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 뉴스판을 보면 참 기묘하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어째 돌아가는 풍경은 그리 새롭지가 않다. 지지율이 흔들린다 싶으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측근들의 비밀회동’ 소식이 그 대표적이다. 📉
얼마 전 터져 나온 친명계 원조 모임인 이른바 '7인회'의 회동 소식을 보면서, 필자는 이들이 내놓은 진단과 그 주변에서 오가는 해법들을 차근차근 뜯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정성호, 김영진, 문진석, 김남국 의원과 김병욱, 이규민, 임종성 전 의원까지 총 7인으로 구성된 이 그룹은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훨씬 전부터 함께해 온 가장 오래된 측근들이다. 이들이 모여 나눈 대화의 알맹이는 생각보다 훨씬 무겁고 또 씁쓸했다. 🔍

💡 요약해보면
- 친명계 핵심 '7인회'가 지지율 하락 국면을 맞아 회동을 가졌으나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며 한계를 토로했다.
- 정치적 비판을 마주할 때 상대방의 동기를 사익으로 단정 짓는 '독심술적 사고방식'이 대화를 가로막고 있다.
-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의 구체적인 사과 사례를 누락한 채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비교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친명 7인회의 비밀회동과 '해결책 부재'라는 고백
지난주 회동이 남긴 씁쓸한 뒷모습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6개 부처 개각 이후 친명계의 뿌리와도 같은 7인회 일부 멤버들이 다시 모였다고 한다. 이들이 모인 표면적인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문제를 심각하게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뉴스1 등의 보도를 통해 전해진 참석자의 발언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지지율이 거의 반토막 났는데, 민주당 당원이면 누구나 다 걱정하고 있는 문제다. 당장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반전 계기가 없는 게 주론인데 우리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는 이야기가 오갔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대통령의 곁을 지키며 정국의 흐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온 이들이 내놓은 진단이 고작 "뾰족한 수가 없다"는 탄식이라니, 듣는 이의 허탈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들은 이번 모임에서 아예 7인회라는 모임 자체를 이제 그만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눴다고 전해진다. 정부가 안정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자칫 측근 정치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지지율이 위기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모여 대책을 논의한 이들이 바로 그 측근들이라는 점에서 모순은 깊어진다. 공식 조직 밖의 오랜 인맥 네트워크가 여전히 물밑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진단이 틀렸는데 처방이 나올 리 만만치 않다
이들이 모여서 내놓은 결론이 "답이 없다"인 이유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병이 너무 깊어서 치료 불가능한 불치병인 것과, 병명을 애초에 엉뚱하게 진단해서 계속 다른 약만 처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금 정권이 마주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어디서 찾고 있는가? 환자가 아프다고 소리치는데, 의사는 환자의 체질이나 생활 습관을 살필 생각은 안 하고 자꾸 외부에서 날아온 바이러스 탓만 하고 있는 꼴이다.
정성호, 김영진, 문진석, 김남국, 김병욱, 이규민, 임종성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핵심 인물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과 정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정작 가장 가까운 곳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야 할 측근들이 오히려 대통령의 심기나 보호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세 분석 자체가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
역대 정부의 지지율 하락 시기를 돌이켜봐도 숫자가 떨어지는 것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하락의 진짜 원인을 외면하는 태도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메르스 사태로 지지율이 29%까지 고꾸라졌을 때나,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악재와 재보궐선거 참패로 29%를 찍었을 때를 떠올려보라. 그때마다 정권은 숫자 뒤에 숨거나 남 탓을 하기보다, 결국 국정 방식을 바꾸거나 민심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비틀어야만 간신히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지금 7인회가 마주한 공백은 능력의 부족이라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인식의 한계에 가깝다.
의도 추측이라는 함정: '독심술적 사고방식'의 위험성
상대의 마음을 먼저 재단하는 태도
정치 평론이나 지지층 내부의 토론을 지켜보면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리적 토론이 이어져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상대방의 '동기'와 '마음속 의도'를 먼저 규정해 버리는 버릇이 자리 잡았다. 아고라 등에서 나온 오윤혜 씨의 발언은 이러한 단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나같이 나의 어떤 정책으로 인해서 국민들의 삶이 바뀌는 것 자체가 행복인 사람도 있다"며 대통령의 의도를 '선한 것'으로 확정했다. 반면에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거나 설명을 요구하는 이들을 향해서는 "지금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서 명분도 없는 주장을 하는 분들", "그룹과 수준 자체가 다르다"며 그 동기를 사익 추구로 깎아내렸다. 🛑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독심술적 사고방식'이다. 사람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먼저 확정해 버리면 그다음부터는 모든 논리가 망가진다. 대통령에게는 선한 의도가 있으니 어떤 정책적 실패나 지지율 하락이 발생해도 대통령이 원인일 리가 없다는 결론이 미리 도출된다. 반대로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되므로, 그가 내놓는 합리적인 데이터나 날카로운 지적조차 진지하게 검토할 가치가 없는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하나: 사실을 외면하는 면죄부
정치에서 '마음속 진심'이나 '선한 의도'는 정책적 실패를 가려주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국민이 투표로 평가하는 것은 지도자의 가슴속 따뜻한 온도가 아니라, 그가 내린 선택이 가져온 구체적인 삶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선의가 오류의 면책사유가 되는 순간, 정치는 수정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게 된다.
확성기가 소리를 만들 수는 없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모든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는 기괴한 집착이 생겨난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유튜브 평론가들이 분열을 부추긴다", "일부 지지자들이 과격해서 그렇다"며 화살을 돌린다. 물론 확성기 역할을 하는 매체가 갈등을 증폭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확성기가 소리를 키웠다고 해서 그 소리를 처음 만들어낸 사람이 확성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갈등의 불씨는 언제나 권력자의 잘못된 선택이나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사람들은 원래 우리를 흔들려는 세력이야"라고 선을 그어버리면, 내부의 곪은 상처는 터질 때까지 방치될 수밖에 없다. 대화가 끊기고 논리가 실종된 자리에 남는 것은 오직 '우리 편과 적'을 나누는 삭살한 진영 논리뿐이다. 👀
결국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나 변화를 원한다면, 비판자를 향해 "사익을 추구한다"는 주술을 외울 게 아니라 그들이 내미는 지표와 비판의 내용 자체를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근거를 가지고 토론하는 대신 인신공격성 동기 추측으로 도망치는 것은, 스스로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시절과의 비교, 그리고 사실관계의 왜곡
사과를 요구받는 대통령과 이미 사과했던 대통령
현 정권을 방어하는 논리 중 단골로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바로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의 프레임이다. 당시 조국, 추미애 두 전 장관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진영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을 때, 진보 진영 내부나 소위 김어준 같은 스피커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직접 나와 사과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냐는 주장이다. "그때는 가만히 있더니 왜 지금 와서 자꾸 사과하라고 하느냐, 명분이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주장은 전제부터가 완전히 틀린 명백한 사실관계의 오류다. 진영 논리를 떠나서 기록된 역사와 당시의 보도들을 조금만 찾아보면 얼마나 터무니없는 소리인지 금방 드러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미 갈등의 고비마다 직접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
구체적인 사례를 떠올려보자. 2019년 10월 14일, 조국 전 장관이 사퇴했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갈등이 극에 달해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후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 갈등 국면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정말 송구스럽다"고 거듭 사과했다.
📊 숫자가 아니라 역사가 말해주는 진실
사과를 이미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했던 대통령과, 지금 시점에서 설명과 사과를 요구받고 있는 대통령을 동일선상에 놓고 "그때는 왜 사과 요구를 안 했냐"고 묻는 것은 그야말로 어폐가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미 했으니까 그때는 그렇게 넘어갔던 것이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방어 논리를 세우려다 보니 억지 주장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
역대 지지율 하락기에서 배우는 교훈
정치적 위기 앞에서 진영의 호위무사들이 취하는 가장 흔한 실수는 과거를 입맛에 맞게 재단하는 것이다. 지지율이 30대 중후반으로 내려앉았을 때, 이것이 일시적인 흔들림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민심반응인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정권도 살고 나라도 산다.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 통계를 보면 30%대 진입이 곧바로 정권의 몰락을 뜻하진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박근혜 전 대통령은 메르스 여파로 29%까지 떨어졌지만 8·25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라는 외교적 돌파구를 통해 54%까지 반등에 성공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4·7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29%까지 내려앉았으나, 한미 정상회담 이후 외교 성과와 코로나19 대응 평가를 바탕으로 다시 40선 회복을 이뤄냈다.
이 역사적 사실들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바가 무엇인가? 지지율 반등의 열쇠는 "비판하는 세력들이 사익을 추구한다"고 저주를 퍼붓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적 성과와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에 있었다는 점이다. 악재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고 "우리는 선하다"고 외쳐봐야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외면뿐이다. 진정으로 대통령을 위하고 정권을 지키고 싶다면, 쓴소리를 '적의 공세'로 치부할 게 아니라 아픈 매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진짜 위기는 '위기를 모르는 것'에 있다
측근 정치가 낳은 고립감
다시 친명 7인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들이 비밀리에 모여 "뾰족한 수가 없다"며 탄식한 그 이면에는, 역설적이게도 그들 자신이 만들어낸 거대한 고립감이 도사리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이재명 대통령과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이들이야말로 정권의 가장 든든한 자산일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한 진영의 울타리를 치는 주원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민심이 등을 돌리는 신호가 감지될 때, 바깥세상의 매서운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대책을 세워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성벽 안에 숨어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은 썩 보기 좋지 않다. "우리라고 별수가 있겠느냐"는 말 속에는, 비판을 수용하기보다 사태가 알아서 지나가기를 바라는 방관자의 태도가 묻어난다.
정치란 생물과 같아서 멈춰 서서 고민만 하는 사이에 민심은 멀어져 간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 권력의 비대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 계속되는 경제적 불안과 물가 상승,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 등 산적한 현안이 수없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측근들이 모여 "답이 없다"며 한숨을 쉰다면, 국민은 도대체 누구를 믿고 정권을 지지해야 한단 말인가?
💭 에디터의 단상: 쓴소리를 마다하는 권력의 말로
우리는 역사의 여러 국면에서 권력이 스스로 만든 환상에 갇혀 몰락하는 과정을 너무나 자주 지켜보았다. 대통령에게 선한 의도가 있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성남시장 시절과 경기도지사 시절 보여주었던 행정적 성취와 변화를 향한 열정을 기억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경계해야 한다. "나는 선하다"는 확신이 "내 정책은 언제나 옳다"는 독선으로 이어지는 순간, 정치는 국민의 삶과 멀어지기 시작한다. 지지율의 하락은 단순한 숫자의 장난이 아니라, 우리 삶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무서운 경고등이다. 측근들이 모여 한탄이나 할 때가 아니라, 성벽을 허물고 국민의 거친 비판을 정면으로 수용할 때 비로소 반전의 계기는 찾아올 것이다. 💡
결국 답은 늘 현장에 있고, 그 현장의 목소리는 언제나 우리가 듣기 불편한 곳에서 흘러나온다. 뾰족한 수가 없다고 주저앉기 전에, 진단부터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이 유일한 출구다.
우리는 과연 언제쯤 선의의 가면을 벗고 온전한 결과로 평가받는 정치를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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