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희의 논] 기후위기, 누가 책임질 것인가ㅣ2026년 9월 1일 화요일

요즘 뉴스에서 네팔 대홍수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 한쪽이 서늘해진다. 하늘에서 비가 퍼부은 것도 아닌데, 산맥 위의 빙하가 녹아내린 물이 자연 댐을 무너뜨리며 마을을 집어삼켰다는 소식 말이다. 이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인류가 그동안 무심코 배출해 온 탄소들이 빚어낸 거대한 '환경적 부메랑'이다. 정작 탄소를 가장 많이 뿜어낸 나라들은 저 멀리 있는데, 왜 아무 잘못 없는 이들이 가장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걸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 거대한 폭탄의 방관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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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죄 없는 이들의 삶을 앗아가는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쌓이는 물 폭탄

네팔에서 벌어진 일은 예고된 재난이었다. 기온이 오르니 빙하가 녹고, 그 녹은 물이 고여 거대한 자연 호수를 만든다. 그런데 이 호수를 지탱하던 둑이 암석과 토사로 겨우 유지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하늘에서 비가 한 방울도 안 내려도, 이 둑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그 속에는 엄청난 위치 에너지가 숨겨져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눈앞에서 마주하고 있는 현실, 즉 '상시적 재난'의 민낯이다.

국경 없는 재난, 국경 있는 피해

재난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이 참 공허하게 들린다. 기후 위기는 지구 전체를 공유하고 있지만, 그 위기를 감당할 방패는 나라마다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량 0.05%를 차지하는 네팔이 겪는 비극과, 철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춘 스위스 알프스가 겪는 재난의 결말이 왜 이토록 다를까. 결국 재난 대응 능력은 철저히 자본과 기술의 영역에 귀속된다. 가난한 나라가 기후 위기의 최전방에서 총알받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한 국제적 불평등의 징표다.

💡 요약해보면

  • 빙하 붕괴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상시적 자연재해가 되었다.
  • 기후 변화의 원인 제공자와 피해자가 철저히 분리된 '기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 단순한 예산 증액을 넘어, 국가 간 정보 공유와 기술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의 예산은 어디를 향하는가

기후 대응인가, 에너지 전시 행정인가

우리 정부는 내년 기후 에너지 예산으로 26조 원이라는 역대급 숫자를 들고 나왔다. 얼핏 들으면 기후 위기에 진심인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에너지 분야에 예산이 쏠려 있고, 정작 기후와 환경을 직접 돌보는 예산 비중은 4.5%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 예산은 그 나라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성적표다. 기후 위기를 단순히 경제 문제나 에너지 전환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의 딜레마

정부 위원회에서는 시민 참여와 탄소중립을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필요한 건 탁상공론이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현장 중심의 생존 전략이다. 시민회의가 전국적 공론화 모델로 확장된다 한들, 정작 닥쳐오는 빙하 붕괴와 같은 기후 재난 현장에서 우리 시민들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 담론 뒤에 숨어 진짜 시급한 재난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하나

기후 위기를 해결하겠다며 내놓는 예산들이 정작 위기 최전선에 있는 이들의 실질적 방어막이 되지 못하고 있다. 26조 원이라는 화려한 수치 뒤에는 에너지 기업들의 배를 불리는 사업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더 날카롭게 감시해야 한다.

우리는 왜 행동하지 않는가

공감과 행동 사이의 깊은 간극

기후 위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때 가장 위험하다. 네팔의 대홍수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것에서 그친다면, 우리는 결국 그 비극을 구경만 하는 구경꾼에 머물 뿐이다. 관심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일은 전문가들의 몫이 아니라 바로 우리 시민들의 몫이다. 전국적인 공론화 모델을 만든다는 말보다, 내 삶 속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려는 구체적인 한 걸음이 더 절실하다.

기술적 정보 공유가 곧 구호다

스위스가 대피 명령을 내릴 수 있었던 건 기술적 데이터 덕분이었다. 국가 간 기후 기술 공유는 이제 자비가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권이다. 대한민국처럼 기술 강국을 자처하는 나라가 있다면, 그 기술을 기후 위기로 고통받는 이들과 나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기후 정의(Climate Justice)가 아닐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네팔과 같은 취약 국가들에게 제공하고 있을까?

📊 숫자로 보면

네팔의 탄소 누적 배출량은 전 세계의 0.01%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이 치르는 대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가 무심코 누리는 편리함이 저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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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르며 기후라는 거대한 수업을 듣고 있다. 오늘 네팔에서 일어난 홍수가 내일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그저 남의 일이라 생각하며 외면하기엔 우리 지구가 너무 뜨거워졌다. 당신은 오늘, 어떤 방식으로 이 폭풍우를 견뎌낼 준비를 하고 있는가?

💭 개인적인 생각

영상을 보면서 가장 킹받았던 지점은 '재난 정보의 격차'였다. 기술이 없어서 죽어야 하는 나라와, 기술이 넘쳐나서 예방하는 나라. 이 극명한 대비 속에서 인간의 가치는 평등한가 싶었다. 기후 위기는 자연의 복수일 수도 있지만, 그 복수를 감당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결국 인간이 만든 시스템의 비효율성이다. 우리 언론은 자꾸 '슬프다'는 감정만 강조하지, 도대체 우리가 어떤 시스템을 고쳐야 하는지 정확히 짚어주지 않는다. 네팔의 비극을 보며 나 역시 기후 시민으로서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언제까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착한 소비' 타령만 하고 있을 셈인가. 이제는 시스템을 바꾸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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