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일,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예고되어 있다.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새롭게 출범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국민들이 염원해 온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실현하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개혁 과제가 드디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검찰이 독점해 온 막강한 수사권을 국민의 통제 아래 되돌려 놓겠다는 취지는 누구나 환영할 만한 변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지명 소식을 마주한 시민사회와 국민들 사이에서는 깊은 우려와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개혁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어야 할 자리에, 정작 개혁의 대상이었던 인물이 낙점되었기 때문이다.

김용민 후보자 지명,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해 온 과거
이번 중수청장 후보로 지명된 김용민 후보자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면, 과연 이 인사가 어울리는가 하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는 과거 검찰 재직 시절 내내 검찰의 직접 수사권 축소와 수사·기소 분리에 온몸으로 반대해 온 인물이다. 2022년 대검찰청 형사부장 재직 당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던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직접 브리핑 단상에까지 올랐던 전력이 선명하다. 당시 그가 보였던 모습은 개혁의 동반자라기보다는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방패에 가까웠다.
그랬던 사람이 정반대의 가치를 내걸고 출범하는 중수청의 수장으로 지명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거대한 모순이다. 중수청을 그토록 반대했던 인물이 최종 후보자가 되는 아이러니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득할 따름이다. 제도로서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이뤄냈으면 뭐 하겠는가. 정작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이 과거의 신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이는 사실상 수사와 기소의 인적 결합을 다시 시도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김용민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수사 기소 분리에 대한 입장 분명하게 밝히고 개혁 의지가 없다면 자진 사퇴하십시오." 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자신이 평생토록 반대해 온 기관의 수장이 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는,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에 대한 명백한 조롱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정치 검사의 궤적과 친윤 행적
김 후보자의 문제는 비단 수사기소 분리 반대 이력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검찰 내부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며 정치적 수사와 기소를 주도·방조해 온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2020년 서울고검 차장검사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와 징계 청구에 반발하며 검사장들이 집단 성명을 발표했을 때 그 역시 이름을 나란히 올렸다. 검찰 개혁의 파고 속에서 조직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권력의 편에 섰던 기억이 생생하다.
채널A 사건 당시 한동훈 전 장관을 수사하던 정진웅 검사를 무리하게 기소하는 데 앞장섰던 지휘 라인에도 그가 있었다. 당시의 무리한 칼날은 결국 법원에서 무죄로 판명되며 전형적인 수사 왜곡이자 정치 수사였음이 낱낱이 드러났다. 대검 형사부장 시절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기소를 최종 승인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심야 도피를 막으려던 이들을 오히려 범죄자로 몰아세웠던 그 무리한 기소 역시 무죄가 확정되며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사였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처럼 한동훈과 한몸을 탔던 전형적인 친윤 검사가 과연 야심 차게 출범하는 중수청을 이끌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행적이 이럴진대, 그가 과연 검찰의 낡은 관행과 악습을 끊어내고 새로운 수사 기관을 안착시킬 수 있을지 신뢰를 보내기는커녕 불안감만 커져 가는 것이 현실이다.
🔥 개혁의 성과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인사 농단
오랜 기간 국민의 피땀으로 일궈낸 검찰 개혁의 결실을, 어째서 하필 개혁에 가장 앞장서서 반대했던 이에게 맡기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시스템을 바꾸는 데 성공했으나 그 안에 채워 넣을 사람을 잘못 선택함으로써 제도 전체를 무력화시키는 최악의 자가당착이다.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인사가 이끄는 중수청은 제2의 검찰청으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흔들리는 개혁의 성과와 천문학적인 비용
1조 원 넘는 예산과 거대 조직의 탄생
실제로 이번에 출범하는 중수청과 공소청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정부가 발표한 2027년 예산안을 보면 법무·중대수사 분야 예산은 총 6조 1,2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2%나 급증했다. 이 중 중수청에는 4,724억 원, 공소청에는 무려 1조 854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배당되었다. 검찰청 폐지 이후 새롭게 짜여지는 사법 질서에 국가의 재정이 그야말로 쏟아부어지고 있는 셈이다.
조직의 외형 역시 거대하다. 중수청은 본청을 비롯해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에 총 2,874명의 정원을 확보했다. 특히 서울중수청 반독점수사국 정원만 122명으로 기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수사 인력의 7배를 넘고, 금융수사국 역시 남부지검 관련 부서의 3배가 넘는 규모로 출범한다.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국가보호, 사이버범죄와 법왜곡죄 등 7대 중대범죄를 정조준하며 막강한 칼날을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 거대하고 날카로운 권한을 쥔 조직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부대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청사 확보에만 1,204억 원이 투입되며, 특히 수원청이나 대전청 같은 곳은 임시 청사를 전전하다 다시 이전해야 하는 등 행정적 혼선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렇게 혈세를 쏟아부어 만든 조직이 개혁의 본령에서 벗어나 과거 검찰의 뻔한 권력 남용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그 분노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청문회 뒤로 숨어버린 후보자의 태도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막대한 우려와 비판 앞에서 김용민 후보자가 취하고 있는 비겁한 태도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동의하는지, 과거 자신의 반대 입장이 변했는지 묻는 거듭된 질문에 그는 한결같이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이 이끌 조직의 존재 이유와 철학조차 국민 앞에 먼저 털어놓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국가의 거대한 수사 기관을 이끌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단순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따져볼 기술적인 검증의 문제가 아니다. 기관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근본적인 철학의 문제를 두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공직 후보자로서 기본적인 자격 미달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과 같다. 청문회를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눈치를 보며 버틴다고 해서 과거의 행적이 지워지지는 않는다. 국민은 후보자의 모호한 변명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 수치로 드러난 거대 조직, 그 무게감
법무·중대수사 예산 6조 1,268억 원, 중수청 인원 2,874명. 이 거대한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조직의 확장이 아니다. 국민의 통제 아래 권력을 분산시키겠다는 개혁의 의지가 이 거대한 물리력에 먹혀들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이유를 이 숫자들이 증명하고 있다.
해외의 시선과 우리가 가야 할 길
선진국형 수사·기소 분리 모델의 교훈
눈을 돌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이미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는 상식에 가까운 글로벌 스탠다드다. 영국의 경우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고 왕립기소청(CPS)은 독자적 수사권 없이 기소 여부만을 판단한다. 미국 역시 연방과 주의 수사기관이 철저히 수사를 맡고, 기소는 선출직 지방검사가 담당하는 등 권력의 집중을 막기 위한 장치가 견고하게 짜여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겪어왔던 폐해는 바로 이 두 가지 권력이 한 칼자루에 쥐어져 있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검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하고,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는 구조 속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은 결국 정치적 목적과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남용되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고, 수십 년의 논쟁 끝에 비로소 법적 분리의 틀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적 성과의 완성 단계에서, 과거 수사권 유지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검찰 출신 인사를 수장에 앉히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퇴행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제도가 바뀌어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 인사는 아프게 찌르고 있다.
법철학적 관점에서 본 권한 분산의 의미
법학계와 형사정책 연구에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단순히 업무의 분할을 넘어, 국가 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민주적 통제의 핵심 장바로 평가받아 왔다. 사법부가 검찰의 권한을 통제하고, 수사와 기소가 서로를 견제하는 구조야말로 근대 형사법의 철학적 기반이다.
김 후보자가 과거 보여준 행적은 이러한 법철학적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는 국가 공권력이 수사 과정에서 범할 수 있는 인권 침해와 권력 남용을 통제하기보다는, 검찰 조직의 수사권을 유지하고 방어하는 데 골몰해 왔다. 그런 사람이 국가 최고의 중대범죄 수사 기관을 지휘하게 된다면, 그 조직은 민주적 통제는커녕 과거 검찰의 권위주의적 수사 방식을 음지로 숨겨 이어 나가는 통로로 전락할 위험이 매우 높다.
💡 핵심 요약해보면
-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 출범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위한 역사적 결실이다.
- 과거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하고 정치 수사에 앞장섰던 김용민 후보자의 지명은 이 개혁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심각한 모순이다.
- 후보자는 청문회 뒤로 숨지 말고 자신의 철학적 변화와 과거 행적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야 하며, 자격이 없다면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
개혁의 성공을 위한 마지막 경고
탈출구를 찾기보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
김용민 후보자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고,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명분 있는 길 역시 좁아지고 있다. 당장의 인사청문회를 임시방편으로 모면하기 위해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지키려 한다면, 그 역풍은 온전히 정권과 후보자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변명과 눈치보기로 점철된 정치 검사의 뻔한 리더십을 용납할 여유가 없다.
"수사 기소 분리에 대한 본질적인 철학의 변화를 국민 앞에 명확히 증명해낼 자신이 없다면 본인에게 맞지 않는 옷에 억지로 마치려 하지 말고 즉각 자진 사퇴하기 바랍니다." 라는 촉구는 단순한 정치적 공세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 검찰 개혁의 길목마다 상처 입어 온 국민들이 던지는 최소한의 상식적인 요구다.
개혁은 의지가 있는 자만이 완수할 수 있다. 수사권 분리의 가치를 믿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권력의 편에 서서 무리한 수사를 일삼았던 이가 새로운 수사 기관의 수장이 되는 순간, 1조 원 넘는 예산과 수많은 인력이 투입된 중수청은 개혁의 보루가 아니라 또 다른 권력의 흉기로 변할 뿐이다. 후보자 본인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에디터의 단상
우리가 이토록 매섭게 인사를 비판하는 이유는 제도의 완성에 취해 사람을 놓치는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법조문 하나 바꾼다고 세상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뼈저리게 경험해 왔다. 김용민 후보자가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자신이 걸어온 과거의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개혁의 방향 사이에서 어떤 괴리가 있는지 거울을 보듯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옷이 몸에 맞지 않으면 억지로 욱여넣을 것이 아니라 벗는 것이 용기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허울 좋은 감투가 아니라 진정한 개혁의 실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제도를 바꾼 이들의 손으로 제도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비극만큼은, 이번만큼은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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