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도 교수가 진단하는 전월세 대란과 부동산 시장의 실태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집이야기로 하루가 시작해서 집이야기로 끝나는 것 같다. 전세 물건은 자취를 감추고 가격은 치솟다 보니,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정말 쫓겨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극에 달해 있다. 오죽하면 "싸인만 하면 집 산다"는 말이 현장에서 공공연하게 돌고 있을까. 전세 대출을 받으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나 매달 나가는 주거 비용에 큰 차이가 없다는 현실을 깨달은 이들이, 자산 관리 차원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매매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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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이 불러온 매수 심리 폭발과 수도권 외곽의 재편

전세 물건의 실종과 매매 전환의 거대한 물결

서울 및 수도권의 전세 시장은 이미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과거 안정적인 시기에는 전체 임대 물건 중 매매와 전세의 비율이 5대 5 혹은 6대 4 정도로 균형을 이뤘지만, 최근에는 전세 물건의 40% 정도가 아예 매매로 전환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남은 전세 물건은 약 2만 건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과거 안정기였던 시절의 3만 5천 건에 비하면 40% 이상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공급은 끊겼는데 수요는 줄어들지 않으니 전세 가격이 치솟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극에 달한다. 전세 대출 이자를 감당하느니 차라리 주택담보대출을 보태어 집을 사겠다는 판단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자산 관리의 관점에서 볼 때, 집값 상승기에 전세로 버티는 것이 오히려 거대한 자산 손실로 이어진다는 학습 효과가 이들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임차인들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매수 심리는 걷잡을 수 없이 자극받고 있다. 집값이 올라서 전월세에서 쫓겨나고 있는 이 현실은 세입자들에게는 가혹한 생존 게임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최근 경매 시장의 지표를 살펴보면 이러한 흐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감정가를 웃도는 강세를 이어가며 중저가 단지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도봉구 등 서울 외곽 지역뿐만 아니라 경기 지역의 안양시 만안구와 군포시 같은 비규제지역까지 응찰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전세난에 밀려난 실수요자들이 대출 가능한 선의 주거지를 찾아 사방으로 헤매고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조여도 실수요자의 매수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역별 양극화와 억울한 세입자들이 향하는 곳

그렇다고 모든 지역에서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강남이나 마포, 성동 같은 서울의 핵심 요지들은 전세와 매매의 가격 차이, 즉 갭이 여전히 거대하게 벌어져 있다.

어떤 단지들은 전세가율이 30~40% 바닥을 치고 있어서, 평범한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엄두도 못 낼 그림의 떡이다. 반면 노원구나 금천구 같은 지역은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의 70%를 훌쩍 넘어 80%에 육박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세가율이 이 지경까지 오르면 세입자들은 극심한 박탈감과 억울함을 느끼며 매매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전철역이 새로 개통되거나 신규 주택이 공급되는 수도권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토지 가격과 기회비용을 꼼꼼히 따져보았을 때, 이 가격 주고 이 정도면 차라리 내 집을 갖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치명적인 미스매치가 존재한다. 서울 인근에 4억~5억 원대 아파트들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나 단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철저하게 외면받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공급이 부족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의 공급이 막혀 있는 셈이다.

이러한 미스매치는 결국 주거 복지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도심 속 중저가 아파트는 자취를 감추고, 교통이 불편하거나 인프라가 부족한 외곽으로 밀려나는 청년들과 무주택자들의 한숨은 깊어져만 간다.

시장의 자율 기능에만 맡겨두기에는 이미 주거 사다리가 너무 심하게 훼손되어 버렸다. 실수요자들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동선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한다면, 부동산 정책은 늘 시장 뒤를 쫓아다니며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전세 안심 신탁 사업의 민낯과 기업 임대 시장의 명암

4%대 월세 수익의 허상과 제한적인 실효성

정부가 전세난을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대책 중 하나가 바로 '전세 안심 신탁 사업'이다.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HUG의 전세 안심 보호센터에 맡기면, 약 4.35% 수준의 월세 수익 기준을 적용하여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구조다. 은행 예금 금리가 3%대를 맴도는 상황에서 4%대라면 표면적으로는 솔깃한 제안처럼 들린다. 전세를 놓는 과정이 복잡하고 머리 아픈 임대인들에게 관리 서비스까지 덤으로 얹어주겠다고 하니, 정부 입장에서는 야심 차게 준비한 카드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기 그지없다. 저자의 냉정한 진단처럼, 이 제도를 이용할 사람은 전체 임대인의 5%에서 10% 남짓한 자산가들에 불과할 판이다. 특별히 돈을 많이 쓰거나 투자할 곳 마땅치 않은 이들이 관리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선택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나머지 90%에 달하는 대다수 임대인들은 그 보증금을 가지고 당장 잔금을 치러야 하거나 다른 사업 자금으로 굴려야 하는 처지다. 자금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이 신탁 제도가 일반 시장에서 통할 리 만부당하다.

전세 안심 신탁 사업은 어디까지나 선택사항일 뿐, 당장 시장의 숨통을 틔워줄 즉각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정부는 이 제도가 모든 임대인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착각했겠지만, 민간 임대 시장의 복잡한 생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책상머리 행정의 소산일 뿐이다. 제도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임대인들이 자금을 운용하는 데 숨통을 틔워주거나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껍데기뿐인 신탁 사업은 시장에서 외면당하기 딱 좋은 구조다.

기업 임대 시장의 유인책과 기존 제도와의 정면 충돌

다만 일반 개인 임대 시장과 달리, 기업 임대 시장이나 대규모 공공 리츠 사업에서는 이 전세 안심 신탁이 어느 정도 작동할 여지가 있다. 부영 같은 대형 임대 주택 건설회사나 LH가 참여하는 사업에서는 정부가 베네핏을 얹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를 확보하고 PF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전세 안심 신탁에 보증금을 맡기는 조건으로 기금 이자를 장기 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증 액수가 늘어나고 저금리 기금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금 압박을 덜면서 10년 임대 기간을 채울 수 있는 유인책이 생긴다. 10년 뒤 분양 전환 시점에 얻을 수 있는 시세 차익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기업들은 이 게임에 뛰어들 명분이 생긴다. 하지만 여기서 치명적인 모순이 발생한다.

이미 장기 민간 임대 아파트들은 기존의 허구 보증보험 제도를 통해 보증금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는데, 굳이 이 복잡한 전세 안심 신탁 사업으로 갈아탈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이다.

정부가 제도를 새로 만들었다가 기존의 안정적인 제도와 충돌을 일으키는 꼴이다. 굳이 잘 돌아가고 있던 보증 체계를 흔들면서까지 새로운 신탁 사업을 강제하려고 하니 현장에서는 혼란만 가중된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판을 깔아주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위한 제도를 만들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임대 물량을 늘리고 시장을 안정시키고 싶다면, 이미 작동하고 있는 시스템의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짜 걸림돌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 책상머리 규제가 짓밟은 15만 채의 임대 주택

전세 사기 사태가 터지자 정부는 빌라 사기의 책임을 엉뚱하게도 장기 민간 임대 아파트 현장에까지 무차별적으로 들이밀었다. 전세보증보험 한도를 일률적으로 낮추어 버리면서, 나라가 지원하고 보증하여 아무런 문제가 없던 현장들까지 하루아침에 수십억 원의 보증금을 토해내야 하는 위기에 내몰렸다.

짓기도 바쁜 건설회사들이 갑작스러운 규제 폭탄에 부도 위기로 내몰리고, 수도권에서만 15만 채에 달하는 공급 물량이 멈춰 서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현장의 특성을 무시한 묻지마식 일률 규제야말로 지금의 전월세난을 키운 진짜 주범이다.

세제 개편의 역설과 엇나간 정부 정책의 궤적

다주택자 옥죄기가 불러온 전월세 물량 증발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시장에 명백한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전월세 시장의 숨통을 끊어놓는 자해 행위에 가깝다. 상생임대인이나 매입임대사업자들에게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집을 팔지 않으면 세제 감면 혜택을 다 없애겠다는 시그널을 보내면서, 시장에는 매도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다주택자와 매입임대사업자들을 악으로 규정하고 징벌적 세금을 매기겠다는 정부의 의도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치자. 전세 사기 세력에 대한 분노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다.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매입임대사업자들은 지난 수년 동안 4년에서 8년, 길게는 10년까지 연 임대료 상한 5% 규제에 묶여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지도 못한 채 전월세 시장의 완충 역할을 묵묵히 해왔다.

지금처럼 전월세난이 심각한 시기라면, 이들이 안정적으로 매물을 유지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오히려 이들에게 집을 강제로 팔게 하거나 임대 사업을 접게 만드는 세제 개편안을 밀어붙이니, 시장에 남을 전월세 물량이 온전할 리가 없다.

일부 관료들이 책상에 앉아서 "하라고 하니까 그냥 지침대로 한다"는 식의 행정을 펼친 결과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유예 기간을 두고 공급 물량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앞뒤 맥락 없이 칼부터 빼어드니 시장이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다. 정부가 스스로 전세난의 판을 깔아놓고 엉뚱한 곳에서 뺨을 맞는 형국이다. 정책이 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안을 부채질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언제쯤 깨달을 것인가.

대통령의 뜬금포 '대량 주택 매입' 발언이 남긴 상처

고금리와 경매 폭등으로 집값이 폭락할 경우 정부가 주택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안전판을 마련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이 발언을 접한 순간의 감정을 굳이 포장할 필요도 없다. "정말 기분 나쁘게 봤습니다." 전세난에 밀려 서민들이 쫓겨나고 집값이 다시 치솟아 올라 숨이 넘어갈 지경인데, 뜬금없이 국가가 집을 대량으로 사들이겠다는 구상을 내놓다니 이 무슨 맥락 없는 소리인가. 학교 갈 차비도 없고 당장 밥값이 없어 굶주린 아이에게 "열심히 공부하면 서울대 갈 수 있어"라고 떠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발언은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할 성격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토부 차관이나 실무 책임자가 저 밑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정책적 아이디어를, 국가 원수가 공식 석상에서 불쑥 던져버리니 시장은 혼란에 빠진다. "집값이 내린다는 거야, 폭락한다는 거야?" 혼란스러운 시그널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오해와 불신만 심어줄 뿐이다. 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온 배경에는 결국 "부동산 자신(간신)들이 청와대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관료들과 참모들이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진짜 전문가들이라면, "지금은 이 얘기를 꺼낼 타이밍이 아닙니다"라고 직언을 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채 엉뚱한 보고서를 올리고, 경매 물건이 늘어난다는 통계 몇 개에 겁을 먹고 이런 설익은 대책을 올렸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복싱 경기에서 한창 치열하게 주먹을 주고받으며 숨을 골라야 할 쉬는 시간에 밥을 먹으라고 들이미는 격이다. 정책의 타이밍과 수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관료들의 무능이 결국 최고 권력자의 입을 통해 실책으로 드러난 셈이다.

📊 금리의 내성과 과거 2022년의 공포를 착각하지 마라

2022년 기준금리가 3.5%를 넘어설 당시, 시장은 유례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0.5%라는 제로금리 가까운 바닥에서 급격하게 금리가 치솟다 보니 역전세가 터지고 경매 물건이 쏟아지면서 강남 아파트값마저 40% 폭락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그때의 3.5%는 시장 전체에 핵폭탄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금리 상황은 그대와 완전히 다르다. 2.5%와 2.75%를 거쳐 서서히 3%대에 안착한 지금은, 이미 시장 참여자들이 고금리 환경에 충분한 내성과 학습 효과를 갖춘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료들은 과거 2022년의 공포만을 단순 대입하여 "금리가 3%만 넘어가면 시장이 박살 난다"는 식의 겁을 집어먹고 있다. 내성이 생긴 시장의 체질을 무시하고 과거의 충격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정책 결정자 스스로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는 어리석은 짓이다.

정부 소통의 부재와 현장을 외면한 관료 사회의 적폐

국민 소통을 외치면서도 스파이처럼 박혀 있는 관료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어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공언할 때마다, 역설적으로 그동안 얼마나 국민과 담을 쌓고 지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 관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내는 정책들을 보면, 일반 국민의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들뜬 용어들만 가득하다.

국민 수용성이 제로에 가까운 정책을 뻔뻔하게 발표하면서 이게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우겨대니, 시장이 정부를 신뢰할 리 만부당하다.

권력의 주변에는 늘 영혼 없는 관료들과 무능한 참모들이 스파이처럼 도사리고 앉아 있다. 이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보고를 올릴 때, 옆에서 과감하게 "이건 아닙니다"라고 제동을 걸어줄 수 있는 브레이크가 청와대 내부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비극이다.

전문가들의 쓴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책상머리에 앉아 통계 숫자 몇 개만 주물러대며 세상이 자기들 뜻대로 움직일 것이라 착각하는 관료 사회의 고질병이 주거 시장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었다.

대통령 스스로도 주거 생활에 직결되는 부동산 문제만큼은 발언의 무게를 무겁게 가져가야 한다. 모든 것을 최고 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결정하고 여지를 차단해 버리면, 아래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할 관료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눈치만 보게 된다.

차관들이 마음껏 현장을 누비며 부딪히고 깨지면서 정책을 실험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주어야 한다. 대통령은 마지막 마진 노선으로 버티며 잘못된 것을 교정해 주는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소 정부 정책에 신뢰가 실릴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교한 주거 정책으로 나아가려면

결국 지금의 전월세 지옥과 부동산 시장의 혼란은 예견된 인재(人災)에 가깝다. 전세 물건이 마르고 세입자들이 매매로 내몰리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정부는 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징벌적 세제와 엉뚱한 규제로 공급의 맥을 끊어놓았다.

전세 안심 신탁이라는 실효성 없는 제도를 만병통치약처럼 포장하고, 장기 민간 임대 아파트 현장까지 보증 한도 축소라는 칼날로 난도질하며 15만 채의 공급 잠재력을 주저앉혔다. 시장의 실상을 외면한 채 관료들의 책상머리에서 튀어나온 규제들은 언제나 가장 약한 사람들의 주거 사다리를 먼저 무너뜨렸다.

이제라도 정부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국토부 관료들은 더 이상 낡은 통계에 기대어 공포를 조장하거나 뜬구름 잡는 소리를 멈추어야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실효성 없는 신탁 사업의 강위가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 멈춰 섰거나 지연되고 있는 주택 공급 현장에 신속한 금융 지원을 집중하는 일이다. 규제를 풀 곳은 과감하게 풀고, 지원할 곳은 확실하게 밀어주어야 시장이 숨을 쉴 수 있다.

결혼을 앞둔 청년 세대나 집 한 채 마련하려 눈물 흘리는 무주택자들에게 지금의 시장은 거대한 미로와 같다. 이들이 더 이상 불확실한 정책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정교하고 일관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겉으로는 소통을 외치면서 뒤로는 현장을 옥죄는 모순을 끝내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시장의 심판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매서울 것이다. 관료들은 책상에서 내려와 당장 현장의 목소리를 똑바로 들어야 한다.

💭 에디터의 단상 : 내 집 마련이라는 거대한 짐 앞에서

뉴스를 채널마다 돌려봐도 매일같이 나오는 부동산 뉴스에 지칠 대로 지친다. 전세값이 올랐다니, 집을 사야 한다니, 대출을 조인다니 하는 소리들은 이제 청년들에게 정보가 아니라 일종의 폭력처럼 다가온다.

주변의 친구들이나 후배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내가 과연 서울에 집 한 채라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깊은 무력감에 빠져 있다. 열심히 일해서 월급을 모으는 속도보다 집값이 치솟는 속도가 훨씬 빠른 세상에서, 주거 안정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니라 수십억의 빚을 감내해야만 얻을 수 있는 특권이 되어버린 것 같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이 늘 현장의 아픔을 비켜 가는 이유도 아마 이 기득권적 시선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민들이 겪는 전세난은 생존의 문제인데, 관료들에게는 통계표 위에서 지우고 고쳐야 할 숫자에 불과해 보인다.

집은 단순히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하루의 고된 노동을 마치고 돌아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최소한의 보물섬이어야 한다. 이 당연한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 진정한 봄은 오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이 거대한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무주택자로서, 정부가 제발 책상을 떠나 진짜 현장을 바라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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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불안을 잠재워야 할 정부가 오히려 불 불안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과연 누구를 믿고 주거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 것일지 깊은 회의가 드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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