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마트폰을 켜면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광고들이 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생활용품을 쏟아내는 플랫폼들, 특히 테무(TEMU)의 기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호기심에 앱을 깔고 몇 번 클릭하다 보면 어느새 장바구니가 가득 차고, 결제 버튼을 누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워낙에 싸니까 이제 한번 호기심으로 약간 충동적으로 둘러보다 보면 구매가 되는 거죠." 이 문장이 테무의 성공 방정식을 완벽하게 요약한다. 하지만 이 폭발적인 성장이 과연 혁신적인 유통 기술에서 비롯된 것일까? 실상은 우리가 알던 상식적인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멀다.

테무의 급성장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규제 차익이라는 이름의 반칙
테무가 시장을 점유한 방식은 단순 명쾌하다. 공장과 소비자를 다이렉트로 연결한다는 명분 아래, 중간 유통 마진을 걷어내고 최저가를 실현했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유통의 효율화가 아니다. 바로 '규제 차익'이다. 쿠팡이나 일반적인 마켓플레이스들이 정식 통관 절차를 거치며 관세, 부가세, 창고 보관료, 그리고 제품 안전 검사 비용을 부담할 때, 테무는 면세 한도라는 방패 뒤에 숨어있었다. 한국의 150달러(미국산 200달러) 면세 한도는 여행자 휴대품이나 개인 선물을 위해 존재했던 제도다. 그런데 테무는 이 허점을 파고들어 대규모 물량을 '개인 직구'라는 이름으로 쪼개 들여왔다. 정식 수입업체들이 세금과 안전 검사 비용을 상품 가격에 녹여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테무는 그 모든 의무를 회피하며 가격 경쟁력을 독점했다. "한마디로 테무는요, 규제 차익을 얻는 거예요. 규제 차익이 핵심인 거예요." 이 구조적 불균형 속에서 정당하게 사업하는 이들은 경쟁 불가능한 지경에 놓였다.공장을 쥐어짜는 알고리즘의 폭력
테무의 가격 결정권은 공장에 있지 않다. 테무는 공장들에게 "가장 싼 거 우리가 올려줄게"라며 서로 출혈 경쟁을 붙인다. 이는 생산 원가 절감을 넘어, 생산 공정이 안전 기준을 무시하고 환경과 인체 유해성을 담보로 최저가를 맞추게끔 강제하는 형태다. "테무는 그냥 '가장 싼 거 우리가 올려줄게'라며 공장들끼리 가격 경쟁을 붙여버린 거예요." 이 과정에서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 검증은 뒷전이 된다. 테무를 이용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현상이 있다. 10개를 시키면 그중 5개는 쓸모없어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시스템, 그것이 바로 테무가 구축한 생태계다. 하지만 그 싼 물건들이 내 가족과 나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정식 수입업체는 검사 비용을 내고 안전을 증명하지만, 테무는 책임지지 않는 자유를 누린다.🔥 규제의 사각지대, 그 대가는 누가 치르는가
정식 수입업체라면 우회할 수 없는 통관의 벽을 테무는 손쉽게 넘나든다. 안전 검사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거부하면서 얻는 가격 우위는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결국 테무의 초저가 정책은 우리 소비자들이 나중에 치러야 할 건강과 환경적 대가를 미래로 미뤄두고 있을 뿐이다. 무책임한 판매가 허용되는 플랫폼은 결코 혁신이라 불릴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테무가 유독 맥을 못 추는 이유
다이소라는 거대한 성벽
한국에서 테무의 영향력은 미국이나 EU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다이소'라는 강력한 대체재가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연 매출 4조 원을 돌파한 다이소는 이미 국내 생활용품 시장을 철저히 지배하고 있다. 1,000원에서 5,000원 사이의 가격대로 수만 가지 품목을 제공하는 다이소는 테무가 노리는 충동구매 수요를 완벽하게 흡수한다. 사람들이 테무를 이용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저렴함' 때문인데, 다이소에 가면 그 가격 차이가 1,000원 단위로 좁혀진다. 집 앞 어디에나 있는 다이소에서 직접 보고 고르는 신뢰감과,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테무의 불확실성을 비교하면 결과는 명확하다. 다이소는 최소한 검증된 제품을 취급하고 문제가 생기면 보상한다. "차라리 안전한 다이소로 가죠. 다이소는 그래도 수입하는 제품들은 다 안전성 검증이 돼 있으니까." 소비자들은 도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
테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많지만, 실제 결제 규모는 그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 와이즈앱·리테일 분석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결제액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이용자 대비 체감 매출은 생각보다 낮다. 이는 반복적인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한번 속고 나면 다시는 구매하지 않게 되는 '싸구려 공포'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확산하고 있다. "테무 이용해 본 분들은 알 거예요. 한 상품 10개 사면요 그중에 5개는 그냥 바로 쓰레기통으로 버려야 됩니다." 이런 경험이 누적될수록 소비자들은 다이소의 안전성과 신뢰를 택한다. 가격이 전부가 아닌 시장, 그것이 한국 유통시장이 테무의 무차별 공세를 견뎌내는 이유다.📊 데이터로 보는 테무의 실체
2024년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알리와 테무의 합산 결제 추정 금액은 4조 2899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사용자 수 대비 매출 규모는 여전히 해외 시장의 파급력과 비교하면 제한적이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의 깐깐한 품질 눈높이와 다이소라는 강력한 유통망이 상호작용한 결과라 해석된다.
전 세계적인 테무 규제 움직임과 한국의 위치
미국과 EU의 강력한 대응
미국은 이미 800달러 이하 소액 면세 제도를 철폐하며 테무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중국발 저가 물품으로 인한 대중 무역 적자 심화와 안전성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EU 역시 마찬가지다. 2024년 5월부터 개인 포장당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2028년까지 135파운드 면세 기준을 전면 폐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테무가 더 이상 무법지대에 머물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제 테무는 현지 풀필먼트 센터를 짓고 관세와 통관 비용을 부담하며 정식 수입 방식으로 체질 개선을 강요받고 있다. "그동안 테무의 성공을 불러온 방식이 이제는 막혀버렸고 공정경쟁의 방식으로 올라서게 되었다." 이제 테무는 진짜 실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대한민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공정위가 테무에 대해 13억 6,9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경고음을 냈다. 하지만 여전히 직구라는 이름의 규제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국내 수입업체들은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막중한 책임을 진다. 완성품 제조자뿐만 아니라 수입자, 판매업자까지 모두 책임을 공유한다. 반면 테무는 이 거대한 책임의 그물을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책임을 지지도 않는 곳이 이렇게 우회를 통해서 규제 차익을 거두면 그건 당연히 막아야죠." 이 당연한 명제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우리 소상공인들과 기업들은 외국 업체의 반칙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강력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요약해보면
- 테무의 급성장은 기술 혁신이 아니라 면세 제도라는 '규제 차익'을 악용한 결과다.
- 한국은 다이소라는 강력한 대체재와 소비자 신뢰 덕분에 테무의 충격이 덜하다.
- 미국과 EU처럼 우리나라도 직구 관련 불공정 경쟁을 타파할 강력한 통관·안전 조치가 시급하다.
공정한 시장을 위한 제언
책임지지 않는 플랫폼은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그 물건의 품질과 안전을 믿고 돈을 지불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플랫폼이 "우리는 그냥 연결만 해줄 뿐, 안전은 나 몰라라" 한다면, 그 플랫폼은 유통업체가 아니라 도박장에 가깝다. "도박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안전적인 측면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대다수 한국 소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경제는 가격만 싼 물건이 넘쳐나는 시장이 아니라, 생산자와 유통업체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시장이다. 테무가 거둔 거대한 매출 뒤에는 검증되지 않은 수만 개의 부품과 인체 유해성 논란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것을 덮어두고 '가격 혁신'이라 포장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방관에 지나지 않는다.공정 경쟁은 규제에서 시작된다
결국 해답은 간단하다.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된다. 정식 수입업체와 동일하게 테무 역시 통관 절차를 거치고 안전 검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공정한 게임의 룰이 세워질 때, 비로소 진짜 혁신 기업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한국의 역직구 몰들이 미국의 면세 폐지 정책으로 고전하는 것처럼, 테무 또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점이 오고 있다. 규제는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우리는 이제 규제 차익에 의존하는 '반칙왕'들이 시장을 유린하는 꼴을 더 이상 지켜봐서는 안 된다.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기업은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야만 더 안전하고, 더 공정한 커머스 생태계가 우리 삶 속에 안착할 수 있을 테니까.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 개인적인 생각
취재 노트를 정리하며 드는 생각은 참 씁쓸하다. 우리가 싼 가격에 환호하는 동안, 우리 사회가 지켜온 안전과 공정의 가치는 뒷전이 되고 있었다. 테무의 사례는 비단 한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이 규제의 틈새를 찾아 파고들 때, 그것을 방어해야 할 법과 제도가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30대를 살아오며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싸고 좋은 건 없다'는 진리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싸다면, 그 누군가가 내 대신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안전을 보장받는 것, 이것이 내가 바라는 건강한 시장의 모습이다.
불공정한 게임을 끝내고 모두가 같은 규칙 아래 경쟁하는 내일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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