그러나 이번 정권이 맞닥뜨린 신냉전의 파도는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

한미일 삼각협력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중국과의 경제적·외교적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나면, 그 청구서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내고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려면, 미국을 향한 구애 못지않게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관리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중국과의 관계 관리와 신냉전 속 한국의 생존법

김준형 의원이 짚었듯, 지금 국제 정세는 10월 27일의 이스라엘 넷타냐후 총선과 11월 3일의 미국 중간선거라는 거대한 폭풍의 눈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이 전쟁이 앞으로 몇 년을 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고비다.

트럼프는 당장의 유가 폭등을 막고 선거 표심을 잡는 데 온 정신이 팔려 있으며, 한반도 문제에 깊게 개입할 여유가 없다. 이 차가운 현실 속에서 우리가 살 길은 명백하다. 💡

미국이 손을 내밀지 않는다고 서운해할 필요도 없고, 중국의 눈치를 보며 좌지우지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북미 대화의 숨통을 틔우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에서 강조한 건설적 기여국 연대의 깃발 아래, 호주나 멕시코 같은 중견국들과 손잡고 평화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미국에는 철저한 실리 외교로 우리의 안보적 지분을 요구하고, 중국에는 경제적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의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정교한 입체 외교가 필요하다.

거창한 명분 뒤에 숨어 대미·대중 양쪽의 눈치만 살피는 비겁한 외교는 이제 끝내야 한다. 30대 청년들이 이 땅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근본적인 토양은 바로 전쟁 없는 한반도다. 북한을 악마화하고 제재 일변도로 밀어붙이던 지난 세월의 실패를 거울 삼아, 대화와 공존이라는 단단한 돌다리를 놓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맹목적 동맹 추종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중심에 둔 차갑고도 치열한 평화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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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연설 단상부터 뉴욕의 뒷골목, 그리고 멕시코시티로 이어지는 대통령의 발걸음 속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외교가 곧 국민의 밥그릇과 직결된다는 엄숙한 진실이다. 국내에서는 대법관 제청을 거부하는 사법부의 오만함이 난맥상을 이루고, 국제무대에서는 트럼프의 거친 협박과 신냉전의 파도가 밀려오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이념의 허상을 걷어내고, 오직 평화와 실리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을 다시 써 내려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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