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42일 동안 얼마를 썼을까? 총 경비 리스트 💸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꽂히는 환상이 있다. 바로 "배낭 하나 메고 떠나서 하루에 몇만 원 안 쓰고 소박하게 걷는 여행"이라는 이미지다. 매일 자연을 벗 삼아 걷고, 저렴한 숙소에서 누워 지내면 돈이 들래야 들 수가 없을 것 같지만, 막상 현실의 장벽은 생각보다 훨씬 높고 쓰라리다. 2025년 여름, 직접 34일 동안 생장에서 콤포스텔라까지 프랑스길을 걸으며 쓴 총경비 리스트를 풀어놓은 한 유튜버의 고백은 그래서 더 뼈를 때린다.

"저는 여행 기간 동안 총 811만 8,268원을 쓰고 왔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산티아고 순례길 하면 '좀 저렴한 여행지'라는 인식이 박혀 있지만, 막상 걷다 보면 그 소박한 로망 뒤에 숨겨진 현실적인 물가와 지출 항목들에 정신이 번쩍 차려진다. 비행기 표부터 시작해 숙소, 식비, 교통비까지 꼼꼼히 뜯어보면 더 이상 순례길은 옛날처럼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가성비 여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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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34일, 대체 돈이 얼마나 깨지는 걸까

총 800만 원대의 지출 속에서 마주한 순례길의 진짜 물가

💡 요약해보면

  • 파리, 바르셀로나 여행과 순례길 34일을 포함한 전체 경비는 총 8,118,268원이 소요되었다.
  • 항공권과 도시 관광을 제외하고 순수 순례길 34일간 비행기 제외 경비만 3,511,047원이 들었다.
  • 하루 평균 10만 원꼴로 지출하며, 결코 저렴하지 않은 체감 물가를 보여주었다.
파리 IN, 바르셀로나 OUT으로 아시아나항공 직항을 끊고 2025년 3월 30일에 예약한 항공권 비용만 155만 원이었다. 여기에 파리 4박 5일과 바르셀로나 4박 5일의 도시 관광, 한국에서 준비한 장비와 쇼핑 비용까지 더해지니 전체 여행에서 빠져나간 돈은 811만 원에 달했다. 순수하게 순례길 34일 동안(8월 19일 ~ 9월 20일) 쓴 돈만 따져봐도 351만 원이 넘는다. 환율이 1유로에 1,620원~1,650원을 넘나들던 시기였으니 체감되는 타격은 더 컸다. 숙소에 1,084,000원, 식비에 1,490,270원, 교통비에 561,357원, 기타 요금 206,420원, E-sim 48,000원, 마이뱅크 보험 22,000원, 그리고 10번 이용한 동키(짐 배달 서비스) 비용 99,000원이 고스란히 찍혔다. 하루에 평균 10만 원 정도를 쓴 셈인데, 이 숫자를 보고 "그렇게 저렴하지 않죠?"라고 묻는 말에 쓴웃음이 터진다. 공립 알베르게만 전전하며 무조건 아끼는 극한의 절약형 여행이 아니라, 사립 알베르게와 호스텔, 에어비앤비를 골고루 섞어 쓰고 먹고 싶은 것을 참지 않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가능한 지출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점프 구간이 많아 교통비도 꽤 나갔다. 최저가 순례길을 목표로 잡은 게 아니라면, 이 정도 예산은 품에 안고 출발해야 마음이 편하다.

숙소와 알베르게 선택의 갈림길, 그리고 바가지 논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관문이 바로 숙소인 '알베르게'다. 알베르게는 순례자 전용 숙박시설로, 순례자 여권인 '크레덴셜'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다인실 형태의 공간이다. 현지 물가 상승과 맞물려 최근 알베르게 이용을 둘러싼 불만과 바가지 요금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숙소 종류에 따라 지갑이 열리는 폭이 완전히 달라진다. 대표적인 공립 알베르게는 6~15유로(약 16,000원~20,000원) 선으로 저렴하고 순례자들의 끈끈한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지만, 예약이 불가능하고 선착순 입실이라 늦게 도착하면 자리가 없어 발을 구르기 일쑤다. 반면 사립 알베르게는 15~25유로 이상으로 가격이 뛰지만 예약이 가능하고 시설이 훨씬 깔끔하다.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을 때 찾는 호텔이나 에어비앤비는 30~40유로를 훌쩍 넘긴다. 실제로 로그로노 같은 곳에서는 콘센트 충전과 휴식을 위해 연박으로 에어비앤비를 빌리기도 했다. 결국 알베르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순례의 감성을 채우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지만, 체력이 바닥나거나 온전한 휴식이 필요할 때는 돈을 더 주고서라도 사립이나 개인 숙소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순례길의 낭만 뒤에는 철저한 체력과 비용의 함수관계가 숨어 있는 셈이다.

교통비와 예상치 못한 점프 구간의 비용 폭탄

📊 숫자로 보면

순례길 도중 버스와 기차로 구간을 이동하는 이른바 '점프'에 지출된 교통비만 56만 원을 넘어선다. 에스페야에서 로그로노까지 버스 6,000원, 로그로노에서 빌바오까지 24,000원, 빌바오에서 부르고스까지 29,200원, 사하군에서 레온까지 기차 9,200원, 아스트로가에서 사리아까지 33,200원, 당일치기로 다녀온 묵시아 왕복 버스비 45,800원까지 촘촘하게 쌓였다. 여기에 파리에서 생장으로 가는 야간기차 106,943원까지 더해졌다.

가장 뼈아픈 교통비 지출은 콤포스텔라에서 바르셀로나로 넘어가는 비행기 표였다. 도착하기 전날 스카이스캐너로 급하게 예매한 부잉(Vueling) 항공편은 기내 수하물 1개 추가를 포함해 166유로, 결제 당시 272,414원이라는 거금이 찍혔다. 여행 떠나기 6개월 전에 검색했을 때는 7만 2천 원대, 즉 10만 원 중반이면 충분히 끊을 수 있었던 표였다. 하지만 순례길을 걷는 동안 내가 언제 정확히 목적지에 도달할지 알 수 없으니 미리 발권해 놓을 도리가 없다. 유럽은 비행기나 기차를 일찍 예매할수록 싸다는 진리가 순례길 위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이유다. 완주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도보 여행자의 숙명 같은 추가 지출이었다.

식비와 물가 체감, 그리고 멈추지 않는 지출의 유혹

아침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가 만드는 묵직한 타격

🔥 산티아고 순례길의 진짜 물가는 식비에서 온다

순례길 물가를 가장 뼈저리게 체감했던 순간은 단연 식사 자리였다. 커피 한 잔에 2,500원~3,500원, 햄버거와 플레이트 같은 단품 식사는 한 끼에 20,000원~25,000원을 가볍게 넘겼다.

아침마다 카페 콘 레체와 샌드위치를 가볍게 먹어도 12,000원이 깨지고, 숙소에 도착해 순례자 메뉴인 '메뉴 델디아'를 하나 시켜 먹으면 25,000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아침에 카페 콘 레체와 샌드위치 먹고, 숙소 도착해서 메뉴 델디아 하나 시켜 먹으면 벌써 4만 원이란 말이죠?"라는 한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식비를 아끼지 않고 중간중간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식당을 자주 드나들다 보니 34일간 식비로만 149만 원이 넘는 돈이 녹아내렸다. 스페인의 외식 물가가 한국보다 싸거나 비슷할 것이라는 착각은 현지 마트와 식당을 마주하는 순간 무참히 깨진다. 물론 마트에서 식재료를 직접 사다 해 먹으면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지만, 20km 이상을 걸어 녹초가 된 몸으로 매번 요리를 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잘 먹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식비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동키 서비스와 통신, 보험 등 피할 수 없는 부대비용

식비와 숙소비 외에도 순례길을 지탱하는 부대비용들은 묵묵히 지갑을 갉아먹는다. 배낭을 직접 메고 800km를 걷는 것이 원칙이지만, 어깨와 무릎이 버텨내지 못할 때는 짐 배달 서비스인 '동키'를 찾게 된다. 생장에서 콤포스텔라까지 구간별로 7유로, 6유로, 4유로씩 요금이 차등 적용되는데, 총 10회를 이용하면서 99,000원을 썼다. 통신비와 보험료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 미리 스페인 전용 '오렌지 유심'을 10유로(28일간 80GB)에 구매해 갔지만, 중간에 유효기간이 끝나 유심사 앱을 통해 15일치(24,000원)를 추가로 결제하면서 총 38,000원가량이 들어갔다. 여기에 마이뱅크 보험 중 가장 저렴한 22,000원짜리 상품을 가입하고, 소소하게 사 모은 마그넷, 빨래방 이용료, 입장료, 생필품 구매 등 잡다한 기타 비용으로만 206,420원이 빠져나갔다. 이 모든 작은 지출들이 모여 350만 원이라는 순수 체류 비용을 완성했다.

절약하고 싶다면 선택해야 할 확실한 대안들

그렇다면 이 비용을 대폭 줄일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물론 아끼려면 한없이 아낄 수 있는 곳이 또 순례길이다. 가장 확실한 절약 팁은 숙소를 무조건 공립 알베르게 위주로 잡고, 아침은 미리 장을 본 빵이나 식재료로 해결하며, 저녁은 숙소 주방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절약 방식은 그만큼 육체적인 고생과 시간 투자, 그리고 식도락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지출 내역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 많이 썼지" 하고 주눅 들거나 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필요는 전혀 없다. 누군가는 200만 원으로 완주하고, 누군가는 500만 원을 쓰고 돌아온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향과 체력에 맞춰 지출의 밸런스를 잡는 일이다.

발 건강이 곧 완주다, 준비물에 과감히 투자한 이유

신발은 절대 아끼지 마라, 노다 001의 선택

💭 에디터의 단상 : 발에 투자를 아끼는 건 완주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준비물에 쓴 돈만 총 815,120원이다. 그중에서 가장 큰 지출이자 가장 잘한 선택을 꼽으라면 단연 등산화 구매다. 호카 카하 모델도 신어보고 살로몬 매장도 들러봤지만, 최종적으로 손에 쥔 것은 358,100원을 주고 온라인으로 구매한 '노다 001(Norda 001)' 검은색 모델이었다.

홍대의 'OUT OF ALL'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신어보고 사이즈가 작게 나오는 특성을 확인한 뒤 온라인으로 저렴하게 주문했다. 신어보자마자 "나 이거 사겠구나"라는 촉이 왔고, "괜히 유명템이 아니네"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 신발 때문에 고생하거나 발에 물집이 잡혀 멈춰 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35만 원이라는 금액은 아깝지 않았다. 비브람 미창의 탄탄한 쿠션감, 놀라울 정도로 가벼운 무게, 비가 와도 금방 마르는 통풍성과 생활 방수 기능까지 장착한 신발은 800km를 버텨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가방부터 모자까지, 기능성을 최우선으로 둔 장비 선택

신발 외에도 장비 구성에서 철저하게 기능성을 따졌다. 배낭은 종로 매장에서 직접 메보고 결정한 '도이터 푸트라 34L' 모델로 251,250원을 주고 구매했다. 영상에서는 32L로 잘못 언급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34L 용량으로 넉넉하면서도 무게 분산이 탁월해 어깨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다. 햇빛이 작열하는 스페인의 땡볕 아래서 가장 큰 구원투수가 되어준 것은 62,000원을 주고 산 '노스페이스 챙 넓은 모자'였다. 챙이 넓어 얼굴과 목 뒤를 완벽하게 가려줄뿐만 아니라, 거센 바람이 불어도 목에 끈이 달려 있어 날아갈 걱정이 전혀 없었다. "제가 가지고 간 모자 되게 추천해요! 저는 제가 준비물을 진짜 잘 가지고 갔다고 생각을 하거든요."라는 자부심이 생길 만한 아이템이었다. 여기에 양말은 인진지 오토지 양말과 단터프 등산 양말을 조합했고, 침낭 대신 무게를 줄이기 위해 데카트론에서 가벼운 라이너를 챙겼으며, 순식간에 마르는 기능성 바람막이와 반팔 티셔츠 2장으로 의류를 최소화했다.

준비물과 예산, 결국 나만의 페이스를 찾는 과정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히 걷는 행위를 넘어, 철저한 물리적 준비와 현실적인 예산 설계가 맞물려야 비로소 끝을 볼 수 있는 거대한 여정이다. 물가는 올랐고, 예전에 비해 비용 부담은 커졌으며, 숙소와 식비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지출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 모든 돈과 발품의 대가는 콤포스텔라 광장에 도착하는 순간 고스란히 보상받는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얼마를 썼는가 하는 평균의 함정이 아니라, 내가 이 길 위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장비에는 과감히 투자하고, 지출은 내 성향에 맞게 조율하며, 한 걸음씩 페이스를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800km를 무사히 완주하기 위해 가방 속에 가장 먼저 채워 넣어야 할 진짜 준비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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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열 때마다 한숨이 나오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돈이 스쳐 지나갔지만, 막상 길을 끝마치고 돌아보면 그 비용들은 전부 내가 살아남기 위해 지불한 발걸음의 흔적들이었다. 숫자에 휘둘려 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기보다는, 내 방식대로 알차게 길을 채워나가는 것만으로도 순례길은 충분히 그 값을 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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