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다가 귀를 의심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군을 보낸다는 말이 툭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가 왜 거기에 가야 하는 거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대놓고 군사력을 보내라고 압박을 넣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였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는 소리거니 했다. 그런데 7월 말부터 정부가 이 파병 건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사전 정치 작업도 없이 너무 툭 던져진 느낌이라,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사이 많은 사람들이 상당히 걱정하며 지켜봐야 했다. 청와대는 "검토 중이지만 결정된 건 없다"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지만, 이미 구체적인 파병 가능 전력까지 언론에 오르내리는 판이다.
호르무즈 파병 논란, 미국은 왜 우리를 쥐어짜는가
트럼프의 압박과 벼랑 끝에 선 외교
트럼프 대통령은 늘 이런 식이다. 자기네 필요에 따라 여기 찍고 저기 찍고 하다가 이번에는 한국 순서가 온 거다. 미국이 단순히 에너지 수송로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명백하다. 중동 전쟁의 부담과 위험을 동맹국들에게 분담시키려는 전략적 압박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서 한국·일본·영국·프랑스 같은 주요 국가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72%가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같은 중동 국가에서 들어오고, 그 대부분이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한다는 약점을 정확히 파고든 셈이다.
실제로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이 파병을 통해 미국에 동맹국으로서 책임을 분담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 외교·무역 분야에서 득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립외교원 반길주 교수는 파병이 한국의 미국 동맹국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우리가 얻는 실익보다 치러야 할 대가가 적은 장사일까?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나 대미 투자 이행 같은 민감한 한미 현안이 얽혀 있으니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겠지만, 압박에 떠밀려 움직이는 모양새가 너무 위태로워 보인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 때를 떠올려보게 된다. 그때도 참 마음 아프고 힘든 결정이었다. 그때는 나름대로 국제법의 틀을 갖추려고 노력했고 사후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도 거쳤지만, 지금은 그런 최소한의 명분조차 희미하다. 트럼프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같은 중대 사안을 볼모 삼아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꼼짝없이 덫에 걸린 모양새인데,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의 외교 판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란의 섬뜩한 경고와 우리 기업들이 짊어질 리스크
우리가 주저하는 사이에 이란의 반응은 이미 극에 달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X 계정에 한글로 AI 이미지를 만들고 "잘못된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다"라며 섬뜩한 경고를 날렸다. 이란 고위 관리는 한국이 미국의 불법적인 군사 작전에 암묵적으로 강요당해 굴복해선 안 되며, 파병을 강행하면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침략 및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테헤란대 모하마드 마란디 교수의 말처럼, 이란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돌려세우는 순간 페르시아만 일대에 있는 우리 자산들은 전부 위험에 노출된다. 실제로 삼성물산이나 현대건설 같은 국내 건설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곳곳에서 대형 플랜트와 인프라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교민들의 안전과 수십 조 원에 달하는 현지 사업장이 한순간에 화살받이가 될 판이다. 군사적 기여라는 이름으로 얻는 미미한 외교적 점수보다, 이란과의 전면적인 충돌 위험이라는 리스크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영국이나 프랑스는 원래 자기네 군사기지가 그 지역에 있고 전통적인 작전 구역이라 치자. 하지만 우리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해상초계기나 군수지원함, 기뢰 탐지·제거 부대를 보낸다 한들, 이란 입장에서 그게 '비전투 지원'으로 보일 리 만만무하다. 총을 안 쏘고 뒤에서 보급만 해준다고 적이 봐주나? 전쟁터에 발을 담그는 순간, 우리도 교전 당사자가 되는 거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싸움에 청년들의 안전을 담보로 걸어선 안 된다.

헌법을 거스르는 파병, 그리고 청와대와 언론의 엇박자
헌법 제5조가 말하는 '침략 전쟁 가담 금지'
📊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법적 현실
대한민국 헌법 제5조는 "세계 평화에 기여를 하고 침략 전쟁에는 가담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제법적으로도 명백한 침략 전쟁에 군사 자산을 보내는 것은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다.
법이 이렇게 선명한데도 정부가 이를 자꾸 우회하려 드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군 부대를 해외로 파병하려면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수적이다. 법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엄중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청와대 익명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언론에 '간보기 식' 보도가 흘러나오는 모양새는 민주적 정당성을 스스로 갉아먹는 짓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언론들의 보도 행태다. 파병 반대 여론이 30%대 중반으로 치솟고 무기만 지원하자는 의견까지 더해져 여론이 악화되자, 언론들은 찬반 수치를 잘게 쪼개어 보도하기 바쁘다. 파병 반대가 34.9%, 무기만 지원이 31.8%라며 박빙인 것처럼 포장해 반대 여론을 어떻게든 희석시키려 애쓴다. 국민의 대다수가 걱정하고 반대하는 사안을 두고, 정부의 헛발질과 언론의 여론 조작성 보도가 맞물리면서 불신만 커지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기헌 의원처럼 "용납할 수 없는 파병"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당 지도부에서는 메시지 관리를 한답시고 개별 대응을 자제해달라는 단속이 흘러나온다. 당내 이견조율조차 안 된 상태에서 이달 안에 국회 동의안을 밀어붙이겠다는 건 국회를 들러리로 보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참으로 한심하고 무모한 전개다.
지지율 하락을 막으려다 정권의 뼈를 내주는 꼴
🔥 조급함이 부를 치명적인 자해극
지금 정권이 마주한 가장 큰 위험은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겠다고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파병이라는 악수를 두는 것이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아픔을 훨씬 뛰어넘는 치명적인 역풍으로 돌아올 것이다.
대통령을 지지해온 이들조차 이란 침략 전쟁 가담에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실리를 얻어내겠다고 평화와 헌법적 가치를 내팽개친다면, 그 정권의 뿌리 자체가 흔들릴 것이다. 트럼프가 흔드는 약한 고리를 방어하겠다고 스스로 자국의 가장 튼튼한 방어막을 부수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핑계로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간을 볼 때가 아니다. "국내법적 한계가 있고 우리 국민의 여론이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보수 언론이나 국민의힘에서 한미동맹에 금이 갔다고 핏대를 세우겠지만, 오히려 원칙을 꼲꼲하게 지킬 때 중도층과 지지층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렵고 복잡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침략 전쟁에는 가담하지 않는다는 헌법의 명령,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국정 철학 말이다. 트럼프의 협박에 굴복해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대를 밀어 넣는 순간, 우리는 외교적 실익은커녕 걷잡을 수 없는 안보의 수렁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각국의 냉정한 셈법, 우리만 눈치를 보는 이유
주요국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지구촌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조급하게 놀아나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일본은 미일동맹이 그토록 굳건함에도 불구하고 군사 개입 문제만큼은 "자국의 대응은 스스로 결정하며 독자적인 판단이 기본 원칙"이라며 선을 뚜렷하게 그었다.
중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이 중동의 긴장을 고조시킨 뒤 그 책임을 다른 나라들에 분담시키려 한다고 대놓고 비판했다. 군사 행동 확대를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이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본래 자기네 군사기지가 있는 작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전투 부대를 직접 들여보내기보다는 기뢰 제거 드론이나 해상 감시 같은 최소한의 비전투적 역할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조차 분쟁의 격렬한 단계가 끝난 이후의 평화적 호위 임무 정도만 염두에 두고 있다.
다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최종 결정은 철저하게 '자국의 국익과 전략적 판단'에 따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미국의 압박 한마디에 우왕좌왕하며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결국 파병 절차에 시동을 걸었다. 우리의 국익이 미국의 대선 전략이나 중동 패권 싸움보다 아래에 위치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외교란 상대방의 억지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판을 읽고 버틸 곳을 버티는 일이다.
원칙으로 회귀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이번 주 정국은 대한민국 외교 안보의 향방을 가르는 거대한 분수령이다. 정부가 이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모든 혼선을 잠재우고 당당하게 "파병은 불가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천명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무능한 정부보다 비겁한 정부를 더 용서하지 않는다. 미국이 눈을 부라리고 트럼프가 트위터로 협박을 해대도, 대한민국 헌법이 금지하고 국민 10명 중 6명이 반대하는 일이라면 당당하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진짜 주권 국가다. 미국의 눈치만 보며 슬그머니 군대를 보냈다가 이란과의 충돌이라는 폭탄을 떠안게 된다면, 그때는 수습하고 싶어도 수습할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질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언론을 통한 간보기나 밀실에서의 굴욕적인 타협을 멈춰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담보로 한 위태로운 도박판에서 이제는 내려와야 할 때다. 원칙으로 돌아가는 길만이 이 난국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실추된 외교적 자존심을 되찾는 유일한 길이다.
미국의 거센 압박 속에서도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단 하나의 가치는 결국 평화와 헌법의 원칙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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