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 물고기에 올인한 3인방 #이완옥 #황선도 #최상호

세상에는 참 별별 직업이 다 있다지만, 아픈 물고기를 치료하기 위해 청진기를 들이대고 수술 칼을 쥐는 사람이 있다면 귀를 의심할지도 모른다. 횟집 수족관에서 파닥거리는 우럭이나 매운탕에 들어가는 쏘가리 말고, 집 안 거실 한켠에 놓인 작은 유리 수조 속에서 아가미를 미세하게 떨고 있는 반려물고기를 진료하는 세상이다. 개나 고양이처럼 털을 쓰다듬을 수도 없고, 안아줄 수도 없는 작은 생명들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 다음으로 국내에서 많이 키우는 반려동물이 바로 물고기라고 하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세상의 풍경이 꽤나 다채로워진 셈이다. 📉

구석진 곳에서 조용히 취미로만 여겨지던 관상어 시장은 이미 수천억 원 규모로 덩치를 키웠고, 그 생태계의 최전선에는 평생을 물고기 연구에 바쳐온 괴짜 전문가들이 버티고 있다. 「월말 김어준」에 출연한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이완옥 회장과 해양생태학자 황선도 작가, 그리고 서울 유일의 관상어 전문 물고기 병원을 운영하는 최상호 원장의 이야기는 단순히 물고기 몇 마리 잡는 은퇴자들의 수다로 치부하기엔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묵묵히 물속을 들여다본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좁은 시야로 세상을 재단하고 살았는지 문득 부끄러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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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연구의 최전선, 신종 발견과 기록의 무게

민물고기 분류학 1세대와 평생의 기록

이완옥 회장이 걸어온 길은 대한민국 내수면 생태계 연구의 역사 그 자체다. 70년대와 60년대를 거쳐 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너스레를 떨지만, 그가 45년 동안 세종금끝 문여도라는 섬에서부터 쌓아온 데이터는 한국 민물고기 보존의 뼈대를 이룬다. 어린 시절 매일 같이 물가에서 물고기와 뛰어놀던 기억이 평생의 업이 되었다는 대목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지도교수가 민물고기를 전공한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발을 들였다지만, 결국 박사 학위는 바닷고기로 받고도 정작 평생은 다시 민물고기로 돌아와 연구를 지속했다는 이야기는 인생이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거대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

그가 45년의 세월 동안 오롯이 본인의 손으로 발견하고 명명한 신종 물고기는 바닷고기를 포함해 대략 3종 안팎이다. 그중에서도 고향인 황해 보락에서 찾아낸 '황해보락'이나 전북 부안에서 처음 발견해 이름 붙인 '부안종개'는 단순한 생물학적 발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처음에는 '호랑미꾸라지'라는 직관적인 이름을 붙이고 싶었으나 지도교수의 만류로 학술적 정합성을 갖춘 부안종개로 명명했다는 에피소드는 학문 세계의 엄격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중의 눈에는 학명보다 '부안에 산다'는 소박한 이름 석 자가 훨씬 더 다정하게 다가온다.

학계에서 신종을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작업은 그것을 과학적으로 기재하고 논문으로 남겨 세상에 공표하는 일이다. 외국의 경우 연구자가 자나깨나 그리워하던 애인의 이름을 학명에 툭툭 집어넣기도 하지만, 한국의 정서상 그런 로맨틱(?)한 작명은 왠지 쑥스럽고 어색하다. 결국 객관적인 지역명이나 생태적 특징을 꾹꾹 눌러 담아 이름을 짓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다. 발견의 기쁨보다 묵묵히 기록하고 논문으로 박제하는 지루한 과정이야말로 진짜 과학자의 숙명이라는 사실을 이완옥 회장의 담담한 목소리가 증명한다.

사라져가는 토산어종과 멸종위기종의 현실

과거 30~40년 전만 해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종들이 이제는 자취를 감추고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되는 일이 허다하다. 크기가 작아 '좀수수치'로 불리기도 했던 부안종개 같은 어종은 서식지 파괴와 환경 변화로 인해 사실상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멸종위기종을 구제하는 실마리는 차가운 연구실이 아니라 대중의 뜨거운 관심에서 풀려나오는 경우가 많다. 은혜 안 뜨는 칙칙한 이름 대신 눈에 띄고 매력적인 이름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관상어로 안전하게 키우는 법이 퍼져나갈 때 오히려 보존의 동력이 마련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연 생태계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무조건 사람의 손을 타지 못하게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민물고기와 바닷고기의 경계는 인간이 행정적 필요에 의해 선을 그어놓았을 뿐, 자연은 뱀장어나 연어처럼 양쪽을 자유롭게 오가는 '회유성 어종'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의 가능성을 증명해왔다. 버들치 같은 1차 담수어는 바다에 들어가는 순간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리지만, 숭어처럼 양쪽 환경에 모두 적응하는 '광염성' 어종은 생명의 유연함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인간이 보호해야 할 대상은 물고기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물길 전체인 셈이다.

이 지점에서 최근 국립수산과학원이 발간한 '담수 관상생물 질병 사례집' 같은 실무형 지침서의 존재는 반가우면서도 씁쓸하다. 뒤늦게나마 현장 중심의 진단과 대응 기준이 마련된 것은 다행이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육자와 현장 연구자들이 길잡이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시행착오를 겪어왔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질병이 터진 뒤에 우왕좌왕하며 과도한 약품을 쏟아붓는 관성에서 벗어나, 사육 환경을 미리 살피고 초기 징후를 알아채는 예방 중심의 체계로 전환하는 것은 비단 수산업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겨누고 있다.

💡 요약해보면

  • 45년 동안 민물고기를 연구해온 이완옥 회장은 신종 발견보다 철저한 학술적 기재와 논문 작성이 진짜 과학의 가치임을 보여준다.
  • 부안종개나 황해보락 같은 토산어종이 마주한 위기는 단순한 개체 수 감소를 넘어 대중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생태계의 경고다.
  • 최근 발간된 담수 관상생물 질병 사례집처럼, 사후 치료가 아닌 예방 중심의 표준화된 관리 체계가 국내 관상생물 산업의 생존을 결정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 그리고 바다로 향한 발걸음

학력고사와 해양학과 진학의 아이러니

해양생태학자 최상호 원장이 물고기 연구의 길로 접어든 계기는 청소년기의 원대한 꿈이나 숭고한 소명의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학력고사 점수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고, 장학금을 준다는 솔깃한 조건에 이끌려 들어간 곳이 바로 해양학과였다. 당시만 해도 동기들의 절반 이상은 거친 바다를 누비는 마도로스가 되거나 해양학이 뭔지도 모른 채 점수에 맞춰 떠밀려온 이들이었다. "인생은 그렇게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라는 그의 너스레 섞인 고백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거창한 포장지들을 허망하게 벗겨내는 솔직함으로 다가온다. 😅

대학에 입학해 마주한 해양학의 세계는 네 갈래의 냉혹한 갈림길이었다. 수학 실력이 모자라 해양물리는 엄두도 못 냈고, 주기율표와 복잡한 분자 구조를 혐오하다시피 하여 해양화학도 포기했다. 바위 덩어리만 멍하니 쳐다보며 삽질을 해야 하는 해양지질학 역시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남은 마지막 선택지가 생물 파트였고, 거기서 묵묵히 엉덩이를 붙이고 버틴 결과가 오늘날의 박사 학위와 평생의 업으로 이어졌다. 공부를 잘해서 유학을 훌륭하게 다녀온 이들은 번듯한 대기업이나 해외로 떠났지만, 모자란 점수 때문에 실험실 구석을 지키며 돋보기를 들여다보던 이가 결국 바다의 깊은 비밀을 파헤치게 되었다는 아이러니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박사 과정 중에 우연히 국립수산과학원의 공채 소식을 접하고 안정적인 공직자의 길을 택한 과정 역시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시간강사를 전전하며 아이를 키우다 자칫 굶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 속에서 국가연구소의 문을 두드렸고, 선배들의 엄격한 군기 속에서 7년의 세월을 버텨냈다. 세상은 멋진 성공 신화만 기억하지만, 그 이면에는 점수에 맞춰 들어간 학과와 먹고살기 위해 선택한 연구원이라는 지극히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 촘촘히 박혀 있다. 포장된 위인전 같은 스토리보다 이런 날것의 고백이 훨씬 더 깊게 가슴을 파고드는 이유다.

황해볼락과 '코리아누스'라는 이름의 해프닝

평생을 바쳐 바다를 누비는 어류학자들조차 손에 쥐기 힘든 것이 바로 '신종 발견'의 영광이다. 황선도 작가조차 평생의 연구 과정에서 신종을 내지 못했다고 하니, 최상호 원장이 고향인 황해도 부근 고양이섬 일대에서 '황해볼락'을 찾아낸 것은 학계의 작은 사건이었다. 한국에만 독자적으로 서식한다는 자부심을 담아 영어 학명에 '세바스티스 코리아누스(Sebastes koreanus)'라는 이름을 당당히 붙였다. 한반도의 지리적 정체성을 학명에 박아 넣은 셈이니 그 순간의 쾌감은 말로 다할 수 없었을 터이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의 국경선이나 학명의 자존심 따위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불과 5년도 지나지 않아 중국 산동반도에서 "우리 동네에도 이 물고기 살거든?" 하는 논문이 튀어나왔고, 연구자는 일순간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코리아누스니까 한국에만 살아야 될 것 같잖아"라며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지는 모습 속에는 학문적 엄밀함 앞에서 씁쓸하게 삼켜야 하는 유머가 묻어난다. 캘리포니아나 중국 연구자가 먼저 발견했더라면 엉뚱한 이름이 붙었을 테니, 이 정도면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자아내면서도 생태계의 거대한 영토 앞에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은퇴 이후 그는 《신들의 물고기를 찾아서》라는 여행 에세이를 출간하며 과학자의 시선을 내려놓고 연안국들의 풍경을 기록하는 작가로 변모했다. 특히 남쪽에 있는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권 등 서양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지중해의 이면을 탐사하며, 과학이라는 차가운 메스를 거두고 인류와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기 시작했다.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출판사 사장님의 타박에 "팔릴 겁니다, 이거 왔으니까"라며 능청을 떨지만, 평생 바닷물고기의 속살을 파고들던 과학자가 만년에 이르러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결 깊고 너그러워져 있다.

🔥 계획대로 되는 인생은 없다, 버티는 자가 살아남을 뿐

우리는 흔히 인생의 모든 순간이 정교한 청사진에 따라 움직여야 성공한 것이라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최상호 원장의 궤적이 보여주듯, 학력고사 점수에 밀려 등 떠밀려 들어간 해양학과나 굶어 죽지 않으려고 지원한 연구소 자리야말로 진짜 삶을 완성하는 우연의 조각들이다. 화려한 타이틀과 포장된 동기보다 중요한 것은 내게 주어진 자리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끝까지 버텨내는 둔중한 힘이다.

생태계의 진실 역시 인간의 오만한 기획이나 학명에 갇히지 않는다. '코리아누스'라는 이름을 비웃듯 중국 바다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황해볼락처럼, 자연은 우리가 그어놓은 경계선을 언제든 무참히 지워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삶도 생태계도 결국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진짜 배움이 시작된다.

물고기 병원 1호, 경영학을 버리고 청진기를 잡다

신학과 경영학을 거쳐 수산생명과학으로

최상호 원장의 이력은 그야말로 파란만장 그 자체다. 어린 시절 목회자를 꿈꾸며 신학과에 진학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를 감행했고, 군 제대 후 다시 수능을 치러 경영학과에 몸을 담았다. 대학 강의실에서 배운 '이윤 추구'라는 자본주의의 철통같은 논리는 그의 내면에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삶의 목적이 고작 이윤 남기기에 불과한가에 대한 회의감은 그를 다시 신학대학원으로 이끌었고, 전도사 생활을 거쳐 목사의 안수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목회자의 길을 걷던 그가 40대의 문턱을 넘어서며 과감하게 인생의 방향타를 또 한 번 꺾은 것은 다름 아닌 어릴 적부터 품어왔던 물고기를 향한 본능적인 애정이었다. 🐟

더 지체하면 물고기를 공부할 기회조차 영영 사라질 것이라는 절박함 속에서, 그는 40대의 나이에 수산생명과학과에 재입학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주변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가 내린 결단은 세상의 상식과는 완전히 결이 달랐다. 경영학적 잣대로 계산기나 두드려보면 물고기 병원이라는 아이템은 완벽한 적자 사업이자 망하기 딱 좋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작은 물고기 한 마리 살리겠다고 멀리서 병원을 찾아오는 유별난 보호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철저한 손익계산서로는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최초로 반려물고기 전문 병원을 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익성이 아니라 생명을 대하는 태도 그 자체였다. 전국 각지에서 아픈 물고기를 품에 안고 달려오는 보호자들에게 최 원장의 존재는 마치 어둠 속의 동아줄과 같다. 개와 고양이처럼 흔한 반려동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치되거나 무관심 속에 죽어가는 생명들을 향해 청진기를 들이미는 일은,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보기 드문 숭고한 저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관상어와 식용어의 경계, 그리고 생명 사랑의 무게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수산 연구의 대다수가 횟감이나 매운탕 재료 같은 '식용어(양식 어종)' 개발에 집중되어 왔다. 오랫동안 아쿠아리움이나 대형 양식장의 생산성 향상만이 수산질병관리사의 주된 임무였던 셈이다. 하지만 최상호 원장을 비롯한 소수의 전문가들이 개척한 '관상어 진료'의 세계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질문을 던진다. 암수 구분도 제대로 안 된 채 수조에 던져진 물고기라 할지라도, 일단 인간의 집에 들어와 이름을 얻는 순간 그것은 식용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이 된다. 생물학적으로 식용어와 관상어의 질병 기전이나 병원성 미생물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어서, 양식업에서 축적된 연구 성과가 그대로 가정의 반려어 치료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물고기 병원의 존재는 단순한 의료 행위를 넘어 도시인들의 고단한 일상과 깊게 맞닿아 있다. 안산시 등 지자체에서 수도권 최초의 수산질병관리원을 방문해 높은 관심을 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상어를 키우는 행위는 청소년들의 정서적 안정뿐만 아니라 노년층의 우울감 해소에도 상당한 치료 효과를 발휘한다. 새벽에 눈을 떠 거실 수조 속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는 것 자체가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에너지 충전소라는 최 원장의 고백은, 현대인들이 얼마나 깊은 고립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

다만 이러한 산업의 이면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어두운 단면도 존재한다. 종교적 행사나 호기심 때문에 석가탄신일 같은 날 거북이 등에 빨간 글씨로 락데코를 하거나 무분별하게 생태계에 방생하는 행위는 동물학대에 가깝다. 방생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에 버려진 동물들이 다시 잡혀 수조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온갖 질병을 옮기거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일은 우리 사회의 그릇된 온정이 만들어낸 폭력이다. 물고기를 진료하는 의사의 손길이 절실한 이유도 결국은 인간이 망가뜨린 생태적 균형과 무책임한 방치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 반려물고기 시장의 폭발적 성장, 그리고 숫자가 말해주는 것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키워지는 반려동물이 물고기이며, 국내 관상어 시장 규모는 이미 수천억 원대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관상어 동호회원 수만 50만 명을 웃돌고, 관련 시장은 해마다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경제적 수치 뒤에는 전국을 통틀어 관상어 전문 의사가 고작 3~4명에 불과하다는 뼈아픈 공백이 숨어 있다. 서울과 수도권 전체를 통틀어 단 한 명의 전문의만이 홀로 수많은 반려어들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현실은,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라는 구호가 얼마나 편협하게 포유류 중심으로만 짜여 있는지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은퇴한 과학자들의 수다, 그 남어의 쓸모

지식의 소비가 아닌 삶의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

이완옥, 황선도, 최상호로 이어지는 70년대생 물고기 삼총사의 토크쇼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방송의 틀을 가볍게 넘어선다. 45년 동안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헤매던 채집가이자, 황해볼락의 학명을 두고 중국과 해프닝을 벌인 학자이며, 경영학의 이윤 추구를 거부하고 관상어 병원의 청진기를 집어 든 목사 출신 의사까지. 이들이 수십 년간 현장에서 건져 올린 언어들은 교과서에 실린 건조한 지식이 아니라, 거친 생태계의 바닥을 맨몸으로 기어 다니며 얻어낸 생생한 육성이다. ✨

우리는 흔히 과학이라고 하면 백색 가운을 입고 무균실 같은 실험실에서 현미경 들여다보는 완벽한 이성주의의 산물로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과학은 그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고 궁상맞으며, 때로는 우연과 실수의 연속이었다. 점수가 모자라 해양학과에 떠밀려 들어갔고, 밥 먹고 살기 위해 국가연구소 공채에 목을 매었으며, 신학의 구원을 찾다 못해 결국 물고기 수조 앞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는 고백들은 공인된 위인전보다 훨씬 진하다. 완벽한 계획에 따라 성공을 거둔 영웅담보다, 삶의 허우적거림 속에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생명 하나를 끝까지 놓지 않고 버텨낸 이들의 궤적이 훨씬 더 아름다운 이유다.

더군다나 이들은 은퇴라는 명패를 달고 안락한 노후를 즐기는 대신,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에 다시 말을 걸고 있다. 《신들의 물고기를 찾아서》를 통해 지중해의 역사와 생태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풀어내고, 수도권 최초의 물고기 병원에서 아픈 반려어를 진료하며, 민물고기 보존협회를 이끌며 멸종위기의 종들을 기록하는 일은 그 자체로 거대한 사회적 기여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이념이나 정책이 아니라,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작은 생명 하나를 향해 45년 동안 쏟아부은 끈질긴 눈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물고기는 말을 하지 못한다.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서식지가 파괴된다고 국회 앞에 피켓을 들고 찾아오지도 않는다. 인간이 수조의 물을 갈아주지 않거나,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강바닥을 파헤칠 때 그들은 그저 조용히 수면 위로 떠올라 소멸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완옥 회장처럼 묵묵히 신종을 기록하고 논문으로 남기는 이들의 작업은, 소리 없는 것들의 목소리를 대신 증언하는 유일한 방패와도 같다. 부안종개라는 작고 볼품없어 보이는 이름 하나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우리 땅에 어떤 생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었는지조차 모른 채 캄캄한 유령의 도시를 걸었을 것이다.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개와 고양이를 넘어 수조 속의 작은 관상어에까지 확장되는 시대다. 그 작은 생명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아플 때 찾아갈 병원을 고민하는 마음은, 결국 생명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감수성이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비록 경영학적 논리로 따지면 적자 100%의 미련한 짓이라 할지라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기꺼이 청진기를 들이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세상은 아직 완전히 차가워지지 않았다. 💡

황해볼락의 학명에 '코리아누스'를 박아 넣었다가 5년 만에 중국의 반격에 멋쩍어하던 학자의 웃음처럼, 우리의 삶도 때로는 허를 찌르는 반전과 예상치 못한 오류로 가득 차 있다. 중요한 것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의 장막 속에서도, 내가 진정으로 파고들고 싶은 '나만의 물길'을 끝까지 붙잡고 버티는 일이다. 엉덩이를 무겁게 누르고 돋보기 너머의 세계를 응시하던 그 끈질긴 시선들이 모여, 오늘 우리가 숨 쉬는 이 푸른 지구의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

💭 에디터의 단상 : 수조 속 작은 생명이 건네는 위로

방송을 보며 가장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던 장면은 최상호 원장이 새벽마다 일어나 수조 속 물고기들을 가만히 관찰한다는 대목이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오직 아가미의 미세한 움직임으로만 존재를 증명하는 그 작은 생물들 앞에서, 그는 목사로서도 해결하지 못한 삶의 허전함과 연구원으로서의 피로를 씻어냈을 것이다. 인간 사회의 치열한 경쟁과 이윤 추구의 논리에서 완전히 비켜난 그 조용한 물속 세계야말로, 지칠 대로 지친 현대인들이 마지막으로 도망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피난처인지 모른다.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더 거대하고 화려하게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아가지만, 진짜 삶의 온기는 오히려 이름 없는 민물고기 한 마리를 지키기 위해 45년을 묵묵히 버텨온 이들의 주름진 손끝에서 피어난다. 부안종개라는 소박한 이름처럼, 비록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할지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물길을 지켜내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을 버텨낼 위로는 충분히 차고 넘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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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소리 없는 생명들을 향한 45년간의 기록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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