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공급만 늘리면 전 인구가 서울에 살 겁니다” 집값 못 잡는 진짜 이유 | 경읽남과 토론합시다 | 3자토론 김인만x한문도x김광석

어느 날 갑자기 뉴스에서 서울에 집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공급만이 살길이다라는 구호가 전국을 뒤덮고, 곳곳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말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풍경,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기묘하게 뒤틀려 있다. 우리는 지금 '공급'이라는 마법 주문을 외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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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람이 몰리니 집을 더 짓겠다. 지극히 단순한 경제 논리 같지만,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서울 과밀화라는 거대한 블랙홀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일자리가 있는 곳에 사람이 살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다시 집이 필요해지는 '엔드리스 게임'의 굴레. 우리가 진짜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그 쳇바퀴의 틈새다. 👀

끝없는 공급의 늪, 그 끝은 어디인가

아파트 위에 아파트를 짓는 방식의 한계

용산 공원, 어린이 공원, 심지어 재개발이 가능한 모든 노후 부지까지. 정부는 어떻게든 서울의 빈틈을 찾아내 건물을 올리려 애쓴다. 하지만 공급이 늘어날수록 서울로 향하는 열망은 오히려 더 강화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애초에 서울에 주거의 무게중심이 쏠려 있는데, 공급이라는 당근을 흔들면 사람들은 더더욱 서울 진입을 포기하지 않게 된다.

이는 마치 고속도로 정체를 해결하겠다고 차선을 계속 늘리는 것과 같다. 차선이 늘어나면 더 많은 차가 몰려들어 결국 정체는 원래대로 돌아온다. 산업과 일자리가 비수도권으로 퍼지지 않는 한, 서울 공급 대책은 그저 서울의 팽창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이주 수요가 불러오는 도돌이표

더 무서운 것은 '이주 수요'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곳에 살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인구가 이동한다. 기존에 살던 곳은 또다시 빈집이 생기고, 서울 안에서도 끊임없이 인구가 이동하며 공급을 요구한다. 우리는 지금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소모전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 요약해보면

  • 서울 공급만 늘리는 전략은 도시 과밀화를 가속화할 뿐이다.
  • 집을 지어도 다시 인구가 이동하는 '엔드리스 게임'이 반복되고 있다.
  • 결국 산업 분산과 일자리 균형이라는 근본적 해법이 병행되어야 한다.

금융이라는 이름의 얄팍한 처방전

청년의 목소리를 외면한 핀셋 대출

최근 4억 이하 비아파트 대상 저리 대출 정책이 등장했다. 물론 숨통을 틔워주는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현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헛웃음이 나올지도 모른다. 청년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삶이 안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주거지이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억지스러운 비아파트 매입이 아니다.

대출 문턱을 낮추는 방향성은 좋지만, 왜 하필 비아파트인가. 무주택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주지 않는 정책은 결국 청년들을 다시금 정책의 들러리로 세우는 모양새다. 집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지 않더라도, 적어도 생애 첫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훨씬 유연한 금융의 손길이 필요하다.

🔥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하나

정부의 금융 대책은 지나치게 '땜질식'이다.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 대출 조건만 조금씩 비틀어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행태는, 오히려 정책의 신뢰도만 떨어뜨린다. 진짜 해결하고 싶다면 청년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과 위치의 주택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지, 왜 자꾸 특정 형태의 주거지에만 금융 지원을 한정하는가?

부동산 PF, 터지기 직전의 폭탄인가

정책의 일관성을 잃어버린 관리자들

부동산 PF 부실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시한폭탄 중 하나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진 건설사 대출 제약은 시장에 경고음을 울리는 필수적인 조치였다. 그런데 공급이 급하다는 이유로 다시 PF를 풀어주려 한다? 📉 이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자, 언젠가 터질 문제를 뒤로 미루는 무책임한 처사다.

정책에는 일관성이 생명이다. 부실을 막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더니, 공급 실적을 내기 위해 다시 빗장을 여는 이 변덕스러운 행보를 시장 참여자들은 어떻게 보겠는가.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실질적인 통제 기제를 놔두고, 다시 대출을 통해 시장을 자극하는 것은 부실의 악순환을 재현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 숫자로 보면

대출 태도 지수가 0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금융권이 건설 PF를 얼마나 위험하게 보고 있는지 방증한다. 지표가 경고를 보내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다시 유동성을 주입하는 것은, 단순히 시장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금융 위기의 불씨를 키우는 행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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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의 단상

매일같이 쏟아지는 부동산 대책을 보며 느끼는 건, 우리가 정말 '집'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집은 누군가에게는 투기의 대상이고, 노군가에게는 평생의 숙원이다. 하지만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집은 그저 '숫자'로 관리해야 할 대상인 듯하다. 공급 몇 만 호, 대출 얼마 지원. 이 단편적인 숫자 속에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형태가 담겨 있을까 싶었다.

공급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라면 진작 해결되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 서울이 아니더라도 살 만한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그곳에서도 충분히 문화적·경제적 풍요를 누릴 수 있다면 누가 기를 쓰고 서울의 좁은 아파트 한 칸에 목을 매겠는가. 결국 해법은 기술적인 공급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물리적·경제적 구조를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닿아 있다. 정책 당국이 전문가들의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장의 실적보다는 10년 뒤의 도시를 생각하는 정책을 펼쳐주길 바랄 뿐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건설 현장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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