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안의 공기는 늘 무겁지만, 이날 서울고등법원 제509호 법정의 무게는 여느 때와는 결코 결을 달리하고 있었다. 재판장이 피고인을 향해 일어설 것을 지시하고 내뱉은 한마디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또 하나의 굵직한 이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징역 7년. 그것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우리가 지난 겨울 목격했던 그 비상식적인 밤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새삼 실감하게 만든다. 📉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을 때부터 이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순리였을지도 모른다. 1심 재판부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을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으나, 특검이 구형했던 징역 15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형량이었다. 애초에 특검이 법정에서 징역 15년을 벼르며 매섭게 몰아쳤던 이유가 다 있었음에도, 1심의 시선은 너무도 너그러웠던 셈이다. 게다가 일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면서 과연 이 판결이 헌정 파괴 세력에게 내려질 마땅한 응징인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이 가볍다며 이를 파기하고 징역 9년이라는 더 엄중한 형사적 책임을 선고했다.
역사는 우연히 움직이지 않고, 법의 심판 역시 뼈아픈 기록 위에서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간다. 12·3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국가의 중책을 맡았던 이들이 어떻게 헌법적 책임을 외면했는지, 그리고 사법부가 그 책임을 어떻게 물었는지 차근차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항소심 판결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를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

1심의 헐거웠던 방패, 항소심에서 매섭게 깨지다
유리한 정황이라는 허울과 제한적인 책임론
1심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이 내세웠던 방어 논리는 대개 '주도적 계획자가 아니었다'는 점에 맞춰져 있었다. 실제로 윤석열, 김용현 등의 내란 행위에 대해 계엄 선포 이전에 이를 모의하거나 예비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고, 단선 단수 조치의 실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되기도 했다. 전체 폭동 행위 중 관여 비중이 크지 않고, 전과가 없다는 점도 방어막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국가 최고 고위직을 지낸 이의 범죄에 있어 전과 부존재라는 방패는 그리 오래 버틸 수 없는 허술한 것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지점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와 경력, 그리고 이 사건 범죄가 지닌 국가적 파괴력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단순히 지금까지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사유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고려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선을 그었다. 법은 평범한 시민에게 적용되는 잣대와 국가 권력의 중추에서 헌정을 유린한 자에게 적용되는 잣대가 같을 수 없음을 명확히 한 셈이다. 처벌 전력이 없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기엔 그가 저지른 과오의 덩치가 너무나도 컸다.
돌이켜보면 이 사태의 본질은 권력의 수뇌부가 어떻게 국민을 배신했는가에 있다. 아무리 주도면밀한 사전 모의가 눈에 띄지 않았다 하더라도, 최고 권력자의 부당한 지시가 떨어졌을 때 시스템 내부에서 이를 제어해야 할 국무위원이 오히려 그 실행의 하수인이 되었다면 그 죄질은 오히려 더 악질적이라 보아야 타당하다. 1심의 판결이 품었던 일종의 온정주의는 결국 사법 정의의 눈높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
비난 가능성을 키운 뻔뻔한 태도와 회피의 기록
재판부가 형량을 오히려 2년이나 늘려 징역 9년을 선고한 결정적 배경에는 피고인의 '태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수사기관의 문을 두드릴 때부터 항소심 법정에 서기까지, 피고인은 비상계엄 선포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자신의 법적 책임을 애써 눈감고 회피하려는 모습은 그야말로 반성의 기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뻔뻔함의 연속이었다. 잘못을 저지른 이후 보여주는 태도가 재판의 양형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피고인은 끝까지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설령 피고인이 마음속으로 비상계엄에 반대했거나 남몰래 만류하려 애썼다는 변명이 사실이라 한들, 법적 책임의 무게는 조금도 가벼워질 수 없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협조 지시를 이행할지 말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와 권한이 분명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결단해야 할 결정적인 순간에 그는 저항이 아닌 굴종을 선택했고, 위법한 지시에 따르는 길을 스스로 골랐다. 그 선택의 결과가 바로 이 무거운 심판이다.
결국 범행 후의 정황이 좋지 않다는 점은 양형 심사에서 가장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독소였다.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증언거부권을 포기하고 적극적으로 위증을 일삼았다는 사실 역시 그의 죄질을 무겁게 짓눌렀다. 권력의 그늘 뒤에 숨어 법의 허점을 빠져나가려던 얄팍한 시도들은 결국 더 혹독한 대가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스스로 파낸 함정에 스스로 걸려든 꼴이니, 누구를 원망할 수 있겠는가. 😒
내란죄의 본질과 헌정 질서 파괴의 무거움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폭력에 대한 단호한 심판
형법전의 가장 앞머리에 내란죄가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형법 제2편 각칙의 소주에 규정된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과 헌법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우리 헌법이 뿌리내리고 있는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기본권 보장, 그리고 법치주의의 가치들은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역사적 경험, 그리고 치열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겨우 정립되어 온 소중한 자산이다. 이를 헌법이 정한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절차가 아니라 폭력과 위협이라는 야만적 수단으로 마비시키려는 시도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중대 범죄다.
만약 폭력에 의해 국민적 합의로 성립한 현재의 헌법질서가 한 번 무너지게 된다면, 그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불가능에 가까운 대가를 치르게 된다. 역사 속에서 독재와 쿠데타가 남긴 상흔이 얼마나 깊고 오래갔는지를 떠올려보면 이는 명백한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란 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엄중한 처벌이 필수적이다. 법원이 이번 재판에서 보여준 단호함은 바로 이 헌정 질서의 마지노선을 지키겠다는 최소한의 의지 표현이다. 🛡️
과거 대한민국이 겪어왔던 어두운 시기의 법적 단죄들을 돌이켜봐도,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여 헌법기관의 기능을 소멸시키려 한 행위는 언제나 역사적 심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번 사건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사법부는 법조문 뒤에 숨은 추상적인 논리가 아니라, 폭력이 민주주의를 짓밟았을 때 사회가 치르는 현실적 비용이 얼마나 막대한지를 정확히 직시하고 판결문에 녹여냈다. 이 엄정한 경고가 앞으로 대한민국 땅에서 두 다시는 계엄령이라는 망령이 고개를 들지 못하게 만드는 단단한 빗장이 되기를 바란다.
헌법적 책임을 외면한 고위 공직자의 타락
내란 중요임무 종사 범행의 핵심은 윤석열로부터 받은 위법한 지시를 소방청장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과정에 있었다. 피고인은 이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전화 한 통을 넣었을 뿐이라며 그 행위의 의미를 축소하려 들었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에 불과하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던 그는 국민의 안전과 재난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해야 할 막중한 자리였다. 그런 지위에 있는 사람이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는 불법 행위의 전달책 노릇을 자처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 비난 가능성의 크기는 한계치를 넘어선다.
더구나 그는 국방부 장관과 더불어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나 해제를 건의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 단 두 명뿐인 국무위원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비상계엄의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좌해야 할 헌법적 책무가 그에게 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엄 선포가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명백한 위법임을 알면서도 이를 방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위법한 계엄을 정당화하고 유지하는 데 주된 수단으로 동참했다. 헌법상·법률상 부여된 막중한 책무를 내팽개친 배신행위였다고 평가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결과적으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피고인의 선처를 위한 근거가 될 수 없다. 그것은 피고인의 양심이나 의도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라, 계엄 선포가 당초 예정보다 지연되고 국회가 발 빠르게 해제 결의를 이뤄낸 덕분이었다. 여기에 피고인의 지시가 지닌 불법성을 기민하게 알아차린 소방청장과 차장이 그 위험성을 덜어내려 우회적으로 대응했던 현장의 지혜가 있었기에 참사를 면할 수 있었다. 피고인의 의도가 아닌 타인들의 저항과 우연한 정황들로 빚어진 결과를 두고 피고인의 죄가 가벼워진다고 우기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언론을 향한 칼날과 소방공무원들이 입은 상처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던 비열한 시도
비상계엄 당시 소방청장에게 내려진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심장을 겨눈 흉기였다. 이는 단순히 언론과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는 폭거였다. 물리적인 단전과 단수를 동원해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 보도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발상은, 독재 정권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삼류 음모론의 실현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그 언론사 건물 내부에는 밤낮없이 일하는 국민들의 생명과 신체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일터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다.
합법적인 비상계엄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국민의 기본적인 안전을 위협하는 이런 위법한 조치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초적인 산소와 같은 것인데, 이를 강제로 차단하려 했다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영구적인 독재의 길로 걸어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권력의 비리를 감추고 비판을 입막음하기 위해 공공의 인프라를 무기로 사용하려 한 발상은 그 동기부터가 대단히 불순하고 야비했다. 📉
만약 그날 소방당국이 위법한 지시를 여과 없이 그대로 따랐다면 대한민국은 수십 년 전의 어두운 과거로 순식간에 회귀했을 것이다. 언론사가 암흑 속에 잠기고 진실이 침묵하는 동안 권력자는 폭력으로 사회를 장악하려 했을 상상을 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재판부가 이 대목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의 죄책을 무겁게 물은 것은,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어렵게 쟁취한 가치인지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당연한 귀결이다.
재난 현장의 영웅들을 내란에 끌어들이다
이 사건이 남긴 또 하나의 씁쓸하고도 분노스러운 지점은 바로 화재와 재난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소방공무원들이 입은 정신적 상처다. 피고인의 무책임한 지시 하나 때문에,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밤낮으로 출동하던 다수의 소방공무원들이 영문도 모른 채 내란 범죄 연루자라는 오해를 사며 고강도 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국민의 안전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이라는 자가, 오히려 일선에서 가장 고생하는 소방관들의 자부심을 짓밟고 그들을 정치적 범죄의 소용돌이에 밀어 넣은 것이다. 😡
현장에서 국민의 목숨을 건져 올리는 이들에게 정치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강요한 것은 공직 사회의 기강을 완전히 무너뜨린 파괴적인 사건이었다. 소방청장과 차장이 불법성을 인식하고 우회로를 찾아내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소방관들이 영문도 모른 채 헌정 파괴 공범으로 낙인찍힐 뻔했다. 이들이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과 자괴감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폭력이었다. 장관이라는 자리에 앉아 부하 직원의 안전과 명예를 지켜주기는커녕 범죄의 방패막이로 쓰려 했던 그 파렴치함에 대해서는 그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다.
결국 피고인은 법정에 서서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위증을 마다하지 않는 파행을 보여주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와 관련된 문건 전달 사실이나 단전·단수 지시 관련 증언들에서 진실을 숨기려던 그의 몸부림은 범행 후의 정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수였다. 1심의 형량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한 항소심 재판부의 목소리에는, 이토록 죄질이 불량한 피고인에게 더 엄중한 법의 심판을 내려야만 한다는 사법부의 최소한의 양심이 담겨 있다.
💡 요약해보면
- 1심의 징역 7년 선고가 너무 가볍다고 판단한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파기하고 징역 9년을 선고함.
-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언론사 단전·단수를 소방청장에 지시한 행위는 명백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함.
- 수사 과정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반성 없이 책임을 회피하고 위증을 일삼은 태도가 중형 선고의 결정적 원인이 됨.
🔥 권력이 사유화될 때 민주주의가 치르는 대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막중한 권한을 국민이 아니라 정권의 안위를 위해 휘두를 때, 그 국가적 손실은 고스란히 평범한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상민 전 장관의 징역 9년 선고는 고위 공직자가 헌정 질서를 배신했을 때 치러야 하는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지 보여주는 명백한 경고다.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온 뒤에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뻔뻔함은 사법의 엄정한 심판 앞에서 결코 통할 수 없다.
📊 숫자로 보면
특검이 최초 구형했던 징역 15년의 절반을 겨우 넘긴 1심의 징역 7년은 국민의 법 감정과 사법 정의의 눈높이에 턱없이 부족했다. 항소심이 선고한 징역 9년은 그 간극을 조금이나마 메우며 권력형 범죄에 대한 엄벌 의지를 다진 최소한의 수치적 진전이다.
💭 에디터의 단상
우리가 역사에서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잘못을 저지른 자들이 결국에는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단순한 진실이다. 비상계엄이라는 황당무계한 하룻밤의 소동은 대한민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우리 제도가 얼마나 단단한 시민의식과 법적 절차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계기도 되었다. 장관이라는 찬란한 타이틀 뒤에 숨어 법의 그물을 빠져나가려던 이들의 말로가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른다.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 했던 세력에 대한 단죄가 대법원에서도 흔들림 없이 이어지기를 차분한 마음으로 지켜볼 따름이다. 💡
사법부의 이번 판결은 비록 아쉬운 부분이 남을지라도 권력의 중심에 있던 이들에게 법의 엄중함을 일깨워준 소중한 판결이다. 헌법의 가치를 짓밟고 국민을 배신한 이들이 설 자리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어야 한다.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모든 시도들은 결국 오늘과 같은 준엄한 심판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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